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259)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 259화(260/260)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259화
모든 건 베르의 흉계였다.
수호가 보상으로 카미쉬의 분노를 받은 순간부터.
수호의 손에 드디어 성진우의 주무기였던 단검이 들려진 순간부터.
[키에에에엑!]베르는 기다렸다는 듯이 유진호를 닦달하기 시작했다.
[단검! 단검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어떻게든 단검과 관련된 스킬들을 찾아내 대령하거라!]하지만 베르에게 다짜고짜 멱살을 잡힌 유진호는 더 이상 예전처럼 베르 앞에서 쩔쩔매던 애송이가 아니었고.
-맡겨 둬. 내가 어떻게든 해 보지.
이제는 더없이 믿음직스러운 어른의 눈으로 베르와 당당히 눈을 마주치며, 오히려 이렇게 되묻는 것이었다.
-그래서 형님의 스킬들이 뭐가 있었다고?
지배자의 권능과 그림자 권능 같은 건 당연히 불가능하겠지만, 그 외의 스킬들이라면 ‘룬석’만 구하면 얼마든지 배울 수 있었다.
애초에 성진우와 성수호가 이레귤러일 뿐.
지구상의 모든 헌터들은 언제나 룬석을 찾아 헤매는 것이 일상이었다.
강해질 방법이 룬석 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으니 말이다.
현실이 그렇다 보니, 룬석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고.
그 스킬의 가치와 희귀도에 따라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었다.
‘스킬 : 난도’
이 스킬은 전 세계의 암살계 헌터들 중 고작 몇 명밖에 없다는 탑 티어 스킬로, 그 가치는 ‘스킬 : 은신’보다도 훨씬 높은 등급의 보물이었다.
그리고 이런 물건들은 애초에 시장에 풀리지도 않는다.
팔기보단 그 룬석을 구한 헌터나 길드의 대표가 직접 배우는 것이 훨씬 이득이 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스킬이나 덥석덥석 배우는 건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손해였다.
암살계 스킬은 암살계 헌터가 배워야 효율이 좋은 건 당연한 상식.
그렇다 보니, 룬석을 발견하면 그 스킬의 적격자를 찾기 전까진 얌전히 길드의 금고 안에 보관해 두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리고 유진호는 기어코 그들의 금고를 탈탈 털어, 원하는 것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아니, 정정한다.
찾을 때까지 쥐어짰다.
-내가 말했지? 쥐어짜면 결국 나온다니까.
더없이 듬직해지고 악랄해진 유진호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잘 컸군.]베르는 여러 의미를 내포한 말을 중얼거리며 음험하게 웃었다.
그리고 앞을 봤다.
[‘스킬 : 난도’를 사용합니다.]촤촤촤촤촤촤촤촤!
수호의 단검 두 자루가 적들을 무자비하게 난도질하고 있었다.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다, 결국엔 눈으로 따라잡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
시야를 가득 채운 검은 궤적들.
그 궤적을 따라 하이엘프들의 몸이 사정없이 잘려 나가고 있었다.
[보이십니까, 왕이시여.]그 광경 앞에서 베르의 목소리가 아련히 울려 퍼졌다.
“크아악……!”
그저 아름다웠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하이엘프들의 비명들이 마치 오페라처럼 울려 퍼졌다.
꽈릉!
파지지지지직!
그들의 머리 위로 내리꽂히는 천둥벼락은 천사의 나팔 소리와 같았고.
화륵! 확확! 화르르륵!
아름답던 엘븐우드는 순식간에 파멸의 불길로 불바다가 되어 버렸다.
[??를 처치했습니다.] [??를 처치했습니다.] [??를 처치했습니다.] [??를 처치했습니다.]…….
[‘가호 : 탐식의 가호’가 경험치를 증폭시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이 모든 것들이 하나로 어우러진 치열한 전쟁터의 모습이 마치 장엄한 레퀴엠 같아서, 베르는 웃음을 터뜨렸다.
[들리십니까, 왕이시여!]그리고 읍소했다.
자신의 목소리가 부디 외우주에 있는 성진우에게까지 닿길 바라며.
[보시옵소서! 당신의 아들이 당신께서 걸으셨던 길을 고스란히 따라가고 있나이다!]베르에게 이 모든 것들이 곧 자신이 섬기는 왕에게 올리는 기도였으며 제사였으니.
‘스킬 : 난도’는 성수호가 아닌 성진우를 위해 올리는 베르의 마음이었다.
그때.
움찔.
순간 베르의 더듬이가 움찔하더니, 베르의 눈이 어딘가를 지그시 노려봤다.
[……찾았다.]전쟁 중에 전투가 벌어지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
하지만 전투에만 열중하느라 초기의 목적을 잊으면 곤란한 것이다.
[외신의 기운!]전투는 전투고, 베르는 애초에 수호가 이 수상쩍은 도시에 발을 들였던 목적을 잊지 않고 있었다.
일대를 필드형 던전으로 만들어 버린 근본적인 원인.
엘븐우드가 불타면서, 마침내 숲과 나무에 가려져 있던 기운의 위치가 베르의 감각에 포착된 것이다.
[소군주님! 게이트를 찾았나이다! 총 3개의 게이트가 땅 밑에서 느껴지나이다!]베르의 외침에 수호보다 먼저 반응한 이가 있었다.
“감히!”
포레스가 이를 악물었다.
그러곤 수호의 검에 절반이나 잘려 나간 팔을 길게 뻗어, 옆에서 불타 비명을 지르는 다른 하이엘프의 목을 휘감았다.
콰드득!
……?!
마치 나뭇가지에서 사과를 떼어 냈을 때처럼.
가볍게 동족의 목을 꺾어 머리통을 뽑아 버린 포레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슈와아악!
머리통이 뽑힌 하이엘프의 목구멍을 타고, 그 안에 들어 있던 정령들이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마치 콜라를 흔들고 뚜껑을 땄을 때처럼.
폭발하듯 밖으로 분출된 수많은 정령이 포레스의 팔을 타고 전신을 휘돌기 시작했다.
콰직! 콰직!
그러자 수호와 싸우던 다른 하이엘프들도 포레스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수호의 공격에 당해 껍데기가 못 쓰게 고장이 나 버린 동족의 시체를 직접 찢어 내고, 그 안에 들어 있던 정령들을 빨아들인 것이다.
그어어어어어!
그러자 놀라운 속도로 여기저기서 하이엘프들의 몸집이 점점 커지고 부풀어 올랐다.
마치 그 모습이 엘프를 닮은 거대한 고목나무 같았다.
“세, 세상에……!”
언뜻 아름답다고 생각될 수도 있는 광경이었으나, 적어도 엘프인 시르카의 눈에는 아니었다.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끔찍했다.
“하나가 아니었다니! 대체 몸 하나에 얼마나 많은 정령들이 들어간 거야!”
“허허. 어린 엘프야. 무엇이 그토록 두려우냐. 어차피 너희 엘프들과 우리는 이런 관계인 것을 정녕 몰랐더냐.”
시르카가 기겁하는 모습을 내려다보며 껄껄 웃는 포레스의 미소가 기괴하게 비틀려 있었다.
같은 엘프로서 소름이 끼쳤다.
‘저런 건 엘프가 아니야.’
그는, 아니 ‘그들’은 엘프의 흉내를 내고 있는 무언가였다.
이제야 이해가 갔다.
애초에 저들에게 눈 따위는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이미 저들의 몸속에는 수없이 많은 눈들이 꽉꽉 들어차, 세상 밖을 훔쳐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약간의 구멍만 뚫려도 밖으로 삐져나올 만큼이나 한가득!
‘저런 게 하이엘프라고?’
저런 끔찍한 것이 하이엘프라면, 자신은 절대로 사양이었다.
잠깐이라도 하이엘프가 되고 싶어 했던 자신의 마음이 떠오르자, 시르카는 진저리를 쳤다.
“수호야! 이놈들은 정령들의 군집체야! 우리가 메아리숲에서 본 아이스 골렘들보다 훨씬 지독한……!”
“감히 아이스 골렘 따위와 우리를 비교하느냐!”
쿠와앙!
“……!”
시르카의 말에 기분이 상한 걸까.
분노한 포레스의 거대한 손바닥이 바람을 찢고 하늘 위에서 수직 낙하했다.
쾅-!
수많은 정령들의 눈동자로 가득 찬 흉물스러운 손바닥이 벌레라도 잡듯이 시르카를 내리친 것이다.
하지만 천만다행히도 때마침 시르카의 앞에서 몸을 일으킨 검은 그림자 병사 두 명이 있었다.
[……흠. 이 정도인가.] [거뜬하군.]그리드와 아이언.
커다란 방패와 전신 갑주로 무장한 그들이 나란히 서서 포레스의 손바닥을 막아 낸 것이다.
그 든든한 뒷모습을 보며 시르카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참고로 그리드와 아이언은 최근까지 외신교의 대사제와 사제였던 자들.
이들의 눈에 정령들에게 잡아먹힌 하이엘프들의 모습은 조금은 남다르게 느껴졌다.
[그래도 외신석을 눈에 박을 생각을 한 건 좀 신박한데. 이러면 뭔가 좀 다른 게 보이나?] [시력을 상실하는 대신, 어쩌면 외신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을지도?]크아아!
그사이에도 포레스의 크기가 더 커지자, 어마어마한 중압감이 그리드와 아이언을 짓눌렀다.
“시르카! 얼려 버려!”
때마침 들려온 수호의 외침에 퍼뜩 정신을 차린 시르카가 ‘혹한의 가호’를 발휘했다.
휘오오- 쩌저정!
그러자 혹한의 눈보라가 불어닥쳐, 포레스의 손과 팔을 꽁꽁 얼려 버렸고.
때마침 서리가 낀 그 팔뚝 위로 날아온 수호가 검을 내리찍었다.
꽈직! 쩌저적!
급속히 얼어붙은 나무 위로 뜨거운 열기를 이글거리는 검이 충돌하자, 포레스의 팔이 단번에 부러지고 말았다.
[소용없다!]휘와아악!
그 순간, 부러진 팔 속에서 일제히 튀어나온 수많은 정령들이 한 목소리로 외치며 수호의 몸을 한꺼번에 습격했다.
숲이 불타고, 벼락이 내리치는 엘븐우드.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여전히 웃을 수 있는 이유가 있었으니.
[우리는!] [죽지 않는다!]슈와아악!
“수호야!”
수많은 정령에게 집어삼켜진 수호의 모습에, 나무들과 싸우던 차해인이 다급히 소리치며 달려왔다.
[소군주님-!]베르도 기함하며 수호를 향해 날아왔다.
그 중심에서, 수호의 귓가에 정령들이 한목소리로 속삭였다.
[허허. 외신석을 눈에 박으면 외신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그들은 그리드와 아이언이 했던 말을 비웃고 있었다.
[그 반대의 경우는 생각하지 못하나?]‘그 반대라고? 설마?’
그 말에 수호는 중요한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설마 너희의 눈을 통해 외신들이 이쪽을…….”
슈와아악!
그 순간, 정령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수호를 덮쳤고.
화륵!
수호의 전신을 휘감고 있던 검붉은 그림자가 놈들을 튕겨 냈다.
그러자 정령들은 즉시 방향을 틀어 차선책을 택했다.
바로 시르카.
아이스 엘프들의 왕이었던 실라드의 혈족.
[어린 엘프야.] [기회를 주마.] [우리와 하나가 되자.]“……?!”
슈와아악!
시르카의 동공이 확장되었다.
자신을 향해 몰려오는 온갖 기괴한 것들의 앞에서 시르카의 몸이 굳어 버렸다.
하지만 그때.
다급히 시르카를 향해 손을 뻗는 수호의 입에서 튀어나온 건 시르카의 이름이 아니었다.
“실라드!”
그 순간.
[‘스킬 : 알 수 없음’이 발동합니다.]번쩍!
가까스로 시르카의 손을 붙잡은 수호의 정신이 아래로 추락했다.
* * *
아득한 어둠.
혹은 빛무리 어딘가.
그 가운데서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폭풍 속에 수호의 정신이 갇혀 있었다.
하지만 그 폭풍 속에서 이리저리 휘둘리면서도, 수호는 그저 평온하게 눈을 감았다.
[……오래전, 군주 전쟁에 투입되었던 아이스 엘프 전사들에게는 언제나 얼음 정령의 가호가 따라다녔다.]수호를 향해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의 손에 활이나 어떤 무기가 들려지면, 그 모든 공격에는 ‘혹한의 저주’가 깃들었지.]‘……실라드?’
이윽고 수호는 목소리의 정체를 깨달았다.
아아, 성공했구나.
이곳은 설인들의 왕, 혹한의 군주의 세상이었다.
[우리가 쏘는 화살에 맞으면 그 부위가 얼어붙었고, 휘둘러지는 칼날에 베이면 피도 튀지 않으며, 절단면을 통해 시리고 잔혹한 냉기가 몸속의 혈관을 타고 침투했다.]하지만 여전히 수호는 눈을 감고 있었고.
실라드는 보이지 않았다.
그저 그의 담담한 목소리만이 수호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그렇게 공격이 점점 누적되다 보면, 상대는 결국 서서히 얼어 죽고 말았다. 모두가 우리를 두려워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정령술을 사용하는 엘프 전사들의 이야기. 반대로 정령들에게 잡아먹힌 엘프들의 말로는 처참했다.]수호는 문득 떠올렸다.
정령들에게 홀린 엘프들이라면 이미 파사드 아일랜드에 있는 아이스 엘프의 성역에서 진즉 싸워 본 적이 있지 않은가.
당시에 에실은 그들을 보자마자 혀를 찼었다고 했다.
-가관이네. 설인들이 얼음 정령에게 잡아먹혔다고? 대체 생전에 얼마나 약해 빠진 놈들이었던 거지?
정령술이 특기인 엘프들이 정령들을 부리기는커녕 오히려 심령을 잡아먹히다니.
실로 어처구니없는 상황 아닌가.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랐다.
실라드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적어도 이곳, 엘븐우드의 하이엘프들은 절대 약해서 정령들에게 잡아먹힌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더욱 강해지기 위해서, 스스로의 선택으로 정령들을 받아들인 것일 터.]‘…….’
비로소 폭풍 속에 갇힌 수호가 눈을 떴다.
그 너머에 실라드의 모습이 보였다.
[아마도 녀석들의 원래 목적은 그 몸에 정령이 아니라 ‘태초의 어둠’을 받아들이려 했을 것이다. 그래야 군주가 될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먼저 태초의 어둠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찾아야 했겠지.]수호를 집어삼킨 폭풍을 바라보는 실라드의 표정은…… 조금 씁쓸해 보였다.
아무리 봐도 이건 정상적인 정령술이 아니었다.
[외신석? 그런 수상쩍은 물건을 눈에 박아 넣다니. 이런 짓은 아무리 그 머저리들이라도 절대로 하지 않았을 일이다. 분명히 어떤 놈들이 그 녀석들을 홀려 강제로 한 짓이겠지.]휘오오-
실라드가 손을 뻗자, 새하얀 바람이 휘돌며 수호를 집어삼킨 폭풍 속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다시 실라드가 손을 움켜쥐자, 그 폭풍 속에 휩쓸려 있던 누군가의 의지가 작은 얼음꽃으로 피어올랐다.
그 초라한 얼음꽃을 보며 실라드는 혀를 찼다.
[오랜만이다, 포레스. 나의 질긴 악우여.]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실라드의 표정에 서서히 분노가 차올랐다.
[말해라. 너희를 이 어항 속에 넣고 키운 놈들이 누구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