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59)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58화(59/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58화
수호는 당황했다.
‘백미호라면…… 마곡에서 마주쳤던?’
마곡 필드에서 돌아와서 헌터넷에서 백미호라는 헌터에 대해 검색해 본 적이 있었다.
백미호.
백호 길드의 부길드장인 A급 헌터로, 국내에선 꽤나 유명한 헌터였다.
백미호가 유명해진 이유는 한국을 대표하는 길드인 백호 길드의 부길드장이라는 것도 있지만, 그녀의 출생이 더 크게 작용했다.
바로 그녀의 아버지가 백호 길드의 길드장인 백윤호였으니까.
백윤호가 누구던가.
백호 길드의 길드장이자, 야수화의 상위 스킬인 마수화 스킬을 보유한 한국을 대표하는 S급 헌터.
매우 강력한 희귀 스킬을 보유한 백윤호는 육탄전으로만 따지면 세계를 통틀어도 그와 견줄 수 있는 헌터가 그리 많지 않았다.
특히 그의 ‘마수의 눈’은 상대의 강함을 정확히 파악하거나 좋은 부하들을 선별할 때도 활용되는 매우 귀중한 스킬이었다.
물론 여기서만 끝났다면, 그는 평범하게(?) 유명한 S급 헌터가 되었을 것이다.
백윤호가 S급 헌터들 중에서도 유독 많은 존경을 받게 된 건, 그가 원래 몸담고 있던 사신 길드를 뛰쳐나와 자신만의 소신을 펼치기 위해 새로운 길드를 만든 것이 계기가 되었다.
백호 길드를 만든 백윤호는 그때부터 오로지 돈을 벌고 세력을 불리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던 사신 길드와는 완전히 정반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국내의 야수화 스킬을 가진 헌터들을 전부 불러 모아, 돈이 안 되는 던전들까지도 하나하나 공략하는 그야말로 마수 사냥꾼으로서의 행보를 걸은 것.
‘헌터라면 헌터답게 마수를 사냥하라!’
이러한 백윤호의 행보는 수많은 헌터들의 존경과 명성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그의 딸 백미호는 아버지의 재능과 카리스마를 온전히 물려받은 백호 길드의 당당한 후계자.
그녀는 그저 아버지의 위광을 등에 업은 금수저가 아니라, 당당히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며 백호 길드원들의 인정을 받고 있었다.
‘……그런 사람이 나를 찾는다고?’
수호는 솔직히 찔리는 부분이 많았다.
마곡 필드에서 라칸의 송곳니를 얻고 나오면서 시선이 마주치기도 했었고.
‘생각보다 냄새로 많은 정보가 들어온단 말이지.’
몇 번이나 야수왕의 힘을 몸에 강신시키면서 자신이 알게 된 것은, 야수화 스킬을 쓰면 상상 이상으로 감각이 예민해진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백미호도 그때 자신의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고 뭔가를 눈치챘을지도 몰랐다.
그때 자신의 옷에는 아라크네의 피가 잔뜩 묻어 있었으니까.
‘게다가 야수왕 크로우니 뭐니 하는 요상한 별명까지 붙었고 말이야.’
괜히 찔린 수호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백호 길드의 직원과 통화를 이어 나갔다.
“백미호 씨가 무슨 일로 저를 찾으실까요?”
* * *
백호 길드.
수호는 백호 길드의 건물로 들어서고 있었다.
‘뭔가 했더니…….’
백호 길드에는 수호 외에도 수많은 C급 헌터들이 모여 있었다.
대부분이 수호처럼 어느 길드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은 프리랜서 헌터들이었다.
백호 길드가 갑자기 이들을 모은 이유는 다름 아닌 이번에 나타난 A급 빌런 이민성 때문이었다.
“사신 길드의 그 부사장이 지금 헌터들을 사냥하고 있다며?”
“그러게. 완전 미친놈인 거지.”
“아, 빌런이 됐으면 당장 한국을 뜰 것이지, 왜 애꿎은 우리를 해치냐고!”
수호는 옆에서 들려오는 헌터들의 대화를 들으며 차분히 주변을 살폈다.
이래 봬도 수호는 아직 C급 헌터가 된 지 고작 이틀밖에 안 된 터라, 이 많은 사람 중 아는 얼굴이 한 명도 없었다.
[A급 헌터였던 자가 헌터 사냥꾼이 되다니. 참 할 짓도 없는 놈이로군요.]그것도 사신 길드라는 대형 길드의 부사장이 말이다.
“그런데 대체 이유가 뭐지?”
A급 빌런으로 규정된 지금, 이민성은 붙잡히는 순간 그대로 구금되어 다시는 빛을 보게 될 수 없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이번 일로 죄질이 더욱 무거워지면서, 이제는 단순히 구금시키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보이는 순간 척살해야 달 대상으로 격상되었다.
그렇다 보니 어째서 도주를 포기하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벌이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때 수호가 보고 있던 핸드폰 화면에서 이민성 관련 뉴스를 본 베르가 눈을 번뜩였다.
습격 당시에 CCTV에 찍힌 이민성의 모습이 뭔가 묘했던 것이다.
[날개?]빠르게 움직이는 이민성의 등에 날개 같은 것이 붙어 있었던 것이다.
베르의 반응에 수호가 그를 쳐다봤다.
“왜? 네 친구야?”
[키에엑! 제가 저런 하찮은 놈과 친구라니요! 섭섭하나이다!]“너랑 비슷한 날개가 있는데?”
[저건 개미의 날개가 아닙니다.]“그럼?”
[흐음. 벌?]베르가 화질이 낮은 CCTV 영상 속 이민성의 모습을 유심히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정확하진 않지만 아무래도 독침을 쓰는 날벌레 같나이다.]“벌이면 사촌 맞네. 개미나 벌이나.”
[키에에엑!]그때였다.
갑자기 헌터들이 웅성대던 소음이 줄어들었다.
‘음?’
수호는 고개를 들어 마침 단상에 올라온 백호 길드의 부길드장 백미호를 쳐다봤다.
“갑작스런 초청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백미호라고 합니다.”
백미호는 거추장한 인사를 생략하고, 다짜고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만큼 이번 사안이 긴급했기 때문이다.
“다들 기사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A급 빌런이 헌터들을 사냥하고 있습니다.”
그 말에 모여 있던 헌터들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특히 그중에서도 길드에 소속되지 않은 헌터들의 피해가 막심합니다.”
이유야 뻔했다.
길드 소속 헌터들은 대부분 여럿이 모여 다닌다.
최소 10명, 혹은 20명 이상.
아무리 A급인 이민성이라도 헌터들이 그만큼 모여 있으면 아무래도 함부로 습격하기 힘들 터였다.
반면에 여기 모여 있는 프리랜서 헌터들, 특히 그중에서도 C급 헌터들은 소수로 활동하고 있는 만큼 가장 만만한 먹잇감이었다.
‘B급 이상부턴 부르는 데가 많아서 대부분 길드 소속이고, 그 아래 D급이나 E급은 주로 채굴팀이나 짐꾼으로 용역을 뛰면서 더 많이 모여 다니니까.’
결국 가장 애매한 포지션이 바로 이곳에 모여 있는 C급 프리랜서들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걱정돼서 백호 길드에 받아 주겠다는 말인가?”
“와, 대박. 진짜?”
헌터들이 기대감 섞인 얼굴로 웅성거렸다.
그 사이에서 수호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그건 좀 곤란한데.’
길드에 들어가면 레벨업을 하면서 점점 강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군주님, 저는 반대입니다.]대뜸 베르가 수호의 앞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위대한 왕의 아드님께서 수치스럽게 누구 밑에 들어가는 꼴은 제 눈에 흙이 들어가웁웁웁……!]“아, 조용히 좀 해.”
[꾸우웁!]수호는 베르의 입을 틀어막으며 강제로 그림자 안에 쑤셔 넣었다.
C급 헌터들의 웅성거림은 다시 이어진 백미호의 말로 잦아들었다.
“기대에 못 미쳐서 죄송합니다만, 아시다시피 저희 길드에선 야수화 스킬을 지닌 헌터들만 길드원으로 뽑고 있습니다.”
“아니, 그럼 왜 부른 거래?”
누군가의 작은 중얼거림이 백미호의 초인적인 청각에 포착됐다.
백미호는 조금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 보니 여러분은 현재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이민성이 잡히기 전까지 당분간은 저희가 여러분을 보호해 드리려고 합니다.”
‘뭐?’
수호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다른 이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와, 우리를 보호해 준다고?”
“그럼 사냥도 같이 나가 준다는 말 아냐?”
“대박. 역시 백호 길드네.”
다른 길드였다면 절대 나오지 않았을 반응.
이곳이 백호 길드가 아니라 사신 길드 같은 다른 곳이었다면 순순히 이런 반응이 나오진 않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백호 길드가 그동안 보여 준 모습들은 헌터들의 신뢰를 사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야수화 스킬을 가진 백호 길드원들이 함께한다면, 이민성이 근처에 있으면 그들의 뛰어난 후각이나 청각으로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는 뜻.
“혹시…… 그럼 던전에도 같이 들어가 주십니까? 수입 배분은 어떻게 되고요?”
누군가 슬쩍 손을 들며 말하자, 백미호의 옆에 서 있던 다른 백호 길드원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그를 노려봤다.
흠칫.
그 눈빛에 몸을 움찔거리며 황급히 고개를 숙이는 C급 헌터.
하지만 백미호는 재차 쓴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길드원을 제지시킨 뒤, 질문을 한 헌터의 말에 대답했다.
“당연히 수익 배분은 시세대로 나눌 겁니다. 저희가 괜히 보호비를 요구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오오오!
다시 한번 그 말에 C급 헌터들의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진짜 대박이네. 게임으로 치면 이거 버스 태워 준다는 말 아냐?”
“야, 그 정도까진 아니지. 우리도 명색이 C급인데 누구 뒤에 졸졸 따라다닐 수준은 아니잖아?”
“그래도 당분간 고정적인 파티원이 생긴다는 건 정말 좋네. 프리랜서는 다 좋은데 멤버 모으는 게 항상 골치란 말이지.”
“그러니까. 괜히 이상한 놈이랑 얽히기라도 하는 날엔 완전 개고생만 하다가 쪽박 차니까.”
“그런데 백호 길드가 그렇게 인원이 많았나? 이 많은 인원을 어떻게 일일이 따라다니겠다는 말이지?”
그 마지막 말을 들은 백미호가 바로 그 헌터의 말에 대꾸했다.
“맞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이 자리에서 당분간 함께 다닐 파티를 짜 주셨으면 합니다. 그 파티에 저희 길드의 B급 이상의 헌터들이 두 명씩 투입될 겁니다.”
오오.
진짜 대박이었다.
B급 헌터 2명은 확실히 엄청난 전력이었다.
아무리 이민성이 A급 빌런이라도, B급 헌터가 2명이나 포함된 C급 헌터들의 파티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물론 승리는 장담할 순 없겠지만, 최소한 반격이나 도망치는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 터!
‘최소한 목숨 부지는 할 수 있겠는데?’
‘이 중에서 파티원을 모으라고?’
백미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헌터들이 눈빛을 번뜩이며 옆에 서 있는 다른 헌터들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어이, 김 씨! 오랜만에 한번 뭉쳐야지?”
“그럴까? 자네라면 믿을 만하지!”
대부분 경험이 많은 프리랜서들이라 파티원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아무리 같은 C급이라도 스킬에 따라 서로의 수준이 크게 갈리기도 했다.
누구는 어떤 좋은 스킬이 있고.
누구는 성격이 더럽고.
누구는 자신의 스킬과 상성이 안 좋고…….
그렇게 헌터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삼삼오오 모여서 자신들만의 그룹을 형성했다.
“어어……?”
뭔가 순식간에 휙휙 움직이기 시작하는 사람들 속에서 덩그러니 남겨진 수호.
그 엄청나게 강력했던 암무트와 독이빨 모래 지네의 공격조차도 쉽게 대응했던 수호라도 이번만큼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저 헌터는 처음 보는 얼굴인데? 누구 알아?”
“그러게. 신참인가?”
어떤 적들에게도 압박감을 느끼지 않았던 수호였지만, 지금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들에는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소군주님…… 지금까지 겪으신 시련들 중 이번이 가장 난이도가 어려운 것 같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