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37)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36화(37/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36화
[가호 : 라칸의 가호]짐승들의 왕, 송곳니 군주의 가호.
송곳니 군주 라칸이 당신을 왕의 제사장(Shaman)으로 선택했습니다.
제사장은 자신의 신체에 야수의 생령을 깃들게 할 수 있습니다.
-효과 ‘강신’: 자신의 몸에 ‘펫 : 그레이’를 빙의시킵니다.
‘제사장? 강신?’
눈앞에 나타난 정보창을 의아하게 쳐다보는 수호에게 라칸이 흡족하게 웃으며 말했다.
[크흐흐. 그래. 너는 이제 우리 일족의 제사장이 되었다. 나는 이미 죽고 없으니, 너는 유일한 왕족인 그레이를 섬기는 제사장이 된 것이지.]‘나더러 그레이를 섬기라고?’
수호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레이는 자신의 펫이었다.
펫을 왕으로 섬기는 제사장이라니, 이 무슨 이상한 상황이란 말인가.
‘냥집사 같은 건가? 그렇게 생각하니까 또 말이 되는 것 같기도…….’
수호는 나름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거나 새로운 능력이 생기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그리고 결국 라칸의 목적은 수호의 꿈을 더 자주 꾸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수호가 조금이라도 더 그레이와 함께 있어야 했는데, 문제는 지금 그레이는 너무 약하고 어려서 전혀 쓸모가 없었다.
하지만 제사장의 능력인 ‘강신’을 쓴다면?
[그 능력을 사용하면 잠시나마 짐승의 힘을 빌려 쓸 수 있을 거다. 그레이가 성장할수록 빌려 쓸 수 있는 힘도 점점 강해질 터.]‘그레이 앞으로 잘 키워 달라는 부탁을 되게 돌려 돌려서 말한다?’
[뭐, 그런 거다.]수호와 라칸이 서로를 마주 보며 동시에 피식 웃었다.
그런 그가 수호는 새삼 신기했다.
‘아버지한테 죽었다더니 생각보다 쿨한데?’
[뭘 이제 와서. 약한 짐승이 더 강한 놈에게 잡아먹히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그때를 회상하며 라칸은 킬킬 웃었다.
[네 아비는 지독히도 강했고, 나는 겁에 질려 발버둥 치다 결국 잡아먹혔다. 고작 그뿐인 일이다.]약육강식.
그 생태계의 정점에서 군림하던 짐승들의 왕은 자신의 죽음조차 순순히 받아들인 것이었다.
[이런. 내게 허락된 시간이 벌써 끝났나.]문득 하늘을 올려다본 라칸이 아쉽다며 입맛을 다셨다.
어느덧 순백으로 가득했던 이 세계가 점점 검은 그림자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지독한 허무가 찾아오고 있었다.
운신할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좁아지자, 라칸의 몸도 그에 맞춰 점점 작아졌다.
그러다 결국엔 처음에 보여 준 거구의 사내로 돌아온 라칸이 수호의 앞으로 다가와 무언가를 건넸다.
[자, 이거나 받고 여기서 나가라. 이곳은 나의 죽음이자 안식이니, 너는 돌아가서 너의 생을 살도록.]수호의 손에 ‘라칸의 송곳니’가 들려졌다.
‘그런데 왜 하나야?’
[둘을 합쳤다. 그 송곳니들은 워낙 어릴 때 뽑았던 이빨이라 왕의 유물이라기엔 너무 초라하더군. 이젠 하나로 합쳐 놨으니 좀 쓸 만해졌을 거다.]스아아아.
그때 검은 그림자가 완전히 세계를 잠식했다.
그 그림자 틈새로 드러난 라칸의 입꼬리가 히죽 웃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멈춰 있던 시간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아.”
순식간에 다시 뒤바뀐 풍경.
수호는 여전히 아라크네의 사체를 밟은 채 서 있었다.
방금 전까지의 일이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송곳니 군주와의 만남이 꿈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해 주는 증거가 수호의 손에 남아 있었다.
분명 양손에 들고 있던 두 자루의 라칸의 송곳니는 하나가 되어, 조금 더 강인하고 예리한 형태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능력치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졌다.
[아이템 : 라칸의 송곳니]입수 난이도 : ??
종류 : 검
공격력 +60
짐승들의 왕 라칸의 송곳니로 만든 검입니다.
라칸의 영령이 깃들어 있어, 격이 낮은 이가 소지할 시 육신을 빼앗길 수도 있습니다.
-효과 ‘약자 멸시’ : 지정한 상대를 1분간 공포 상태에 빠뜨립니다. (모든 능력치 –50%)
-효과 ‘치명상’ : 20% 확률로 3배 이상의 치명적인 피해를 입힙니다.
‘둘을 하나로 합쳤다더니, 능력치도 뻥튀기됐네.’
+30이었던 공격력이 +60으로 바뀌었고, 치명상 효과도 15%에서 20%, 2배에서 3배로 올라가 있었다.
[소군주님?]때마침 다가온 베르가 수호의 모습을 이리저리 살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갑자기 기운이 조금 변하셨나이다.]-너, 설마 왕의 영령을 만나고 온 건가? 네게서 제사장의 힘이 느껴진다.
손에 들려 있던 라칸의 송곳니가 말을 걸어왔다.
“맞아.”
[끼에에엑! 송곳니 군주를 만나셨다고요? 어, 어떻게?]수호의 대답에 기겁하는 베르.
영원한 안식에 빠진 군주의 영령을 만나는 건 절대 불가능했다.
그건 죽음을 초월한 그림자 군주 성진우조차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수호는 라칸의 송곳니를 쳐다보며 말했다.
“너는 원래 내가 가지고 있던 송곳니구나.”
-맞다. 이곳에 있던 성물은 내가 먹어 치웠지.
제사장이 된 덕분일까.
녀석의 목소리만 듣고도 정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슬슬 돌아갈까.’
수호가 문득 주위를 살폈다.
일단 거미줄에 묶여 조종당하던 헌터들은 대부분 무사해 보였다.
그런데 하나같이 넋이 나간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은 채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왕이다.’
‘저 헌터가 왕의 힘을 얻은 거야.’
그들은 모두 수호가 아라크네를 처치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그 몸속에서 직접 성물을 뽑아 드는 모습까지.
하지만 어느 누구도 감히 수호에게 접근할 마음을 먹지 못했다.
상황이 주는 위압감 때문이었다.
그리고 목적을 이룬 수호도 그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다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그림자 자칼들이 작은 거미들을 전부 해치우고 바닥에 꼿꼿하게 앉아 있었다.
그런데 베르가 시켰는지, 녀석들의 가지런히 모은 발 앞에 죽은 거미들의 몸에서 뽑아낸 마정석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칭찬, 칭찬, 칭찬, 칭찬.
칭찬, 칭찬, 칭찬, 칭찬.
사냥감을 물고 온 사냥개들이 초롱거리는 눈망울로 뭔가를 강렬히 바라고 있었다.
“그, 그래. 수고했다.”
[헥헥헥헥!]수호의 마지못한 칭찬에 그림자 자칼들이 혀를 빼물고 해바라기처럼 활짝 웃었다.
참으로 간사한 놈들이었다.
처음에 저 이빨로 목을 물어뜯겠다고 덤빌 땐 언제고.
“그럼 돌아가자.”
[예입.]수호는 주저 없이 식물원을 떠났다.
그 뒷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던 헌터들은 수호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순간, 일제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아아…….”
“사, 살았다.”
헌터들이 내내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긴장하고 있었던 이유가 있었다.
설령 거미줄에 묶여 조종당했다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수호를 공격했던 사람들이었다. 그것도 하필 수호가 가장 위급했던 순간에 말이다.
그에 대한 보복을 하려 했으면, 지칠 대로 지친 그들은 당해 낼 재간이 없었다.
그런데 수호는 거대 거미 아라크네만 처치하고 유유히 사라졌다.
누군가 먼저 입을 열었다.
“방금 그 사람이 결국 왕의 힘을 얻은 거겠죠?”
“그렇겠지.”
“후, 진짜 부럽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스킬을 받았을까.”
“지금 그게 문제야? 우릴 살려 준 것만으로도 감사하자고.”
비로소 살았다는 것을 실감한 헌터들이 다시 한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한 게 생겼다.
“그런데 그 헌터 결국 누구였을까요?”
“그러게. 이상한 가면을 쓰고 있어서 얼굴을 못 봤네.”
“워낙 어둡기도 했고요. 동물 몇 마리를 끌고 다니는 것 같던데, 혹시 소환술사라거나?”
“허튼소리. 세상 어떤 소환술사가 그렇게 거칠게 싸워? 아까 맨주먹으로 거미 때려죽이는 거 못 봤어? 그냥 사냥개 몇 마리 길들였나 보지.”
이곳에 모인 헌터들은 모두 야수화 스킬 보유자였다.
그중에는 동물들과 친화력이 좋은 이들도 꽤 있다 보니, 그림자 자칼들에 대해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게다가 이곳이 지나치게 어두운 탓에 그림자 자칼들의 모습이 실루엣밖에 보이지 않았던 영향도 컸다.
“그럼 대체 정체를 왜 숨긴 걸까요?”
“그러게. 범죄자라도 되나?”
물론 당사자인 수호는 딱히 정체를 숨길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식물원 안이 어두워서 쓴 아이템이었고, 지금도 나가자마자 바로 벗었으니까.
하지만 그로 인해 헌터들은 수호의 정체에 대해서 더더욱 의문을 품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어?”
주변을 둘러보던 누군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거미들 다 어디 갔어?!”
어둠 속에 처참하게 죽어 있던 거대 거미의 사체가 어느새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심지어 작은 거미들의 사체까지 전부.
“죽으면 사체가 전부 녹아 버리는 놈들이었나?”
마수 사체라도 챙겨 갈까 했던 헌터들은 깊이 탄식했다.
오늘은 죽어라 고생만 하고 완전히 허탕 친 것이다.
[케헷.]어딘가에서 베르가 웃고 있었다.
* * *
그 시각, 식물원 밖에서는.
“뭐, 뭐야!”
“갑자기 냄새가 사라졌는데?”
왕이 되기 위해 정글을 헤매고 있던 헌터들은 동시에 의아한 표정으로 코를 킁킁댔다.
그들의 본능을 자극하며 왕의 길을 안내하던 냄새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아.”
동시에 그들은 깨달았다.
‘왕이 정해졌구나!’
다른 누군가에게 선수를 뺏긴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닫자, 그들의 마음속에서 극도의 허탈함과 질투심이 동시에 치밀어 올랐다.
“후우…….”
크게 낙담하는 헌터들.
그 모습을 높은 곳에서 지켜보고 있던 백미호에게 백호 길드의 헌터들이 물었다.
“부사장님, 이제 어쩌시겠습니까? 돌아가시겠습니까?”
“돌아가기 전에 누가 왕이 됐는지는 눈으로 확인하고 싶군요.”
“하지만 이 넓은 곳에서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볼 방법이…….”
“그 정도는 냄새로 알아낼 수 있습니다. 강한 짐승의 냄새는 본능적으로…….”
킁.
그때 백미호의 초인적인 후각에 무언가 포착됐다.
고개를 돌려 확인해 보니, 아까 보았던 남자가 왔던 길을 되돌아오고 있었다.
그런데 아까와는 달리 그의 몸에 피 냄새가 지독했다.
킁킁?
‘……사람의 피 냄새는 아니군. 색깔도 그렇고.’
백미호의 후각은 마수와 사람의 피 냄새를 구분할 수 있었다.
저 남자의 몸에서 나는 냄새는 마수의 피였다.
‘응?’
그러다 문득 뭔가 이상한 점을 눈치챈 백미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이 숲에 마수가 있던가?’
식물 아니면 유령뿐인 숲에서 피를 흘리는 마수와 싸웠다고?
‘더 깊이 들어가면 몇 마리 있나? 아니면, 저자가 설마 왕의…….’
때마침 어떤 시선을 느낀 수호가 고개를 돌려 이쪽을 쳐다봤다.
그리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백미호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적으로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혔다.
‘……아니. 다르다.’
초인적인 시력으로 수호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백미호는 떠오르는 억측을 멈췄다.
이곳은 어디까지나 ‘짐승들의 왕’을 뽑는 곳이었다.
하지만 저 남자에게선 짐승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백미호는 결국 수호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좀 더…… 기다려 봅시다.”
“예, 부사장님.”
그 뒤로도 백호 길드는 상당히 오랫동안 그곳을 지키고 서 있었다.
수호가 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해서 샤워를 하고, 치킨까지 시켜 먹을 때까지도 계속.
‘……그런데 그 여자 결국 나를 왜 쳐다본 거지?’
수호는 닭다리를 뜯으며 문득 아까 자신과 눈이 마주쳤던 백미호의 얼굴을 떠올렸다.
‘어디서 본 것도 같은데. 혹시 유명한 헌터였나?’
검색해 보면 나오려나 싶어서 인터넷을 켜 보았다.
그리고 바로 눈을 부릅떴다.
“이, 이게 뭐야?!”
인터넷은 온통 마곡 필드에 대한 기사로 뜨겁게 불타고 있었다.
다만 문제는 그 모든 이슈의 주인공이 바로 수호 자신이라는 것.
-(핫뉴스) 야수왕 크로우!
-왕의 힘을 얻은 정체불명의 헌터, 크로우!
-크로우(Crow)가 까마귀 가면을 쓴 이유는?
-(광고) 올해의 핫템, 까마귀 가면
-(연관 검색어) 힘숨찐
“야, 야수왕 크로우? 힘숨찐?”
자신에게 온갖 부끄러운 별명들이 붙어 있었다.
“아니, 무슨 중2병도 아니고…….”
수치심에 얼굴을 감싸 쥐는 수호.
그 모습에 기다렸다는 듯 메시지 한 줄이 나타났다.
[짐승들의 왕, 송곳니 군주가 제사장의 별명으로는 딱이라며 킬킬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