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307)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 307화(308/308)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307화
이 시점에서 그리드, 아니 황동수의 지난날을 잠깐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격변 전, 황동수는 친형 황동석과 함께 ‘형제 사기단’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삼류 잡범으로 밑바닥 인생을 전전했다.
그 세월이 무려 이십여 년.
경찰서와 교도소를 드나들길 반복할 뿐인 인생이었지만, 그럼에도 즐거웠다…… 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형에게 버림받기 전까진.
-너 이제 꺼져라.
황동석이 난데없이 이능력을 각성하더니, 무능력자인 자신을 내치기 전까지는.
-쓸모없는 새끼.
……그렇게 하나뿐인 가족에게 손절을 당해 버린 황동수는 앞날이 캄캄했다.
막막했다.
이제 뭘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 전까지는 형이 하자는 대로만 하면 됐는데.
한동안은 술에 쩔어 살았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못 갔다.
본격적으로 황동석이 빌런으로 악명을 떨치자, 졸지에 형제 사기단으로 묶여 있던 황동수도 경찰들에게 쫓기기 시작했으니까.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살아날 구멍은 있다는 걸까?
경찰들의 포위망 속에서 황동수는 기적적으로 각성을 했다.
그야말로 기사회생!
하지만 뭐가 어떻게 된 걸까?
기껏 각성을 했는데, 이제 보니 자신을 쫓던 경찰들이 보통 놈들이 아니었다.
-미친. 최종인이 왜 여기 있어?!
터무니없었다.
마치 자신이 각성할 것을 미리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갑자기 최종인이 황동수의 앞을 막아섰다.
최종인은 당시에 막 결성된 헌터 협회의 최강의 헌터.
그 별명이 최종병기일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무서운 S급 헌터였다.
그런 인간을 상대로 도망치는 건 불가능하니 싸웠다.
어차피 다른 선택지는 없었으니까.
그런데 의외로.
-……해볼 만한데?
놀랍게도 황동수와 최종인의 전투는 박빙.
덕분에 황동수는 자신이 각성한 힘이 S급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을 버린 황동석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힘.
그러자 용기가 샘솟았다.
일대일로 붙으면, 단순히 도망치는 수준에서 만족하는 게 아니라 그를 이길 수 있을지도?
물론 최종인은 혼자가 아니었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온 건지, 그의 곁에는 A급이나 B급 따위의 잡다한 헌터들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있으나 마나다.
-크하하!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기 전에 다 꺼져라!
그렇게 황동수는 우렁차게 웃음을 터뜨리며, 협회 헌터들에게 무력을 과시했다.
S급 두 명이 싸우는데, 아랫것들이 감히 어딜 끼냐는 말이다.
오히려 인질로 잡혀 발목이나 잡힐 뿐이지!
실제로도 그런 이유 때문에 황동수 본인이 황동석에게 손절을 당한 것이 아니던가.
쿠쾅! 콰콰쾅!
그야말로 경천동지.
황동수는 숨 가쁘게 치열한 최종인과의 전투 속에서도 그가 데리고 온 다른 잔챙이들을 인질로 삼기 위해 틈을 노렸다.
그런데 세상에, 이제 보니 그 잔챙이들 중에 대단하신 인물까지 껴 있는 게 아닌가.
-하하! 이거 황송하구만! 나 하나 잡으려고 그 유명하신 우진철 나으리까지 출동하셨어?
-황동수 씨, 순순히 투항하시지요. 아직은 잡범이니…….
-그놈의 잡범! 잡범!
황동수는 자신의 앞에 정장까지 빼입고 나타난 우진철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그리고 그 잘난 멱살을 틀어 주기 위해 손을 뻗었을 때.
휘아악-
그 엄청난 속도에 공기를 갈기갈기 찢으며 짓쳐들어오는 칼바람을 앞에 두고도.
우진철은 그저 바람에 나부끼는 자신의 넥타이를 한 손으로 풀어 헤치며, 침착하게 다른 손을 뻗을 뿐이었다.
황동수를 향해서.
-속도 둔화.
-감각 둔화.
-시야 교란.
-공격력 약화.
……?!
그 순간, 황동수는 깨달았다.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고작 A급인 우진철이 S급인 최종인을 아랫사람으로 부릴 수 있는 이유를.
척.
이윽고 우진철의 손바닥이 눈에 띄게 느려진 황동수의 주먹을 맞잡으며 마침표를 찍었다.
-억압의 사슬.
슈와아악-
-무, 무슨!
황동수는 크게 당황했다.
갑자기 사방에서 날아드는 마력의 사슬이 사지를 휘감은 것이다.
물론 그래 봤자 A급.
그는 마력을 일으켜 억압의 사슬을 억지로 뜯어냈다.
이어서 자신을 옥죄는 디버프 스킬들을 일일이 튕겨 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 많았다.
게다가 이러는 사이에도 여전히 최종인이 자신을 공격하고 있었다.
-흠, 이 정도인가?
-……이, 이 비겁한 놈이!
열이 뻗쳤다.
감히 S급 빌런을 바로 앞에 두고도 침착하게 잡스러운 스킬들을 하나하나 펼치는 우진철의 모습은 진심으로 얄미웠다.
아마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바로 등 뒤로 무시무시한 최종인의 화염이 날아오는 순간에도, 황동수가 먼저 우진철부터 공격하려 했던 이유는.
하지만.
-방어력 무시.
-……?!
푸쾅!
매우 적절한 타이밍에 펼쳐진 우진철의 디버프.
황동수의 견고한 방어력이 약해진 찰나의 순간에 그의 등에서 폭발한 최종인의 화염 스킬의 콜라보.
-크헉……!
실로 완벽한 합공에 제대로 당해 버린 황동수는 전력을 다해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불행 중 다행이었다.
같은 S급인 최종인이 마법계 헌터였기에, 작정하고 도망치기로 결심한 황동수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이는 그 자리에 아무도 없었으니까.
아, 한 명.
-속도 둔화. 억압의 사슬.
-아, 제발 그만 좀……!
결국 그 지독하고 집요한 우진철의 디버프들 때문에, 황동수는 최종인의 모든 공격을 속수무책으로 맞아 가며 가까스로 도망칠 수 있었다.
만신창이가 되어.
결국 그는 그날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그 후로도 한참을 숨어 지내야 했다.
철저히 정체를 숨긴 채 협회의 눈이 닿지 않는 음지에서 프리랜서 힐러들을 찾아다니며 상처를 치료하는 데만 전념한 것이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한국을 뜨고 싶었으나, 몸이 다 회복하기 전에는 무리였다.
그러다 마주친 놈들이 바로 ‘외신교’였다.
처음엔 황동수도 놈들이 뭐하는 단체인지 그 이름조차 알지 못했다.
애초에 관심도 없었고.
하지만 자꾸만 동선이 겹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마침 외신교도 황동수와 마찬가지로 협회의 눈을 피해 음지에서 암약하던 놈들이었으니.
그렇게 황동수와 외신교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내 상처를 치료해 줄 힐러를 보내 주겠다고?
-예. 그것도 B급 힐러로 말입니다. 대신, 저희도 사소한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아, 물론 절대로 강요는 아닙니다.
그렇게 외신교는 굉장히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황동수에게 접근했다.
당시엔 아직 규모가 작았던 외신교였기에, S급 빌런 황동수의 힘은 상당히 쓸모가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조심스럽기는 황동수도 마찬가지였다.
-범죄는 절대로 안 된다. 지금 이 꼴로 협회에 덜미라도 잡혔다간…….
-그건 걱정 마십시오. 그런 눈에 띄는 일을 부탁드릴 생각은 없습니다. 아직 협회에게 발견되지 않은 게이트를 공략해 주시면 됩니다.
-그 정도라면야.
그렇게 황동수는 외신교의 ‘사소한’ 부탁을 들어주기 시작했다.
아무리 상처를 입었다 한들, S급의 힘이 어디 사라진 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그들이 부탁한 게이트를 협회 모르게 공략할 때마다, 그들이 보내 준 힐러가 찾아와 마력이 탈진될 때까지 몇 번이고 황동수의 상처를 치료하고 떠나곤 했다.
하지만 고작 그 정도로는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이런 식으로는 몸이 전부 회복되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땅한 힐러를 제공하지 못한 대신, 외신교는 황동수에게 다른 식으로 보답을 했다.
바로 은신처.
협회의 눈을 피할 수 있는 적당한 은신처들을 그때그때 마련해 준 것이다.
그 망할 우진철이 전국에 자신의 수배령을 때린 바람에, 한곳에 오래 머물 수 없었던 황동수에게 그들이 제공하는 은신처들은 가뭄의 단비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양평으로 가십시오.
슬슬 거의 회복이 끝나 이 망할 대한민국을 뜨려 했던 황동수에게 외신교가 새로운 거래를 요청했다.
이제는 더 이상 힐러가 필요 없어진 그에게, 외신교는 그의 형인 황동석을 살해한 놈을 알고 싶지 않냐며 은근한 어조로 속삭였고.
결국 황동수는 그들의 제안을 또다시 수락하고 말았다.
어차피 어려운 부탁도 아니었다.
여느 때처럼 양평에 있는 어느 게이트를 좀 해결해 달라는 것뿐.
어차피 한국을 뜨려던 차에,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황동수는 군말 없이 양평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그곳에는 외신교의 사제라는 인간이 환하게 웃으며 그를 맞이해 주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김철이라고 합니다.
-흠.
-왜 그런 눈으로 보십니까?
-……우리 어디서 본 적 있던가? 뭔가 낯이 익은데.
-오! 마침 저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통했나 봅니다. 하하.
-고향 친구는 아닌 것 같고, 혹시 감방에서 봤나?
-아이고, 감방이라니요. 저는 워낙 착하게만 살아와서 그런 무서운 곳은 근처에도 안 가 봤습니다. 혹시 전생에 무슨 인연이라도 있었나 봅니다. 하하하.
-전생은 개뿔. 설마 협회 놈은 아니겠지?
-오, 어떻게 아셨습니까? 최근에 때려치웠습니다. 영 보람도 없고, 재미도 없어서.
-……?
황동수가 협회를 질색하는 걸 알면서도, 그 앞에서 너스레를 떠는 김철의 태도는 꽤나 신기한 모습이었다.
정작 김철 본인도 그 악명 높은 S급 빌런인 황동수에게서 묘하게 친숙한 느낌이 나서 신기해하고 있었다.
-아무튼, 모쪼록 이번 게이트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걸 드리지요.
-목걸이? 이건 뭐지?
-저희 외신교의 본단에서 보내온 신물입니다. 조만간 한국을 뜨실 계획이라면서요? 그동안의 인연도 있는데, 마땅한 아이템 하나 정도는 챙겨 드리는 게 도리 아니겠습니까?
-아이템? 기능이 뭐지?
-마력의 증폭과 회복 속도가 높아지는 최상급 별조각 목걸이입니다. 혈혈단신으로 타국을 떠도실 때 큰 도움이 되실 겁니다.
-흠. 나쁘지 않군.
김철에게서 느껴지는 묘한 친근감 탓일까.
황동수는 별다른 의심도 없이 김철이 건넨 목걸이를 순순히 받아서 목에 걸었다.
김철 본인의 목에도 똑같은 목걸이가 걸려 있기도 했고.
그렇게 황동수는 김철의 안내를 받아 게이트에 진입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외신교의 신전에 발을 들이는 순간.
우뚝.
그의 기억은 거기에서 끊겼다.
그리고 한참 뒤.
-……이타림이시여.
다시 눈을 떴을 때.
황동수의 안광에 푸른 귀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본능적으로 깨우쳤다.
자신이 누구인지.
-나는…… 위대한 신, 이타림을 섬기는 대사제…… 끄윽.
그 순간.
본능의 밑바닥, 그의 영혼 어딘가에서부터 느껴지는 위화감에 구역질이 날 뻔했으나, 그런 기분은 곧 이마가 지끈거리며 감쪽같이 사라졌다.
-깨어나셨습니까, 대사제시여.
그런 황동수 앞에 김철 사제가 극진한 태도로 서 있었다.
황동수는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내 몸속에서 묘한 이질감이 느껴진다. 이게 무엇인가.
-저도 본단에서 전달을 받았을 뿐이라 아는 게 많지는 않습니다. 그저 위대하고 숭고한 실험의 과정이라는 것 외에는.
-실험? 무엇을 위한 실험이지?
-진화와 창조입니다.
-진화와 창조라…….
황동수의 의문에, 한참 전에 사제가 되었던 김철은 광기 어린 눈빛을 번뜩이며 대답했다.
-예. 본단에서 이르기를, 극한에 이른 진화는 창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더군요. 그것을 위한 위대한 실험이라 들었습니다.
-……극한에 이른 진화라. 과연 위대하도다.
* * *
[과연 위대한은 개뿔!]그 순간의 흑역사가 떠오르자 그리드는 몸서리치며 흉악하게 이를 갈았다.
[감히 나를 빌어먹을 외신의 졸개 따위로 만들었겠다!]“누, 누가……!”
“우리가 아닌……!”
빠콰쾅!
어마어마한 기세가 해일처럼 그들을 휩쓸었다.
땅거죽을 뒤집고, 하늘을 반으로 접어 버릴 것 같은 압도적인 폭력.
어차피 대답 따위는 들을 가치도 없었다.
그리드는 그저 그때의 자신을 연상케 하는 이놈들을 당장 눈앞에서 치워 버리고 싶었을 뿐이니까.
그리고 은근슬쩍 그 옆에서 몸을 일으킨 또 한 명의 그림자가 있었다.
[저도 가세하겠습니다! 주군의 영광스러운 병사인 우리를 감히!]그 정체는 다름 아닌 김철 사제, 아니 그림자 병사로 돌아온 ‘아이언’이었으니…….
와직!
[……어?]순간 아이언의 시야가 거꾸로 뒤집혔고.
그리드는 주저 없이 아이언의 발목을 붙잡아, 몽둥이처럼 통째로 휘둘러 빌런들을 후려쳤다.
따지고 보면 다 아이언 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