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4)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3화(4/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3화
침식이란 게이트에서 흘러나온 푸른 안개가 주변을 오염시키는 현상이다.
이계의 마력에 오염된 지역은 마수들이 살기 좋은 환경으로 변한다.
게이트 너머를 ‘던전’이라 부른다면, 그렇게 오염된 게이트 주변 지역은 ‘필드형 던전’이라 불렸다.
일단 이렇게 오염된 곳은 던전이나 마찬가지였고, 그걸 감안하면 지금 한국대학교 미술관은 죽음의 땅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무래도 그 학생은…….”
헌터는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누구나 그 뒷말은 짐작할 수 있었다.
* * *
한편 수호는…….
[레벨이 올랐습니다!]‘이거…… 그거 맞지?’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허공에 떠올라 있는 글자들.
오래전 꿈속에서만 볼 수 있었던 레벨업 시스템이 현실에서 나타난 것이다.
‘맙소사. 설마 또 꿈인가?’
아니.
이번엔 절대로 꿈이 아니었다!
살갗을 스치는 이 생생한 현실감이 그 사실을 입증해 주고 있었다.
게다가 레벨업 메시지가 뜬 순간, 그동안 누적된 피로감이 싹 사라졌다.
미스트 번 때문에 생긴 자잘한 화상들까지도 전부 치유된 것이다.
그런데 이건 뭘까?
[‘시크릿 퀘스트 : 무력한 자의 용기’의 완료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읽지 않은 메시지가 있습니다.]꿈에서 겪었던 레벨업 시스템은 단순히 레벨만 표기되고, 이런 메시지 같은 건 따로 존재하지 않았었다.
뭔가 본격적인 느낌.
수호가 메시지를 쳐다보자 메시지함이 자동으로 펼쳐졌다.
[두 개의 읽지 않은 메시지가 있습니다.] [현실에서 ‘플레이어’가 되신 것을 환영합니다.] (미확인)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미확인)‘현실에서…… 플레이어?’
일단 첫 번째 메시지부터 확인해 봤다.
[시크릿 퀘스트 : 무력한 자의 용기]비각성 상태에서 경험치를 얻어 스스로의 자격을 증명하셨습니다.
0레벨에서 1레벨로 각성하여 상태창 확인이 가능해졌습니다.
[정보]본 시스템은 ‘플레이어’의 성장을 지원합니다.
이번엔 ‘튜토리얼 모드’가 아닙니다. 현실에선 목숨이 하나뿐이니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튜토리얼 모드? 설마 그 꿈을 말하는 건가?’
수호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사춘기 때 꾸었던 꿈은 전부 연습 게임이었고, 이제부터가 본 게임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본 게임답게 튜토리얼에선 지원하지 않았던 기능들도 추가된 것이다.
이를테면 저 ‘상태창’ 같은.
[상태창]이름 : 성수호
레벨 : 1
직업 : 없음
칭호 : 없음
HP : 100/100
MP : 10/10
[스탯]근력 : 10
체력 : 10
민첩 : 10
지능 : 10
감각 : 10
(분배 가능 능력치 포인트: 0)
[스킬]패시브 스킬 : 없음
액티브 스킬 : 지배자의 권능 Lv.1
상태창에는 수호에 대한 정보가 간략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마치 게임처럼.
수호는 곧장 다음 메시지도 확인했다.
[퀘스트 : 생존자들을 구조하시오.]근처에 당신의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을 최대한 많이 구조하십시오.
구조한 인원수에 따라 보상이 달라집니다.
-현재 생존자 숫자 : 52명
-현재 구조한 숫자 : 0명
두 번째는 퀘스트창이었다.
이 퀘스트 또한 꿈속에선 겪어 본 적 없는 시스템이었다.
‘구조한 숫자에 따라 보상이 달라진다?’
이러니까 진짜 게임 같았다.
하지만 이것은 엄연한 현실.
지금 이 순간에도 실시간으로 사람들이 계속 죽어 가고 있었다.
[현재 생존자 숫자 : 52 → 51명] [현재 생존자 숫자 : 51 → 50명]수호는 이 현황판을 보자 퍼뜩 정신이 들었다.
그때였다.
[그어어어!]‘아차!’
상태창에 너무 정신이 팔려 있었나 보다.
어느새 지척까지 다가온 미스트 번 한 마리가 자신을 공격하고 있었다.
“이런!”
수호는 엉겁결에 팔을 휘둘렀다.
퍽!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크악!]수호의 주먹에 얻어맞은 미스트 번이 괴로워하며 뒤로 튕겨 나간 것이다.
“……어?”
오히려 수호가 더 당황하며 자신의 손을 쳐다봤다.
저 이글거리는 푸른 연기를 맨손으로 때렸는데 뜨겁지도 않았다.
그때 또 다른 미스트 번이 뒤에서 덤벼들었다.
수호는 바로 주저 없이 주먹을 날렸다.
퍼억!
[크악!]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수호의 평범한 주먹질에 속절없이 뒤로 튕겨 나간 미스트 번.
[그어어?]이쯤 되니 미스트 번도 당황한 눈치였다.
분명 별거 없어 보이는 인간인데, 맞으니까 너무 아팠다.
하지만 미스트 번은 오로지 본능만으로 움직이는 존재.
[크아아아아!]미스트 번의 괴성에 주변에 있던 모든 미스트 번들이 전부 수호를 향해 몰려들었다.
하지만 수호는 그 위협적인 광경에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자신에겐 놈들이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제부턴 반격의 시간이었다.
타앗!
수호는 지체 없이 놈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퍼억! 퍽퍽퍽퍽!
[크아아!] [그어어어!]일반적인 레이드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 벌어졌다.
원래대로라면 몬스터의 전력을 침착하게 파악한 뒤 탱커가 앞을 막고, 딜러가 공격을 하는 전략을 펼쳐야 했다.
하지만 수호는 그런 건 다 무시하고 두 주먹을 휘두르며 마수들과 드잡이질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효과는 확실했다.
[미스트 번을 처치했습니다!] [미스트 번을 처치했습니다!] [미스트 번을 처치했습니다!]…….
수호는 놈들을 하나하나 물리쳐가며 계속 이동했다.
[현재 생존자 숫자 : 37 → 36명]이러는 와중에도 생존자들의 숫자는 계속 줄어 가고 있었다.
그 말은 결국 미스트 번의 숫자는 점점 늘어난다는 뜻.
‘놈들의 숫자가 많아질수록 사람들이 죽는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질 거야.’
서둘러야 했다.
수호는 미술관을 샅샅이 뒤져 생존자들을 찾아냈다.
“어서 나가세요!”
그들을 찾는 족족 미술관 밖으로 내보냈다.
[현재 구조한 숫자 : 12]* * *
“뭐지? 도대체 어떻게 다 탈출하고 있는 거야?”
미술관 밖에 있던 헌터들은 놀라고 있었다.
이제 막 장비를 점검하고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자꾸만 사람들이 하나둘씩 제 발로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안에서 누가 구해 줬어요.”
“어떤 학생이 구해 줬어요!”
그들의 말을 들은 헌터들은 더더욱 놀랐다.
“안에서 누가 지금 마수들과 싸우고 있단 말입니까?”
“혹시 저 안에 벌써 다른 헌터가 들어가 있나?”
그 말을 들은 임 조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건 아닐 겁니다. 학생들 중에 헌터도 없을뿐더러, 다른 헌터들은 아직 오지도 않았어요.”
옆에서 듣고 있던 대현이가 희망찬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수호 아닐까요?”
“수호가?”
그 말에 머뭇거리는 임 조교와 헌터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필드형 던전에서 일반인이 살아남을 확률은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차마 대현에게 네 친구는 죽었을 거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조금 전 탈출한 생존자 중 한 명이 수호를 알고 있었다.
“맞아요! 수호 선배가 우릴 구해 줬어요!”
“뭐?!”
“수호가? 도대체 어떻게?”
“마수를 맨주먹으로 패던데요?”
“……맨주먹으로?”
그 말에 헌터들이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생존자들이 공포에 질려 뭔가 잘못 본 것이 틀림없었다.
맨주먹으로 미스트 번과 싸우는 건 너무 위험한 일이었다.
‘손이 다 타 버릴 텐데.’
‘자살행위지.’
주먹에 마력을 덧씌울 수 있는 헌터가 아닌 이상, 최소한 건틀렛으로 손을 보호해가며 싸워야 화상을 입지 않았다.
어쨌거나 수호라는 학생이 살아서 사람들을 구하고 있다는 사실은 확실한 것 같았다.
헌터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어쩌면 그 학생은…… 각성을 했을지도 모르겠군요.”
“수호가 각성을요?”
그 말에 임 조교의 시선이 다시 미술관으로 향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생존자들이 계속 밖으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수호에게 구출되어.
때마침 헌터들도 미술관으로 들어갈 준비를 끝마쳤다.
“팀장님, 마력 측정이 끝났습니다. D급 던전인 것 같습니다.”
“알았다. 그럼 서둘러야겠군.”
D급 던전이라는 말에 헌터들의 눈에 결연한 빛이 떠올랐다.
D급 던전이라면 미스트 번보다 훨씬 강한 마수들도 있을 것이다.
수호라는 학생이 지금 막 각성했다 하더라도, 던전 경험도 없는 초짜가 저 안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 * *
푸시익…….
[미스트 번을 처치했습니다.]눈에 보이는 모든 미스트 번들을 해치운 수호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거의 다 끝났어.’
당장이라도 눕고 싶을 만큼 피곤했지만, 정신만은 선명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수호의 전신이 투명한 빛으로 휘감기며 온몸에 활력이 솟구쳤다.
‘이 정도면 계속할 수 있겠어!’
수호가 다시 남은 사람들을 찾아서 이동하려는 찰나.
쿠콰쾅!
“……!”
갑자기 머리 위에서 천장이 폭발했다.
엄청난 먼지와 함께 돌무더기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수호는 깜짝 놀라 바닥을 굴렀지만, 미처 다 피할 순 없었다.
2레벨이 되면서 기껏 모든 상처가 회복된 수호의 이마에서 붉은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천장의 구멍에서 거대한 늑대가 내려섰다.
[크르렁!]쭈뼛!
그 엄청난 위용을 보는 순간 수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건 절대 못 이겨.’
보자마자 깨달았다.
생명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생존 본능.
미스트 번과는 차원이 다른 본능적인 공포가 느껴졌다.
[크르륵.]거대 늑대가 오만하게 수호를 내려다봤다.
도망칠 곳 없는 상처 입은 피식자를 바라보는 눈빛.
동시에 엄청난 위압감이 수호를 압박했다.
“큭.”
수호는 이를 악물었다.
여기까지 와서 공포에 짓눌릴 생각은 없었다.
그저 가장 최선의 행동을 할 뿐.
‘도망칠 수 없다면 먼저 공격한다!’
타앗!
수호는 손에 잡히는 돌덩이를 놈에게 냅다 집어 던졌다.
하지만 거대 늑대는 가소롭다는 듯 앞발을 들어 그 공격을 털어 냈다.
‘이 틈에!’
수호는 득달같이 놈에게 덤벼들었다.
그리고 미스트 번을 수십 마리나 때려죽였던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크르렁!]콰직!
거대 늑대의 아가리가 수호의 어깨를 물었다.
“크윽!”
수호는 이를 악물고 몸을 물린 채로 놈의 머리통을 꽝꽝 내리쳤다.
그 또한 역부족이었다.
콰앙!
결국 처참히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수호.
그 몸을 거대한 늑대의 앞발이 오만하게 짓눌렀다.
애초에 상대가 될 수 없는 싸움이었다.
그것을 알기에 늑대는 그저 당연하다는 듯이 승리를 만끽했다.
그리고 늑대의 흉악한 이빨이 수호의 목줄기를 물어뜯으려던 찰나.
바로 그때였다.
기적이 일어난 건.
[키에에에에에에에엑-!]쐐애애에애애애액-!
저 먼 우주.
까마득한 하늘 위에서 별안간 한 줄기 검은 벼락이 수직으로 내리꽂혔다.
콰아아앙-!
[……!]천장이 그대로 폭사하며 거대 늑대와 수호 사이의 공간이 두 쪽으로 갈라졌다.
먼지가 걷히며 나타난 건 온몸이 검은 증기에 휩싸인 개미들의 왕.
[베르 Lv.Max]원수 등급
베르가 한 손으로 늑대의 아가리를 찍어 누른 채 수호를 고고히 내려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