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313)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313화(314/331)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313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악몽의 사도가 자신의 완벽했던 계획에 뭔가 차질이 생겼다는 사실을 눈치챘을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힐끔,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도 악몽의 사도의 시선이 주변을 훑었다.
고오오오-
추락하는 혼의 나락.
끝도 없이 깊고 깊은 사후의 바다.
이 까마득한 무저갱 안에는 모든 것을 잃고 그저 존재하기만 하는 영혼의 찌꺼기들이 멍한 표정으로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 또한 빙산의 일각.
심연을 조금만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보이는 것이다.
그 아래 가라앉아 있는 기괴한 찌꺼기들의 양이 셀 수 없이 많다는 것을.
그 광경은 생명을 가진 존재가 본다면, 누구라도 본능적인 꺼림칙함을 느낄 만한 어마어마하게 기괴한 광경이었다.
그렇다.
이곳, 사후의 바다는 마치 검은 담요처럼 죽은 자들의 찌꺼기들이 차곡차곡 누적되어 썩어 가고 있는 차원의 쓰레기통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러나.
악몽의 사도에게는 그 풍경조차 매혹적으로 느껴졌다.
이곳에 바로 그의 열망을 이루어 줄 수 있는 ‘힘’이 존재했으니까.
군주란 그저 종족의 왕을 칭함이 아니라 ‘태초의 어둠’,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존재.
즉, 군주라는 이름 따위와 상관없이 태초의 어둠이라는 힘의 여부가 더 중요한 것이었다.
그리고 오랜 연구 결과.
세계수라는 것이 태초의 어둠을 새로운 군주에게 계승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에 악몽의 사도는 한 가지 계획을 세웠다.
이곳의 찌꺼기들을 자신의 악몽에 끌어들여 시르카의 계승식을 방해한 뒤.
스스로가 시르카의 악몽이 되어, 시르카의 꿈속에 침입하여 태초의 어둠을 가로챌 계획을.
악몽의 군주의 근간은 진화.
시르카를 죽이고 자신이 시르카가 되어 군주가 되는 것이 그가 세운 계획의 끝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계획은 완벽했다.
……적어도 성수호가 이곳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캬아오오오오!
캬웁! 캬웁! 캬우웁!
[끄악……!]아프다.
괴롭다.
고통이 끊이질 않는다.
입에서 비명이 절로 나왔다.
공허 상어, 아니 그림자 상어들.
한순간에 악몽의 통제를 벗어나, 악몽의 사도에게 우글우글 몰려든 검은 괴물들이…… 전신에 검은 증기를 이글거리며 사정없이 악몽의 사도를 물어뜯고 있었다.
그 모습은 참으로 끔찍한 광경이었으며, 동시에 누군가에겐 참으로 익숙한 상황이기도 했다.
외우주의 전장.
그곳의 먼발치에서 지켜봤던 그림자 군주.
그 끔찍한 어둠의 왕이 자신들에게 매번 행하던 짓거리였으니까.
‘죽이고, 빼앗는다.’
전쟁에서 가장 최악이자 최강이었던 그의 권능이…….
지금 이 순간, 그의 아들의 손에서도 펼쳐지고 있었다.
절망적이었다.
캬웁! 캬웁! 콰드득!
[어떻게…… 내 영역에…… 끄륵!]꿈인가?
아니다.
그러기엔 너무 아팠다.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말이 안 됐다.
말 그대로 악몽이라도 꾸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그림자 상어들의 흉악한 이빨들에 사지를 물어뜯기고, 씹어 먹히더라도.
악몽의 사도의 몸은 몇 번이고 다시 재생되었다.
그것이 그가 악몽의 사도가 되며 손에 넣은 권능.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마치 하룻밤의 꿈처럼 다 없었던 일이 되어 버리는 능력이었다.
하지만 육신의 고통은 어쩔 수 없었다.
그게 무한히 반복되고 있었다.
위대한 권능이 오히려 그 자신을 악몽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 셈이었다.
무한하게…….
하지만 지금 악몽의 사도에겐 육신의 고통보다도 머릿속이 더 혼란스러웠다.
성수호가 내뱉은 말 때문이었다.
[정녕 이곳이…… 그림자 군주가 지배하는 세계라는 겁니까……? 그럴 리가…… 없는데…….]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연구 결과, 사후의 바다는 누구의 것도 될 수 없는 차원이었다.
그럴 가치도 없고, 다스릴 종족들이 사는 것도 아니었다.
이곳은 그저 모든 것을 잃고 떠도는 찌꺼기들이 둥둥 떠다니는 쓰레기장에 불과했으니까.
[애초에 쓰레기장을 다스리는 주인이 있을 리가…….]비명 속에서도 악몽의 사도는 황망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 입에서 피가 튀어나왔으나, 금세 아물었다.
그리고 또다시 피를 토했다.
그런 그를 향해 수호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아, 우리 집안은 부자 대대로 재활용을 잘하는 편이라.’
[…….]그 말을 듣고, 비로소 깨닫는 바가 있었다.
이곳은 누구의 것도 아니었으나, 그동안 그림자 군주가 거느리고 있던 그 많은 병사가 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애초에 사후의 바다를 떠도는 모든 영혼은 그림자 병사를 위한 재료들이었던 것이다.
권능의 격만 따라 준다면, 그저 눈에 보이는 족족 주워서 일으키면 그만인 중고장터 같은 곳이란 말이다.
[제 불찰이군요…….]악몽의 사도는 탄식했다.
[이곳이 ‘그’의 수확지였을 줄이야…….]알고 나면 이리도 당연한 것을.
어째서 자신은 이제야 비로소 이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단 말인가.
[제가 무지했습니다.]그는 순순히 자신의 부족을 인정했다.
무지를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발전의 근간이며, 그것이 곧 진화였으니까.
[하지만.]하지만 상어 떼의 이빨에 파괴와 재생을 반복하는 와중에도, 악몽의 사도의 눈빛에선 포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여기서 죽지 않는 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그 순간, 악몽의 사도는.
찌지지직!
상어들에게 물린 몸을 스스로 찢어 내며, 필사적으로 앞으로 뻗어 나갔다.
그 방향 끝에는 세계수가 있었다.
그림자 상어 떼가 그 뒤를 맹렬하게 뒤쫓으며 그의 몸을 물어뜯었으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진화는 제 사명이자 존재 이유.]고통 따위.
[저 앞에 고지가 보이는데, 포기할 수는 없지요.]진화는 원래 고통을 동반한다.
‘시르카.’
수호는 품에 안고 있던 시르카를 천천히 내려 주며, 눈을 마주쳤다.
‘자, 이제부턴 네 차례야. 걸어 봐. 굳이 얼음을 밟을 필요는 없어.’
‘뭐……?’
‘엘프의 발걸음. 내가 할 수 있었으니, 너도 당연히 할 수 있을 거야.’
수호의 눈빛에 시르카는 고개를 내려 검은 바다 위에 서 있는 수호의 발을 보았다.
그 순간, 눈빛이 변했다.
수호에게 엘프의 발걸음을 가르쳐 준 건 다름 아닌 자신이었으니까.
……!
이변은 없었다.
시르카는 혹한의 군주가 마련해 준 얼음의 길이 없어도, 사후의 바다 위를 걸을 수 있었다.
그런 시르카의 등을 수호가 툭 밀며 응원했다.
‘자, 됐지? 그럼 먼저 가. 세계수에 가서 태초의 어둠을 받아 와.’
‘너는?’
‘나도 금방 따라갈게. 일단 저놈부터 해결하고 나서.’
그 말과 함께 수호가 고개를 돌려 악몽의 사도를 노려보았다.
‘먼저 가고 있어. 금방 따라갈 테니까.’
번뜩.
악몽의 사도를 바라보는 수호의 눈빛이 서늘했다.
‘베르, 가자.’
[키에에에엑!]그 순간 수호와 베르의 신형이 악몽의 사도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검은 빛줄기가 되어.
[저를 죽일 수는 없습니다!]‘알아. 그래도 막을 순 있지.’
두두두두두두두두두!
수호의 검이 악몽의 사도의 전신을 난도질했다.
‘너는 이곳에 남아서 고통받아라. 영원히.’
[끄아악……!]‘왜 그래? 악몽을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수호의 집요하고도 지독한 공격에 악몽의 사도는 진저리를 쳤다.
그사이에 시르카는 이미 저 멀리 달려가고 있었다.
검은 수면 위를 밟으며.
이미 이곳은 시르카의 악몽이 아니었다.
[설인들의 왕, 혹한의 군주가 후계자의 걸음을 재촉합니다.]실라드의 목소리가 시르카의 귀에 들려왔다.
그 목소리를 따라 시르카는 쉼 없이 달렸다.
더는 얼음 기둥도, 살얼음길도 필요 없었다.
엘프의 발걸음으로 시커먼 사후의 바다 위를 가볍게 디디며 세계수를 향해 필사적으로 뛰고 또 뛰었다.
그 뒤로 점점 멀어지는 수호와 악몽의 사도의 전투 소리를 들으며.
악몽의 사도의 비명 또한 점점 멀어져 갔다.
‘이제 곧이야!’
시르카의 시야로 희미하게 보이던 세계수의 실루엣이 점점 거대해졌다.
차원의 끝자락에서 세계수의 위용이 점점 선명하게 드러났다.
실라드의 목소리 또한 더욱 선명해졌다.
그렇게 그 앞에 도착했더니.
크르르륵.
놀랍게도 그 그림자는 세계수가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건 세계수를 휘감고 있는 거대한 무언가였다.
‘……!’
팟!
시르카는 본능적으로 그 자리에서 옆으로 뛰어올랐다.
그러자 시르카가 발을 딛고 있던 공간으로 거대한 뱀의 꼬리가 내려쳐졌다.
[세계수의 뿌리를 갉아 먹는 뱀, 니드호그]세계수의 뿌리를 휘감고 있던 거대한 뱀.
세계수의 양분을 빨아먹으며 영원히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 존재가 시르카의 앞을 막아선 것이다.
‘니드호그……!’
시르카의 눈에 결연한 빛이 떠올랐다.
이미 니드호그의 존재에 대해서는 수호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마주하니 터무니없이 거대하지 않은가!
크르아아악!
거대한 뱀이 세계수의 뿌리를 감은 채 시르카를 노려보며 포효했다.
그 입에서 검은 독기가 흘러나왔다.
[서둘러라! 놈의 머리들 중에서 혹한의 군주를 찾아내야 한다!]언제 곁으로 다가왔는지, 베르가 시르카에게 다그쳤다.
악몽의 사도와 전투 중이던 수호가 베르만 이쪽으로 보낸 것이다.
[먹히기 전에 먹어라! 그러면 된다!]‘저런 걸 어떻게 먹으라고……!’
베르의 말에 시르카는 비명을 질렀다.
엄살이 아니었다.
이런 터무니없는 놈을 상대로 뭘 어떻게 하란 말인가!
하지만 말과는 달리 시르카의 몸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군주의 힘이 이토록 가까이 있는데, 이제 와서 물러설 수는 없지 않은가.
‘가자……!’
파바밧!
시르카는 니드호그에게 돌진했다.
엘프의 발걸음의 극한.
시르카의 발이 세계수의 거대한 나무 기둥 위를 밟고, 수직으로 뛰어올랐다.
쉬아아악!
니드호그의 머리들이 하늘을 가리며 그 앞을 막아섰다.
화르륵!
위압감.
마치 거대한 산맥이 움직이는 것 같은 압도적인 존재감에 시르카는 숨이 턱 막혔다.
니드호그의 거대한 머리 하나가 빛살처럼 내리꽂혔다.
시르카는 간신히 몸을 틀어 피했으나, 그 충격파에 휩쓸려 몸이 붕 떴다.
퍼엉-!
내동댕이쳐진 시르카가 낮게 신음했다.
온몸이 뒤틀릴 것 같은 고통이 몰려왔다.
[정신 차려라! 이제부터가 시작이니까!]쉬쉬쉬쉭-
베르의 경고.
거대한 뱀의 몸통이 세계수를 휘감았다.
그 모습을 보며 시르카는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다.
‘저기다.’
찾았다.
여섯 개의 머리 중 하나가 다른 것들과는 달리 유독 어둡게 빛나고 있었다.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눈치챘다.
저 안에 자신에게 주어진 힘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쿠과과과광!
빗발치는 니드호그의 공격에 세계수의 나무껍질이 터져 나갔다.
세계수가 흔들릴 정도의 충격파.
하지만 시르카는 오히려 그 파편들을 딛고 더 높이 뛰어올랐다.
그리고 니드호그의 거대한 몸통 위에 올라타, 대범하게도 그 위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워어어어어!
힘겹다.
이건 자신을 위해 마련되었던 얼음의 길이 아니었다.
자신을 튕겨 내려는 거대한 뱀의 길이었다.
니드호그의 몸통이 몸부림치고, 여러 방향에서 다양한 힘을 뱉어 내는 뱀의 아가리가 시르카를 잡아먹기 위해 입을 벌렸다.
그 공격은 스케일이 너무도 압도적이라 거대한 차원 자체가 자신을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아직이야!’
하지만 시르카는 포기하지 않았다.
몸부림치는 니드호그의 비늘을 딛고 계속 달렸다.
머리 위에서 쏟아지는 독기가 시르카의 몸을 점점 오염시켰다.
오염 수준이 아니라, 몸이 그대로 녹아 버릴 정도로 지독한 독기였다.
하지만 시르카는 계속 달리고 또 달렸다.
앞을 향해.
뱀의 길을 따라.
자신을 향해 입을 쩌억 벌리는 뱀의 아가리를 향해.
[드디어 도착했나.]그 순간.
목소리와 함께 툭, 하고 시르카의 머리를 무심히 쓰다듬는 작은 손길이 느껴졌다.
베르였다.
그리고.
[수고했다.]……!
후우우우욱!
그 순간 베르의 몸집이 급격히 부풀어 올랐다.
그와 함께 베르의 안에 내재되어 있던 막대한 기운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콰득!
그렇게 커진 베르가 시르카를 막 씹어 먹으려던 니드호그의 아가리를 손으로 떠받치며 히죽 웃었다.
[지금부턴 내가 도와주지.]스스로의 힘으로 여기까지 도달한 시르카를 내려다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