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277)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278화(279/292)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278화
수호의 빵집으로 인해 시장은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었다.
빌런들은 앞다투어 수호의 경매에 참여하며 자신들이 가진 돈을 아낌없이 뿌려 대기 시작했다.
“이, 이건 무조건 사야 해!”
“대체 얼마 만에 맡아보는 빵 냄새냐!”
빵이라니!
아포칼립스 한복판에 빵집이라니!
그야말로 모든 빌런들의 입에 침이 고이고, 눈이 뒤집힐 만한 대사건이었다.
솔직히 누가 지금까지 마수 고기를 먹고 싶어서 먹었겠는가?
맛이 없다고?
아니, 그건 그냥 쓰레기다!
맛 같은 걸 평가할 가치도 없이, 진짜로 끔찍하게 토악질이 나온단 말이다!
솔직히 캡슐형 알약을 껍질을 까서 입에 탈탈 털어 넣어도, 마수 고기보단 훨씬 맛있게 핥아 먹을 자신이 있었다.
애초에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식료품이 과일인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쓰디쓴 한약을 먹고, 재빨리 사탕이라도 하나 까서 입에 넣는 것과 정확히 같은 행동 원리.
“50코인!”
“60코인!”
“80코인이다!”
여기저기서 경매 가격들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치솟기 시작했다.
“100코인!”
“110코인!”
“150코인-!”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며 시장의 열기가 끝도 없이 불타오른다.
지금 이러는 사이에도 매우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빵 냄새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 압도적인 패기 앞에서 빌런들의 굶주린 욕망은 한없이 무력했다.
하지만 이들이 이러는 이유가 단순히 굶주림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이곳에 모인 이들은 전부 닳고 닳은 장사치들.
지금까지 수많은 빌런을 상대로 시장 바닥에서 굴러먹은 사람들이라 그만큼 계산도 빨랐다.
‘일단은 사고 보자!’
‘얼마가 됐든 무조건 사야 해!’
‘어차피 더 비싸게 되팔면 그만이니까!’
아주 단순한 계산이다.
저 컨테이너 안에 제아무리 많은 빵이 들어 있더라도, 결국 빵이란 소비재.
언젠가는 모두 소비될 한정된 자원이라는 것이다.
그 희소성의 가치를 그들은 본능적으로 알아차렸다.
어차피 지금 여기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도시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전부가 아니었다.
오히려 시장 밖에 있는 사람들이 숫자가 훨씬 많았다.
그러니 가격이 얼마가 됐든 한 개라도 더 많이 사는 사람이 승자다.
사놓고 자신들이 먹어도 되지만, 지금 이곳에 없는 사람들에게 가져가면 훨씬 비싸게 팔아 치울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는.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일 테니까!’
자, 이제 판은 깔렸다.
이제부터 수호가 할 일은 그저 빙그레 웃으며 그들이 너도나도 부르짖는 호가를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시세를 모르면 호구라더니…….’
수호는 이미 저들이 자신을 어떤 눈으로 보고 있었는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어젯밤에 그림자 병사가 된 경비대장에게 도시에 대한 이모저모를 물어본 덕분이었다.
덕분에 수호는 시장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이곳의 시세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이제는 누가 호구지?’
하지만 시세를 모르면 또 어떠랴.
‘어차피 시세는 내가 정하면 되는 것을.’
씨익.
자고로 초록은 동색이라.
언젠가부터 수호와 베르의 미소는 점점 닮아 가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한참 전부터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수호를 업어 키운 것이 베르였으니.
[소군주님, 계획이 대성공했나이다. 벌써 절반이나 팔렸나이다.]베르가 수호의 곁에서 악마처럼 웃으며 속삭였다.
하지만 수호는 더욱 스산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대꾸했다.
“벌써라니? 아직 절반이나 남았는데.”
컨테이너에 채워 온 빵들이 워낙 많다 보니, 경매가가 오르는 속도가 슬슬 줄어들고 있었다.
이곳에 장사치들만 모여 있다 보니, 점점 적당한 가격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럴 때를 대비해, 수호는 제일 크고 맛있는 빵들은 따로 빼놨다.
“자, 지금부터 경매 시작가를 1000코인으로 올리겠습니다.”
……뭐?!
빌런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렸다.
열심히 가격을 올리며 먼저 빵을 사는 데 성공한 이들은 안도했고, 돈을 아끼기 위해 눈치만 살피고 있던 이들은 충격에 온몸을 떨었다.
“가, 갑질이다!”
“그래! 이건 해도 너무 심하잖아!”
“고작 빵 하나에 1000코인이라니!”
아직 빵을 하나도 못 산 이들이 분노에 찬 표정으로 격렬하게 항의했다.
그들의 불끈 쥔 주먹에서 본능적으로 마력이 들끓었다.
하지만 참아야 했다.
이 자유시장 안에서 무력 행사는 규정 위반이었으니까.
시장 밖이라면 모를까, 누군가 이 안에서 장사를 시작하는 순간부터는 철저히 시장의 논리를 지키는 것이 연합의 규칙이었다.
누군가 그 규칙을 어기는 순간, 결국 이 중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모든 장사치들을 죽이고 혼자서 모든 물자를 독식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그렇게 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 도시는 멸망하고 말 것이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남겨진 사람 또한 혼자 남아서 이 아포칼립스에서 어떻게 살아가겠는가.
결국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이 도시에 ‘자유시장 연합’이 존재하는 것이기도 했다.
“큭! 이 새파랗게 젊은 놈이 어디서 못된 짓만 배워서는!”
“감히 먹는 걸로 장난질을 쳐?!”
사람들의 항변에도 수호는 그저 뻔뻔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안 살 거면 빠지시면 됩니다.”
아슬아슬하게 예의 바른 말투가 지독히도 재수 없었다.
차라리 그뿐이면 좋겠는데, 수호는 아예 작정하고 예의라곤 티끌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노골적인 갑질을 시작했다.
수호는 방금 자신에게 가장 격렬하게 분노를 토해 낸 장사꾼들을 힐끔 쳐다보더니 곧장 말을 바꿨다.
“음. 저 아저씨들 때문에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1100코인부터 시작하죠.”
……?!
“아니다. 두 분이니까 1200코인.”
아, 아니!
진짜 개…… 너무하지 않은가!
하지만 수호의 뻔뻔한 갑질에도 빌런들은 치가 떨렸다.
하지만 어쩌겠나.
싫으면 빠지면 그만이라는데.
그들은 이를 악물고 치밀어 오르는 마력을 억눌러야 했다.
그리고 동시에 시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수호가 가리킨 두 사람을 죽일 듯이 쳐다봤다.
그 살기에 찬 시선들에 그 두 사람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군중들 속으로 황급히 모습을 숨겼다.
아무래도 한동안은 숨어 다녀야 할 것 같았다.
시장 안에서는 무력 행사가 불법이라지만, 시장 밖에선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두, 두고 보자!’
‘여기서 아무리 돈을 벌어 봐야, 밖에서 마주치면……!’
수호의 횡포에 시장의 모든 사람들이 속으로 이를 갈았다.
하지만 어쩌겠나.
속절없이 경매가 재개되었다.
“……1200코인!”
“1300코인!”
빵값이 천정부지로 솟구쳤으나, 어쨌거나 한 푼이라도 더 비싸게 되팔면 된다는 마인드였다.
그러던 중이었다.
쩍-
갑자기 들려온 날카로운 금속음에 소란스럽던 시장이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뭐지?’
갑작스러운 분위기에 수호가 의아해하는 찰나.
어느새 시장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한곳으로 모아져 있었다.
그리고 그 시선들의 끝에는…….
[키엑?]순간, 베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시장의 입구에 한 여자애가 서 있었다.
나이는 대충 10대 후반쯤.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자애가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거대한 낫을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조금 전 그 소리는 저 커다란 낫의 끝이 바닥에 닿으며 내는 소리였나 보다.
“……추수꾼 하슬이다!”
“저 미친년이 왜 여기에…….”
순식간에 시장의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방금 전까지 열기로 가득했던 사람들의 표정이 공포로 물들었다.
반면에 수호의 눈에는 이채가 떠올랐다.
‘추수꾼 하슬.’
간밤에 경비대장에게 들었던 정보 중에 있던 요주의 인물 중 하나였다.
[알브헤임의 열매를 전문적으로 추수하는 사람들을 ‘추수꾼’이라 부릅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추수꾼이 바로…….]저 소녀, 하슬이었다.
그녀의 대한 악명은 이곳에 막 도착한 수호조차도 어렵지 않게 전해 들을 수 있을 만큼 도시 전체에 퍼져 있었다.
그동안 어리고 예쁘다는 이유로 하슬에게 치근댔다가, 저 거대한 낫에 목이 날아간 빌런들이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애초에 이 도시가 빌런들만 모여 있는 곳이라는 걸 감안하면, 하슬의 낫에 목숨을 잃은 이들의 수를 헤아리는 것은 무의미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 잔혹한 손속과는 별개로, 수호는 왜 그녀가 가장 유명한 추수꾼이 될 수 있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S급.’
수호는 바로 하슬의 수준을 알아봤다.
고작 등장만으로도 사람들이 이토록 긴장하는지 이해가 되는 것이다.
터벅.
지금 같은 적막한 분위기가 익숙한지, 하슬은 천천히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하슬이 지나가는 자리마다 사람들이 황급히 길을 비켜 주었다.
그렇게 결국 하슬이 수호의 앞에 섰다.
수호와 하슬의 눈이 허공에서 엇갈린 순간.
수호의 곁에 있던 시르카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수호만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혹시 이 인간이 집행관인가?”
S급이면 능력은 충분하다.
집행관의 정체는 아무도 모르지만, 반대로 말하면 정체를 숨기고 사람들과 함께 섞여 살고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었으니까.
하지만…….
“저거.”
“……음?”
순간, 수호는 의아한 표정으로 하슬의 손가락 끝이 가리키는 방향을 쳐다봤다.
“딸기 케이크.”
“…….”
“얼마지?”
“…….”
음.
집행관은 모르겠고, 아무튼 말수가 적은 녀석이라는 건 확실히 알겠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추수꾼 하슬은 묵묵히 매대 위에 진열된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가리키고 있었다.
어깨에는 여전히 수많은 빌런들의 머리통을 날려 버린 거대한 낫을 걸친 채.
한 가지 신기한 점은, 딸기 케이크를 바라보는 그 눈빛엔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생긴 것도 그렇고, 무슨 감정이 없는 인형 같았다.
수호는 그런 하슬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결국 굳은 결심 끝에 입을 열었다.
“야. 말은 네가 먼저 깠다?”
……?!
‘미친놈이다!’
수호의 충격적인 발언에 사람들이 크게 술렁였다.
‘진짜 미친 인간인가?’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아무리 도시에 처음 들어온 신참이라도 그렇지, 눈치라는 게 아예 없나?’
‘우리가 이 정도로 긴장하고 있으면 대충 분위기 파악이라도 좀 하라고!’
‘하슬을 상대로 감히 저딴 말을……!’
물론 아무리 악명 높은 하슬이라도 시장 안에서 함부로 사람을 해치진 않는다.
하지만 시장 밖에서 만나면 그때는 어쩌려고?
하슬이 아니라도 모든 추수꾼들은 기본적으로 움직임이 빠르다.
저 높은 알브헤임의 기둥을 올라가 수많은 정령의 공격을 뚫고 열매를 따 오기 위해선 어지간한 속도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말은 곧 도시 밖에서 하슬을 마주쳤다간, 도망치기가 힘들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저 눈치가 더럽게 없는 신참은…….
피식.
저 하슬을 상대로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을 잇는 것이었다.
“케이크를 사고 싶으면 여기 모인 사람들처럼 경매에 참여해.”
“……싫다면?”
“싫다면 물물교환을 하든가.”
“……?”
수호의 대답이 의외였는지, 내내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하슬의 미간이 처음으로 찌푸려졌다.
그 미미한 표정 변화에 수호는 괜히 뿌듯해졌다.
반면에 수호와 하슬의 숨 막히는 대화를 지켜보는 시장 사람들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었다.
‘뭐야? 물물교환도 되는 거였어?’
‘지금 만든 규칙이겠지.’
‘진짜 장사 뭣같이 하네.’
하지만 어쨌거나 이곳은 자유시장.
귀한 물건을 경매하는 것도 자유였고, 물물교환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다만 지금은 수호가 팔고 있는 ‘빵’이 시장의 논리를 파괴할 정도로 압도적인 희귀품이라는 게 문제일 뿐, 결국 수호가 지금 하고 있는 장사는 자유시장의 논리에 조금도 위배되지 않는 행동이라는 말이다.
하슬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결국 하슬은 딸기 케이크 쪽을 한번 힐끗 쳐다보더니, 다시 수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뭘 원하지?”
“열매.”
……?!
수호의 당돌한 요구에 시장은 또 한 번 크게 술렁였다.
대체 오늘 몇 번이나 놀라는 건지 모르겠다.
아무리 여기서 빵이 희귀품이라지만, 그 비싼 알브헤임의 열매와 맞교환을 하겠다니!
그것도 겁도 없이 악명높은 추수꾼 하슬에게 대놓고 호구를 치려는 미치광이가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아주 단단히 미친놈이 아닐 수 없었다.
“열매 하나에 케이크 하나. 아, 딸기 붙은 케이크는 특별히 열매 두 개.”
……그래. 아무래도 저 미치광이는 목숨도 두 개인 게 틀림없었다.
아니면 죽어도 다시 부활한다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