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258)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 258화(259/260)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258화
이변은 갑자기 일어났다.
고오오!
[이, 이런……!]엘븐우드를 덮고 있던 거대한 돔 형태의 결계가 삽시간에 잿빛으로 물드는 모습에, 밖에서 정령새들을 사냥하던 그림자 병사들은 크게 당황했다.
[아무래도 마스터께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 [모두 주인님께 돌아가라!]후와악!
시타와 퀘이의 외침에 모든 병사들이 즉시 전투를 멈추고 방향을 돌렸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출렁!
[……!]갑자기 도시로 들어가는 투명한 결계가 파동을 일으키며 그들을 튕겨 냈다.
분명히 아까 전만 해도 수호 일행을 순순히 통과시켜 주었던 결계의 기질이 순식간에 바뀐 것이다!
그림자 병사들의 표정이 다급해졌다.
[큰일났다! 결계가!] [이 결계가 우리의 진입을 거부한다!] [힘으로 깨뜨려라!] [안에 계시는 주인님이 위험하다!]콰콰콰쾅!
그림자 병사들은 총력을 다해 결계를 파괴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출렁-
[이, 이런!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녹색의 도시를 둘러싼 이 거대한 결계는 마치 도시를 통째로 지구에서 분리하기라도 한 것 같았다.
눈앞에 뻔히 보이는 도시의 안과 밖이, 얇은 막을 사이에 두고 아예 다른 차원으로 나눠진 것이다.
[공격을 멈추지 마라!] [어떻게든 뚫어야 한다!]쿠콰쾅! 콰왕!
[하르마칸!] [하르마칸은 어디 있느냐!]누군가 하르마칸을 찾았다.
그렇다. 이럴 때야말로 그림자 마령족이 나설 때였다.
하지만 다급히 하르마칸을 찾는 병사들의 외침에 퀘이가 대답했다.
[하르마칸은 이곳에 없다! 주인님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뭣이?! 그럼 우리는 이대로 밖에서 문을 열어 주기만을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병사들은 분통을 터뜨리면서도 결계를 공격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이대로 손 놓고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그림자 군단의 존재 의의.
자신들의 최우선 순위에 놓인 사명은 바로 성수호의 안전이었으니까.
그런 그들의 등 뒤에서.
쐐애애액-
병사들의 빈틈을 노리고 득달같이 날아드는 정령새들의 공격이 있었다.
까아악! 깍깍!
퀘이는 이를 갈았다.
[……설마 이게 다 전략이었나? 처음부터 우리들과 주인님을 서로 떨어뜨리기 위해서?] [그런 거라면 제대로 놀아났군. 설마 이 결계가 그런 용도였을 줄이야!]시타도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뭔가 이상했다.
[그런데 이상하군. 설마 우리가 이곳에 올 줄 알고 미리 덫을 놓았단 말인가? 대체 뭘 위해서?]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들이, 아니 성수호가 이곳을 발견한 건 지극히 우연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자신들이 미리 도착할 걸 예상하고 덫을 놓았겠는가?
[……분명 다른 목적이 있다. 이 도시에 사는 놈들은 분명, 우리가 아닌 다른 목적을 위해 이 결계를 만들었을 것이다.]촤촤촤악!
겁도 없이 덤벼드는 정령새 한 무리를 한 손으로 찢어발긴 시타의 몸이 하늘 높이 솟구쳤다.
그리고 가장 높은 곳에서 팔짱을 끼고, 아래로 펼쳐진 거대한 결계 주변의 모든 풍경을 한눈에 담았다.
시타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역시 뭔가 있다.] [뭐가 말이냐.]퀘이가 냉큼 날갯짓을 해서 시타의 곁으로 파다닥 날아왔다.
그리고 그의 시선을 따라 아래로 시선을 내리더니, 눈을 번뜩였다.
이렇게까지 높이 올라왔더니, 울창한 열대우림에 뒤덮여 가려져 있던 진짜 풍경이 비로소 눈에 들어온 것이다.
[아아, 그렇군. 이 주변이 통째로 도시였나.]녹색의 도시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 거대한 결계 밖에도, 이 일대를 따라 커다란 도시가 존재했던 흔적이 보였다.
[어디 보자…….]퀘이, 병사가 되기 전까지는 한국인으로 살아왔던 이민성은 머릿속으로 한반도의 지도를 떠올렸다.
그리고 이 일대가 대충 어느 지역이었는지를 가늠했다.
퀘이의 눈이 번뜩였다.
[그래, 개성! 대규모 공업단지가 있었던 곳이군.]북한.
수많은 던전 브레이크들로 인해 모든 것이 파괴되고 사그라진 땅.
이 열대우림은 그와 함께 죽어 갔던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 위에서 싹을 틔운 결과물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사람들의 시체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 나도 그 점이 이상하다.]시타는 살아생전 인도의 대규모 필드형 던전을 주무대로 활동했던 싯다르트 밧찬이었다.
그렇기에 뻔히 알고 있는 상식이 있었다.
[필드형 던전에 나뒹구는 시체들은 보통 마수들에게 다 뜯어먹히기 마련이지. 하지만 이렇게까지 뼛조각 하나 남김없이 먹진 않는다. 마수들이 애초에 그렇게 꼼꼼한 놈들이 아니니까.] [그렇다고 고작 2년 만에 다 썩어 버렸을 리도 없지.]대격변과 동시에 북한을 벗어나지 못하고 죽었을 북한인들의 수는 무려 천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됐다.
그런데 그 많은 수의 시체가 고작 2년 만에 뼛조각 하나 남기지 않고 모두 사라졌다는 건 지나치게 부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설마 죽지 않고 다들 도망쳤나?] [각성을 한 생존자들이야 당연히 있겠지. 하지만 죽은 사람들의 흔적은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는 것이 상식이다. 심지어 미스트 번이 됐다 한들 최소한의 잿더미는 남기 마련이니까.] [그럼 그 말은 결국.] [분명히 시체들을 누군가 수거해 간 게 틀림없다. 어쩌면 ‘아직’ 시체가 아닌 사람들 또한.] [……마스터를 위해 할 일이 생겼군.]순간, 시타와 퀘이의 서로를 마주 보며 눈을 번뜩였다.
[우리 용인족은 결계를 계속 두드리고 있겠다.] [그럼 우리는 폐허가 된 공업단지들의 수색을 맡지. 뒤져 보면 주인님께 도움이 될 뭐라도 나오겠지.] [믿고 맡겨도 되겠나?] [당연하지. 이래 봬도 내가 왕년에 별가루 좀 만들어 보겠다고 땅 좀 알아보고 다닌 몸이시다.] [그런 거라면 나야말로…….] [자랑이냐? 그럼 바꾸든가.] [……닥치고 바로 시작하지.]전직 빌런이었던 그들이 서로를 불쾌한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동시에 서로 반대 방향으로 흩어졌다.
이른바, 동족 혐오였다.
* * *
그 시각, 결계 안쪽은 순식간에 온 세상이 가시밭길로 변해 있었다.
슈왁! 촤악-!
바짝 메마른 잔디밭을 뚫고 튀어나온 뾰족한 나무 가시들이 수호 일행을 공격했고.
“어디 벌레처럼 발버둥 쳐 보아라!”
츄촤촤촤악!
굵고 뾰족한 나무뿌리들이 급속도로 가지를 뻗고 자라나, 의지를 가진 뱀처럼 땅을 기어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어차피 도망칠 곳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니!”
동시에 하이엘프들도 일제히 공격을 퍼부었다.
그들의 하얗고 매끈했던 팔은 나무줄기처럼 주욱 길어져, 채찍처럼 허공을 후려쳤고.
그들의 아름답고 수려했던 손가락은 메마른 나뭇가지처럼 뾰족하고 날카롭게 변해 바닥을 할퀴었다.
휘아악- 쾅!
촤촤악! 쾅!
온갖 방향에서 짓쳐들어오는 기괴망측한 공격들이 고작 1초도 안 되는 사이에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졌다.
그 공격의 중심에서, 순식간에 그 촘촘한 그물망에 포위당한 물고기 신세로 전락해 버린 수호 일행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맞대응을 펼쳤다.
“수호야.”
파칫!
악마왕의 장검을 치켜든 차해인의 눈에 싯푸른 안광이 번뜩였다.
“알아서 피하렴.”
꽈르릉!
백염의 폭풍.
마른하늘에 줄기줄기 내리치는 천둥벼락이 시야를 가득 채운 가시들을 요격했다.
……?!
그 순간, 살벌하게 덤벼들던 하이엘프들의 표정에 동요가 일어났다.
“이 기운은?!”
“백염?!”
눈이 없어도, 아니 눈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잘 볼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스스로의 눈알을 뽑고, 그 자리에 외신석을 박아 넣은 하이엘프들은 한눈에 차해인의 손에 들린 검의 정체를 눈치챘다.
[아이템 : 악마왕의 장검]입수 난이도 : S
종류 : 검
공격력 +350
악마왕 ‘바란’의 힘이 담겨 있는 장검입니다.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백염의 폭풍’ 효과가 발동합니다.
효과 ‘백염의 폭풍’ : 일정 지역 안에 끊임없이 번개가 몰아치는 폭풍을 생성합니다.
실로 경악스러운 일이었다.
“어떻게?!”
“바란은 분명 오래전에 죽었을 터인데?!”
“어찌하여 인간의 손에 군주의 유물이 들려 있는가!”
바란은 죽었으나, 바란의 상징이었던 ‘백염의 폭풍’은 여전히 차해인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차해인이 본격적으로 춤을 추듯 움직이는 순간.
스킬, ‘검무’
-백염의 폭풍
화아아아아악-
수백 갈래로 쪼개진 섬광이 사방을 뒤덮었다.
“마력은 조절했다.”
동시에 차해인의 목소리가 수호에게 닿았다.
“그동안 검 쓰는 요령을 좀 익혔거든.”
차해인에겐 수많은 별명이 있었으나, 그중에서도 유독 유명한 별명이 있었으니.
‘훈련 중독’
한때는 세계적인 운동선수였으며, 또 언젠가는 한국의 대표 S급 헌터였던 차해인.
그동안 차해인이 광룡들의 무덤에서 할 일 없이 시간만 보내는 동안, 이미 ‘악마왕의 장검’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차고도 넘치는 훈련을 마친 상태였다.
“공격을 얕고 넓게 퍼뜨렸다. 범위형 상태 이상을 걸었으니, 나머진 맡긴다.”
파지지지지지직!
엄청나게 많은 다수를 상대하기 위해선 마력을 아끼는 것이 기본.
동시에 수호의 경험치를 뺏지 않기 위한 배려가 돋보이는 전투.
그런 어머니의 질풍 같은 벼락을 뚫고, 앞으로 튀어 나가는 수호의 눈빛에 지옥의 업화가 일렁였다.
“타올라라.”
화륵!
순간, 이미 엘븐우드를 통째로 집어삼킨 수호의 그림자가 뜨겁게 이글거렸다.
그 중심에서 수호는 진심을 다해 하이엘프들을 비웃었다.
“마른 장작들아.”
후와아아악!
“감히!”
“정령들의 의지에 거역하는 피조물들이여!”
“순순히 우리의 양분이 되어라!”
“엘븐우드여, 일어나라!”
아무래도 엘븐우드라는 이름은 도시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나무를 뜻하는 것 같았다.
그 태산처럼 거대한 나무가 거대한 뿌리들을 일제히 일으키며 지진을 일으켰다.
그 앞에서 포레스가 광소했다.
“가소롭구나! 그림자의 아이여!”
“우리는 하이엘프들의 몸을 차지했다!”
“최소한 군주급이 아니고서야 우리는 결코……!”
“그러니까.”
그 말에 수호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내 말이.”
휘와아악
순간, 사방에서 휘몰아치며 수호를 중심으로 모여드는 검붉은 기운.
외신석을 통해 그 실체를 목격한 포레스의 안색이 급변했다.
“자, 잠깐! 그 기운은 설마?!”
“응.”
“아니, 그림자의 아이가 어째서……!”
“뭐, 어쩌다 보니.”
[‘스킬 : 파멸의 숨결’을 사용합니다.]콰오오오오!
……!
바란의 백염에 놀라는 건 시작에 불과했다.
지옥의 업화, 파멸의 기운이 거대한 나무 엘븐우드를 향해 일직선으로 뻗어 나가는 광경은 그 자체로 충격과 공포였으니.
“안 돼-!”
경악한 하이엘프들은 온 힘을 폭발시키며 수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런 그들을 향해, 수호의 양손에서 ‘카미쉬의 분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은 출발 전에 유진호가 베르에게 건넸던 작은 선물.
그가 수호를 위해서 대형 길드들을 탈탈 털어, 그들의 재화를 철저히 쥐어짠 끝에 간신히 찾아내고 만 ‘룬석’ 하나.
그렇게 새로 배우게 된 스킬이 마침내 수호의 손에서 펼쳐진 것이다.
[‘스킬 : 난도’를 사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