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52)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51화(52/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51화
[그림자 추출이 가능한 대상입니다.]수호의 말에 독이빨 모래 지네의 사체에서 검은 그림자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림자 추출을 시도합니다.] [추출 시도 중…….]키햐아아아!
그림자 속에서 거대한 지네의 독니가 밖으로 뻗어 나오기 위해 울부짖고 있었다.
그러나.
팅!
금속이 튕기는 소리와 함께 알림이 떴다.
[그림자 추출이 실패했습니다.] [2번의 기회가 더 남아 있습니다.]‘실패?’
수호는 이를 악물었다.
‘내가 부족하다 이거냐?’
그림자 추출 스킬은 실패 확률이 존재했다.
스킬창에도 분명 대상의 능력치에 비례해 추출 실패 확률이 올라간다고 명시되어 있었고, 실제로 독이빨 모래 지네는 수호보다 까마득히 강한 마수였던 것이다.
‘사실 나 혼자 죽인 것도 아니니까.’
수호는 이 한 마리를 잡기 위해 가진 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한 셈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욕심나는 놈이기도 했다.
‘남은 기회는 두 번…….’
수호는 심호흡을 한 뒤 차분히 두 번째 추출을 시도했다.
“일어나라.”
팅!
[그림자 추출이 실패했습니다.] [1번의 기회가 더 남아 있습니다.]“…….”
수호는 마른침을 삼켰다.
이제 마지막 한 번.
키햐아아아!
모래 지네는 지금 이 순간도 수많은 다리를 허우적대며 검은 연기에서 빠져나오려 기를 쓰고 있었다.
‘너도 나오고 싶은 거냐.’
수호의 눈빛이 차분해졌다.
‘그래, 오너라.’
그리고 내 곁에서 적을 무찌르자.
수호는 놈의 거대한 사체 앞에서 엄숙히 손을 뻗었다.
“일어나라!”
그 순간.
콱!
모래 지네가 포효하며 검은 연기 밖으로 앞발을 내디뎠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콰득, 콰득, 콰득, 콰득!
콰득, 콰득, 콰득, 콰득!
뒤따라 나온 수많은 다리들이 땅을 딛고 몸을 일으킨다.
검은 연기가 줄기줄기 뒤엉키며 미처 완성되지 못한 몸뚱이를 엮어 내기 시작했다.
[그림자 추출에 성공했습니다.]“됐다!”
수호는 환호성을 터뜨렸다.
[?? Lv.1]기사 등급
이윽고 수호의 앞에 검은 증기로 이루어진 거대한 모래 지네가 위엄 있게 모습을 드러냈다.
[키햐야아아아아!]저릿저릿!
[……!]그 살벌한 기세에 어느새 볼칸의 뿔에서 빠져나온 에실이 몸을 흠칫 떨며 뒷걸음질을 쳤다.
때마침 수호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그레이도 꼬리를 말고 에실의 뒤에 숨어 달달 떨었다.
수호도 첫 전투의 기억이 떠올라 마른침을 삼켰다.
‘하지만 이제는 내 것이지.’
띠링!
[기사급 이상의 병사에게는 이름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부여한 이름은 그림자가 소멸될 때까지 계속해서 유지됩니다.] [병사의 이름을 정해 주십시오.]이름이 뭐가 중요할까?
어차피 이 녀석은 하루짜리 일용직인데.
[그림자 지네 Lv.1]기사 등급
“가자.”
수호는 대강 녀석의 이름을 정해 버리고, 녀석의 등에 올라탔다.
“자, 잠깐……! 나도!”
“꾸르릉!”
에실이 다급히 그레이를 안고 수호를 따라 그림자 지네 위로 뛰어올랐다.
그 모습에 피식 웃는 수호.
그리고 시선을 돌려 미궁의 심처를 향해 눈을 빛냈다.
“좋아. 이제 가 볼까.”
* * *
한편 랜돌프는 소수의 부하들을 이끌고 계속 미궁을 달리고 있었다.
“래, 랜돌프 님! 헉헉!”
“미라들이 더 따라오지 않습니다……!”
척.
체력이 바닥난 부하들의 말에 랜돌프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쯧. 나약한 것들.”
그가 낙오되어 떨어져 나간 부하들을 향해 혀를 찼다.
“뭐, 어차피 튼튼한 놈들이니 언젠간 따라오겠지. 우리는 계속 이동한다!”
“예, 옙!”
다행히 속도는 줄었다.
이제부턴 신중히 한 걸음, 한 걸음.
랜돌프는 사방을 주시하며 끝도 없이 이어지는 복도를 걸었다.
“……그런데 왜 미라들이 사라진 거지?”
“어쩌면 우리가 거의 끝에 도달한 게 아닐까요?”
“흠.”
랜돌프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떠올랐다.
피라미드에서 발견된 글귀.
도전자의 앞날에 광명이 있으라.
“이젠 우리가 유일한 도전자인 셈이군.”
이러면 유물도 당연히 우리 것이다!
“샅샅이 뒤져라!”
“옙!”
“뭐든 털어서 나오는 게 있을 거다!”
스케빈저 길드는 몸이 튼튼한 것 하나로 유명한 이들이었다.
그 강점은 특히 이런 험지에서 빛을 발했다.
“함정 같은 건 다 몸으로 버텨! 그냥 다 부수고 박살 내서, 어떤 실마리든 찾아내!”
쿠콰쾅! 콰쾅!
그들의 앞길을 감히 막을 자는 아무도 없었다.
벽이 무너지고, 조금이라도 수상한 물체가 보이면 박살을 내며, 그들은 그렇게 조금씩 미궁의 끝을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결국.
“문이다!”
그들의 앞에 거대한 문이 나타났다.
“찾았어!”
“찾았다!”
그들의 얼굴에 환희가 번졌다.
그리고 거침없이 그 문을 열어젖히는 순간.
“……!”
그들은 보고야 말았다.
“미, 미친!”
그들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거대한 원형의 공간.
그 한가운데 거대한 악어 인간이 사슬에 묶여 있었다.
‘그’가 눈을 떠 문을 열고 들어온 불청객들을 쳐다봤다.
오싹!
“……!”
그 세로로 갈라진 파충류의 눈을 본 순간.
스케빈저 길드원들은 본능적인 공포를 느꼈다.
단 한 명.
“하!”
랜돌프만이 유일하게 입가에 잔혹한 미소를 띠며 전신의 기운을 폭발시켰다.
“찾았다! 보스몹!”
쿠와아아앙!
그는 가진 모든 스킬들로 자신을 무장한 채 놈을 향해 뛰어들었다.
“들어라!”
그의 호령에 부하들이 움찔 떨며 그의 든든한 뒷모습을 쳐다봤다.
“겁먹지 말고 다 같이 덤벼라! 예언을 떠올려라! 저놈만 해치우면 우리가 취할 모든 부귀영화를!”
그들은 떠올렸다.
점술사의 예언을.
-머지않아 죽음에서 태어난 생명이 봉인에서 깨어날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이 죽은 이들을 일으켜 세울 것이다.
죽음조차 무시할 수 있는 힘!
그 허황되어 보였던 예언은 이 미궁을 떠도는 동안 그들의 마음속에 확신을 심어 주었다.
‘그 미라들! 죽은 이들을 일으켜 세운 힘이 이곳에 잠들어 있는 게 틀림없다!’
그리고 그 힘은 분명 저 악어 괴수를 잡는 순간 자신들의 차지가 될 터였다.
지금까지 겪어 온 모든 던전들이 그러했듯!
“가, 가자!”
“한꺼번에 덤비면 승산 있어!”
“랜돌프 님을 믿……!”
퍼억!
그 순간 용맹히 달려 나가던 헌터들의 머리통이 폭발했다.
“무, 무, 무, 무슨……!”
퍼억!
그들을 공격한 것은 다름 아닌 악어 인간의 두꺼운 꼬리였다.
사슬에 묶여 있지만 놈은 산처럼 거대한 기세로 불나방처럼 자신에게 덤벼드는 가소로운 인간들을 오만하게 내려다보았다.
“크르르…….”
그의 입에서 새하얀 연기가 흘러나오며, 길게 갈라지는 입꼬리가 잔혹한 미소를 떠올렸다.
순식간에 열 명의 목이 날아갔다.
그 튼튼하기로 소문난 스케빈저의 탱커들이!
“사, 살려…….”
가까스로 살아남은 헌터들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그러다 결국 몸을 돌리고 왔던 길을 따라 도망치기 시작했다.
“아, 안 되겠어! 나는 살아야……!”
퍽.
또 하나의 목숨이 사라졌다.
그 순간, 랜돌프는…….
“마, 맞아! 랜돌프 님! 랜돌프 님이라면……!”
살아남은 헌터들이 다급히 랜돌프를 찾아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그는 이미 최초의 공격에 나가떨어져 벽에 처박힌 상태였다.
“끄윽…….”
피투성이가 되어 다시 몸을 일으키는 랜돌프.
하지만 그의 눈은 아직 뜨겁게 불타고 있었다.
“재, 재밌구나. 이제야 좀 싸워 볼 만한 놈을 만났어.”
그는 다시 마력을 불태우며 놈에게 달려들었다.
퍼억!
“……!”
뭐가 지나간 걸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끄아아아악!”
피가 분수처럼 샘솟았다.
랜돌프는 한쪽 팔이 사라진 어깨를 부여잡고 절규를 터뜨렸다.
“히, 힐러……!”
허겁지겁 힐러를 찾아 고개를 돌리는 랜돌프의 얼굴에는 이미 패색이 짙게 깔려 있었다.
‘이길 수 없다.’
이건 애초에 상대가 되지 않는 싸움이었다.
‘미치도록 강해……!’
이 순간 랜돌프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스케빈저 길드의 길드장이었다.
눈을 마주친 것만으로도 몸이 덜덜 떨리게 만들던 스케빈저의 길드장, ‘골리앗’ 토마스 안드레.
놈에게서는 그에 준하는 압도적인 강자를 마주했을 때의 공포가 전해져 왔다.
“후, 후퇴를…….”
결국 그의 입에서 덜덜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올 때.
사슬에 묶인 악어 거인의 입에서 공포스런 포효가 터져 나왔다.
“크워어어어!”
“크학!”
그 마력까지 실린 포효에 스케빈저 헌터들은 사력을 다해 왔던 길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콰드득!
악어 거인의 몸을 묶고 있던 사슬이 끊어져 나간 것은.
그 순간 지옥이 시작되었다.
* * *
“크헉! 헉헉!”
랜돌프는 달리고 또 달렸다.
살면서 이토록 정신없이 뛰어 본 적이 있을까.
그 결과 그는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젠장! 젠장!”
문제는 살아남은 이는 랜돌프 혼자뿐.
부하들을 다 잃은 랜돌프는 공포와 분노로 얼룩진 표정으로 쉴 새 없이 같은 말만 중얼거리고 있었다.
“괴물이야. 괴물이라고, 괴물!”
절대 이길 수 없다.
아니, 상대가 말이 통하는 놈이었다면 살려 달라고 엎드려 구걸이라도 했을 것이었다.
그토록 강한 마수가 왜 이딴 곳에 갇혀 있는지도 알 수 없었고.
그토록 강한 마수가 어떻게 그딴 비루한 쇠사슬에 묶여서 꼼짝도 못했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머릿속이 엉망진창이었다.
‘대체 여긴 뭐냐고!’
그때였다.
쿠르릉!
미궁의 벽이 무너지며 랜돌프의 앞에 수호가 나타난 것은.
“어?”
벽의 구멍을 통해 수호가 랜돌프를 알아보고 눈을 크게 떴다.
그 해맑은 표정에 랜돌프의 모든 억눌린 분노가 수호에게 터져 나갔다.
크득!
“네놈은……!”
랜돌프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그리고 동시에 치밀어 오르는 생각.
‘그래, 저놈을 잡아서 미끼로 쓰자! 그 악어 새끼가 나를 잡으러 오면 그때 저놈을……!’
그러면 살 수 있다!
랜돌프는 환희에 가득 찬 표정으로 수호를 향해 득달같이 덤벼들었다.
아무리 자신이 상처를 입었다 한들, 저 소환술사 하나 잡는 건 일도 아니었다.
자신은 스케빈저 길드의 A급 탱커 랜돌프였으니까!
아까 그 보스몹 같은 놈이 상대가 아니라면, 누구와 싸워도 힘에서 밀릴 리가 없단 말이다!
콰르릉!
그의 전신에서 우레와 같은 굉음이 터지며, 폭발적인 오러가 그의 주먹에 집중되었다.
하찮은 소환술사 하나쯤은 벌레처럼 짓눌러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괴력이었다.
“이게 다 네놈 때문이다! 네놈만 아니었어도 우리는 차근차근 공략을……!”
쿠르릉!
“공략을……?”
그때였다.
벽이 마저 무너져 내리며 수호가 타고 있던 거대한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어?”
순간 랜돌프의 표정이 무너졌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가.
[키햐아아아악!]독이빨 모래 지네.
그동안 카마루의 피라미드를 찾아온 숱한 헌터들의 목숨을 앗아 간 거대 괴수가 그곳에 있었다.
‘이건 말도 안 돼…….’
소환술로 저런 걸 어떻게 부릴 수 있지?
A급 헌터인 만큼 랜돌프는 소환술에 대해서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소환술 따위로는 절대 저런 보스몹 수준의 소환수를 부릴 수 없었다.
그랬다간 오히려 그 소환수에게 술사가 잡아먹힐 수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맙소사…….”
붉은 사막의 끔찍한 악마가 자신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
수호를 태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