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286)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287화(288/292)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287화
다시 말하지만 수호는 간밤에 정말 바빴다.
수호만 바빴던 게 아니라, 그림자 병사들도 많이 바빴다.
일단은 한국의 빵집을 탈탈 털어서 컨테이너 한가득 빵을 실어 왔고.
그 컨테이너 안에서는 베르의 호령에 맞춰서 그림자 병사들이 일렬로 앉아 빵 공장 직원처럼 비닐에 포장되어 있는 빵들을 일일이 개봉하기 시작했다.
이는 매우 섬세한 작업이었기에, 손길이 우악스러운 병사들은 가차 없이 베르에게 걸려 컨테이너 밖으로 쫓겨났다.
-키에에엑! 이런 빵은 분무기를 뿌리라 하지 않았느냐!
한때 수많은 개미 군단을 거느렸던 군단장 베르는 매우 가혹하고 카리스마 있는 빵 공장 공장장이 되어 버렸다.
-이 우악스러운 놈들 같으니! 대체 몇 번을 말하느냐! 빵마다 생김새나 밀봉 상태가 다르단 말이다!
-이 빵은 주사기를 써라! 빵의 바삭함은 살리되, 앙꼬에 메아리 숲의 샘물만 조심조심 주입시키란 말이다!
처처처처처처처척.
이른바, 수작업이었다.
베르의 호령에 맞춰서 일사불란하게 작업을 수행하는 그림자 병사들.
그렇게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모든 빵에 메아리 숲의 샘물을 발라 둔 것이 바로 ‘베르바게뜨’.
진정한 의미에서의 베르의 빵집의 탄생이었다.
‘……정말로 혹시나 했는데 말이지.’
수호의 계획은 성공했다.
[아이템 : 메아리 숲의 샘물]입수 난이도 : ??
종류 : 소모품
메아리 숲의 신비한 샘물입니다.
마시거나 몸에 바르면, 독성을 중화시켜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메아리 숲의 샘물은 ‘생명의 신수’를 만드는 재료로써, ‘정화된 악마왕의 피’의 독성을 중화시켜 줄 정도로 매우 강력한 해독 포션이었다.
그리고 군주급에게 통한다는 건 당연히 사도급에게도 통한다는 뜻.
메아리 숲의 샘물은 외신들의 기운마저 정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빵마다 발라 둔 샘물의 양이 적어서 그런지, 효과가 좀 약하긴 했다.
그것이 하슬이 낙원의 사도의 부름에 현혹되었다가 한참 늦게 정신을 차린 이유였다.
하지만 늦었을지언정 효과는 확실했다.
……투쾅!
[커헉!]수호의 강력한 일격에 낙원의 사도가 지면으로 곤두박질쳤다.
그 충격으로 그의 몸이 땅에 파묻혀 거대한 분화구가 생겼다.
[……끄윽.]땅속에 파묻힌 채 낙원의 사도가 이를 악물며 신음을 흘렸다.
분노와 경악, 복잡한 감정들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하지만 한가롭게 누워 있을 틈은 없었다.
쐐애애애액-!
이미 수호의 두 번째 공격이 눈앞까지 짓쳐들어왔으니까.
하지만 처음엔 당황해서 방심했을 뿐.
두 번이나 당해 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수호를 향해 낙원의 사도가 팔을 들고, 검지를 허공에 스윽 가로로 그었다.
[먹어 치워라. 공허의 입이여.]쯔어어억-!
“……!”
순간.
수호의 표정이 굳었다.
낙원의 사도의 손끝을 따라, 수호와 그의 사이에 있던 허공에서 갑자기 거대한 입이 쩌억 벌어진 것이다!
휘오오오오!
그와 동시에 그 입속에서 어마어마한 흡입력이 발생되어, 수호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거기에 수호가 달려오던 추진력까지 합쳐지자, 어마어마한 속도로 수호의 몸이 공허의 입에 빨려 들어갔다.
[소군주님! 위험……!]“그레이!”
크르렁!
수호의 부름에 그레이가 발밑에서 나타나, 수호를 등에 태우고 반대로 뛰어올랐다.
그야말로 간발의 차.
수호는 가까스로 공허의 입 앞에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이미 한 번 벌어진 공허의 입은 무시무시한 기세로 주변의 모든 것들을 다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 도시를 가득 채우고 있던 눈보라까지도.
휘아아아악-!
장관이었다.
순백의 눈보라가 거대한 소용돌이를 이루며 공허의 입으로 빨려 들어갔다.
베르는 낙원의 사도가 한 짓을 한눈에 알아봤다.
[차원의 틈새입니다! 저놈이 차원의 벽을 강제로 찢었나이다!]차원의 벽을 고작 손짓만으로 찢다니.
형편없는 맷집에 비해 특이한 재주가 있는 놈이었다.
차원의 틈새.
저번에 수호도 가 봤지만, 저 너머는 한마디로 정의 내릴 수 없는 미지의 공간.
우주 그 자체였다.
저기 빨려 들어갔다간, 운 나쁘면 죽을 때까지 정처 없이 떠돌 수도 있었다.
운이 진짜 좋으면, 언젠가는 미지의 차원과 연결된 또 다른 틈새를 발견할 수도 있겠지만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저런 짓을 남발했다간 지구를 이루고 있는 차원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나이다!]조각나서 흩어져 있던 악마들의 차원이나, 하늘이 무너져 내리던 엘프들의 차원처럼 말이다.
[저 구멍을 막을 최선의 방법은……!]“당장 저 망할 손가락이라도 잘라 버리면 되겠지!”
[정답입니다!]크르렁!
수호는 그레이 타고, 눈보라의 소용돌이를 뚫고 내달렸다.
그 너머에서 여전히 이쪽을 향해 검지를 뻗고 있는 낙원의 사도를 향해서.
어느새 몸을 일으킨 낙원의 사도가 수호를 노려보며 이를 드러냈다.
[제법이구나. 인간 따위가 나를 이 정도로 놀라게 하다니.]“잘난 척하기엔, 너 곧 죽을 것 같은데?”
[……쿨럭. 아직 거뜬하다.]낙원의 사도는 수호의 말대꾸를 들으며 입에서 흐르는 피를 손등으로 닦았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다른 손으로는 검지를 앞으로 뻗고 있는 모습이, 진짜 저 손가락이 원흉인 것 같았다.
수호는 이미 놈을 한 대 쳐 봤기에 알 수 있었다.
‘생각보다 약골이다.’
저놈은 사도급이라곤 하나, 본체의 내구력이 지금까지 만났던 놈들과 비교하면 형편없었다.
베르도 그를 혹평했다.
[먼발치에서 저를 봤다면, 분명 후방에서 마법으로 지원하던 사도였을 겁니다.]계열로 따지자면 전사가 아니라 마법사.
능력의 위력이나 범용성은 전사보다 뛰어날지 모른다.
그러나 반대로 그 능력을 발휘할 만한 시간만 주지 않는다면 상대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네가 이 땅에 엘븐우드를 심은 놈이냐?”
[그래, 맞다. 여긴 내가 열심히 가꾼 정원이지.]소용돌이치는 눈보라를 뚫고 달려오는 수호를 향해 낙원의 사도는 눈을 부라렸다.
[그리고 내 정원을 이런 꼴로 망가뜨린 놈이 바로 네놈이렷다?]그의 검지가 이번엔 세로로 그어졌다.
그러자 또다시 차원의 벽이 찢기며, 십자 형태로 공허의 입이 더욱 크게 갈라졌다.
그 여파는 엄청났다.
콰오오오오오오!
순식간에 흡입력이 서너 배 이상 강해졌고, 더 이상 그레이도 몸을 가누기가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광룡들의 왕, 파멸의 군주가 용제의 숨결을 쓰라고 조언합니다.]화르륵!
사실 아까부터 용제의 잔소리가 계속 들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 망할 흡입력이 문제였다.
용제의 숨결은 너무나도 강한 힘이라, 그만큼 반발력도 크다.
지금처럼 몸을 제대로 지탱할 수 없는 상태에선, 일직선으로 뻗어 나가는 공격을 정확히 맞히긴 어려웠다.
하지만.
‘방법이야 만들면 되지.’
“수호! 엘프의 발걸음을 써!”
때마침 도시 반대쪽에서 혹한의 정령들을 상대하고 있던 시르카의 외침이 들려왔고.
동시에 수호 또한 그레이의 등에서 뛰어내려 눈보라 위를 밟고 뛰어오르고 있었다.
‘엘프의 발걸음’
눈 덮인 설원 위를 걷게 해 주거나, 고요한 사후의 바다 위를 걷게 해 줬던 스킬.
시르카가 이미 그 기술의 극한을 눈앞에서 보여 줬기에, 수호 또한 그 비슷하게 흉내는 낼 자신이 있었다.
여기에 소소한 요령도 추가.
“그레이, 강신!”
크르릉!
[제사장의 육신에 ‘펫 : 그레이’의 영체가 강신합니다.]신령한 바람과 함께 수호의 머리칼이 은빛으로 나부낀다.
[‘스킬 : 초원의 바람’을 사용합니다.] [일시적으로 이동 속도가 30% 상승합니다.] [일시적으로 공격 속도가 30% 상승합니다.]짐승의 감각이 수호의 몸에 깃들었다.
타앗!
수호는 주저 없이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밟고 달리기 시작했다.
당장이라도 차원의 틈새로 빨려 들어갈 것처럼 위태로운 모습이었으나, 수호는 아슬아슬하게 그 사이에서 서핑이라도 하듯이 미끄러지듯 낙원의 사도를 향해 달려갔다.
[‘스킬 : 엘프의 발걸음’의 레벨이 올랐습니다.]역시 실전만큼 효율 좋은 훈련도 없다.
[제법 신기한 재주를 쓰는 놈이로구나. 쿨럭.]낙원의 사도는 눈에 띄게 눈보라를 밟고 달리는 것에 익숙해져 가는 수호의 모습에 조금 당황한 눈치였다.
겉으로는 여유로운 척하고 있었으나, 아직 처음에 당한 데미지가 회복되려면 시간이 부족했다.
스아아아악-
지금도 이 땅에서 수확한 열매의 힘이 그의 상처를 실시간으로 회복시키고 있었으나, 그보다 먼저 수호가 도착할 기세였다.
낙원의 사도는 결국 회복에 쏟는 힘을 다시 공격으로 돌렸다.
[……그리 발버둥 쳐 봤자다. 어차피 공허의 입은 더 찢으면 그만이니까.]스윽-
그의 손가락이 새롭게 허공을 그었다.
하지만 그가 세 번째 공허의 입을 찢기도 전에.
화르륵!
이미 수호의 전신에선 검붉은 기운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자, 잠깐…….]그 모습에 낙원의 사도의 표정에서 여유가 사라졌다.
[그 힘은 또 뭐냐!]경악.
충격과 공포.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으리라.
그림자 군주가 아닌, 기껏해야 그림자 병사들만을 상대해 왔던 이타림의 사도에게, 지금 수호가 뿜어낸 힘은 아주 많이 생소한 힘일 것이다.
[‘스킬 : 파멸의 숨결’을 사용합니다.]이 힘의 정체는 다름 아닌, 그 지독했던 전쟁의 끝에서 위대한 그림자 군주 성진우와 가장 마지막까지 혈투를 벌였던 호적수.
광룡들의 왕, 파멸의 군주 안타레스의 힘이었으니까.
쿠콰콰콰콰콰콰-!
수호의 손에서 뻗어 나온 지옥의 업화가 소용돌이치는 눈보라를 일직선으로 녹이며, 낙원의 사도를 덮쳤다.
[이 무슨……!]그 압도적인 힘 앞에서 낙원의 사도는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끄윽!]쩌저적!
그리고 본능적으로 세 번째 공허의 입을 찢어, 파멸의 숨결의 방향을 필사적으로 비틀었다.
하지만.
‘지배자의 권능!’
그 순간, 수호의 눈이 강렬하게 번뜩였고.
쐐애애액-!
[……!]낙원의 사도가 경악에 차 눈을 부릅떴다.
소용돌이치는 눈보라를 뚫고, 자신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두 자루의 단검, ‘카미쉬의 분노’를 발견한 것이다.
하지만 그가 놀란 부분은, 그 공격 자체보다 그 공격에 실려 있는 권능의 정체를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아니, 어떻게 지배자의 힘까지?!]말도 안 된다!
뭐 이런 혼종이 다 있단 말인가!
[‘스킬 : 난도’를 사용합니다.]촤촤촤촤촤촤촤촤촤!
[끄아아악……!]가장 먼저 썩둑 잘려 나간 건 낙원의 사도의 손가락.
그것을 시작으로 그의 몸이 사정없이 잘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난도질.
[끄아악! 으아아악!]낙원의 사도의 입에서 쉴 새 없이 비명이 토해져 나왔다.
그리고 고통 속에서 그는 어느새 자신의 몸이 절반이나 녹아 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가까스로 파멸의 숨결의 방향을 틀었으나, 전부는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가, 감히, 인간, 따위가…….]하지만.
아직 끝난 건 아니었다.
[나, 나의 정원에서, 내가 죽을 것 같으냐…….]몸이 불타 녹아내리면서도, 낙원의 사도는 지독한 표정으로 수호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 음성에는 지독한 저주가 실려 있었다.
그 순간,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시스템이 긴급하게 수호에게 메시지를 띄웠다.
띠링!
[낙원의 사도가 적을 인식합니다.]뜨거운 불길 속에서 그의 눈빛이 수호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너, 너는, 반드시 내가 죽인다.]파스슥.
[기대해도 좋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너를 반드시…….]그 말과 함께, 낙원의 사도의 남아 있던 몸이 파스슥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파멸의 불길에 불탄 것이 아닌, 스스로의 의지로 몸을 무너뜨리며 바람에 흩날렸다.
[해치웠나이까?]“음. 방금 너 때문에 살아난 것 같은데.”
[키엑?]뜨거운 업화로 이글거리는 겨울의 도시.
그곳에서 낙원의 사도가 수호를 피해 도망쳤다.
복수를 다짐한 채.
* * *
쾅!
[성수호에 대한 자료를 내놔라!]“뭐야, 꼴이 왜 그래? 설마 몸을 갈아탔나?”
러시아의 유리 오를로프는 갑작스러운 불청객의 모습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기분 탓인지, 어디서 탄내가 나고 있었다.
“그래서 네가 확인하려던 건 확인했나? 그래서 그림자 군주라는 게 대체 뭔데?”
[시끄럽고, 당장 성수호에 대한 모든 정보를 내놔라. 내가 분명 다녀올 때까지 찾아 두라 했을 텐데?]“……흠.”
유리 오를로프는 와인을 마시며, 증오심으로 일렁이는 그의 표정을 느긋하게 음미했다.
이놈에게서 이런 표정을 보게 될 줄이야.
일을 그르친 건 확실하고,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아, 그래. 인간!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족이 있겠지? 성수호가 네놈처럼 천애고아는 아닐 테니까!]“흐음. 가족이라?”
그 말에 히죽, 웃는 유리 오를로프의 눈빛이 뱀처럼 번들거렸다.
그건 순수한 호기심이었다.
“네가 설마 그쪽을 찾을 줄은 몰랐는데. 인간이라는 종족에게 관심도 없던 녀석이 ‘가족’이라는 문화를 이용하겠다고?”
까드득!
유리 오를로프의 말대꾸에 낙원의 사도는 이를 갈며 눈을 부라렸다.
[그 입 닥치라 했을 텐데? 직접 그놈을 상대하기 전에, 먼저 그의 수족들부터 전부 가지치기할 것이다. 내 망가진 화분들처럼 철저히!]‘……진짜 당했나 보군. 이건 계산 밖인데.’
살짝 긁었더니, 불처럼 화내는 모습을 보며 유리 오를로프는 속으로 성수호에 대한 위험도를 한 단계 올렸다.
하지만 어차피 상관없었다.
앞에 있는 이놈은 잡초처럼 질긴 종자이니, 살짝만 긁어 주면 앞으로도 이용 가치는 무궁무진했다.
“너무 그렇게 열 내지 마라.”
유리 오를로프는 느긋하게 와인을 음미하며, 책상에 있던 두꺼운 서류철을 그에게 내밀었다.
“어차피 내가 찾아온 자료도 그쪽이니까.”
[가족 사항]“나는 너처럼 사도가 아니라, 처음부터 ‘인간답게’ 처리하려고 했거든.”
유리 오를로프는 지그시 웃으며 서류철의 맨 앞을 가리켰다.
“양평. 여기로 가라. 때마침 성수호의 모든 약점이 그곳에 모여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