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31)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30화(31/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30화
“꾸르릉…….”
송곳니 늑대 그레이는 몸을 바짝 낮추고 사냥감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레이 Lv.4]송곳니 늑대
그동안 레벨이 조금 오르긴 했지만 크기는 여전히 손바닥만 했다.
하지만 역시 위대한 송곳니 일족의 후예답게, 이젠 고블린 한두 마리 정도는 쉽게 사냥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덕분에 요즘 그레이는 꼬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다닐 정도로 기세등등했다.
물론 아직 3마리까진 무리라서, 고블린 3마리가 동시에 덤벼들면 얼른 꼬리를 말고 미리 파 둔 작은 굴속으로 피신하곤 했다.
그러면 쫓아오던 고블린들은 그 굴이 너무 작아서 결국 추격을 포기하고 돌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덩치만 크고 멍청한 고블린들을 요리조리 농락하면서 그림자 던전 라이프에 적응해 가던 그레이에게 어느 날 큰 위기가 닥치고 말았다.
그림자 던전에 갑자기 불청객이 찾아온 것이다!
“꾸우웅…….”
그레이는 더없이 신중한 눈빛으로 불청객의 뒤를 은밀히 추격 중이었다.
녀석은 상당히 강해 보였지만, 오랫동안 굶주렸는지 힘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할 수 있다.
바로 그 부분이 그레이에게 호승심을 불러일으켰다.
할 수 있다.
자신보다 강한 먹잇감을 사냥한다는 건 엄청 명예로운 일이었다.
꿀꺽.
그레이는 숨을 죽이고 바짝 긴장된 표정으로 그 사냥감이 빈틈을 보이는 순간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들썩.
녀석이 움직였다!
“다 보이거든?”
“꾸엉?”
에실의 손이 구석에서 몸을 웅크리고 자신을 노려보고 있던 그레이의 뒷덜미를 잡아 올렸다.
“꾸엉! 꾸이잉!”
앗! 잡혔다!
그레이는 깜짝 놀라 짧은 다리를 파닥거렸다.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 쳐도 도저히 에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자, 반항적인 눈빛으로 사납게 울부짖었다.
“꾸르렁!”
“아오, 진짜. 수호 님 애완동물만 아니었으면 확 잡아먹어 버리는 건데.”
아쉽게 됐다며 그레이를 보며 입맛을 다시는 에실이었다.
‘설마 송곳니 군주의 후예가 이런 곳에 남아 있었을 줄이야.’
크기는 고작 한 입 거리도 안 되는 녀석이었지만, 송곳니 일족의 피와 살은 그 자체로 매우 귀한 영약이다.
“꾸르릉!”
날름날름!
“어쭈? 맛이라도 보겠다 이거냐?”
그레이는 주둥이를 이리저리 뒤틀어 자신의 뒷덜미를 잡고 있는 에실의 손을 열심히 핥아 댔다.
그러면서도 눈빛만큼은 당돌한 표정으로 에실을 계속 노려보고 있었다.
“참나. 웃기는 멍멍이네.”
에실은 결국 피식 웃고 말았다.
“하긴, 너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거겠지. 나를 잡아먹으면 힘을 얻는다는 것을.”
‘우린 사실 같은 입장이니까.’
자신은 현재 악마계에 살아남은 유일한 악마 귀족이었다.
즉, 다시 말하면 언젠가 악마 군주가 될지도 모르는 유일한 적통자라는 말이었다.
이번에 악마들이 에실의 피를 노렸듯이, 에실의 몸속에 흐르는 순혈은 그 자체로 귀중한 힘이 깃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건 너도 마찬가지겠지.’
이 건방진 하룻강아지도 언젠가 송곳니 군주가 될지도 모르는 유일한 송곳니 일족이었다.
에실은 문득 묘한 기분이 들었다.
‘전쟁으로 멸망을 당한 일족의 순혈이 여기 둘이나 모여 있다니. 수호 님은 대체 어떤 목적으로 우리를 거둔 걸까.’
날름? 날름, 날름, 날름!
“아, 거참! 침 좀 그만 바르라니까!”
그때였다.
[그림자 던전에 입장했습니다.]슈와아악!
때마침 그림자 던전에 들어온 수호와 베르.
그런데 그들의 손에 싱싱한 통돼지가 들려 있었다.
그것도 두 마리나!
“앗!”
“꾸엉?”
순간 에실과 그레이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꼬르르르륵-!
에실과 베르의 배에서 우렁찬 소음이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수호가 피식 웃으며 통돼지를 앞으로 내밀었다.
“자, 악마는 고기 좋아한댔지?”
“응! 풀만 아니면 돼!”
에실은 얼른 들고 있던 그레이를 뒤로 내던지고, 수호에게서 통돼지를 냉큼 넘겨받았다.
그러자 뒤로 던져진 그레이가 쏜살같이 돌아와서 에실의 앞에서 탐욕스럽게 이를 드러냈다.
그리고 벌러덩!
“꾸어엉! 끼오옹!”
갑자기 배를 뒤집어 까고 이리저리 몸을 뒤틀기 시작하는 그레이.
하지만 에실은 단호했다.
“안 돼. 돌아가. 이건 내 밥이야.”
“헥헥헥헥!”
“이제 와서 꼬리 흔들어도 소용없어!”
“꾸르릉!”
통돼지를 두고 실랑이를 하는 새끼 늑대와 악마 귀족이었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수호는 허탈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어째 요즘 내 주변에 점점 육식동물들만 모여드는 것 같은데.’
욤뇸뇸뇸!
[케헷! 맛있나이다!]“…….”
가져온 통돼지는 두 마리.
뒤에서는 어느새 베르까지 남은 하나에 달라붙어 열심히 뜯어 먹고 있었다.
하지만 용감무쌍한 그레이도 감히 베르의 먹이는 넘볼 생각을 안 했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에실은 돼지의 몸속에 손을 푹 쑤셔 넣었다.
그러자.
쑤와아악!
커다란 통돼지가 에실의 손을 중심으로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오.’
그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수호의 곁으로 베르가 스윽 나타나 설명했다.
[돼지의 몸에 깃들어 있던 마력을 빨아먹는 겁니다. 악마들마다 식사 방식은 천차만별이지만, 악마 귀족들은 주로 깔끔한 방식을 선호하는 편입니다.]“아, 깜짝이야. 설명충이야, 뭐야?”
[소인은 벌레가 맞나이다.]베르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다시 자신의 돼지에게로 돌아가 크게 입을 벌렸다.
오물오물, 욤뇸뇸.
베르는 에실과는 반대로 깔끔하지 못한 식사 방식을 선호하는 것 같았다.
수호는 피식 웃고는 슬며시 시선을 돌렸다.
“그럼 나는 그동안…….”
킁킁.
케르륵, 케륵.
어느새 고기 냄새를 맡은 야생의 고블린들이 주변에 하나둘씩 모여들고 있었다.
수호가 손을 뻗었다.
“껙?!”
선두의 한 마리가 갑자기 허공에 떠올라 다리를 버둥거렸다.
지배자의 권능.
수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
“일일 퀘스트나 하고 있을까?”
[일일 퀘스트 : 그림자 던전 청소]고블린 100마리 : 미완료 (0/100)
고블린 십부장 10마리 : 미완료 (0/10)
고블린 백부장 1마리 : 미완료 (0/1)
* * *
[완료 보상이 도착하였습니다.] [보상을 확인하시겠습니까?] (Y/N)새삼 능력치가 오른 것이 실감이 났다.
‘이제 고블린 백 마리쯤은 아침 운동도 안 되는군.’
탁탁.
수호는 고블린들의 사체 가운데서 가볍게 손을 털었다.
그의 양옆에는 라칸의 송곳니와 볼칸의 뿔, 두 자루의 검이 바닥에 꽂혀 있었다.
‘저번처럼 히든 퀘스트는 안 생기나 보네.’
이번에도 몇 마리 더 잡아 봤지만, 아무래도 히든 보상은 일회성인 것 같았다.
하지만 일반적인 일일 퀘스트 보상도 충분히 쏠쏠했다.
[아래와 같은 보상이 준비되어 있습니다.]보상 1. 상태 회복
보상 2. 능력치 포인트 +3
보상 3. 랜덤 박스 1개
우선 첫 번째 보상인 ‘상태 회복’은 미수락 상태로 남겨 두기로 했다.
‘이건 아껴 뒀다가 나중에 진짜 위급할 때 써먹어야지.’
포션으로 HP를 회복할 수는 있었지만, 그건 회복량도 적고 회복되는 속도도 느렸다.
반면에 ‘상태 회복’ 보상은 즉시 회복.
진짜 위급한 순간에 써먹기 좋았다.
‘그리고 스탯은 전부 근력에 투자하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강해지려면 근력이 최고였다. 근력 스탯이 높을수록 힘과 속도가 오르니까.
‘그리고 랜덤 박스.’
이번엔 히든 보상이 아니라서 평범한 랜덤 박스가 수호의 손에 나타났다.
상자를 개봉하자, 작은 반지가 덜그럭 굴러 나왔다.
[‘아이템 : 잿빛 반지’를 획득했습니다.]“반지?”
수호가 칙칙한 빛깔의 반지를 꺼내 들자 아이템 설명이 떠올랐다.
[아이템 : 잿빛 반지]입수 난이도 : D
종류 : 액세서리
감각 +5
“감각 스탯을 5포인트나 올려 준다고?”
수호의 눈이 커졌다.
생긴 거에 비해 상당히 좋은 아이템이었다.
감각 스탯은 오감을 올려 주는 스탯으로, 위기 감지 능력을 상승시킨다.
즉, 불시의 기습을 포착하는 감각이 올라가는 것이다.
수호는 냉큼 반지를 손가락에 끼워 보았다.
사이즈가 헐렁했지만 문제는 없었다.
[‘아이템 : 잿빛 반지’를 착용하였습니다.]손가락 위에서 잿빛 반지가 스르르 사라졌고, 바로 스탯이 적용되었다.
[감각 : 29(+5)]‘평범한 랜덤 박스도 되게 좋은 거구나. 경품 돌리는 느낌이네.’
그렇게 수호가 일일 퀘스트를 완료하는 동안.
[꺼억.]식사도 어느덧 끝나 있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뒤에서 수호가 고블린들을 사냥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에실이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른 이의 사냥을 돕는 건 예의가 아니었기에 구경만 했지만, 고블린들이 이곳에 돌아다니는 상황 자체가 뭔가 이상했던 것이다.
“별일이네.”
“뭐가?”
“차원 난민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흘러들었지?”
“차원 난민?”
“저놈들 말이야. 군주들의 전쟁이 끝나고 살아남은 패잔병들이 차원의 틈새에 휘말려 여기저기로 섞여 들었어. 그런 놈들을 차원 난민이라 불러.”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구심점이었던 군주들이 전부 사라졌으니, 그 휘하의 마수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게 아무래도 우연은 아닌 것 같단 말이지.”
[뭐가 우연이 아니라는 거지?]에실의 말에 베르도 관심을 보였다.
“그게 으음……. 사실 차원의 벽을 뚫는 건 되게 힘들고 번거로운 일이거든.”
[그건 잘 알지. 그게 쉬웠으면 나는 진즉 군주님께로 돌아갔을 테니까.]베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옛날엔 환계의 군주 정도는 되어야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는 게이트를 뚫을 수 있었다.
그조차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베르도 그 정돈데, 고작 전쟁의 패잔병들이 차원의 벽을 이렇게 쉽게 넘어올 수 있을까?”
[호오?]베르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수호도 에실이 말하려는 바를 눈치채고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푸른 안개 때문인가.”
“맞아. 어느 날부턴가 외우주에서 흘러온 푸른 안개가 우리 쪽 차원의 벽을 마구 헝클어 놓기 시작했어. 그 뒤틀림이 얼마나 심해졌으면 저런 약해 빠진 고블린들까지 그림자 군주가 다스리는 세계에 흘러왔을까.”
에실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어깨를 으쓱였다.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수호의 손에 들려 있던 라칸의 송곳니가 대화에 불쑥 끼어들었다.
-설마 패잔병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제 발로 전쟁의 승자가 다스리는 세계에 들어왔을 리 없지. 정말 차원의 틈새가 단단히 비틀렸나 보군.
‘아.’
대화를 하는 중에 수호는 문득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베르, 하나만 묻자.”
[옙.]“지금 아버지의 군단과 외우주의 사도들의 전력이 서로 비등하다고 했지?”
[그렇나이다. 서로 너무 팽팽해서 군주님께서도 지구에 직접 올 엄두가 안 나서 저를 보내신 거지요.]“그 말은 반대로 생각하면, 외우주 쪽도 지금 지구로 넘어올 엄두를 못 내는 거 아냐?”
[엇?]순간 베르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앗?]거기서 눈이 또 한 번 커졌다.
“맞지?”
[소군주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당연히 그럴 겁니다!]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베르.
수호도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래서 차원 난민들을 이용하는 거구나. 자기들이 직접 올 수 없는 상황이니까 대신 차원 난민들을 긁어모아서 지구와 연결시킨 게 분명해.”
이른바, 손 안 대고 코 풀기.
그리고 이건 차원 난민들 입장에서도 전혀 나쁠 것 없는 상황이었다.
그들 입장에서 지구는 그야말로 만만한 곳이었으니까.
마음껏 죽이고, 뺏고, 정복하기가.
‘그리고 또 하나.’
수호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일 퀘스트의 의미를 비로소 깨달았다.
[일일 퀘스트 : 그림자 던전 청소]“최대한 빨리 고블린들을 청소하고, 놈들이 넘어온 차원의 틈새를 찾아서 막아야겠는걸.”
[맞습니다. 차원 난민들을 계속 내버려 뒀다간, 결국 외우주의 놈들에게 이곳의 존재를 들키게 될 겁니다. 아니, 정확히는…….]“내 존재를 들키겠지.”
[…….]수호는 자신의 처지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나는 아버지의 유일한 약점이니까.”
강해져야 할 이유가 또 하나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