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48)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47화(48/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47화
“도전자의 앞날에 광명이 있으라.”
-대주술사 칸디아루
헌터들이 발견한 글귀.
그것은 이집트 역사상 단 한 번도 발견된 적 없는 기록이었다.
그 역사적인 발견에 헌터들은 당연히 격분했고.
이 작은 도시 카마루에 위험을 무릅쓰고 찾아오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었다.
그런데 옆에서 에실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베르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칸디아루?]“왜?”
수호가 베르를 쳐다봤다.
[아는 이름입니다.]베르는 실로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턱을 쓸었다.
[대주술사 칸디아루. 그는 레벨업 시스템을 설계한 설계자입니다.]“설계자? 그런 사람이 왜 피라미드에 낙서를 해?”
[그것까진 모르겠나이다. 그보다 저 건축물 상당히 오래된 것 아닙니까?]“맞아.”
[칸디아루는 영생을 꿈꾸던 환족의 주술사였나이다.]대주술사 칸디아루.
그는 본디 초월과 영생을 목표로 한 주술사였다.
그리고 결국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지배자’들과 계약을 하고 레벨업 시스템을 설계했다.
그 시스템으로 완성된 존재가 바로 수호의 아버지, 그림자 군주 성진우였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뭐하는데?”
[군주들의 전쟁 이후로 행방이 묘연하나이다. 진짜 영생을 얻었는지, 아니면 죽었는지…….]베르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저 멀리 피라미드를 응시했다.
[아무래도 저 피라미드에 칸디아루의 흔적이 남아 있을지도 모르겠나이다.]수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긴급 퀘스트의 내용은 차원의 균열을 발생시키는 원인을 제거하는 것.
레벨업 시스템을 만들어 낸 칸디아루라면 차원의 균열을 발생시키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을 터였다.
뭔가 머릿속에서 퍼즐이 착착 맞아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수호가 피라미드로 시선을 돌렸다.
“바로 들어가 보자.”
“자, 잠깐!”
수호와 에실이 피라미드를 향해 걸음을 옮기려 하자, 경비대원들이 다급히 그들을 불렀다.
“……?”
의아해하며 뒤를 돌아보자, 경비대원들은 어색한 표정으로 그들을 말렸다.
“지금 피라미드에 들어갈 거면 조심해야 한다는데?”
“왜?”
그 뒤로도 길게 이어지는 그들의 말에 수호가 에실을 쳐다보자, 에실이 얼른 통역해 주었다.
“대충 요약하면, 최근에 피라미드를 무력으로 독점한 길드가 있대.”
“길드?”
수호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 * *
스케빈저 길드.
미국의 대형 길드 중 하나로, S급 헌터 토마스 안드레가 세운 길드였다.
각성 전에도 UFC 무제한급의 챔피언이었던 토마스 안드레는 링 위에서 적수가 없었으며, 은퇴하기 전까지 챔피언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그러다 노년의 나이가 되었을 때 갑자기 S급 헌터로 각성하더니, 이제는 링 밖에서도 적수가 없는 미국 최강의 헌터 중 하나가 되어 있었다.
그런 인물이 세운 길드인 만큼, 스케빈저 길드의 명성은 미국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스케빈저의 상징은 힘.
힘이 있는 자가 모든 것을 쟁취한다는 길드장의 지론 아래, 수많은 악명이 자자하기도 했지만.
또 그만큼 수많은 마수를 해치워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길드이기도 했다.
“그래도 스케빈저 길드원 전원이 온 건 아닌 것 같아. 숫자가 적대.”
걸어 다니는 번역기 에실이 경비대원의 말을 술술 통역해 주었다.
그러다 보니 경비대원들이 수호 일행을 걱정하는 건 당연했다.
스케빈저 길드가 독점하고 있는 피라미드에 들어간다는 건, 곧 그들과 맞서겠다는 말이었으니까.
하지만 퀘스트를 진행해야 하는 수호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결국 경비대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수호와 에실은 마을로 입성했다.
그리고 곧장 피라미드를 향해 걸었다.
[꾸롸롹.]슈우우욱.
여기까지 수고해 주었던 아라크네는 자연스레 수호의 그림자 속으로 숨어들었고, 그제야 마을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흠. 마을 분위기가…….’
수호는 거리를 가로지르며 주변을 관찰했다.
크고 작은 기운을 가진 헌터들이 마을 곳곳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언뜻 보면 평범한 마을 같은 분위기.
하지만 그들의 온 신경이 피라미드로 쏠려 있다는 건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여차하면 당장이라도 피라미드를 향해 달려갈 기세였으니까.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못하는 이유.
“……저놈들이군.”
험악한 인상의 장정들이 피라미드 입구를 지키고 서 있었다.
* * *
스케빈저 길드의 B급 헌터 게럴드는 입구를 지키는 문지기들의 수장이었다.
그는 며칠 전 이곳에 다짜고짜 끌려온 이후로 내내 기분이 더러웠다.
‘무슨 예언인지 뭔지 미신 하나 때문에 이 먼 이집트까지 사람을 끌고 와?’
게다가 자신을 이 땡볕 아래에서 고작 문이나 지키게 하다니.
게럴드의 가뜩이나 험악한 인상이 뜨거운 햇빛 때문에 더더욱 더럽게 구겨졌다.
“저놈들은 또 뭐야?”
그러던 중.
피라미드 쪽으로 설렁설렁 다가오는 두 남녀를 보고 더욱 인상이 찌푸려졌다.
게럴드가 옆에 있는 부하에게 물었다.
“뭐야? 마을의 헌터들한테 전부 공지 안 했어?”
“말했습니다. 피라미드로 다가오면 스케빈저에게 적대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그럼 저놈들은 무슨 똥배짱이지? 목숨이 두 개인가?”
게럴드가 일부러 부하와 대화하는 이유가 있었다.
헌터들은 대부분 청력이 좋다.
이것은 일종의 경고였고, 다가오면 죽이겠다는 협박이었다.
그리고 그의 말은 당연히 수호의 귀에도 들어갔다. 물론 영어라서 뜻을 알 수 없었지만.
에실도 굳이 저런 말까지 통역해 줄 생각은 없었다.
“계속 올라오는데요?”
수호와 에실은 피라미드의 계단을 한 칸, 한 칸 올라오고 있었고, 그들의 거리가 가까워졌을 때.
“야.”
게럴드가 부하들에게 눈짓을 하자, 스케빈저 길드원들은 아무런 경고도 없이 다짜고짜 수호에게 덤벼들었다.
“꺼져, 이 새끼들아!”
슈화아악!
“어?”
놈들을 보며 수호가 갸웃거렸다.
이렇게 다짜고짜 공격을 한다고?
“어차피 말도 안 통했는데 잘됐다.”
수호는 환하게 웃으며 쌍검을 뽑아 들었다.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주먹이 더 효과적인 대화법 아니겠는가.
“폭풍 베기.”
[‘스킬 : 폭풍 베기’를 사용합니다.]쿠와아아아앙!
“크허헛?!”
갑자기 몰아치는 모래 폭풍.
그에 가뜩이나 경사진 피라미드의 외벽을 밟고 뛰어 내려오던 스케빈저 길드원들의 몸이 휘청거렸다.
* * *
한편 피라미드 안에는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던전에 침식되어 미궁처럼 변해 버린 피라미드 내부.
이곳에는 스케빈저 길드가 도착하기 전부터 미궁을 탐사 중이던 다른 헌터들도 존재했다.
그런 헌터들을 상대하는 스케빈저 길드의 태도는 강압적이었다.
“네놈들의 선택지는 둘이다. 꺼지거나, 죽거나.”
“이거 완전 미친 새끼들 아냐! 이곳엔 우리가 먼저 왔단 말이다!”
그에 맞서는 헌터들은 분노로 머리끝까지 빨개져 있었다.
인도의 아수라 길드의 B급 헌터 ‘리오 싱’은 일주일 전부터 미궁을 탐사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들어온 놈들이 다짜고짜 자신들을 무력으로 쫓아내려 하는 것이다.
어떤 헌터라도 이런 상황에서 순순히 물러날 이들은 없었다.
“모두 전투 준비!”
창창창!
아수라 길드는 이름처럼 결코 호락호락한 이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전원 쌍검을 소지하고 있었고, 그들의 무기마다 줄기줄기 뻗어 나오는 붉은 검기들은 그야말로 신화 속 아수라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그들이 본격적으로 전투태세를 갖추는 순간, 끔찍한 살기가 일대를 잠식했다.
그 기세에 숫자가 적다고 그들을 얕보던 스케빈저 길드도 표정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리오 싱은 쌍검을 치켜들고 이를 드러냈다.
“여기까지 와서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 우리를 너무 만만하게 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리오 싱은 아수라 길드의 유망주였다.
하지만 계급 사회인 인도의 특성상, 뚜렷한 전과 없이는 절대 위로 올라갈 수 없었다.
특히나 이번 일은 아수라 길드 내부적으로도 초미의 관심사였고.
리오 싱은 자신의 신분을 높이기 위해 이번 일에 자원한 것이었다.
‘빈손으로 돌아갔다간 나는 길드에서 쫓겨난다고.’
“뭐, 뭐야, 이놈들?”
스케빈저 길드원들을 이끌고 있는 랜돌프는 다른 헌터들과는 달리 순순히 물러설 생각이 없는 아수라 길드의 대응에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그럼 어떠랴.
히죽.
“굳이 피를 봐야 되는 놈들이군.”
랜돌프의 입꼬리가 올라가며 사악한 미소가 번졌다.
“던전 안에서 일어나는 살인은 죄를 물을 수 없단 말이지. 모두 죽여라!”
후와아악!
그 순간 스케빈저 길드원들의 전신을 오러의 갑옷이 휘감았다.
아수라 길드의 전위가 딜러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스케빈저 길드는 탱커들로 전위가 구성되어 있었다.
‘상성이 안 좋다.’
순간 리오 싱은 본능적인 위기감을 느꼈다.
잘 조직된 탱커들의 위압감은 거대한 마수를 연상시켰다.
창과 방패의 대결.
하지만 무기를 휘두르기 힘든 이런 좁은 공간에서는 방패가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모조리 때려눕혀!”
으아아아아!
스케빈저 길드원들이 뛰어난 방어력을 앞세워 돌진해 왔다.
“공간을 넓혀!”
리오 싱의 외침에 아수라 길드원들이 무참히 쌍검을 휘둘러 막고 있던 벽을 무너뜨렸다.
콰르릉!
그러자 확보된 공간.
“모두 공격!”
챙챙챙챙!
창과 방패, 아니 검과 방패가 격돌했다.
“어디 발버둥 쳐 봐라!”
랜돌프는 압도적인 무력으로 상대를 짓눌렀다.
놈들이 제법 발버둥 쳐서 조금 당황했지만, 어차피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네놈들의 알량한 날붙이로는 절대 우리의 갑옷을 뚫을 수 없다!”
결국 싸움의 결과를 결정짓는 것은 압도적인 힘!
그중에서도 랜돌프가 끌고 온 길드원들은 전원 스케빈저 안에서도 무식한 힘을 자랑하는 놈들이었다.
쿠콰쾅!
“아악!”
그 잔혹한 힘에 아수라 길드원들이 속절없이 튕겨 나갔다.
“갑옷의 이음매를 베라!”
리오 싱의 명령은 주효했다.
제아무리 단단한 탱커라고 해도 무적은 아니었고, 그들의 갑옷이 지켜 주지 못하는 빈틈은 분명히 존재했다.
하지만 그 사실은 스케빈저 본인들이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 빈틈을 서로 메우면서 상대를 압박하는 훈련이 되어 있었다.
“크하하! 어디 얼마든지 덤벼 보란 말이다!”
랜돌프는 호탕하게 소리치며 트럭처럼 달려와 리오 싱의 몸을 튕겨 냈다.
퍼엉!
“커헉……!”
뒤로 날아가 처참하게 벽에 처박힌 리오 싱.
그의 입에서 피가 토해져 나왔다.
‘이대로 끝인가……!’
그때였다.
꽈르릉!
저 멀리 벽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 치열한 격전에 슬그머니 끼어든 한 쌍의 남녀.
“어?”
미궁 벽을 무너뜨리며 여기까지 도달한 수호는 마침 리오 싱과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슬쩍 시선을 돌렸다가 이번엔 랜돌프와 눈이 마주쳤다.
수호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음. 계속 볼일들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