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27)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26화(27/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26화
그 말에 악마들의 눈에 탐욕이 차올랐다.
“라디르?”
“라디르 가문이라고?!”
악마들의 입꼬리가 길게 찢어지며 광소가 터져 나왔다.
“설마 아직도 라디르에 살아남은 악마가 있었나!”
“크하하! 이번엔 월척이로구나!”
악마 귀족의 피는 귀하다.
특히 요즘처럼 모든 귀족 가문이 멸족하고 잡종들만 남아 있는 악마계에서는 더더욱!
“틈을 주지 마라!”
악마들은 다짜고짜 라디르 가문의 악마 에실에게 덤벼들었다.
그들의 덩치가 폭발적으로 커져 쏙 길어진 손톱에선 사악한 마기가 줄줄 뻗어 나와 에실의 목숨을 노렸다.
“하급 악마들 주제에 감히!”
에실은 그 모든 공격을 사뿐히 뛰어올라 피해 내고 거침없이 창을 휘둘렀다.
하지만 하급 악마들은 코웃음을 치며 에실을 계속 몰아붙였다.
“크하! 그딴 급수를 나누기엔 세상이 많이 변했지!”
“우리가 악마 귀족을 사냥하는 날이 올 줄이야!”
“크윽!”
수세에 몰린 에실은 분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었다.
이미 악마계에서 오랫동안 수많은 악마들에게 쫓겨 다닌 탓에 체력이 바닥난 지 오래였다.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다짜고짜 본체 상태로 지구에 강제 소환당한 탓에 힘에 제약까지 걸린 것이다.
그 제약을 풀기 위한 방법이 바로 ‘빙의’다.
저 하급 악마들은 인간에게 빙의해 육체를 가로챈 상태였고, 거기에 별가루까지 개발해 힘을 증폭시킨 것이었다.
힘이 약화된 악마 귀족과 힘이 증폭된 하급 악마들의 전투.
누가 우세할지는 뻔한 결과였다.
“크하하! 귀족의 순혈이다! 순혈이라고!”
“순혈로 별가루를 만들 수 있겠구나!”
[소군주님.]그때 갑자기 수호의 귓가로 나타난 베르가 조용히 속삭였다.
수호는 갑자기 전투가 벌어진 틈에 슬쩍 뒤로 빠져 있었다.
“그래. 지금이다.”
수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짐수레에 실려 있는 헌터들과 시선을 교환했다.
그에 헌터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은밀히 몸을 일으켰다.
‘계획에 없던 일이 생기긴 했지만 오히려 잘됐어.’
처음 그들의 계획은 이거였다.
1) 잠입 : 수호가 까마귀 가면과 검은 로브를 입고 막내 악마인 척 팩토리에 잠입한다.
2) 소란 : 그 후 수호가 내부에서 ‘소란’을 일으켜 악마들의 시선을 자신에게만 집중시키면.
3) 도주 : 그 틈에 피투성이로 분장한 헌터들이 팩토리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구출해 도주하는 것.
그런데 이 계획에서 수호가 먼저 소란을 피우기도 전에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이었다.
‘우리는 계획대로 움직인다.’
짐수레에 타고 있던 헌터들은 임 조교를 포함해 모두 ‘속도’ 관련 스킬의 보유자였다.
스팟.
수호와 그들은 동시에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순식간에 구석에 묶여 있는 사람들 곁으로 도착해 그들의 입을 틀어막았다.
“쉿.”
“……!”
빠르게 그들과 시선을 교환하자, 그 뜻을 알아들은 사람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뚜둑.
수호는 그들을 묶고 있던 쇠사슬을 힘으로 뜯어냈다.
‘됐다!’
임 조교는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마음에 심장이 벌렁댔다.
‘이제 업고 뛰기만 하면 돼!’
그가 민간인 한 명을 등에 업는 순간이었다.
“어?”
라디르 가문의 에실과 싸우고 있던 하급 악마들 중 하나가 그 장면을 보고 말았다.
“막내 안 싸우고 거기서 뭐하니?”
까마귀 가면 너머로 보이는 악마의 눈에 의심의 빛이 스쳐 갔다.
수호는 대답 대신 외쳤다.
“뛰어!”
파밧!
때마침 민간인들을 모두 어깨에 둘러멘 헌터들의 신형이 최대 속도로 뛰쳐나갔다.
목표는 출입구!
“어딜!”
그 순간 에실과 싸우던 악마 몇 마리가 빠르게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았고.
쐐애액!
사악한 마기가 헌터들을 향해 쇄도했다.
그때 수호가 뒤에서 외쳤다.
“멈추지 말고 계속 달려요!”
그 말에 헌터들은 결연한 눈빛으로 속도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그럴수록 빠른 속도로 악마들의 공격이 더욱 가까워졌지만.
‘믿는다!’
수호를 믿고 계속 달렸다.
그리고 수호는 그들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일어나라!”
순간.
[케르륵!]“……!”
덥석! 덥석! 덥석!
덥석! 덥석! 덥석!
수호가 미리 출입구 근처에 심어 뒀던 그림자 고블린들의 팔이 바닥에서 솟구쳐 올라, 악마들의 다리를 물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이 무슨……?!”
소스라치게 놀라는 악마들.
하지만 놀라기는 일렀다.
[키힛!] [케헤헷!]그림자 고블린들은 성정이 고약하다.
녀석들은 들고 있던 도축용 칼로 악마들의 발목을 가차 없이 그어 버렸다.
“끄악!”
현재 악마들이 들어가 있는 인간들의 몸은 실로 나약하다. 아주 살짝만 아킬레스건에 상처를 내도 힘을 못 쓰니까.
악마들이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주저앉는 순간.
‘이 틈에!’
헌터들은 그 곁을 빠르게 지나쳐 결국 팩토리 밖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마지막으로 철문 밖을 나서던 임 조교가 고개를 돌려 뒤에 남겨진 수호를 쳐다봤다.
‘진짜 괜찮겠어?’
눈만 봐도 그가 하려는 말을 알아들은 수호가 히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쾅!
철문이 닫혔다.
탈출에 걸린 시간 3초.
악마들이 그림자 고블린들을 찢어 죽이고 다시 몸을 일으킨 시간 2초.
도합 5초.
모든 계획이 순조롭다.
‘이제 남은 건…….’
내 차례인가.
수호의 시선이 빠르게 악마들의 숫자를 셌다.
조금 전 소환된 보라 머리 악마를 제외하면.
‘총 9마리.’
문제는 이놈들 하나하나가 전부 아까 자신이 가까스로 처치했던 ‘막내’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할 만해.’
수호의 시선이 자신의 그림자로 내려갔다.
그리고.
“일어나라.”
이곳에 잠입하기 전, 미리 추출해 둔 그림자 병사를 불러냈다.
“브로키.”
……!
그 순간 수호의 앞에 거대한 그림자가 솟구쳤다.
슈와아아악!
[브로키 Lv.1]기사 등급
전신이 검은 증기가 되어 끓어오르는 거대한 하이에나 마수.
이 녀석이 바로 수호의 처음에 계획이었던 ‘소란’이었다.
지금은 순서가 반대로 바뀌긴 했지만, 악마들을 사냥하기엔 더욱 좋은 상황이었다.
[캬오오오-!]살기에 찬 브로키의 포효가 팩토리를 쩌렁쩌렁 흔들었다.
“뭐, 뭐야!”
에실을 사냥하기 위해 맹공격을 퍼붓고 있던 악마들은 크게 당황했다.
“브로키가 왜 여기에?!”
“아니, 뭔가 좀 다른데……?”
악마들은 하이에나 길드를 뒤에서 이끌고 있던 브로키를 이미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악마들에게 별가루의 재료인 사람들을 납치해서 넘겨줬던 대표적인 거래처가 바로 하이에나 길드였던 것이다.
이로써 상황은 훨씬 나아졌다.
하지만 아직 문제가 남아 있었다.
브로키와 악마, 그 둘과 모두 싸워 본 수호의 경험에 의하면 일대일로는 브로키가 눈앞의 악마들보다 더 강한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악마들의 숫자는 무려 아홉.
지금 이대로는 승산이 없었다.
하지만.
이러면 어떨까?
“베르!”
[키에엑!]수호의 외침에 베르의 작은 몸에서 사악한 기운이 사방으로 펼쳐졌다.
[베르가 ‘스킬 : 가혹한 지휘’를 사용합니다.] [‘스킬 : 가혹한 지휘’가 브로키의 능력치를 50% 상승시킵니다.] [‘스킬 : 가혹한 지휘’의 부작용으로 브로키가 광기의 저주에 걸립니다.] [캬아오!]브로키가 다짜고짜 악마들을 덮쳤다.
투쾅!
“끄헉?!”
야구방망이처럼 휘둘러진 브로키의 거대한 앞발에 악마들이 속절없이 튕겨 나갔다.
그리고 호쾌하게 콘크리트 벽에 처박힌 놈들을 향해 수호의 쌍검이 회오리쳤다.
‘폭풍 베기!’
[‘스킬 : 폭풍 베기’를 사용합니다.]쿠와아앙-!
수호의 몸이 태풍처럼 휘돌며 놈들을 몰아붙였다.
[하급 악마를 처치했습니다.] [하급 악마를 처치…….]“헉헉…….”
덕분에 홀로 지독한 전투를 치르고 있던 에실은 가까스로 한숨을 돌렸다.
그런데 안도를 하기보단 오히려 맹위를 떨치고 있는 브로키의 모습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 커져 있었다.
“저 마수는 설마……?”
[캬오오!]쿠콰콰쾅……!
대전차 같은 육중한 덩치로 악마들을 몰아붙이는 검은 마수.
에실이 알기로 저렇게 생긴 소환수를 부리는 존재는 이 세상에 단 한 명밖에 없었다.
오래전 홀로 악마계를 멸망시킨 자.
앞을 막아서는 모든 악마들을 궤멸시키고, 결국엔 악마 군주 바란까지 쓰러뜨린 자.
그 두렵고도 위대한 이름.
“……성진우 님이 여기 계시다고?!”
줄곧 서릿발 같은 기세를 풍기고 있던 에실의 얼굴이 급격히 환해졌다.
그리고 다급히 성진우의 모습을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어디! 어디 계시죠? 진우 니…….”
그리고 결국 발견하고 말았다.
“……임?”
비록 성진우는 아니었지만.
소싯적의 성진우와 매우 닮은 얼굴 하나를.
“어라?”
에실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때였다.
[오랜만이군.]베르가 에실의 앞에 스르륵 모습을 드러냈다.
“누구…… 설마 베르?!”
에실은 오랜만에 본 베르의 달라진 모습에 깜짝 놀랐다.
“왜 이렇게 작아졌어?”
자신이 기억하는 베르는, 성진우의 옆에서 누구보다 앞장서 적들을 학살했던 악마보다 더 끔찍한 악귀였다.
그런데 어째선지 지금의 베르는 주먹만 한 크기의 귀여운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반면에 베르도 궁금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는 너는 상당히 약해졌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헤헤. 고생을 좀 했달까.”
에실은 피를 철철 흘리는 와중에도 헤실헤실 웃으며 종알거렸다.
베르는 그 모습이 한심한지 코웃음을 쳤다.
[다 죽어 가는 주제에 태평한 성격은 여전하군.]“아직 안 죽었으면 된 거지 뭐. 에효효.”
털푸덕.
베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에실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베르를 본 순간 모든 긴장이 풀린 것이다.
에실은 바닥에 넙죽 엎드린 채로 낑낑거리며 베르를 불렀다.
“베르, 나 진짜 죽을 것 같은데, 힐 좀 걸어 주면 안 될까?”
[싫다.]“아, 왜.”
[마력 아깝다.]단칼에 거절하는 베르의 모습에 에실은 깨달았다.
“아하. 너도 약해졌구나?”
[키에엑! 나는 아니다!]발끈하며 화를 내는 베르였다.
이러는 중에도 수호의 전투는 계속되고 있었다.
[하급 악마를 처치했습니다.] [하급 악마를 처치했습니다.] [볼칸의 뿔이 악마의 영혼을 포식합니다.] [볼칸의 뿔이 악마의 영혼을 포식합니다.]…….
전황은 이미 수호 쪽으로 완벽히 기울어져 있었다.
브로키의 능력치를 무려 50%나 상승시켜 주는 가혹한 지휘는 별가루보다 훨씬 증폭률이 높았으니까.
거기에 악마들을 죽일수록 수호도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포식한 악마의 영혼 : 3] [포식한 악마의 영혼 : 4]…….
[효과 ‘파괴 욕구’ : 물리 데미지를 [33%] 증가시킵니다.] [효과 ‘파괴 욕구’ : 물리 데미지를 [34%] 증가시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끄억!”
털썩.
수호의 검이 마지막 악마의 목을 참수하는 순간.
마침 수호의 레벨도 딱 20레벨에 도달했다.
그러자.
띠링!
[레벨이 20을 초과하였으므로 ‘상점 : 구매’ 이용이 가능해집니다.]“응?”
도착한 메시지를 확인한 수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상점 시스템도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