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33)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32화(33/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32화
-왕이 될 자격을 증명하라.
“……!”
쭈뼛.
순간 수호의 감각 스탯이 숲에서 일어나는 이변을 감지했다.
숲이 술렁이고 있었다.
수호는 걸음을 멈추고 라칸의 송곳니를 쳐다보며 물었다.
“방금 네가 말한 거야?”
-내가 아니다.
“목소리가 똑같은데?”
-그럴 수밖에. 이 성역에 있는 나와 똑같은 존재가 한 말이니까.
수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너와 똑같은 존재라고?”
-그렇다. 또 다른 송곳니. 설마 짐승들의 왕, 송곳니 군주 라칸에게 송곳니가 하나뿐일 거라 생각했던 건 아니겠지?
“하긴. 보통은 4개겠지.”
-2개다.
“…….”
-크흠. 어디까지나 성물로 만들어진 송곳니가 2개라는 말이다.
수호가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자 라칸의 송곳니는 다급히 변명했다.
-내가 말했는지 모르겠는데, 나는 정확히 말하면 라칸의 ‘유치(乳齒)’다.
유치, 보통 젖니라고도 부르는 성장기 때 빠지는 이빨을 뜻했다.
-라칸이 성장하면서 빠진 이빨을 하위 부족들이 받아 성물로 만든 것이 바로 나다. 그때 받아 온 송곳니가 2개였기에 성물도 2개인 거다.
그때 또다시 수호의 뇌리에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왕이 될 자격을 증명하라!
수호가 재차 물었다.
“그럼 이건 대체 무슨 소리인데? 왕이 될 자격이라니?”
-당시에 하위 부족들은 부디 자신들에게서 후대의 군주가 태어나길 기원하며 나를 만들었다. 그런데 라칸이 이제 죽고 없으니, 드디어 새로운 왕을 뽑을 때가 된 거지. 이른바, ‘왕의 시험’이 시작된 거다.
“오.”
그 말에 수호가 솔깃해서 물었다.
“그럼 내가 그 시험을 통과하면, 나도 송곳니 군주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물론 가능은 하겠지. 짐승이 되길 원한다면.
“짐승?”
-그럼 짐승들의 왕을 뽑는 건데, 짐승이 될 각오는 해야 하지 않겠나?
“그건 좀 싫은데.”
수호의 질색하는 표정에 라칸의 송곳니는 킬킬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애초에 너는 자격 미달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저 목소리 또한 너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 이 성역 전체에 뿌려지는 공지일 뿐이지.
[소군주님.]때마침 주변을 날아다니며 정찰을 하고 있던 베르가 수호에게 돌아왔다.
[이 필드 곳곳에 우리 외에도 다른 헌터들이 돌아다니고 있나이다. 그런데 모습들이 저마다…….]팟! 팟! 팟!
베르의 말을 들으며 수호는 나뭇가지를 밟고 높이 뛰어올랐다.
그리고 높은 곳에서 소란이 들려오는 방향을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그곳엔 흥미로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수호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짐승들의 왕을 뽑는다더니.’
[……모두 야수화 스킬을 쓰고 있었습니다.]바로 이런 말이었나 보다.
캬오오-!
크워어어!
쿠콰쾅! 쾅! 콰쾅!
숲 곳곳에는 몸의 일부, 혹은 전체가 짐승처럼 변해서 싸우는 무투파 헌터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등에 독수리처럼 날개가 달린 자.
곰처럼 털북숭이가 되어 덩치가 커진 자.
그 종류가 참으로 다양했다.
-왕이 될 자격을 증명하라!
그리고 그들은 자격을 증명하기 위해, 광기에 젖은 숲 전체와 싸우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곳에 있던 성물은, 왕이 될 자격이 있는 짐승들을 전부 여기로 불러 모은 것 같군.
그때였다.
쐐애애액-!
쭈뼛.
그 순간 갑자기 발밑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수호는 바로 몸을 틀어 나뭇가지에서 뛰어내렸다.
촤악!
놀랍게도 수호를 공격한 건 나무 그 자체였다.
‘나무줄기?’
지상으로 뛰어내리는 중에도 수많은 나무줄기가 채찍처럼 수호를 공격해 왔다.
‘지배자의 권능!’
현재 지배자의 권능의 힘은 수호의 몸무게를 들 정도까진 아니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허공을 밟고 다시 도약하는 이중 점프는 가능했다.
파팟팟!
수호는 서커스처럼 공중제비를 돌며 채찍 넝쿨을 이리저리 피해 지상으로 무사히 착지했다.
그러자 본격적으로 전투가 시작되었다.
쐐애애액! 촤촤촤악!
식물형 마수들이 사방에서 수호를 공격하기 시작했고.
수호는 바로 양손에 라칸의 송곳니와 볼칸의 뿔을 잡고 그것들을 난도질했다.
-왕이 될 자격을 증명하라!
그 와중에 계속 들려오는 목소리.
수호는 억울했다.
“아니, 나는 자격도 없는데 왜 시험을 보냐?”
-타이밍의 문제다. 하필 이 시기에 성역에 들어와 버려서 왕의 시련에 휘말린 거니까. 아니면 성물인 내가 이곳에 들어왔기 때문에 시련이 막 시작된 걸지도 모르지.
“그러니까 애초에 그 성물이 문제라는 거네.”
수호는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시험이고 뭐고, 우린 그럼 시험관부터 찾는다.”
[찾아서 조져 버리시죠. 감히 누굴 시험해?]베르가 음험하게 눈을 빛냈다.
-방향은 이쪽이다.
라칸의 송곳니가 아까부터 계속 가리키고 있던 방향이 바로 시험관이 있는 장소였다.
수호는 식물형 마수들을 계속 베어 내며 성물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 * *
정글이 깊어질수록 푸른 안개는 더욱 짙어졌다.
그 모습은 언뜻 몽환적인 느낌도 주었지만, 그것은 곧 악몽의 시작이었다.
히이이이-
“유령이 온다.”
왕의 자격을 시험받고 있던 헌터들은 서둘러 주변을 경계했다.
등골이 오싹한 바람 소리가 사방에서 나부끼고 있었다.
사실 식물형 마수는 한 개체씩만 따로 보면 별로 강하지 않다.
그런데 이게 숲 전체로 보면 위험도가 달라진다.
등급이 E급이든 S급이든, 헌터들도 결국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
뾰족한 나무줄기가 갑자기 날아와 목이나 심장을 콱 쑤셔 버리면 허무하게 목숨이 날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숲에는 그런 소름 돋는 암살자들이 온 사방에 가득했다.
거기에 이젠 유령들까지 추가된 것이다.
“이러니까 이 필드가 인기가 없지.”
“내 말이. 위험하기만 하고 얻는 건 없으니.”
작년까지만 해도 이곳엔 대도시가 자리하고 있었다.
수많은 이들이 거주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상당한 크기의 업무 지구까지 형성되어 있어 엄청난 유동 인구를 자랑했다.
그런데 이곳에 어느 날 갑자기 게이트가 열렸고, 그야말로 대참사가 벌어졌다.
많은 이들이 죽었고, 운 좋게 살아남은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잃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 죽은 이들의 유령들이 이 땅을 여전히 떠돌고 있었다.
흐아아아아-!
“이런 젠장! 밴시다!”
“모두 귀를 막아!”
유령종 마수 밴시(Banshee).
밴시의 통곡은 방향 감각을 상실시킨다.
가뜩이나 정글을 헤매고 있는 헌터들에겐 상성이 최악이었다.
게다가 지금 이곳의 헌터들은 전원 야수화 스킬을 써서 청각이 발달된 상태였다.
“우웨엑.”
급기야 구토를 하는 이들까지 속출했다.
-왕이 될 자격을 증명하라!
이 순간에조차 그들을 채찍질하는 목소리.
일시적으로 그렇게 시각과 청각을 상실한 상태에서 그 목소리가 머릿속에 꽂히자, 헌터들은 그제야 이 시험의 실체를 눈치챘다.
‘알았다.’
냄새.
어딘가에서 자신들을 부르는 냄새가 있었다.
이건 야성을 극대화해야만 느낄 수 있는 마력의 냄새였다.
“그래! 냄새였어!”
헌터들은 온 신경을 후각으로 집중시켰다.
하지만 그 빈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나무줄기!
쐐애액-!
“커흑!”
허벅지에 쑤셔박힌 넝쿨을 찢어 내면서도 그들의 눈은 야성으로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반드시 찾는다.’
‘찾아서 왕이 되는 거다!’
그 왕의 실체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그들은 뭐에 홀린 듯 무작정 시험을 치르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군.”
우뚝.
누구보다 먼저 냄새를 추적하며 유령들과 싸우고 있던 백미호는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그 뒤를 따르던 백호 길드 헌터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백미호를 쳐다봤다.
“부사장님, 왜 갑자기 멈추십니까?”
백미호는 뭔가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이런 혼란한 상황에서도 ‘야수의 눈’은 훨씬 먼 곳을 주시하고 있었다.
백미호는 이미 이 숲에 자신들 외에도 꽤 많은 헌터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또한 자신처럼 야수화 스킬을 써서 같은 곳을 찾아 경쟁적으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백미호의 야성도 마찬가지.
방금 걸음을 멈추는 순간부터 이럴 때가 아니라며 조바심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부분이 백미호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이러고 있으니 누군가에게 놀아나는 기분이군요.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현시간부로 우리 백호 길드는 이 정체 모를 시험에서 이탈합니다.”
“……!”
백미호의 갑작스런 포기 선언에 백호 길드원들은 크게 당황했다.
어제 이 숲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대체 부사장이 무슨 목적으로 이곳에 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왕의 시험이 시작되고 나서부턴 고민이 사라졌다.
시험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진 몰라도, ‘왕’이라는 단어가 주는 힘이 그들의 욕망을 부추긴 것이다.
하지만 백미호는 오히려 그 모든 심리적 관성에서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고 멈춰 섰다.
“이딴 정체 모를 욕망에 현혹되는 꼴이 진짜 짐승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더럽군요. 뭔 페로몬에 휘둘리는 발정기 개도 아니고.”
백미호는 혀를 차며 야수의 눈까지 풀어 버렸다.
“그럼 이제 돌아가십니까?”
“아뇨.”
목적도 모르고 다른 이들과 드잡이질을 하는 것은 사양이었다.
하지만 누가 여기서 최종 승자가 될지 정도는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시야가 트인 높은 지형을 찾아 이동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백미호의 결정에 부하들은 군말 없이 따랐다.
그런데 그때.
“크르륵?”
마침 수풀을 헤치며 백호 길드의 앞에 나타난 한 무리의 늑대인간들이 있었다.
“음?”
순간 그들의 정체를 알아본 백미호의 눈빛이 달라졌다.
백호 길드는 야수화 스킬로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길드였다.
그러다 보니 다른 길드의 야수화 스킬을 가진 헌터들에 대한 명단도 따로 가지고 있었다. 그 목적은 물론 언젠가 영입을 제안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지금 마주친 늑대인간들의 정체도 익히 알고 있었다.
“하이에나 길드의 잔당이군.”
아직 경찰에 안 잡힌 놈들이 있다더니, 역시 저들도 왕의 증명에 현혹되어 이 숲에 들어온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의 본성은 악인이었고, 오랫동안 브로키를 섬겼던 만큼 누구보다도 이 왕의 시험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었다.
‘왕은 하나!’
크르렁!
우연히 백호 길드와 마주친 순간, 늑대인간들은 주저 없이 이를 드러내고 살기를 뿜어냈다.
그리고 다짜고짜 공격을 감행했다.
“죽여!”
“크라락!”
백호 길드는 왕의 자격에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지금 죽이지 않으면 왕위를 뺏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노골적인 살의가 오히려 백미호가 가까스로 억누르고 있던 야성을 일깨워 버렸다.
“……쯧.”
순간 마뜩잖은 표정으로 혀를 차는 백미호.
‘주제도 모르는 하룻강아지들.’
툭.
그 순간 뒤로 묶은 머리끈이 끊어지며.
화르륵!
사자의 갈기처럼 터져 나온 백미호의 머리칼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야수화!’
반인반수.
진정한 힘을 드러낸 백미호의 발톱이 선두의 늑대인간의 심장을 찢어발겼다.
그러자 그 순간.
-왕이 될 자격을 증명하라!
“……하?”
그런 백미호의 살육을 기뻐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죽이고 또 죽여라!
-끝까지 살아남는 자가 진정으로 강한 것임을!
“이런 거였어?”
백미호는 저 목소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깨달았다.
“배틀로얄이라니.”
진짜 마음에 안 든다.
사람들을 강제로 현혹시켜서 서로 죽이게 만들다니.
게다가 야수화 스킬로 극대화된 오감 덕분에, 숲 곳곳에서 서로를 죽고 죽이는 비명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이미 다른 곳에서도 배틀로얄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진짜 마음에 안 드네.”
백미호는 하이에나 길드원들과 싸우면서도 마뜩잖은 표정으로 이를 갈았다.
그러다 문득, 야수의 눈으로 저 멀리 걸어가고 있는 한 사람을 발견했다.
양손에 검 두 자루를 들고 설렁설렁 걷고 있는 그 태평한 모습이 너무 이질적이었다.
‘그런데 저 사람은 왜 혼자지?’
설마 동료들을 다 죽이고 혼자 살아남은 건가?
그렇다면 정말 최악의 인간이었다.
왕의 힘에 눈이 멀어서 동료들까지 죽이다니!
……그런데.
킁킁.
‘피 냄새가 안 나는군.’
사람을 안 죽였나? 그럼 왜 혼자지?
백미호는 하이에나 길드와 싸우는 중에도 계속 그의 모습을 힐끔거렸다.
그가 안 보일 때까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