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47)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46화(47/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46화
[스킬 : 거인의 갑옷 Lv.1]액티브 스킬
필요 마나 10.
전신에 마력의 갑옷을 둘러 거대해집니다.
시전 중 1초당 마나가 1씩 감소합니다.
곽두영을 처치하고 획득한 스킬 ‘거인의 갑옷’은 유지만 하고 있어도 마나가 실시간으로 빠져나가는 스킬이었다.
참고로 현재 수호의 최대 마력량은 635.
즉, 스킬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635초.
고작 10분 정도가 한계라는 말이었다.
그것도 다른 스킬은 아무것도 안 쓴다는 가정하에.
물론 그만큼 힘과 덩치, 방어력이 좋아졌지만 가장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손까지 덩달아 커지는 바람에 무기를 쥘 수 없게 됐다는 것.
결국 수호는 주 무기인 쌍검을 포기하고 맨손으로 싸울 수밖에 없었다.
“강타.”
슈와악!
수호가 주먹을 치켜들자, 그 위로 지배자의 권능이 겹쳐지며 검은 기운이 휩싸였다.
그 주먹을 자신의 몸을 칭칭 감고 있는 모래 지네를 향해 내리꽂았다.
쿠와아앙!
“끄르륵!”
엄청난 충격에 긴 몸통을 요동치며 물러나는 모래 지네.
하지만 치명적인 일격은 아니었는지 멀쩡히 살아서 모래 속으로 파고들어 도망쳐 버렸다.
문제는 지금 이 한 방으로 수호의 마력은 반토막이 났고, 거인의 갑옷을 유지하는 시간도 반토막이 났다는 사실이었다.
‘이대로 싸웠다간 포션값도 안 나오겠네.’
수호는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튀자.
“거인의 갑옷 해제.”
슈우욱.
전신을 덮고 있던 오러의 갑옷이 사라지며, 수호의 몸이 원래대로 작아졌다.
수호는 그 즉시 아라크네의 등에 올라타 에실에게 손을 뻗었다.
“뭐해? 안 튀고?”
“…….”
에실은 할 말이 많은 표정이었지만, 냉큼 그 손을 붙잡았다.
* * *
[꾸롹꽉꽉!]두 사람을 태운 아라크네가 8개의 다리를 맹렬히 휘날리며 사막 위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솨솨솨솨솨솨!
그 뒤를 바짝 쫓아오는 일곱 마리의 모래 지네들.
속도는 접전이었다.
아슬아슬하게 잡힐 듯 안 잡힐 듯 숨 가쁜 추격전이 벌어졌다.
“이러다 잡히겠어!”
달리는 아라크네의 위에서 에실은 몸을 돌려 바짝 쫓아오는 지네들을 노려봤다.
그리고 가장 가까이 다가온 지네를 향해 주저 없이 자신의 창을 날렸다.
쐐애애애액-
모래 지네가 몸을 요동치며 그 공격을 피해 냈다.
그 잠깐의 주춤거림 덕분에 확실히 거리는 벌릴 수 있었지만, 대신 에실의 창은 멀리 날아가 버렸다.
“무기는 어쩌게?”
“이러면 돼! 돌아와!”
수호의 물음에 에실이 손을 뻗고 외쳤다.
그러자 에실의 창이 부메랑처럼 허공을 날아 에실의 손으로 되돌아왔다.
에실은 그 창을 휘리릭 돌리며 자신만만하게 수호를 쳐다봤다.
“이 창은 내 뿔이야. 어디에 있든 내게로 되돌아온다고.”
“뿔?”
“악마의 뿔 말이야. 악마들 중에는 자신의 뿔을 무기로 만들어 사용하기도 해. 우리 라디르 가문도 마찬가지고.”
“잘됐다.”
“뭐?”
에실은 흠칫 떨었다.
수호가 자신을 보며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이번엔 내가 틈을 만들어 줄 테니 잘 맞춰 봐.”
수호는 히죽 웃으며 아라크네의 위에서 쌍검을 뽑아 들었다.
[‘스킬 : 폭풍 베기’를 사용합니다.]쿠와아아앙!
쌍검이 휘몰아치며 모래 폭풍을 일으켰다.
목표는 놈들의 시야를 가리는 것.
그 의도는 성공했고, 모래 지네들의 얼굴에 자욱한 모래 먼지가 뒤덮였다.
“지금!”
“알겠어!”
수호의 외침에 에실이 마력을 불어넣은 창을 놈들에게 투척했다.
쐐애애애액- 쾅!
모래 폭풍을 뚫고 날아간 에실의 창이 지네의 몸통에서 폭발을 일으켰다.
“끼에에엑!”
공격에 적중당한 지네가 깜짝 놀라 기다란 몸을 요동치며 모래 속으로 다시 숨어 버렸다.
“불리하면 자꾸 숨네!”
분하다는 듯 주먹을 움켜쥐는 에실의 손으로 창이 되돌아왔다.
그때였다.
[소군주님.]잠시 보이지 않던 베르가 수호의 앞에 나타났다.
[저쪽으로 도망치시지요.]수호는 베르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그곳엔…….
“피라미드?”
수호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다짜고짜 모래 지네에게 쫓기느라 정신없어서 미처 몰랐는데, 저 멀리 실로 거대한 피라미드가 그림처럼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수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설마 여기…… 지구였어?”
[정확히는 지구에 존재하는 필드인 것 같나이다.]설마 게이트가 지구와 연결되어 있을 줄이야.
이건 정말 예상치도 못한 상황이었다.
이제 보니 모래바람에 희미하게 푸른 안개가 뒤섞여 있는 것도 보였다.
‘아니, 오히려 이상할 것도 없나?’
지구에서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면 던전으로 이어지듯, 그림자 던전에서 게이트를 타고 이동했으니 지구로 이어진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수호는 주저 없이 아라크네의 방향을 피라미드 쪽으로 틀었다.
그리고 모래 지네들과 실랑이를 하며 피라미드에 가까스로 다가간 순간.
솨솨솨…….
“어?”
놀랍게도 지네들의 추적이 뚝 끊겼다.
“쟤네들 더 안 쫓아와! 살았다!”
기뻐하며 환호하는 에실.
[케헴.]베르는 한껏 기고만장한 표정으로 에실의 머리 위에 우뚝 서 있었다.
반면에 수호는 지네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놈들이 피라미드 근처로 다가오지 못하고 근처만 서성대고 있었다.
“피라미드를 두려워하는 건가? 왜지?”
다시 시선을 피라미드로 돌렸더니, 그곳엔 놀랍게도 피라미드를 중심으로 작은 마을이 형성되어 있었다.
‘진짜 지구인가 본데.’
수호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한눈에 봐도 마을의 모습이 제법 현대식이었다.
피라미드를 중심으로 형성된 오래된 유적지 건물들에 현대식 간판이 붙어 있었다.
“누구냐!”
때마침 마을의 경계를 지키던 경비대원들이 당황하며 마을로 다가오는 수호 일행을 맞이했다.
“어, 어떻게 여기에?”
“설마 저 붉은 사막을 건너온 건가?”
“……뭐라는 거지?”
수호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언어의 장벽.
이집트인들로 이뤄진 경비대원들의 입에서 다짜고짜 아랍어가 쏟아져 나온 것이다.
“어떻게 모래 지네들을 피해서 여기까지 들어왔냐는데?”
“음?”
의외로 에실이 아랍어를 알아듣고 통역을 해 주었다.
[악마들은 인간의 언어가 아닌 의념을 알아듣고 대화를 할 수 있나이다.]그러고 보니 애초에 악마인 에실이 한국어를 쓰는 것도 신기한 노릇이긴 했다.
‘아무튼 편하게 됐네.’
수호는 에실과 함께 아라크네에서 내려와 경비대와 대화를 나눴다.
대화라기보단 주로 관문을 통과하기 위한 질답 형식이었다.
“당신들은 헌터인가?”
예스.
“이곳의 방문 목적은?”
없음.
지네들에게 쫓기다가 우연히 오게 됨.
“그럼 얼마나 있다 돌아갈 건가? 이곳은 식량이 부족하다.”
잠깐 쉬다가 금방 돌아갈 것.
‘흠.’
에실의 통역으로 경비대원들의 말에 일일이 대답해 주던 수호가 힐끔 그들의 분위기를 읽어 냈다.
‘아라크네에 관심이 있나 보군.’
수호가 타고 온 아라크네는 워낙 위협적으로 생긴 거대 거미였다.
하지만 의외로 그들이 아라크네를 보는 시선은 상당히 호의적이었다.
“당신들 중 누가 이 거미의 소환술사인가?”
“이 거미는 수송용 소환수인가?”
“거미를 타고 붉은 사막을 건너올 생각을 하다니, 대단하군.”
“혹시 당신 거미에 다른 사람도 태울 수 있나?”
“다른 헌터들은 주로 헬기를 타고 이곳에 온다.”
헬기라고?
마지막 말에 수호는 의아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거대 지네들에게 둘러싸인 이 위험한 땅에 굳이 헬기까지 타고 오는 사람들의 심리는 뭘까?
대체 무슨 이유로?
수호가 문득 시선을 주변으로 돌렸다.
어딜 둘러봐도 보이는 건 오로지 모래뿐, 그 와중에 볼 거라곤 오직 피라미드 하나뿐이었다.
“피라미드 때문인가?”
수호의 물음에 오히려 경비대원들은 신기한 표정으로 수호와 에실을 쳐다봤다.
“당신들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온 거군.”
“……?”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 * *
사막 도시 카무라.
이 작은 마을은 원래 피라미드를 보러 오는 관광객들로 먹고사는 관광 도시였다.
그런데 한 달 전.
이 일대의 사막 전체가 필드형 던전이 되면서부터 카무라의 지옥이 시작되었다.
도시 안에 있던 수많은 관광객과 주민들이 미스트 번으로 변해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동시에 헌터로 각성한 이들이 그들과 맞서 싸웠다.
그 과정에서 숱한 죽음들이 있었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이들은 헬기를 통해 필드를 탈출하기 시작했다.
마을 주변을 서성거리는 거대 지네들 때문에, 가능한 이동 수단이 오로지 헬기뿐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바로 그 헬기를 타고 외부의 헌터들이 하나둘씩 이 마을로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의 목적은 하나였다.
피라미드.
그 헌터들은 어떤 이유에선지 이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다짜고짜 피라미드를 샅샅이 탐험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그러는 이유가 있었다.
“그게 한 달 전에 어떤 점술가가 이상한 예언을 했기 때문이래.”
“예언이라니?”
경비대원들의 말을 통역해 준 에실의 말에 수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에실은 어딘가 어색한 표정으로 그 예언의 내용을 말해 주었다.
“머지않아 죽음에서 태어난 생명이 봉인에서 깨어날 것이다.”
[호오?]그 예언에 베르가 흥미롭다는 듯 눈을 번뜩였다.
“……그리고 그 힘이 죽은 이들을 일으켜 세울 것이다.”
순간 수호와 베르가 동시에 서로를 쳐다봤다.
물론 저 예언은 되게 허황되고 추상적인 말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겐 너무도 직관적으로 들렸다.
[소군주님, 저 예언 아무래도…….]“내 얘기인가?”
죽음에서 태어난 생명이라니?
마치 그림자 군주 성진우의 아들인 수호를 노골적으로 가리키는 말 같지 않은가.
심지어 최근에 수호의 봉인이 깨어났다거나, 죽은 이들을 일으켜 세운다는 건 말 그대로 그림자 추출 스킬 아니던가.
그런데 그 예언이 다른 사람들에겐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된 것 같았다.
에실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하필 그 예언이 나왔을 때 하필 이곳의 피라미드 안에서 던전 브레이크가 터진 거지.”
타이밍 참.
사실 ‘죽음에서 태어난 생명’ 같은 말은 어느 나라 어느 신화에나 있을 법한 표현이었다.
물론 이곳 이집트에도 말이다.
피라미드, 그리고 파라오.
역사 속 숱한 지배자들의 취미는 언제나 불로장생이었다.
그런데 이집트의 파라오들은 불로장생에서 한술 더 떠서, 아예 죽음 이후의 세계까지 욕망하며 수많은 노예를 부려 저 거대한 피라미드를 지은 것이다.
“하필 타이밍도 참 공교로워서, 아무래도 그 예언이 여기를 가리키는 것 같다며 곳곳에서 헌터들이 몰려든 거야.”
수호는 비로소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가뜩이나 피라미드라는 존재는 오랜 세월 동안 미스터리를 품고 있는 건축물이었다.
그런데 그림자 군주의 권능 같은 걸 모르는 사람들이 점술가의 예언을 들으면, 이곳에서 마치 ‘생명 부활’ 같은 영원한 생명을 주는 스킬이 나타날 것처럼 해석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가끔씩 던전에서 발견되는 룬석에서는 정말 다양한 스킬들이 튀어나왔으니까.
“그런데 의외로 저 안에서 중요한 뭔가가 발견되긴 했나 봐.”
“뭐가?”
“으음. 잠시만.”
에실은 자신과 계속 대화를 나누던 경비대원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러자 경비대원이 괜히 얼굴을 붉히더니 어깨를 으쓱이는 것이었다.
“가르쳐 주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대신 조건이 있다는데?”
“조건?”
수호가 일단 무슨 조건인지 물어보라고 하려던 그때였다.
이미 에실은 경비대원의 멱살을 잡고 들어 올린 상태였다.
“감히 나를 상대로 딜을 걸어?”
에실은 오랜만에 고고한 악마 귀족으로 돌아와 경비대원을 도도하게 노려봤다.
그 오만한 눈빛에 경비대원은 안색이 새하얗게 질려 더듬더듬 대답했다.
“허, 헌터들이 결국 피라미드 깊은 곳에서 상형문자로 된 글귀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글귀? 무슨 글귀인데?”
“……도전자의 앞날에 광명이 있으라.”
그것은 이집트 역사에 단 한 번도 존재한 적 없는 글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