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54)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53화(54/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53화
요인.
요괴.
그들을 지칭하는 이름은 실로 다양했다.
비열한 난쟁이 고블린.
난폭한 사냥꾼 오크.
포악한 거인 오우거.
온갖 요사스런 괴물들이 서로 각축을 벌이던 수라의 세계.
그곳이 바로 태고부터 이어져 온 요인들의 세계였다.
그리고.
그 세계에서 가장 낮은 자.
고블린
생태계 피라미드의 가장 최하층, 그 시궁창 같은 밑바닥에서 살아남기 위해 언제나 치열한 투쟁을 벌여야 했던 최약체 중의 최약체.
그 나약한 고블린들에게서 요인들의 왕이 탄생한 계기는 아주 작은 변덕에서 시작되었다.
잔혹한 악어 요인 크로커(Crocor).
요인들의 생태계 최상위에 군림하던 크로커 ‘암무트’는 어느 날 우연히 마주친 새끼 고블린을 보고 흥미가 돋았다.
“허, 이놈 봐라? 눈빛 하나는 마음에 드는군.”
“케르륵!”
녀석은 본디 태생부터 약하게 태어난 새끼 고블린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독하게 동족의 눈과 귀를 물어뜯고 살아남은 독종이었다.
그렇게 피투성이가 되고도 살아 보겠다고 발버둥 치던 새끼 고블린은 최강의 요인 크로커 앞에서도 기가 죽지 않았다.
아니, 몸은 이미 공포에 짓눌려 벌벌 떨고 있으면서도, 눈빛만큼은 암무트를 잡아먹을 기세로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그 눈빛이 암무트의 마음속에 작은 변덕을 일으켰다.
치열한 수라장에서 살아남은 가장 작고 약한 고블린.
이 지지리 못난 녀석을 자신이 직접 가르친다면 어떻게 될까?
과연 어디까지 강해질 수 있을까?
‘……재밌겠군.’
암무트는 결국 그 새끼 고블린을 죽이지 않고 거두기로 했다.
“앞으로 너를 타르나크라 부르겠다.”
“케르륵?”
“클클. 내가 너의 비루한 육신을 크로커처럼 단련시켜 주지. 어디 한번 버텨 보거라.”
녀석에게 이름까지 지어 준 암무트는 벌벌 떠는 그 작은 요인을 한 손으로 주워 들고 자신의 둥지로 데려갔다.
그리고 그날부터.
“케르륵……!”
새끼 고블린, 타르나크는 암무트의 손에 키워지며 강해지기 위한 수련을 받게 되었다.
그 수련은 매우 혹독했고, 수도 없이 죽을 뻔했다.
하지만 암무트는 자신의 새로운 장난감인 타르나크를 절대 놔줄 생각이 없었다.
‘죽으면 그뿐이지.’
애초에 이것은 작은 변덕에서 시작된 실험.
성공할 거라 생각하고 시작한 것도 아니었기에, 암무트는 타르나크를 가차 없이 몰아붙였다.
그렇게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
영문도 모른 채 수련을 빙자한 실험을 강요당하던 타르나크는 아주 조금씩 강해져 갔다.
그리고 마침내.
“케르륵!”
고블린으로 태어나, 처음으로 상위 개체인 오크를 단신으로 쓰러뜨리는 데 성공하고 말았다.
그날 처음으로 타르나크는 암무트에게 자신이 배우고 있는 이 힘이 무엇인지 물었다.
“이게 뭐냐고? 흐음.”
암무트도 그날 처음으로 그 이름에 대해 고민했다.
고블린의 비루한 육신을 크로커처럼 강화시키는 기술의 이름이라…….
“강체술.”
암무트는 특유의 잔혹한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즉석에서 이름을 정했다.
“네가 배우고 있는 건 강체술이다.”
강체술……!
타르나크는 그 이름을 마음속에 되새겼다.
그 후로도 타르나크에게 ‘강체술’이라는 이름의 고문은 계속 자행되었고.
타르나크는 차근차근 강해져 나중엔 결국 오크, 트롤, 오우거까지 단신으로 쓰러뜨릴 만큼 강해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욱 많은 시간이 흘렀을 무렵.
타르나크가 결국 자신의 스승인 암무트보다도 강해졌을 때.
당시 요인들의 왕이었던 군주가 죽음을 맞았고.
타르나크는 ‘강체의 군주’로서 새로운 요인들의 왕의 그릇으로 선택되어 태초의 어둠이 그 몸에 깃들었다.
억겁의 시간 동안 이어진 태초의 빛, 지배자들과의 전쟁을 위해.
* * *
“……하지만 결국 고블린은 고블린일 뿐이었지. 결국 더 강한 놈을 만나 죽어 버리다니. 아무리 발버둥 쳐 봤자 타르나크도 결국 흔해 빠진 요인 중 하나였다는 거지. 클클.”
암무트는 먼저 죽어 버린 자신의 제자를 떠올리며 자조적으로 혀를 찼다.
동시에 지금까지 자신의 재미없는 이야기를 들어 준 수호를 쳐다봤다.
수호는 어느새 고블린처럼 작아져 있었다.
마치 처음 타르나크를 발견했을 때처럼.
히죽.
문득 암무트의 입꼬리가 길게 찢어지며 뾰족한 이빨들이 반짝였다.
“그리고 그때 내 앞에 ‘그’가 나타났다.”
“그?”
“대주술사 칸디아루.”
암무트는 그와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군주들의 전쟁에서 타르나크가 죽었다는 소식이 은거해 있던 암무트의 귀에도 들려왔을 무렵.
환족의 주술사 한 명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한 가지 재미있는 제안을 해 왔다.
-타르나크의 스승 암무트여, 나와 함께 강체술을 더 연구해 보지 않겠나?
-호오? 어떻게 말이지?
-나의 주술로 강체술을 훈련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를 만들어 주겠다. 그리고 그 안에 쓸 만한 실험체들을 계속 넣어 주지. 어떤가?
칸디아루의 제안은 암무트에게는 꽤 매력적인 것이었다.
손수 강체의 군주를 만들어 낸 자신감에 암무트는 그 후로도 여러 고블린들을 잡아서 훈련을 시켜 보았다.
그러나 결과는 전부 실패.
다른 고블린들은 타르나크와 달리 강도 높은 훈련을 못 견디고 금방 죽어 버렸다.
그것은 암무트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
이렇게 되면 결국 타르나크만 유독 특별한 존재였을 뿐, 암무트가 개발한 강체술 자체가 대단한 건 아니었다는 결론이 나와 버리는 것이다.
그것은 굉장히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바로 그 부분을 칸디아루는 파고들었다.
-증명하고 싶지 않나? 너의 강체술이 특별한 것인지, 아니면 타르나크가 특별했던 것인지?
-그렇게 일부러 나를 도발하지 않아도 된다. 나도 네 제안이 마음에 들거든. 하지만 그러고 싶어도 내게 주어진 시간이 점점 끝나 가고 있단 말이지.
당시 암무트는 죽어 가고 있었다.
노쇠.
아무리 최강의 요인 크로커라도 주어진 수명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칸디아루는 전혀 문제없다는 듯 음험하게 웃었다.
-그것도 내가 해결해 주지.
수명 같은 건 사소한 문제라던 대주술사 칸디아루의 음험한 미소.
-마침 내가 영원의 생명을 연구하고 있거든.
결국 암무트는 칸디아루의 손을 잡았고.
얼마 안 가 그 결정을 곧 후회하게 되었다.
콰드득!
순간 암무트의 눈이 분노로 붉어졌다.
“그 후 칸디아루는 나를 이 빌어먹을 무덤에 봉인했다. 영원한 생명? 크흐흐. 사기꾼 같은 놈 같으니!”
암무트의 끔찍한 살기가 피라미드를 뒤흔들었다.
물론 칸디아루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와의 계약대로 암무트는 결국 죽지 않게 되었다. 수명을 뛰어넘어 영원히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단, 이 피라미드 안에서만.
[아무래도 이 악어는 이곳의 미라들과 같은 신세가 된 것 같나이다.]베르가 수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 말에 암무트가 분노를 멈추더니 갑자기 킬킬 웃기 시작했다.
“크하하! 맞다. 그 부패한 시체들을 감고 있는 붕대가 나에겐 이 피라미드 자체인 셈이지!”
[미친 악어인가?]“바로 맞췄다! 나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지! 죽을 때가 훨씬 지나는 바람에 노망이 나 버린 것이다!”
[아니, 그게 자랑이냐?]“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사명만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지! 나는 칸디아루와의 계약에 의해 이곳에 갇혀 영원히 강체술을 연구하게 되었다! 나에게 강체술을 배우기 위해 찾아오는 도전자들을 상대로 말이지! 크하하!”
[소군주님.]베르가 진지하게 수호에게 충언했다.
[저 노망난 악어에게 진짜 훈련을 받으시려는 겁니까?]“뭐 어쩌겠어. 퀘스트인데.”
수호는 결국 이 피라미드에 칸디아루가 새겨 놓은 글귀의 의미를 깨달았다.
‘도전자의 앞날에 광명이 있으라.’
-대주술사 칸디아루
‘도전자라더니 결국 강체술을 배우고 싶으면 도전해 보라는 말이었던 거네.’
재미있네.
수호는 슬며시 미소를 떠올리며 눈앞에 나타난 메시지를 쳐다봤다.
[‘일일 퀘스트 : 강체술 훈련’이 도착하였습니다.] (미확인)이렇게 대놓고 퀘스트까지 생겨난 것을 보면, 결코 자신에게 해로운 일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일일 퀘스트니까 매일 훈련을 할 때마다 보상을 준다는 말일 테고.’
어떻게 봐도 자신에게 무조건 이득인 상황.
“그래, 배울게. 그 강체술이라는 거.”
수호의 말에 암무트는 거대한 입꼬리를 찢으며 활짝 웃었다.
“아주 잘 생각했다. 내 제안을 거절하면 그냥 죽이려고 했는데 수고를 덜었군!”
“…….”
히끅.
그 말에 반응한 건 수호의 옆에 있던 에실이었다.
악마 귀족인 에실은 수호보다도 더욱 예민하게 암무트의 기운을 마주하고 있었다.
비록 노망은 났어도 최강의 요인 암무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강대한 기운만큼은 진짜배기였다.
만약 그가 변덕을 부려 살심을 드러내기라도 한다면, 자신들은 언제든 주변에 처참한 모습으로 낭자되어 있는 스케빈저 길드원들과 같은 꼴이 될 것이었다.
암무트는 벌떡 일어나 수호를 향해 호령했다.
“크하하! 좋다! 그럼 바로 훈련을 시작하도록 하지! 앞으로 너의 이름은 타르타르다!”
“아니, 내 이름은 성수호인데…….”
“자, 타르타르여! 바로 훈련을 시작하자!”
“아니, 성수호라니…….”
“나의 두 번째 제자 타르타르여! 내가 지금부터 너의 비루한 육신을 크로커처럼 강화시켜 주마!”
수호의 대답 따윈 무시하고 우렁차게 포효하는 암무트였다.
그는 오랜만에 쓸 만한 인재를 발견해 매우 기분이 좋아 보였다.
“크흐흐. 앞으로 각오를 단단히 하는 게 좋을 거다. 나의 훈련은 몹시 혹독하고 위험하니까. 그동안 수많은 요인이 내 훈련을 못 버티고 죽어 갔지.”
꿀꺽.
그 말에 수호도 마른침을 삼켰다.
[짐승들의 왕, 송곳니 군주가 암무트의 말에 귀를 기울입니다.]심지어 송곳니 군주 라칸까지도 관심을 보일 정도였다.
강체술은 약해 빠진 새끼 고블린을 무려 요인들의 왕, 강체의 군주로 키워 냈을 정도로 대단한 훈련이었으니까.
“타르타트여, 너는 앞으로 매일……!”
“확인.”
때마침 수호가 메시지를 확인했고, 그와 동시에 암무트도 그 지독한 훈련에 대해 설명했다.
“팔굽혀펴기 100회! 윗몸일으키기 100회! 스쿼트 100회! 달리기 10km! 이걸 매일 하는 거다!”
“……으음?”
띠링!
그 순간 수호의 눈앞에 일일 퀘스트의 내용이 촤라락 펼쳐졌다.
[일일 퀘스트 : 강체술 훈련]팔굽혀펴기 100회 : 미완료 (0/100)
윗몸일으키기 100회 : 미완료 (0/100)
스쿼트 100회 : 미완료 (0/100)
달리기 10km : 미완료 (0/10)
※단, 암무트를 업고 할 것.
“단! 나를 업고 말이다. 크하하!”
“……!”
그 말도 안 되는 내용에 수호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그럼 바로 시작하자! 어디 버텨 보거라!”
파아아아앗!
그 순간 암무트의 거대한 몸이 점점 투명해지며 허공으로 떠올랐다.
“영체화?!”
에실이 그 정체를 알아보고 입을 벌렸다.
그 순간 영체가 된 암무트가 수호의 머리 위에 내려앉았다.
쿠구구구……!
“크윽?!”
그 순간 엄청난 중력장이 수호의 전신을 내리눌렀다.
수호는 그 끔찍한 무게에 짓눌리지 않기 위해 온몸의 힘을 끌어내야 했다.
[크하하! 제법이구나! 이러면 조금 더 무게를 늘려도 되겠어!]쿠화아아악!
“크하악……!”
암무트의 무게가 늘어났다.
결국 수호의 전신에선 근섬유가 찢겨 나가며 실핏줄이 푸슉푸슉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수, 수호!”
중력장을 피해 빠르게 뒤로 물러난 에실과 베르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수호를 쳐다봤다.
[크하하! 뭐하느냐! 고작 서는 것조차 힘들어해서야 팔굽혀펴기를 할 수나 있겠느냐!]암무트의 조롱을 들으며 수호는 이를 악물고 가까스로 몸을 엎드렸다.
쿠구구구……!
엎드렸더니 엄청난 중력장에 몸이 그대로 짜부라질 것 같았다.
“끄으읍! 지, 지배자의 권능!”
콰직!
보이지 않는 손까지 써서 몸을 가까스로 지탱한 수호.
‘이러니 다들 죽어 나갔지!’
그렇게 지옥의 팔굽혀펴기가 시작되었다.
[하나! 둘! 둘! 둘!]“왜 계속 둘이야!”
[자세가 틀렸다!]헬스장이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