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34)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33화(34/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33화
“야수화 스킬을 가진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구나.”
다른 헌터들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수호는 거침없이 정글을 횡단하고 있었다.
물론 그 앞엔 수많은 망령들이 나타나 수호를 공격했고.
사방에선 마력에 오염된 나무줄기들이 집요하게 목숨을 노렸다.
흐아아아아-
[밴시가 ‘스킬 : 통곡’을 사용합니다.] [10분간 방향 감각을 상실합니다.]게다가 머리 위에선 유령 밴시가 울부짖으며 수호의 정신을 어지럽혔다.
‘지배자의 권능!’
콱!
수호의 보이지 않는 손이 뻗어 나가 밴시의 목을 움켜쥐고 꺾었다.
……!
[밴시를 처치했습니다.] [‘스킬 : 통곡’이 취소되었습니다.]“울면 안 되지.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안 주시거든.”
수호는 히죽 웃으며 밴시들이 나타나는 족족 죽여 버렸다.
그리고 저 온 사방에 득실거리는 망령들은 깡그리 휘감아서 한꺼번에!
수호의 쌍검이 풍차처럼 돌아갔다.
[‘스킬 : 폭풍 베기’를 사용합니다.]쿠와아앙!
[망령을 처치했습니다.] [망령을 처치했습니다.] [망령을 처치했습니다.]…….
폭풍 베기는 다수와의 전투에서 매우 유용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망령들을 잡았는데도 레벨이 오를 기미는 없었다.
‘그럼 더 잡으면 되지!’
어차피 앞으로 나아가려면 놈들을 다 잡을 수밖에 없었다.
[‘스킬 : 폭풍 베기’를 사용합니다.] [‘스킬 : 폭풍 베기’를 사용합니다.]쿠와아아앙-!
[망령을 처치했습니다.] [망령을 처치했습니다.]…….
폭풍 베기 한 번에 마나가 바닥나던 시절도 이젠 옛말이었다.
지금 마나통이면 무려 8번이나 쓸 수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이렇게나 잡았는데도 레벨업을 안 한다고?’
이 정도면 경험치가 아예 안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설마 이것들…….’
본체가 따로 있나?
순간 수호의 눈빛이 서늘하게 빛나며 주변을 탐색했다.
감각 스탯이 올라간 덕분에, 수호에게도 야수화 헌터들 못지않은 감각이 있었다.
‘찾았다.’
수호는 단번에 이 복잡한 정글에서 가장 위험한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찾아냈다.
수호는 바로 방향을 틀어 그곳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네비게이션, 아니 라칸의 송곳니가 물었다.
-어딜 가는 거지?
“잠시 들렀다 가자고.”
성물이 있는 방향과는 약간 달랐지만, 아주 정반대는 아니라서 가는 길에 잠시 들러 볼 정도는 됐다.
그리고 잠시 후.
“이건 또 뭐야?”
수호는 기괴하게 생긴 나무 한 그루를 발견했다.
[망령목]“망령목?”
-성역을 수호하는 신령한 나무다.
라칸의 송곳니가 그 정체를 알아봤다.
“신령하다고? 이게?”
수호는 고개를 들어 망령목을 올려다봤다.
신령하기보단 귀신 들린 서낭당처럼 생긴 괴목이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흐아아아아-!
끼히히히……!
지금 이 순간에도 망령목의 구불구불한 나뭇가지에서 새로운 망령들이 열매처럼 자라나고 있었으니까.
베르가 눈을 빛내며 설명했다.
[아무래도 이 땅에서 죽은 인간들의 시체를 빨아 먹고 자란 귀신나무 같나이다.]“역시 본체가 따로 있었네.”
어쩐지 망령을 아무리 잡아도 레벨업을 안 하더라.
아무튼 제대로 찾은 것 같았다.
수호는 히죽 웃으며 라칸의 송곳니를 지배자의 권능으로 허공에 띄웠다.
그리고 두 손으로 볼칸의 뿔을 치켜들고, 도끼질하듯 망령목의 옆구리를 사정없이 후려쳤다.
콰아앙-!
엄청난 굉음이 터졌다.
하지만 망령목은 여전히 그 자리에 꼿꼿이 서 있었다.
‘방어력이 높다 이거냐?’
누가 이기나 해 보자고.
수호는 이를 악물고 본격적으로 망령목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쾅쾅쾅쾅……!
그때였다.
“크와오오오!”
오싹!
망령목을 공격하는 수호를 향해 사악한 붉은 그림자들이 덤벼들었다.
수호는 재빨리 뒤로 빠지며 검으로 놈들의 발톱을 받아쳤다.
[던전 자칼] [던전 자칼]“크르르…….”
바닥에 내려선 던전 자칼들이 살벌한 기세로 수호가 도망치지 못하게 앞뒤로 포위했다.
수호를 이미 먹잇감으로 보고 있는 눈빛이었다.
성역을 수호하는 나무를 지키는 놈들답게 과연 일반적인 던전 자칼과는 느껴지는 기세부터가 달랐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 반가웠다.
“그래. 너네는 좀 쓸 만하겠네.”
순간 수호가 입맛을 다시며, 전신에서 폭발적인 기운을 뿜어냈다.
후와아악-!
[‘칭호 : 늑대 학살자’ 버프 효과가 발동합니다.] [짐승형 몬스터를 상대할 때 모든 능력치가 40% 증가합니다.]“크륵?!”
던전 자칼들은 본능적으로 자세를 낮추며 이를 드러냈다.
조금 전까지도 분명 자신들보다 약해 보였던 먹잇감에게서 갑자기 포식자의 위압감이 뿜어져 나온 것이다!
“……크르렁!”
수호는 동시에 덤벼드는 던전 자칼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 * *
[그림자 자칼 Lv.1]일반 등급
[그림자 자칼 Lv.1]일반 등급
[크릉!]검은 기운이 일렁이는 그림자 마수병들.
놈들의 머리 위에 올라탄 베르가 도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크흐. 그래, 앞으론 이렇게 소군주님을 지키는 충견으로 봉사하거라.]-이러니까 우리가 전쟁에서 졌지…….
라칸의 송곳니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호는 그 음성을 무시하고, 열심히 망령목의 옆구리를 도끼질(?)하는 중이었다.
쾅쾅쾅쾅쾅쾅!
끼히이이익-!
그런 수호를 방해하기 위해 수많은 망령들이 덤벼들었지만, 이제는 그림자 자칼들이 든든하게 수호의 뒤를 지켜 주었다.
순간 버럭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너넨 대체 지키라는 망령목은 안 지키고 왜 침입자를……!
[키에엑! 네놈은 대체 누구 편이냐!]-지금은 내가 한 말이 아니다.
[음?]아무래도 지금 수호의 모습을 또 하나의 송곳니가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드디어.
쩌적!
“아, 됐다.”
쿠르르릉!
웅장한 소음과 함께 거대한 망령목이 뒤로 넘어갔다.
[망령목을 파괴했습니다.] [주변의 망령들이 사라집니다.]샤아아.
그 순간 수호 주위를 맴돌던 망령들이 그 자리에서 흩어져 사라졌다.
[레벨이 올랐습니다!]“바로 레벨업이라고?”
수호의 눈이 커졌다.
나무 하나 베었다고 바로 레벨업이라니!
수호의 시선이 빠르게 주변을 탐색했다.
그리고 가까운 나무를 타고 뛰어올라, 높은 곳에서 다른 곳의 상황을 확인했다.
멀리 떨어진 곳엔 여전히 망령들이 돌아다니며 헌터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망령목이 하나가 아니구나!’
수호의 눈이 번뜩였다.
그리고 그 위치는 내부자들이 제일 잘 알고 있을 것이었다.
“앞장서!”
[크와오!]수호의 명령에 그림자 자칼들이 앞장서서 두 번째 망령목이 있는 곳으로 달려 나갔다.
* * *
쿠르르릉!
어디서 뭐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뭐지?”
이미 하이에나 길드원들을 전부 처리하고, 주변을 관망하고 있던 백미호는 굉음이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긴 아까 그 남자가 간 곳인데?’
기분 탓인지 갑자기 주변에 망령들이 약간 줄어든 것 같았다.
‘아니, 기분 탓이 아니군.’
확실히 줄었다.
약 3분의 1쯤.
덕분에 여유가 좀 생겼다.
백미호는 정보를 캐기 위해 제압해 둔 하이에나 길드원을 돌아봤다.
그들은 대부분 죽었지만, 딱 한 명만이 피투성이가 된 채 포박당해 있었다.
백미호는 세로로 갈라진 야수의 눈으로 공포에 질린 그의 눈을 마주 보며 물었다.
“살고 싶습니까?”
“사, 살고 싶습니다!”
늑대인간이 필사적으로 대답했다.
“그렇다면 증명해 보시죠. 제가 왜 당신을 살려 줘야 할지.”
“예, 예?”
“아는 거 다 불라는 말입니다.”
“히끅.”
크르릉.
백미호가 이를 드러내자, 늑대인간은 포식자를 앞에 둔 먹잇감이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군주?”
백미호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큰 기대를 한 건 아니었는데, 의외로 늑대인간이 알려 준 정보의 가치가 대단했던 것이다.
“마수들을 다스리던 왕이 존재한다는 겁니까?”
“예, 예! 그런데 그 왕은 한참 전에 죽고 없고, 지금은 공석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새로운 왕을 뽑겠다고 이런 난리다?”
“예. 저희도 갑자기 환청이 들려서 부리나케 여기로 달려온 겁니다.”
다른 동료들처럼 죽기 싫었던 늑대인간은 아는 정보를 술술 털어놨다.
사실 하이에나 길드원들은 그 환청이 자신들에게만 들린다 생각했었다.
자신들이 송곳니 일족의 피를 먹은 각성자들이었기에, 왕이 될 자격을 갖추게 된 거라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막상 이곳에 와 보니 아니었다.
짐승의 힘을 가진 헌터들이라면 누구나 왕이 될 자격이 있었고, 그 모두가 지금 이곳에 몰려와 난투를 벌이고 있었다.
“흠.”
왕이라…….
백미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물론 욕심이 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격을 증명하라는 환청이 머리 아프게 자신의 욕망을 자극하고 있었으니까.
-왕이 될 자격을 증명하라!
‘……하지만 역시 수상쩍단 말이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마수들이 인간들에게 좋은 마음으로 접근했을 거라는 상상은 도저히 안 들었다.
하물며 자신들의 왕을 인간들 중에서 뽑겠다고?
‘웃기는 소리지.’
백미호는 코웃음을 치며 팔짱을 꼈다.
역시 나서지 않는 것이 옳았다.
하지만 이 시험이 결국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지는 궁금했다.
아니, 솔직히 두려웠다.
대체 이곳의 마수들은 왕의 시험이라는 핑계로 무슨 흉계를 꾸미고 있을지.
‘하필 이럴 때 아버지가 자리를 비워서는.’
백미호는 자신의 아버지 백윤호를 떠올리며 한숨을 지었다.
사실 진짜 인간들 중에서 짐승들의 왕을 뽑는다면, S급 헌터인 백윤호만큼 자격 있는 존재는 없으리라.
하지만 백미호는 장담할 수 있었다.
‘이 자리에 아버지가 있었어도 분명 나와 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왕이 될 자격을 증명하라!
“큭. 진짜 시끄럽네.”
이 순간에도 욕망을 자극하는 목소리 때문에 백미호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죽이고 또 죽여라!
그런데 그때였다.
콰르르릉!
또 아까처럼 어딘가에서 뭔가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이변이 생겼다.
-끝까지 살아남는 자가…… 크악! 제발 그만 좀 하란 말이다!
“으응?”
이건 또 무슨 일인가.
내내 반복적으로 들려오던 목소리가 갑자기 버럭 신경질을 내는 것이었다.
순간 백미호를 비롯한 숲에 있던 헌터들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치켜들었다.
백미호에게 목숨을 구걸하고 있던 늑대인간조차도 의아한 얼굴로 귀를 쫑긋거렸다.
그렇게 내내 반복적으로 들려오던 환청이 갑자기 뚝 끊겼고.
어느새 망령들의 숫자도 반이나 줄어들었다.
‘뭐지? 설마 왕의 시험이 끝난 건…….’
당연히 아니었다.
잠시 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환청이 다시 시작되었다.
-왕이 될 자격을 증명…… 아앗! 안 된다! 그것만은 제발! 이제 딱 한 그루 남았단 말이다!
“……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