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330)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330화(331/331)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330화
[TV 생방송 – “시련의 탑, 무엇이 진실인가?”]“시청자 여러분! 오늘 정말 특별한 손님을 모셨습니다. 바로 아진 소프트의 디렉터이자, 우진 길드의 부사장이신 임도균 씨입니다!”
카메라가 정장 차림의 임도균을 비췄다.
그는 여전히 조금 어색한 표정이었지만, 자신감 있게 앉아 있었다.
“임 디렉터님! 전 세계가 궁금해하는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특히 이번에 전 세계에 생겨난 ‘시련의 탑’에 대해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임도균은 목을 가다듬었다.
“흠흠. 네, ‘튜토리얼 : 시련의 탑’은 간단히 말해 인류 모두가 자신의 잠재력을 개발할 수 있는 훈련장입니다. 아진 소프트가 개발한 가상현실 기술과 특수 아바타 시스템을 결합해, 비각성자들도 가상의 전투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초현실 공간이죠.”
임도균의 설명은 계속됐고, 이를 지켜보던 수많은 기자는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앞다퉈 기사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시련의 탑에서 아바타가 얻은 이능력은 진짜…… 현실의 육체에서도 사용할 수 있나요?”
“흠. 완벽하게는 아닙니다. 아바타를 통해 얻은 신체적인 능력은 실제 육체와는 무관하니까요. 하지만 ‘스킬’과 ‘마력’은 고스란히 현실의 육체에 이어집니다.”
“정말…… 놀라운 이야기네요. 스킬을 배울 수 있는 룬석은 엄청나게 비싸다고 알고 있는데, 그런 스킬들을 게임을 하는 것만으로도 얻을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
“예. 하지만 스킬의 습득에만 너무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됩니다. 실제 헌터들도 비슷한 마력량과 스킬을 가지고도, 그것을 얼마나 잘 다루어 내는가 하는 숙련도에서 커다란 차이를 빚어내니까요. 결국 스킬을 습득한 후에도 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단련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게 어디인가요. 각성을 꿈꾸던 수많은 비각성자들에게는 정말 놀라운 기회를 얻는 것일 텐데요. 심지어 마력량도 늘어나고 스킬까지 얻어 갈 수 있다면, 비각성자분들뿐만 아니라 기존의 헌터님들께서도 시련의 탑에 욕심내실 것 같은데요?”
말 그대로였다.
마력량은 진짜 헌터들조차 처음 각성했을 때 이후로 절대로 변하지 않는 고정값 아니던가.
그런데 마력의 양까지 늘어난다는 건, 그야말로 헌터 업계를 통째로 뒤흔들 대사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한 가지 더 질문이 있습니다. 현실에서 신체 능력을 단련하는 방법이야 많습니다만, 마력은 어떻게 늘릴 수 있나요?”
“잘 물어봐 주셨습니다. 사실 제가 이 자리에 나온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입니다.”
“아, 역시! 아마도 오늘 방송을 보고 계시는 시청자 여러분들께서도 그게 가장 궁금하실 겁니다. 어떤 원리와 방법으로 마력량을 늘릴 수 있나요?”
대화가 계속될수록 아나운서의 반응이 점점 안달이 나고 있었다.
당장 아나운서 본인도 각성자가 되고 싶었던 꿈을 갖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막상 그에 대한 대답을 하는 임도균의 표정이 조금 이상했다.
“으음.”
마치 그는 아주 괴로운 트라우마를 끄집어내는 듯한 표정과 공허한 눈빛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주…… 죽을 만큼 고생하면 됩니다.”
“……예?”
“아니, 차라리 그냥 죽으십쇼. 어차피 아바타는 몇 번이고 부활할 수 있으니까요.”
“……예? 그게 정확히 무슨 말씀이신지?”
아나운서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그리고 황급히 방송 작가가 미리 조사해 온 자료들을 찾아 읽으며 대사를 쳤다.
“재각성을 하신 분들의 사례들을 찾아보면, 대부분 익면증이라는 죽음과 비슷한 현상을 겪은 뒤에 재각성자가 되셨다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분들 모두 깨어나시기 전까지 아진 소프트에서 개발한 게임 캡슐 안에서 생명 유지 장치를 사용하셨었고요. 혹시…… 이것과 연관이 있는 걸까요?”
“저는 그런 복잡한 작동 원리나 시스템까진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임도균은 카메라를 정면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늘 죽음과 가까이 있는 것. 그게 포인트입니다.”
“……예?”
“제 경험상…… 우리 인간들은 생과 사의 경계를 넘는 순간, 마력을 늘릴 기회가 찾아오더군요.”
“……?”
그 멘트를 마친 임도균의 표정은 더없이 단호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 눈빛은 한없이 지쳐 보였다.
진짜 어디서 수도 없이 죽을 고비를 거치고 가까스로 살아 돌아온 생존자처럼…….
옆에서 그 표정을 멍하니 보던 아나운서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준비된 질문지를 읽었다.
“흠흠. 그건 직접 시련의 탑을 경험해 봐야만 제대로 알 수 있겠군요. 그럼 마지막으로, 시련의 탑에 들어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요?”
“오늘부터 아진 소프트 공식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는 각국의 헌터 협회 임직원들을 비롯한 여러 S급 헌터님들이 시범적으로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고 계십니다. 저희야 여러 검증을 끝냈지만, 그분들께서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해 주시면 본격적으로 이용자 수를 늘려 갈 계획입니다.”
“감사합니다, 임 디렉터님. 시청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아진 소프트의 서버는 접속자 폭주로 다운되었다.
그리고 인터넷 또한 활활 불타기 시작했다.
-미쳤다. 진짜 미쳤어!
-재각성자를 양산해 내는 게임을 만들었다는 말이잖아!
-아니, 진짜로? 게임만 해도 각성을 할 수 있다고?
-그게 가능해졌다고??
-이제 다 죽었다. 나 서버 열리면 바로 회사 때려치우고 게임만 한다.
헌터들이 벌어들이는 막대한 돈을 생각했을 때, 더 이상 이건 게임이 아니었다.
로또 따위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인생 역전의 기회였다.
그리고 특히 임도균의 마지막 멘트는 수많은 캡쳐본으로 만들어져 떠돌기 시작했다.
-그런데 저게 대체 뭔 말이야? 늘 죽음과 가까이 있으라고?
-죽을수록 마력이 늘어난다니?
-그럼 그냥 게임 접속하자마자 자살만 계속하면 되는 거 아냐?
-안 될걸? 그런 비인도적 행동은 시스템적으로 막아 놨다고 약관에 써 있더라.
-ㅇㅇ 나도 봄. 그럼 대체 어떻게 죽으라는 말이야?
-그냥 죽도록 열심히 게임 하라는 뜻을 말한 거 아니겠어?
-에이, 뭘 그리 어렵게 생각해? 게임 하다 보면 몇 번 죽을 수도 있는 거지.
-맞말.
하기야 게임 속에서 죽는 일이야 늘 겪는 일이었다.
옛날에 가상현실 게임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사회적 문제로 다뤄지긴 했었다.
하지만 요즘엔 가상현실에서 아바타가 좀 죽는다고 실제로 트라우마가 생겼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 정도면 그냥 평소에도 멘탈이 안 좋은 사람이었을 것이라는 게 요즘 분위기였다.
실제로 아진 소프트에서는 그에 대한 여러 안전장치도 개발해 두었고, 관련 논문들도 많은 학술지에 실려 있었다.
그렇기에 다들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임도균의 지쳐 있는 눈빛을 보면서도.
그가 ‘죽음’을 거론하고 있는 캡쳐본을 보면서도.
누구 하나 그 말의 의미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물며 실제로 베타 테스터로서 시련의 탑에 입장한 각국의 정상급 S급 헌터들조차도.
물론…… 토마스 안드레도 마찬가지였다.
* * *
[튜토리얼 : 시련의 탑]“……세월이 빠르군.”
토마스 안드레는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4년이나 흘렀다니…….”
놀랍게도 그는 시련의 탑에서 벌써 4년이 넘도록 살아가고 있었다.
덕분에 거울 너머 자신의 아바타의 얼굴은 여전히 밋밋했으나, 조금 나이를 먹은 티가 났다.
그래도 그동안 헬스를 꾸준히 했더니, 그나마 옛날에 비해 근육이 조금 붙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못마땅하긴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이 몸뚱이는 근육이 잘 붙는 체질이 아니었던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강골이었던 자신의 진짜 육체가 얼마나 축복받은 체질이었는지 새삼 실감이 났다.
아무리 자신이 신체 단련에 이골이 나 있어도, 이딴 형편없는 몸뚱이를 단련시키는 것은 명백한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게임은 게임.
체감상 머릿속에선 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그렇다고 토마스 안드레가 실제로 그 모든 시간을 경험한 건 아니었다.
마치 게임 스토리가 뇌파를 통해 직접적으로 전달되듯이.
사소한 일들은 기억의 편린으로만 지나가고, 굵직한 사건들만 실제로 ‘플레이’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벌써 4년째.
자신은 여전히 이곳에 있었다.
……‘성진아’의 하나뿐인 친오빠로서.
물론 토마스 안드레도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이곳은 게임 속이고.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게임 밖으로 로그아웃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도저히 그런 마음을 먹을 수 없었다.
자신까지 떠나면 ‘여동생’이 진짜 혼자 남겨질까 봐.
아버지는 던전에서 실종되셨고.
어머니는 익면증으로 쓰러지셨다.
‘여기서 나까지 없어지면 그 녀석은 진짜 혼자가 된다. 그럼 그 녀석은 또 울겠지.’
자신의 여동생을 떠올리자, 토마스 안드레는 입맛이 썼다.
그래도 하나 다행인 점이 있었다.
‘그래도 공부 하나는 잘해서 다행이야.’
이번에 받아 본 성적표를 떠올리자, 괜히 뿌듯한 기분이 드는 토마스 안드레였다.
무식한 자신과는 다르게, 성진아는 공부를 잘하는 편이었다.
본인 말로는 자기가 머리가 좋은 거라고 우쭐대긴 하는데, 토마스 안드레는 이미 자신의 여동생이 어떤 녀석인지 알고 있었다.
‘……노력이지.’
그것도 지독한 노력가.
그 노력의 결과, 지난 4년 동안 성진아의 성적은 쭉쭉 오르고 있었다.
의대도 노려 볼 수 있을 정도로.
‘……공부도 재능이라지만, 저렇게 죽도록 노력하면 성적은 오를 수밖에 없지.’
그렇기에 토마스 안드레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
어머니의 막대한 병원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의사가 되고 싶어 하는 동생의 꿈을 이루어 주기 위해…….
성진아도 그 사실을 뻔히 알고 있었다.
자신을 먹여 살리기 위해, 오빠가 자신의 인생을 희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성진아는 공부를 선택한 것이었다.
성진아가 생각하기에,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공부밖에 없었으니까.
“하여튼 얼빠진 꼬맹이 주제에…… 너무 빨리 애어른이 되어 버렸단 말이지.”
토마스 안드레는 성진아를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문득 떠올렸다.
4년 전, 자신의 앞에서 오열하며 무너져 내린 여동생의 모습을.
불면 그대로 꺼져 버릴 것 같았던, 그 작고 여린 꼬맹이의 흐느끼는 등을.
그리고 요즘도 그 녀석은 여전히 밤만 되면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숨죽여 울곤 했다.
밖에 들리지 않게 이불을 뒤집어쓰고.
하지만 토마스 안드레의 청각은 그 작은 소리를 못 들을 수 없었다.
‘이 멍청아. 내가 아무리 ‘E급 헌터’라도…… 그 정도 소리는 잘 들린단 말이다.’
그렇다.
토마스 안드레는, 아니 토마스 안드레의 아바타는 E급 헌터로 각성했다.
E급 각성자의 능력은 사실상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체 능력과 오감이 남들보다 아주 조금 더 발달된 수준에 불과했다.
헌터들이 아무리 돈을 잘 번다곤 해도, E급 따위에겐 해당 사항이 없었다.
오히려 괜히 무모한 짓을 했다가 치료비만 더 드는 상황.
하지만 그 정도 능력이라도, 여동생이 밤마다 울고 있는 소리를 포착하기는 충분한 능력이었다.
그렇기에…….
“그래. 진아야. 네가 공부에 목숨을 걸었다면, 나도 얼마든지 걸어 주마. 그깟 목숨.”
그렇기에 오늘도 토마스 안드레는…….
아니, 성진아의 오빠는 돈을 벌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여동생을 위해.
어머니를 위해.
돈을 벌기 위해.
E급 헌터는 오늘도 던전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몇 번이고, 죽음을 경험했다.
죽고 또 죽고…….
평소의 토마스 안드레에겐 손가락만 튕겨도 죽을 수 있는 고블린에게도 그는 목숨을 잃었다.
아무리 하급 던전이라도 E급 헌터의 신체 능력과 마력으로는 매 순간이 사선이었다.
하지만 다행인 건, 그의 아바타는 던전에서 죽으면 다시 부활한다.
죽는 건 아프고 고통스러웠다.
몇 번을 겪어도 죽는 건 싫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나서 마수들과 싸웠다.
하지만 신기한 건.
그가 그렇게 고생해서 목숨 걸고 싸우고 있어도, 토마스 안드레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한 명도 없었다.
이곳은 어디까지나 튜토리얼.
실제로 아바타에 아직 이름을 정하지도 않았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게다가 애초에 E급 헌터 따위의 이름에 누가 관심을 가지겠는가.
하지만 이 세상 모두가 그의 이름 따위는 기억하지 못해도.
다른 의미로, 그는 헌터들 사이에서 상당히 유명해져 있었다.
‘인류 최약 병기’
이것이 요즘 헌터들이 토마스 안드레에게 붙여 준 별명이었다.
아주…… 굴욕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