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256)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 256화(257/260)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256화
정말 신기한 노릇이었다.
이곳이 진짜 북한이 맞는 걸까?
아니, 그 전에 지구이긴 한 걸까?
모두가 놀랄 정도로, 푸른 안개가 걷히며 드러난 도시의 모습은 터무니없었다.
돔 형태의 투명한 결계로 뒤덮인 ‘녹색’의 도시는 실로 아름다웠지만, 동시에 이질적이었다.
현실과의 괴리감.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도시의 중심에 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고목나무였다.
물론 그 크기가 세계수만큼은 아니었으나, 세계수가 떠오를 정도로 어마어마했고.
그 고목에서 사방으로 뻗어 나온 자글자글한 나뭇가지들과 파릇파릇한 이파리들이 도시의 위를 지붕처럼 덮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마치 ‘건물’처럼 생긴 수많은 아름드리 나무들이 광범위한 도시의 모습을 조성하고 있었다.
나무 기둥에 숭숭 뚫려 있는 창문들을 보면, 단순히 겉으로만 건물 흉내를 내고 있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설마 저거…….”
시르카가 눈을 꿈뻑거리며 중얼거리며 차해인의 옷자락을 꼬옥 붙잡았다.
차해인이 시르카를 돌아봤다.
“왜? 뭔가 아는 거라도 있어?”
“내 생각이 맞다면, 저건 ‘엘븐우드’야.”
“엘븐우드?”
차해인이 고개를 갸웃했다.
시르카는 도시를 보면서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어렸을 때 마을 어른들한테 들은 적 있어. 엘븐우드, 세상 어딘가에 ‘하이엘프’들이 사는 마을이 존재한다고.”
“하이엘프?”
슈와아악-
대화가 오가는 중에도 이미 그들을 태운 카이셀은 도시의 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서 활강하고 있던 수호가 방향을 반대로 틀어 이쪽으로 다시 돌아오는 모습에, 카이셀 또한 속도를 늦추고 허공에서 수호를 기다려 주었다.
“엘븐우드? 저게 하이엘프들이 사는 도시라고?”
“귀도 밝네.”
어느새 시르카의 앞까지 도착한 수호.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사방에서 그림자 병사들과 정령이 깃든 새들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음에도, 수호는 용케 둘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던 것이다.
“하이엘프가 뭔데?”
“하이엘프는 우리 아이스 엘프보다 상위 부족을 말해. 내가 우리 부족의 수호자라면, 하이엘프들은 부족원들이 전부 수호자급이라고 들었어.”
“뭐? 전부 수호자급이라고?”
수호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하지만 시르카는 조금 자신 없는 표정이었다.
“응. 그런데 나도 어른들한테 들은 이야기일 뿐이라 확실한 건 아니야. 하이엘프는 우리 엘프들 사이에서도 전설로만 전해지는 부족이거든.”
“실라드, 뭐 아는 거 있어?”
수호는 시르카는 물론, 시르카에게 하이엘프들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는 아이스 엘프들보다도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을 터인 군주를 직접 불러내어 물었다.
[설인들의 왕, 혹한의 군주가 턱을 쓸며 한껏 거드름을 피웁니다.] [설인들의 왕, 혹한의 군주가 하이엘프들은 군주가 되지 못한 패배자들의 모임터라 말합니다.]“군주가 되지 못한 실패자들?”
묘한 표현에 수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 말은 꼭 하이엘프가 군주의 바로 아래 등급이라는 걸로 들리는데. 혹시 실라드 당신도 하이엘프였어?”
[설인들의 왕, 혹한의 군주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설인들의 왕, 혹한의 군주가 자신은 아이스 엘프들 중에서 유일하게 하이엘프로 올라선 자, 모든 얼음 정령들을 지배하고 다스리는 왕이라 말합니다.]“……!”
실라드의 말에 시르카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 그럼 저는요? 저는 어떻게 되는 거죠?”
[나가리군.]“……?!”
덜컥.
옆에서 툭 튀어나온 베르의 한 마디에 시르카의 표정이 그 자리에서 돌처럼 굳어 버렸다.
시르카는 지금까지 자신만이 유일한 군주의 후예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전설상으로만 알려져 있던 하이엘프들이 저 도시에 버젓이 존재하고 있다면, 자신의 처지는 어떻게 된다는 말인가!
[그런데 소군주님. 뭔가 이상하나이다.]베르가 한마디를 더 보탰다.
[옛날에, 그러니까 지배자들과 군주들의 전쟁 중에 저는 한 번도 하이엘프들을 만나 본 적이 없나이다.]“……음. 그건 확실히 이상하네. 그 전쟁, 모든 종족들이 사활을 걸고 한 거 아니었어?”
확실히 이상한 일이었다.
싸움을 좋아하는 베르는 모든 전쟁터에 발 벗고 나섰던 선봉장이었다.
그런 베르가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종족이라니?
[설인들의 왕, 혹한의 군주가 그놈들이라면 충분히 그럴 만하다며 비릿한 미소를 짓습니다.] [설인들의 왕, 혹한의 군주가 하이엘프들은 군주가 되고 싶어 하는 자들, 누구보다 군주가 죽기를 바라는 비겁자들이라 말합니다.]“아, 군주가 죽어야 자기들이 차기 군주가 될 수 있으니까 참전하지 않고 뒤에 숨어 있었다는 건가? 종족이 멸망할 때까지도?”
이렇게 들으니까, 뭔가 이해가 되면서도 이상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잠시 생각을 하던 수호는 결정했다.
“……일단은 도시로 들어가 볼까. 어떤 놈들인지 직접 만나 봐야 알 수 있겠어.”
마침 도시가 코앞이었다.
보아하니 하늘의 전투는 병사들에게만 맡겨 놔도 충분할 것 같았다.
“어머니, 같이 내려가요.”
“그러자. 카이셀, 우리를 내려 주고, 잠시 내 그림자에 숨어서 쉬고 있을래?”
차해인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옆에서 충격에 빠져 있는 시르카의 등을 다정히 토닥여 주었다.
“괜찮아. 너는 누가 뭐래도 실라드에게 직접 선택받은 군주의 후예잖아.”
“…….”
크게 위로가 되진 않는 것 같아서 차해인은 마음이 안 좋았다.
차해인은 지난 몇 년을 아이스 엘프들과 함께 사는 동안, 시르카의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계속 지켜봐 온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시르카가 이 작고 여린 몸으로 부족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써 왔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정말 괜찮을 거야, 시르카.”
토닥토닥.
오늘따라 시르카의 이 여린 등이, 풍성한 은발로 덮여 있는 이 작은 등이 겁먹고 움츠려 있는 햄스터를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 * *
‘엘븐우드’로 추정되는 녹색의 도시로 진입하면서 수호에겐 사실 진짜 계획이 있었다.
‘잘됐어. 시르카를 성장시킬 기회야.’
애초에 수호에겐 하이엘프들이 어떤 놈들이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적이라면 죽이면 그만이다.’
어차피 다 경험치다.
애초에 북한에 온 가장 큰 이유도 그것이고.
‘죽여서 병사로 만든 뒤에, 시르카가 하이엘프가 될 수 있게 교육을 맡기면 딱이겠어.’
[설인들의 왕, 혹한의 군주가 매우 지혜로운 계획이라며 비열하게 웃습니다.]‘……그렇게 웃지 마. 괜히 나까지 악당이 된 기분이잖아.’
[설인들의 왕, 혹한의 군주가 고개를 갸웃거립니다.]하지만 진짜로 하이엘프들에게 자비심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리 차기 군주가 되고 싶어도 그렇지, 자신의 종족이 전부 멸망하는 순간까지도 뒤에 숨어 있었던 비겁한 놈들이라니.
베르도 이를 갈았다.
[응당 힘을 가진 자라면 당당하게 그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나이다. 그리고 당당하게 패배하고 그림자 군단에 들어왔다면, 지금 한창 이타림과의 전쟁에서 주군께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을지…….]그때였다.
“엘븐우드에 온 것을 환영하네, 그림자의 아들이여.”
……응?
수호 일행이 녹색의 도시에 진입한 순간.
몸이 2미터가 넘는 장신의 엘프들이 푸근한 미소로 그들을 마중 나와 있었다.
그 모습에 위축된 시르카를 제쳐 두고, 수호와 차해인은 경계심 짙은 눈빛으로 그들을 노려봤다.
“그림자의 아들?”
“내 정체를 알고 있다고?”
수호의 살기에 엘프들의 가운데 서 있던 늙은 엘프가 난감한 표정으로 도시 밖을 가리켰다.
“어찌 모르겠나. 정체를 숨길 생각이었다면 저 병사들부터 어떻게 하지 그랬나.”
“아.”
수호는 조금 머쓱해졌다.
여전히 도시 밖에선 수호의 그림자 병사들이 열심히 새들을 사냥하고 있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숫자가 워낙 많다 보니, 때마침 레벨까지 오를 정도로 열심히들 싸워 주고 있었다.
수호를 마중 나온 엘프들은 그 광경을 보며 질렸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겁을 먹은 기색은 없었다.
‘싸울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소군주님, 이 도시에 진입한 순간부터 이타림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나이다.] [아무래도 이 도시를 덮고 있는 결계의 영향인 것 같습니다. 어떤 결계인지 분석해 보겠습니다.]하르마칸도 작은 모습으로 나타나 수호의 귀에 속닥거렸다.
그의 말처럼 이 거대한 돔 형태의 결계가 도시 밖에 자욱한 푸른 안개를 안으로 못 들어오게 막고 있었다.
“이 결계는 뭐지?”
“허허. 궁금한 것이 아주 많은 표정이군. 내 다 알려 줄 테니, 이 살기를 조금만 걷어 주지 않겠나? 나는 그럭저럭 참을 만한데, 젊은 녀석들이 조금 버거워 보이는군.”
그 말에 수호는 순순히 살기를 거뒀다.
어차피 가장 앞으로 나선 이 늙은 엘프는 수호의 살기를 고스란히 받으면서도 여전히 인자한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다.
전혀 겁을 먹지도, 몸을 움츠리는 기색도 없는 모습이 전투가 벌어져도 자신이 있다는 뜻인지, 아니면 싸울 의지가 전혀 없는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수호는 힐끔 시선을 들어 그들의 머리 위에 떠 있는 이름표를 확인했다.
[??]‘확인 불가? 시스템이 해석하지 못하는 종족이라는 말인가. 아니면…….’
수호는 의심 가득한 시선으로 그들의 모습을 훑었다.
아이스 엘프들과 마찬가지로, 이곳의 엘프들의 외모도 기본적으로 미형이었다.
미남미녀, 심지어 늙은이조차도 잘생기고 아름다운 외형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유독 눈에 띄는 차이점이 있다면, 그들의 머리 위에 돋아난 한 쌍의 ‘뿔’이었다.
언뜻 보면 사슴의 뿔처럼 생겼지만, 그 재질이 범상치 않았다.
“신기하게 생겼네. 머리 위로 자라난 건 뿔인가, 아니면 나뭇가지?”
“구분 짓는 것은 의미 없다네. 같은 엘프라도 사는 지역이 달라지면 그 모습 또한 달라지는 법. 우리에겐 상식이지만, 평생을 같은 곳에서 사는 부족이라면 모를 수도 있겠군.”
헛헛하게 웃으며 대답하는 늙은 엘프의 시선이 시르카를 스윽 훑었다.
“……그나저나 실라드의 혈족은 오랜만에 보는군. 아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하이엘프들은 살기 좋은 땅을 떠돌며 사는 유목민이라네. 그러다 보니 추운 지역은 잘 안 가게 되지.”
차해인은 위축된 시르카를 자신의 등 뒤로 숨기며 물었다.
“너희가 하이엘프인가?”
“바로 맞혔네. 내 이름은 ‘포레스’. 원래 우리 하이엘프들 사이에는 부족장이 따로 없으나, 내가 가장 연장자라서 모두를 이끌고 있지.”
“그런데 너희는…… 다들 눈이 어떻게 된 거지?”
뿔도 그렇지만, 처음부터 가장 궁금한 것이 있었다.
이곳, 엘븐우드에 있는 모든 하이엘프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녹색의 안대로 두 눈을 가리고 있었다.
“눈이라…….”
차해인의 물음에 늙은 엘프 포레스의 입매가 처음으로 아래로 처졌다.
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눈이 있어 뭐하겠나. 종족의 멸망을 보고도,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던 눈 따위는 다 뽑아 버렸지.”
“……!”
“아무튼 환영하네. 우리의 마을을 구경시켜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