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3)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2화(3/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2화
“꺄아아악!”
상황은 최악이었다.
여기저기 울부짖는 비명 소리.
정신없이 울려 대는 비상 대피령.
순식간에 여러 마리로 불어난 미스트 번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희생양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대로면 우리도 다 저 꼴이 될 거야!”
임 조교는 비명을 질렀다.
미스트 번은 자기 수준에서 잡을 수 있는 몬스터가 아니었다.
게다가 하필 미스트 번은…… 자신의 가장 아픈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존재였다.
후다닥!
“어? 조교님! 어디 가세요!”
수호는 깜짝 놀랐다.
지금 이곳에서 유일한 헌터인 임 조교가 도망을 치다니!
미스트 번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내며 혼자 전시장 밖으로 빠져나가는 임 조교.
그를 뒤따라가야 할까?
잠시 고민을 하던 수호는 이내 몸을 움직였다.
그런데 그 방향이 임 조교와는 반대 방향.
덥석!
수호는 전시장 구석으로 달려가 소화기를 집어 들었다.
‘이게 먹힐지 모르겠지만…….’
차마 다른 사람들을 두고 도망칠 수 없었다.
수호는 소화기를 든 채 미스트 번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촤아아아아악!
하얀 분말이 뿜어지며 미스트 번들을 덮쳤다.
[그어어어어!]물론 마력이 담기지 않은 공격이라 유의미한 데미지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놈들의 화력을 억누르는 것까지는 무리가 없었다.
‘일단은 됐고.’
다행히 소화기가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수호는 소화기 끝을 계속 움직여서 다른 미스트 번들에게도 뿌렸다.
촤아아아아악!
[그어어어!] [크아아아아!]그 틈에 주변을 둘러봤다.
수호는 쓰러져 있는 친구를 발견해 부축했다.
“괜찮냐?”
“끄윽.”
친구의 얼굴이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야, 정신 좀 차려 봐!”
수호가 그의 몸을 흔들었지만, 그의 눈은 계속 경황없이 풀려 있었다.
찰싹찰싹!
뺨을 때려서라도 강제로 정신을 차리게 했다.
“수, 수호?”
친구의 눈에 간신히 초점이 돌아왔다.
수호의 시선이 힐끗 아래로 향했다.
‘발목을 접질렸나.’
“일단 여기서 나가자.”
수호는 친구를 번쩍 들어 둘러멨다.
소화기 덕분에 미스트 번들의 움직임이 일시적으로 약해졌다.
여기서 탈출하려면 지금밖에 기회가 없었다.
“크흐흑. 조, 조교님은?”
수호에게 업힌 친구가 울먹이며 물었다.
임 조교가 헌터인 건 회화과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이런 위급한 사태에서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까 헌터 협회에 지원 요청하시던데?”
그 뒤로 내뺐다는 말은 굳이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안 그래도 겁먹었는데.’
수호의 말에 등에 업힌 친구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 * *
전시장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밖으로 나왔다고 끝난 게 아니었다.
오히려 밖이 더 아수라장이었다.
화르륵!
[크어어어어!]‘전시장에만 나타난 게 아니었다니.’
수호가 입술을 깨물었다.
아무래도 미술관 전체에 미스트 번들이 가득 찬 것 같았다.
‘증식형 마수라더니. 진짜 지독하네.’
전시장만 빠져나오면 될 줄 알았더니.
“으아아악!”
“사, 살려……!”
“헌터는 언제 오는 거야!”
사람들이 여기저기 모여서 덜덜 떨고 있었다.
한국대학교 미술관 건물은 통로가 뻔하다.
계단과 엘리베이터.
하지만 그 모든 길목에 미스트 번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사람들이 위험해.’
수호는 빠르게 상황을 판단했다.
퇴로는 모두 막혔고, 마수들은 점점 늘어나는 상황.
이대로라면 공포에 질린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
창문으로 뛰어내려도 문제고, 무작정 뛰쳐나가다가 고스란히 마수 한 마리로 변해 버리면 사태만 더 꼬일 것이다.
‘일단 스스로를 지킬 수단이라도 쥐여 주면 좀 나으려나.’
수호는 자신이 가져온 소화기를 번쩍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여러분! 여기 주목!”
겁에 질려 있던 사람들 중 몇몇이 수호를 쳐다봤다.
“몬스터를 상대할 방법이 있습니다!”
“……!”
그 말에 더욱 많은 사람이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수호의 손에 들린 소화기를 발견했다.
“그, 그렇구나!”
“맞아! 소화기라면……!”
“몬스터를 죽일 수 있을 거야!”
경황없던 사람들의 눈에 빛이 돌아왔다.
수호는 머쓱했다.
‘아, 죽일 수 있는 건 아닌데. 뭐 상관없으려나?’
일단 사람들에게 희망을 줬으니 그게 중요했다.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져 소화기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차, 찾았다!”
“나도 찾았어!”
소화기를 찾은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동시에 소화기를 찾지 못한 사람들은 사색이 되었다.
애초에 한 층에 소화기가 그렇게 많을 리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다.
수호가 그들에게 외쳤다.
“전부 소화기를 들 필요는 없습니다! 소화기를 든 분들은 저를 따라오세요!”
“히익.”
소화기를 쥔 사람들의 얼굴에 낭패가 서렸다.
이제 보니 소화기를 쥔 사람들만 앞장서서 싸우게 된 것이다.
수호가 앞장서서 미스트 번을 향해 소화기를 겨눴다.
촤아아아아아악!
이제부턴 말보단 행동.
[그어어어!]미스트 번의 화력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
그 광경을 본 사람들의 안색이 환해졌다.
“머, 먹힌다!”
“좋아! 나도!”
촤아아아아악!
자신감을 얻은 그들의 손에서 소화기가 뿜어지기 시작했다.
“좋았어! 이대로 밀고 나갑시다!”
수호가 계속 앞장서서 내달리며 미스트 번들을 밀어붙였다.
그 틈에 수호의 뒤를 따르며 조심조심 계단을 내려오는 사람들.
그때였다.
[크아아아아!]문제는 뒤에서도 미스트 번들이 덮쳐 오고 있었다.
“으아악!”
“뒤에도 있어!”
간신히 안정되어 가던 사람들이 다시 패닉에 빠졌다.
우르르!
공포에 질려 앞다투어 계단을 내려가는 사람들.
수호가 이를 악물었다.
‘거의 다 왔는데.’
이대로 두면 다 같이 계단에서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수호는 둘러메고 있던 친구를 내려 주며 말했다.
“자, 이제부턴 너 혼자 갈 수 있지?”
“어어? 너는 어쩌려고?”
친구는 몹시 당황한 얼굴로 수호를 쳐다봤다.
수호는 굳은 표정으로 소화기를 든 사람들에게 외쳤다.
“뒤는 제가 맡을 테니, 선두에 계신 분들이 길을 뚫어 주세요!”
“아, 알겠습니다!”
수호는 결국 뒤를 돌아 계단을 다시 올라갔다.
‘내가 뭐 하는 건지 모르겠네.’
비각성자가 졸지에 헌터 흉내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촤아아아악!
[그어어어!]수호의 소화기가 뒤에서 덮쳐 오는 미스트 번을 공격했다.
그러다 뚝.
“……음?”
[그어?]기세 좋게 뿜어져 나오던 분말이 갑자기 뚝 끊겼다.
그와 동시에 속절없이 밀려나던 미스트 번과 수호의 눈이 허공에서 어색하게 얽혔다.
“하.”
수호는 허탈하게 웃었다.
“망했네.”
[……크아아아아!]그런 수호를 향해 미스트 번이 덮쳐 왔다.
화르륵!
푸른 연기가 수호를 집어삼켰다.
그리고 그 또한 새로운 미스트 번으로 증식시켜…….
그때였다.
슈와아악!
[……?!]그 순간.
미스트 번은 마주하고 말았다.
수호 안에 잠들어 있던 깊고 깊은 심연을.
* * *
마력의 잔재에서 태어난 미스트 번은 본능으로만 움직이는 미약한 존재였다.
동시에 연료만 충분하다면 얼마든지 강해지고, 끝없이 분신을 늘릴 수 있는 골치 아픈 마수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연료가 가장 좋은 연료일까?
바로 생명체.
그중에서도 생명력이 풍부한 인간이야말로 마른 장작처럼 잘 타는 좋은 연료였다.
그런 의미에서 수호는 미스트 번에겐 더할 나위 없는 먹잇감이었다.
그런데.
슈와아아악!
수호의 몸을 집어삼킨 순간.
미스트 번은 수호 안에 숨겨져 있던 칠흑 같은 심연 속에 풍덩 먹혀 버렸다.
[……크아?]어리둥절한 미스트 번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어딜 둘러봐도 끝도 없는 무저갱.
그런데 심연의 가장 깊은 곳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스트 번이 푸른 연기를 쭈뼛 세우며 사납게 으르렁댔다.
[크아아! 크아! 크아……?]하지만 아무리 짖어 봐도 되돌아오는 건 공허한 메아리뿐.
그러다 미스트 번은 퍼뜩 깨닫고 말았다.
심연 속 누군가가 아니라, 주변을 가득 채운 이 거대한 심연 전체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것을.
그것도 맛 좋은 음식을 바라보듯 군침까지 뚝뚝 흘리며.
[키야악?!]소스라치게 놀라 도망치려는 미스트 번을 향해 심연이 입을 크게 벌렸다.
꿀-꺽.
* * *
푸쉬익.
“……어?”
수호는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자신을 덮치던 미스트 번이 갑자기 공기 중으로 흩어져 버린 것이다.
파사삭.
그 심지였던 인간의 몸도 잿더미가 되어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다.
그런데 그때였다.
[미스트 번을 처치했습니다.] [‘시크릿 퀘스트 : 무력한 자의 용기’의 완료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뭐?”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에 수호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레벨이 올랐습니다!]번쩍!
눈부신 빛이 수호의 전신을 휘감았다.
* * *
수호의 친구 김대현은 가까스로 미술관 밖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털썩.
절뚝거리며 걷던 다리가 밖으로 나온 순간 완전히 힘이 빠져 버렸다.
미술관 앞에서 힘없이 주저앉은 대현의 시선이 본능적으로 수호를 찾아 헤맸다.
“수, 수호는요? 수호 못 보셨어요?”
“그게 누군데? 아, 아까 그 친구?”
사람들은 앞장서서 소화기를 들고 싸우던 학생을 기억해 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수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 주저하며 입을 열었다.
“그 사람 아까 뒤를 맡겠다고 다시 올라가던데?”
“서, 설마…….”
“아직 못 나온 거야?”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누군가 희망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래도 헌터니까 괜찮지 않을까?”
“수호는 헌터가 아니라고요!”
대현은 다급한 어조로 소리쳤다.
그 말이 더욱 충격적이었다.
“뭐? 헌터가 아니라고?”
“헌터도 아닌데 어떻게 그……!”
그들의 시선이 동시에 미술관으로 향했다.
수호는…… 여전히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때마침 신고를 받고 헌터들이 도착했다.
“여깁니다!”
가장 먼저 도망친 임 조교가 헌터들을 끌고 온 것이었다.
임 조교는 무사히 미술관을 탈출한 사람들을 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 진짜 다행이다. 다들 어떻게든 빠져나왔나 보네.’
E급 헌터로서 가장 최선의 방법을 택했다고 자신을 설득했지만, 막상 사람들을 보니 자신이 비겁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들었다.
“그런데 다들 어떻게 나오신 겁니까?”
임 조교와 함께 온 헌터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쳐다봤다.
저런 고립된 공간에 미스트 번이 출몰했는데,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살아남았다니?
다행인 일이긴 한데 그 경위가 궁금했다.
“그보다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이 있어요!”
대현이 다급한 표정으로 외쳤다.
“수호도 아직……!”
“수호? 수호가 아직 저 안에 있다고?”
그 말에 임 조교가 깜짝 놀라며 미술관으로 고개를 돌렸다.
“수호가 아니었다면 우린 모두 죽었을 거라고요!”
울먹이는 대현의 말에 살아남은 모두의 표정이 침울해졌다.
그 모습에 헌터들은 의아하게 되물었다.
“그 수호라는 사람은 헌터입니까? 등급이?”
“……일반인이요.”
“네? 일반인이 어떻게……?”
헌터들이 더 자세한 경위를 물어보려던 순간이었다.
쿠르릉!
미술관 건물에서 불길한 굉음이 들려왔다.
“……!”
사람들의 고개가 동시에 그쪽으로 돌아갔다.
건물 위로 불길한 마력이 넘실대고 있었다.
“이런. 침식이 시작되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