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297)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297화(298/308)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297화
이미 상황은 수호와 우진철의 예상대로 정확히 흘러가고 있었다.
투타타타타!
“목표 발견!”
한 헬기 조종사가 외쳤다.
프랑스 특수부대가 탑승한 헬기 편대가 엘븐우드가 발견된 지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여기는 본부. 즉시 공격을 개시하라.]“알겠습니다!”
쐐애애액-
미사일이 날아갔다.
거대한 나무를 향해 곧장 날아간 미사일이 엘븐우드의 기둥에 명중했다.
쿠구궁-!
“명중입니다!”
엘븐우드의 일부가 폭발했다.
낙원의 사도가 죽은 후, 엘븐우드는 더 이상 저항할 힘이 없었다.
원래라면 이렇지 않았을 것이다.
본디 엘븐우드는 엘프들의 신목으로, 유구한 역사 속에서 엘프들을 사육하고 잡아먹는 괴목이었다.
하지만 지구상에 돋아난 엘븐우드는 조금 달랐다.
외우주의 마나에 ‘오염된’ 엘븐우드는 낙원의 사도에 의해 심어져 싹을 틔운 변이체였으니.
낙원의 사도가 죽자, 주인을 잃은 괴목들은 누굴 어떻게 공격하고 사육하여 잡아먹어야 할지 완벽히 갈피를 잃고 말았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이다.
쿠과광!
“또 명중입니다! 나무에게선 어떤 반응도 없습니다!”
수많은 전투기는 갑자기 프랑스에 모습을 드러낸 괴목을 향해 계속 공격을 감행하고 있었다.
이들이 발사하는 미사일은 평범한 미사일이 아니었다.
던전의 마석과 마정석을 갈아 넣어 특수 제작한 마력포.
이 미사일은 마수들에게도 유의미한 데미지를 입히는 것이 가능한 폭발체였다.
물론 그만큼 하나하나의 제작비가 터무니없이 비쌌지만…….
하지만 보라.
그만큼 막대한 돈을 들여 연구한 보람이 있지 않은가.
쿠르릉!
폭발과 함께 무너져 내리는 괴목에게서 들리는 소리가 마치 괴물이 울부짖는 괴성처럼 소름 끼쳤다.
잔뜩 긴장한 얼굴로 여기까지 왔던 헬기 조종사는 그 모습에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생각보다 별거 없…….”
하지만.
안도하기엔 아직 일렀다.
“위, 위험합니다! 12시 방향!”
순간, 헬기 조종사는 급격히 핸들을 틀었다.
무너진 나무 더미 사이에서 수백 마리의 마수들이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다.
바로 엘븐우드 안에 숨어 살던 존재들이었다.
크아아악!
날개 달린 마수들이 헬기를 향해 돌진했다.
퍽!
한 마수가 헬기의 프로펠러에 부딪혔다.
헬기가 균형을 잃고 흔들렸다.
“제기랄!”
뒤이어 지상에서도 수많은 인영이 쏟아져 나와 그들을 공격했다.
엘븐우드에 은신해 있던 빌런들이었다.
“본부! 이곳은 단순한 나무가 아닙니다! 적들의 거점입니다!”
-모든 부대는 즉시 지상군과 합동 작전을 개시하라!
전투는 격렬해졌다.
엘븐우드는 쉽게 무너졌지만, 그 안에 숨어 있던 존재들은 만만치 않았다.
비슷한 일은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미국.
미국은 전략 폭격기까지 동원해 엘븐우드를 파괴했지만, 그 안에서 튀어나온 마수들과 빌런들로 전황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 예상치 못한 사태에 군인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우리가 얌전히 숨어 살던 벌집을 건드린 걸까?”
괜한 짓을 한 게 아닐까, 자괴감이 드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콰앙-!
갑자기 거대한 폭발과 함께, 엘븐우드에서 쏟아져 나오던 마수와 빌런들이 파도처럼 쓸려 나갔다.
그리고.
“무슨 헛소리야? 당연히 벌들이 더 많아지기 전에 먼저 찾아내서 다 죽여 버리는 게 맞지.”
……?!
고작 한 방.
그 한 방으로 일대의 모든 적을 휩쓸어 버린 사내가 악동처럼 히죽 웃으며 말했다.
그의 정체를 목격한 군인들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토마스 안드레다!”
“살인죄로 구속됐다더니……!”
“왜? 꼽냐?”
씨익.
백발의 노장.
그 말이 딱 어울리는 사자 갈기와도 같은 새하얀 백발을 휘날리는 근육질의 노인이 거대한 주먹을 앞세우고 있었다.
마치 휴양지라도 나온 듯 나풀거리는 반바지와 선글라스를 쓴 채.
“사, 살았다!”
놀람은 잠시뿐, 토마스 안드레의 등장에 군인들의 입에서는 짙은 안도감이 섞인 탄성이 터져 나왔다.
토마스 안드레!
그의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근육질의 덩치와 전신에서 이글거리는 마력은, 적이 되면 공포의 대상이었으나 같은 편으로 서 있을 때는 이렇게 듬직할 수가 없었다.
최근에 그는 미국의 S급 헌터, 크리스토퍼 리드를 살해한 죄목으로 헌터관리국에 잡혀갔던 죄수였다.
그런데 어떤 영문인지, 감옥에 갇혀 있어야 할 토마스 안드레가 오히려 관리국의 헌터들과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마스터! 반대쪽도 전부 처리했습니다!”
자신의 스케빈저 길드원들까지 전부 대동해서!
그리고 중국.
중국은 그나마 류즈캉의 주도하에 빠르게 상황을 장악해 가고 있었지만, 다른 국가들에 비해 유독 엘븐우드의 숫자가 많아서 애를 먹고 있었다.
그 지역은 북한과 러시아의 국경과 맞닿아 있는 초대형 필드로, 이미 중국에서도 반쯤 포기하고 그냥 방치시켜 두고 있었던 거대한 아포칼립스였다.
하지만 그곳에서 갑자기 불쑥불쑥 솟구친 엘븐우드들의 출현으로, 이제부턴 그냥 지켜만 볼 수 없게 되었다.
세계 각지에서 들어오는 수많은 정보로, 저 나무들의 정체가 ‘벌집’이라는 사실을 알아 버렸기 때문이다.
수많은 빌런과 마수들이 숨어 있는 마굴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그 자체였으니, 그냥 내버려뒀다간 무슨 일이 터질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세계 각지에 나타난 엘븐우드를 상대로 군대와 헌터들이 필사적으로 싸우는 사이.
“……재미있군.”
러시아의 크렘린궁 안.
유리 오를로프는 느긋하게 모니터 앞에 앉아 전 세계의 혼란을 지켜보고 있었다.
세계 각지에서 엘븐우드에 숨겨 뒀던 모든 것들이 일제히 밖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낙원의 사도, 설마하니 그 잡초 같은 놈이 진짜 죽어 버릴 줄이야.”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굳이 직접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낙원의 사도는 죽었고, 그 결과가 바로 저 꼴이다.
“흐음. 이러면 우리나라에 걸어 둔 인지 저해 효과도 사라졌겠군. 이거 꽤 곤란하게 됐는걸.”
유리 오를로프는 난감한 표정으로 자신의 턱을 쓸었다.
자신과 협력 관계에 있던 낙원의 사도가 죽어 버렸다고, 그의 죽음을 애도할 마음 따위는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평소에 그렇게 잘난 척은 다 하더니, 객지에서 허무하게 죽어 버린 못난 놈이라며 혀를 찰 뿐이었다.
이렇게 하루아침에 세계 각지에 키우고 있던 엘븐우드들이 일제히 발각됐어도, 이미 그곳들에서 수확한 결실들은 고스란히 러시아의 자산이 되어 있지 않던가.
다만, 앞으로가 문제였다.
“이렇게 되면 ‘그들’도 움직이기 시작하겠는데.”
이타림의 사도들.
편의상 그렇게 부르곤 있으나, 엄밀히 말하면 그들은 ‘이타림들의 사도들’이었다.
그들은 저마다 섬기는 신이 다르기에, 똑같은 지구의 침략자 입장이지만 동시에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고 경쟁하는 관계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부터 그들은 필연적으로 러시아나 중국, 북한으로 몰려오게 될 것이었다.
자신과 낙원의 사도가 일궈 낸 성과를 차지하기 위해.
주인을 잃은 엘븐우드의 과실을 차지하기 위해.
그리고…….
“아니지.”
잠시 고민하던 유리 오를로프의 입가에 냉소적인 미소가 걸렸다.
어차피 죽은 놈은 죽은 놈이고.
인간은 인간들끼리 놀아야 하지 않겠나.
어쩌면 벌써 다른 나라 놈들이 낙원의 사도 뒤에 러시아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 버렸을 수도 있었다.
증거를 내밀긴 어렵겠지만.
어쨌거나 모든 상황을 열어 놓고 고려한 끝에.
유리 오를로프는 붉은 와인을 쭈욱 들이켜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쨍강!
“이렇게 된 거, 이번 기회에 새로운 친구나 사귀어 볼까?”
* * *
수호는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주인을 잃은 화분들은 수호의 군단 앞에서 맥을 못 추고 무너져 내렸다.
수호는 그 모든 나무를 닥치는 대로 뿌리째 뽑아 그림자 던전으로 집어넣었다.
[키에엑! 손이 보인다! 더 빨리 일하지 못하겠느냐! 빨리 원목을 가공해서 사후의 바다에 보내야 한단 말이다!]베르는 그림자 던전을 오가며, 그 엘븐우드들을 그림자 드워프들에게 인계했다.
그림자 드워프들은 갑자기 우르르 몰려드는 작업 물량을 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크허허! 살아생전에는 한 그루도 본 적 없던, 전설상의 엘프들의 신목을 이렇게나 많이 보게 될 줄이야!] [대체 누가 이 진귀한 나무들을 이렇게나 많이 키워 냈단 말인가!] [누구라더라? 낙원의 사도라는 이름이던데?] [낙원의 사도? 거, 실로 대단한 재능이로구나! 외우주의 잡놈만 아니었어도, 잡아다 평생 나무만 심게 했을 텐데!]이런 악마적인 재능을 가진 낙원의 사도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림자 드워프들은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뭐, 뭐야? 왜 계속 들어와?] [끝도 없잖아!] [엘븐우드가…… 이렇게나 많았다고?!]계속해서 그림자 던전으로 넘어오는 어마어마한 물량 공세에 그림자 드워프들은 행복에 겨운 탄식을 터뜨렸다.
그리고 베르의 가혹한 채찍질을 당하며 빠릿빠릿하게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낙원의 사도에 대한 미련 따위는 이미 감쪽같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가 진즉 키워 둔 나무들을 손질하는 것만 해도 손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림자 던전에는 최소한의 일꾼들만 남기고 대부분의 동족들은 이미 사후의 바다 위를 떠돌고 있었으니까!
[이, 이런! 주인님이 나무를 베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따라잡힐 수는 없지!] [으라챠!]그렇게 그들이 열심히 손질한 엘븐우드의 원목은 뚝딱뚝딱 사후의 바다를 위한 함선의 용골로써 하나둘씩 변해 갔다.
그리고 다듬어지는 즉시, 하르마칸이 뚫어 둔 ‘헬 게이트’를 통해 사후의 바다로 고스란히 인계되었다.
그러자 이번엔 사후의 바다에 있던 악마들과 드워프들이 놀랄 차례였다.
하나만으로도 감지덕지였던 엘븐우드로 만든 용골이 끝도 없이 넘어오는 것이다!
그 전까지 가장 좋은 용골로 만든 배 위에 타고 있던 악마들의 왕, 탐식의 군주 에실은 냉큼 배를 갈아탔다.
그 모든 용골 중에서도 유독 크고 굵은 ‘알브헤임’으로 만든 용골 위로.
우와아아아아-!
그러자 졸지에 에실과 함께하고 있던 그림자 드워프들은 엄청나게 흥분해서 알브헤임을 중심으로 미친 듯한 속도로 거대한 선박을 증축하기 시작했다.
용골은 배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기둥.
이 알브헤임이라면, 자신들이 감히 상상할 수 있는 범주보다 훨씬 크고 강력한 함선을 제작할 수 있을 터였다.
물론 용골만 있다고 배가 완성되는 건 아니었다.
용골의 수준에 맞춰 부재료도 어마어마하게 많이 필요해졌다.
하지만 그건 어차피 현지에서 조달하기로 하지 않았던가.
[크하하! 얼마든지 오너라! 사후의 찌꺼기들이여!]졸지에 여태까지 사후의 바다에 들어온 악마들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사후의 잡초들만 죽어나기 시작했다.
놈들은 잡히는 족족 알브헤임의 재료로 변해 갔고.
[악마왕의 전함, 알브헤임]그렇게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사후의 바다 위의 전설이 시작이 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