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281)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 282화(283/292)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282화
도시에 비상령이 떨어졌다.
으아아아아아아!
“뭐, 뭐야?!”
“저 빚쟁이들이 미쳤나?”
“갑자기 왜들 저래?”
두두두두두두두두!
고작 하루.
바로 어젯밤까지도 평온하던 낙원 도시가 고작 하루만에 갑자기 혼란으로 가득 찼다.
오늘 아침에는 시장 놈들이 시끄럽게 굴더니.
이번에는 갑자기 광기에 물든 빚쟁이들이 힘을 합쳐 일제히 은행으로 돌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번쩍-
쿠와아앙!
저마다 무기를 꼬나들고 마력을 뿜어내는 빚쟁이들의 기세가 살벌했다.
그들의 목에는 지금까지도 자신들을 옥죄고 있던 크레딧 초커가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조차도 초커 위에선 반짝이는 LED 숫자가 카운트되며 조금씩 이자가 추가되고 있었다.
“아니, 저것들은 목숨이 아깝지도 않나?”
“목에 폭탄이 언제 터질지 알고!”
그 광경을 보는 도시의 시민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도 알고 있었다.
크레딧 초커는 아무때나 터지지 않는다.
오로지 빚을 못 갚았을 때만 폭발한다.
이자만 제때 제때 갚으면, 아무리 막강한 권력을 자랑하는 은행이라도 마음대로 터뜨리지 못하는 장치였다.
저 빚쟁이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어서, 저렇게 마음 놓고 은행을 공격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그걸 뻔히 알고도 지금까지는 왜 저렇게 못했을까?
그야 당연히 그들이 무섭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은행원들의 열매가 무섭지도 않나?”
힐러가 부족한 이 땅에서 알브헤임의 열매를 잔뜩 보유하고 있는 은행이라는 집단은 그야말로 절대무적.
애초에 창고에 가득 쌓여 있는 열매만 먹으면 지쳐도 금방 회복되고, 다쳐도 순식간에 완치되는 놈들을 상대로 어떻게 싸운단 말인가?
특히나 저렇게 작정하고 은행을 지키면서 방어전을 펼칠 때만큼은, 그야말로 불사신이 되어 버리는 것이 바로 저 은행원들이었다.
물론 계속 싸우다 보면 어떻게든 이길지도 모른다.
보다 큰 힘과 물량전으로 밀어붙이면 되니까.
다만, 그런다고 뭐가 남을까?
괜히 전투 중에 부상이라도 당했다간 그건 그것대로 문제였다.
하지만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저러다 은행이 없어지면 빚은 어디서 갚으려고?”
그렇다.
은행이 사라진다고 빚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빚을 갚을 곳이 없어져서, 이자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쾅!
……결국엔 모두 머리통이 터져 죽을 것이다.
하지만.
“……그거 재밌겠는데?”
누군가 중얼거렸다.
옆에 있던 시민들도 하나둘씩 입꼬리를 올리며 폭도로 돌변한 빚쟁이들과 은행원들의 전투를 멀리서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애초에 이곳은 빌런들의 도시.
이들이 빚쟁이들의 목숨 따위를 염려하는 선량한 사람들이었다면, 애초에 협회에 쫓겨 북한까지 도망쳐 올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봐! 힘 좀 내 봐!”
“거기 밀리잖아!”
“악바리처럼 버티라고!”
어느새 그들의 폭주를 응원하는 시민들까지 생겼다.
하지만 진심으로 그들이 이기길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콰쾅!
“푸핫! 한 놈 죽었네!”
“멍청하긴! 방금은 다리가 아니라 초커부터 막았어야지!”
누군가의 죽음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진다.
애초에 빚쟁이들은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었다.
바로 초커.
초커는 억지로 벗으려 하거나, 일정 이상 외부의 충격을 받으면 바로 터져 버린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은행원들은 빈틈만 보이면 빚쟁이들의 초커부터 공격하고 있었다.
압도적인 수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아주 현명한 판단이었다.
그러다 문득 시민들은 구경하는 사이에 점점 이상한 점을 깨닫기 시작했다.
“응?”
“왜 은행원들의 상처가…….”
시간이 갈수록 은행원들의 몸에 점점 상처가 누적되고 있었다.
그런데도 아무도 열매를 먹기 위해 뒤로 빠지는 놈들이 없었다.
“잠깐, 저거 설마?”
“그 소문이 진짜였어?”
시민들의 눈빛이 변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빚과 독기만 남아 있던 빚쟁이들은 ‘소문’을 듣자마자 바로 폭도로 돌변했으나, 빚이 없는 시민들은 소문이 도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릴 수밖에 없었다.
반신반의.
은행의 창고에 열매가 고갈되었다는 소문을 들었다 해서, 시민들이 갑자기 은행 강도가 될 이유는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소문이 만약에 진짜였다면?
“……아이, 이러면 말이 좀 달라지는데.”
할짝.
“그러게. 흐흐.”
팔짱을 끼고 구경만 하던 시민들이 하나둘씩 군침을 삼키기 시작했다.
“그 소문이 진짜면 나도 슬쩍 한 발 걸쳐 볼까?”
“슬슬 저놈들도 서로 지쳐 가는 것 같은데…….”
이 도시에 돈 싫어하는 놈은 없다.
빚쟁이가 아니라도 돈은 많을수록 좋은 것이다.
그러다 은행이 망하면?
빚쟁이가 아닌 평범한 시민들에겐 오히려 좋은 일이다.
“어차피 이 도시가 망해도, 집행관들이 또 다른 도시를 지어 줄텐데.”
“돈만 챙겨서 다른 도시로 넘어가면 훨씬 이득이지.”
고오오오오!
설상가상.
결국 그렇게 빚이 없던 시민들까지 폭도가 되고 말았다.
빚쟁이들 상대로 점점 지쳐 가던 은행원들에겐 무척이나 불행한 소식이었다.
“이, 이것들이 단체로 약을 처먹었나!”
“오늘따라 왜들 이래, 진짜!”
은행원들은 이를 악물고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렸다.
다행히 그들에게도 폭도들에게 대항할 최후의 수단이 있었다.
바로 자신들이 지금까지 먹었던 열매의 기운을 끌어올리는 능력!
이건 아까 전에 은행장이 부행장을 죽이는 모습을 목도한 순간.
누가 따로 가르쳐 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깨우친 본능과도 같았다.
콰직!
은행원들의 손이 죽은 빚쟁이들의 가슴을 뚫고 들어가 심장을 움켜쥐었다.
쭈와아아악!
그러자 그 심장에 누적되어 있던, 빚쟁이들이 살아생전에 섭취했던 열매의 힘을 손가락으로 빨아들였다.
마치 나무의 뿌리가 주변의 영양분을 흡수하는 것처럼.
촤라락!
“끄억. 맛있다. 이게 진짜 되네?”
“쓰읍. 이 새끼는 지금까지 먹은 열매가 다섯 개밖에 안 되잖아?”
심지어 그 빚쟁이가 먹었던 열매의 정확한 개수까지 알아맞힐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갯수에 비례해, 은행원들의 몸에 누적된 상처가 치료되었다.
그러다 남은 기운은 심지어 그들의 힘을 평소보다 증폭시켜 주기까지 했다.
은행원들은 나무뿌리처럼 딱딱하게 갈라지고 흉측하게 꿈틀거리게 변해 버린 자신들의 손가락을 보며 히죽 웃었다.
생긴 건 이래도, 효과는 죽이지 않은가.
“저, 저게 뭐야?”
그 기괴하게 변해 버린 은행원들의 모습에 은행을 공격하던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하지만 당황은 잠시뿐.
애초에 이 도시에 살면서, 지금까지 열매를 한 개도 안 먹은 사람이 있던가?
이제는 은행원들뿐만 아니라, 다른 시민들도 본능적으로 자신들이 가진 능력을 깨닫고 말았다.
“아, 저거. 나도 될 것 같은데?”
“나도.”
번뜩.
은행원들을 공격하던 빚쟁이들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뿔뿔이 흩어져, 근처에 죽어 있는 시체들의 가슴을 찢고 심장을 움켜쥐었다.
쭈와아아악!
“캬! 진짜 되잖아?”
“이거 죽이는데? 열매보다 효율이 좋아!”
뒤늦게 참전한 이들은 몸에 누적된 상처가 없어서인지, 열매의 힘을 빨아먹는 순간 차오르는 어마어마한 고양감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몸 안에서 고도로 농축된 열매의 힘이 고스란히 느껴진 것이다.
그리고 절대로 알아선 안 되는 진실을 깨닫고 말았다.
“크하하! 이게 뭐야? 그동안 돈 내고 열매를 사 먹었던 내가 병신이었…….”
푸욱!
“그러게.”
“……?!”
고양감에 취해 웃음을 터뜨리던 사내의 눈이 부릅뜨고 몸이 경직되었다.
어느새 그의 등 뒤로 은밀히 다가온 여자의 손이 다짜고짜 그의 등을 꿰뚫고 심장을 움켜잡은 것이다.
쭈와아아악-
여자는 사내의 심장에서 열매의 힘을 빨아먹으며, 그의 귓가에 대고 악마처럼 속삭였다.
“그냥 이렇게 아무나 죽여 버리면 되는 것을, 지금까지 괜히 돈 벌겠다고 헛고생만 했잖아?”
“너, 너……!”
사내는 끝내 말을 잇지 못한 채, 여자의 손에 심장이 잡힌 채 그 자리에서 말라 죽고 말았다.
그 모든 광경을 보게 된 은행원들은 탄식을 터뜨렸다.
그야말로 파국이었다.
“……은행장님께서 돌아오시면 우린 다 죽었다.”
“이러다 오늘 내로 집행관이 올지도 모르겠어.”
“차라리 지금이라도 도망칠까?”
지금 이 말을 입 밖으로 꺼낸 이들은 오히려 실행력이 부족한 편이었다.
촤라락!
이미 눈치 빠른 은행원들은 서둘러 은행 안으로 들어가, 도망치기 전에 돈부터 쓸어 담고 있었다.
집행관들에 의해 다른 도시가 생겨나더라도, 이 코인은 새 도시에서도 동일한 가치로 통용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광경을 멀리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누군가가 있었다.
추수꾼 하슬.
하슬은 도시가 어떻게 되든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 굉장히 중요한 일이 남았기 때문이다.
딸기 케이크.
아침에 시장에서 산 조각 케이크가 이제 드디어 딱 하나 남았단 말이다.
이제부터가 중요했다.
생크림 위에 붙어 있는 딸기를 먼저 먹을 것인지.
아니면 딸기는 가장 마지막까지 남겨 놨다가, 최후의 순간에 한 입에 얌, 먹을 것인지.
……꼴깍.
한참을 그렇게 진지한 눈빛으로 마지막 남은 딸기 케이크를 뚫어지게 노려보며 군침을 삼키던 하슬은 결국 결심하고 말았다.
아까우니까 내일 먹자고.
그리고 애써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일단은 자신의 임무부터 수행하기로 했다.
휘릭.
하슬은 그렇게 한 손에는 딸기 케이크, 다른 손에는 거대한 낫을 들고 어깨에 걸친 채.
건물 위로 뛰어올랐다.
그 날렵한 움직임에 어느 누구도 하슬의 존재를 포착하지 못했다.
그렇게 하슬은 아무도 없는 으슥한 골목으로 들어가, 숨겨 두었던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
치지직-
잠시 후 무전기가 켜지자, 입가에 대고 담담히 도시의 상황을 전달했다.
“보고한다. 여기는 낙원의 그늘. 이변 발생. 도시에 폭동이 일어났다. 이는 어제 도시에 처음 도착한 ‘베르’라는 빌런으로 인해…….”
-푸읍!
“……?”
무전기 너머에서 돌린 소음에 하슬은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곧이어 우진철 협회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그곳에 ‘베르’가 나타났다는 겁니까?
순간 하슬의 귀가 쫑긋거렸다.
기분 탓일까?
우진철 협회장의 목소리에 미미한 웃음기가 배어 있었다.
하슬은 잠시 자신이 보고한 내용을 곱씹으며, 그 말에 착실히 대답했다.
“예. 물론 아무렇게나 지은 가명일 테니 큰 의미는 없…….”
-아니요. 의미가 있습니다. 저에겐 아주 큰 의미가 있는 정보입니다. 공유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돌아온 대답에 하슬은 더더욱 어리둥절해졌다.
도시의 폭동도 아니고, 고작 빌런의 가명이다.
이게 그런 가치가 있다고?
이유를 짐작도 못하겠…….
그때였다.
[너였느냐.]오싹!
갑자기 하슬의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소름이 돋았다.
자신의 감각을 속이고 지척까지 다가올 수 있는 상대라니!
휘아아악-!
속으로는 놀라면서도 하슬의 몸은 이미 몸에 배인 생존 본능에 따라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쿠콰쾅!
거대한 낫이 커다란 반원을 그리며 허공을 갈랐다.
너머에 있는 담벼락까지 가로로 반듯하게 잘라 낼 정도로 강력한 공격.
하지만 놀랍게도 그곳에는 어느 누구도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유령처럼.
“누구냐!”
[그림자는 어디에나 있지.]“……!”
하슬의 물음에 놀랍게도 대답은 발밑에서 들려왔다.
황급히 시선을 내리자, 그곳에는 소름 끼치게도 하슬의 발밑에서 시작된 새까만 그림자가 입을 길게 찢으며 웃고 있었다.
하슬을 바라보며.
“큭!”
하슬은 주저 없이 낫을 휘둘러 그림자를 베었다.
번쩍!
수확의 낫.
외신석으로 만든 낫이 공간을 베고, 그림자를 공격했다.
하지만.
[하찮다.]툭.
“……!”
하슬은 경악했다.
자신의 공격이 막혔다!
너무나도 허무하게!
슈우우욱-
놀랍게도 하슬을 보며 웃고 있던 그림자는 갑자기 새까만 팔 한쪽을 밖으로 꺼내더니, 하슬의 낫을 두 손가락으로 잡아 버린 것이다.
그러더니 그 팔을 시작으로 그 그림자가 천천히 자신의 몸을 바닥에서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 앞에서 하슬은 전의를 상실하고 말았다.
‘이 마수는 대체…….’
아득하다.
하슬은 이렇게 끝이 안 보일 정도로 아득한 무저갱을 처음 느껴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소름 끼치는 것.
‘기척이…… 없어.’
믿기지가 않는다.
이렇게 뻔히 눈으로 보고 있는데도, 놈의 위치를 파악하기도 힘들 정도로 기척을 읽기가 어려웠다.
터무니없는 격의 차이.
[묻겠다.]검은 개미.
전신에서 검은 증기를 일렁이는 날개가 달린 인간형 개미 마수가 새하얀 눈을 가늘게 뜨고 하슬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두 손가락으로 잡아챈 수확의 낫을 하슬의 손에서 가볍게 들어 올리며.
[이 무기는 어디서 났느냐.]하슬 본인에겐 버겁게 느껴질 정도로 커다랬던 수확의 낫이…… 저 몸집을 부풀린 개미 마수에게는 하찮은 장난감처럼 보였다.
그때.
“……베르가 여기로 갔다고?”
[키엑?]훅.
갑자기 멀리서 들려온 누군가의 목소리에, 일대를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던 놈의 존재감이 거짓말처럼 훅, 하고 사라져 버렸다.
“……하?”
막혔던 숨통이 탁 트였다.
그리고 하슬이 다시 앞을 봤을 때는 이미…….
[키에엑! 소군주님!]팍 줄어든 존재감만큼이나, 크기까지 순식간에 주먹만 한 크기로 줄어든 개미 한 마리가 골목 밖으로 쪼르르 날아가고 있었다.
[그새를 못 참고 소인이 보고 싶어지셨나이까?!]……가증스러울 정도로 귀여운 사이즈의 머리통.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너무나도 거대한 크기의 수확의 낫을 바닥에 질질 끌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