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6)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5화(6/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5화
수호는 황당하단 얼굴로 베르를 쳐다봤다.
“그렇게 아련하게 인사하더니 못 돌아갔다고?”
[실은 지구까지 오는 길이 매우 길고 험난했나이다. 그 길에 수많은 적들이 저를 막아섰지만, 다 찢어발기고 오느라 돌아갈 힘이……. 크흠.]베르는 민망한 표정으로 변명했다.
[주군께서 곁에 있으셨다면 제 힘도 순식간에 충전되었겠지만, 지금은 여기서 너무 멀리 계신 탓에 충전이 불가능할 줄은 미처 예상 못했나이다.]“…….”
수호는 잠시 말없이 베르를 쳐다봤다.
힘이 다 떨어졌다더니, 미술관에서 웅장하게 등장했을 때와 비교해서 너무 극단적으로 작아져 있었다.
‘무슨 봉제 인형 보는 것 같네.’
수호는 베르를 한 손으로 집어 들었다.
[끼엑?]손에 대롱대롱 붙잡혀 딸려 오는 미니 베르.
가벼운 정도가 무슨 인형뽑기 기계의 보상 같았다.
베르는 수호의 손에 매달린 채로 계속 떠벌떠벌 수다를 떨었다.
[기억이 돌아오셨는지 모르겠지만, 소군주님께서는 위대하시고 전능하신 그림자 군주의 하나뿐인 후계자이시나이다.]“그림자 군주? 그게 누군데?”
[성진우. 소군주님의 아버님 말씀이나이다.]“우리 아버지?”
[예입!]수호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우리 아버지라고? 집 나간 우리 아버지 말하는 거 맞아?”
[집을 나가신 게 아니라 우주로 나가셨나이다.]“……?”
갑자기 스케일이 우주라니?
수호가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라 하자, 베르가 갑자기 엄숙한 표정으로 두 팔을 벌렸다.
[간단히 설명을 드리자면.]스아아아!
[지금 우주에서는 위대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나이다.]검은 기운으로 이루어진 베르의 손에서 그림자가 일렁거리며 환영을 만들어 냈다.
그 그림자 환영은 손톱만 한 사이즈의 수많은 병사로 변했고, 그들을 향해 더욱 많은 숫자의 괴물들이 덤벼들었다.
그리고 그 중심.
유독 강한 기운을 이글거리는 한 남자가 있었다.
물론 손톱만 하게.
[이 전쟁을 지금 당신의 위대한 아버지 성진우 님께서 지휘하고 계십니다.]그렇게 말하며 베르의 손이 ‘성진우’가 막아 내고 있는 적들을 가리켰다.
[그리고 이놈들은 우리 세계를 통째로 집어삼키기 위해 찾아온 ‘이타림’의 졸개들이나이다.]“이타림?”
[이타림은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외우주의 신들이지요.]베르는 엄숙한 표정으로 계속 떠들어 댔다.
이타림이라는 놈들이 얼마나 악독하고 집요한 놈들인지.
대부분이 그냥 욕이었지만, 어쨌거나 지구를 침략하러 온 적이라는 말이었다.
“그러니까, 2년 전부터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온 마수들이 바로 이타림 때문이었다는 거지?”
설명을 듣고 있던 수호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수호의 부모님은 두 분 다 실종 상태였다.
오래전에 실종 신고를 했지만, 경찰들은 전혀 실마리조차 찾지 못했었다.
마치 이 세상에 증발한 것처럼 그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아서 반쯤 포기하고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우주에 있었다니?
쉽사리 믿기 힘든 사실이었지만 눈앞에서 말하는 봉제 인형, 아니 말하는 개미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애초에 비현실적인 상황이었다.
하기야 던전에 마수들까지 존재하는 세상인데, 여기에 갑자기 우주가 추가된다고 더 놀라울 것은 없었다.
수호가 문득 물었다.
“그럼 어머니는? 어머니도 우주에 따라가신 거야?”
[끼엑? 아뇨?]베르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뭐? 아니라고?”
[네, 아닌데요? 해인 님이 어디 가셨나이까?]베르의 반응에 수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어머니도 아버지가 사라진 날 같이 실종됐으니까, 당연히 같이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끼에에엑?! 해인 님이 실종되셨단 말씀이십니까? 언제요? 어디로요?]뒤늦게 소스라치게 놀라며 펄쩍 뛰어오르는 베르였다.
“나야 모르지…….”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는 수호였다.
* * *
이타림과의 전쟁이 이뤄지고 있는 외우주에서 지구까지 날아온 베르.
그 과정은 베르의 과장이 아니라 정말로 험난했다.
전쟁터에서 혼자 이탈하는 적진의 장수를 가만히 지켜만 볼 만큼 적들은 만만치 않았다.
그 엄청난 병력을 뚫고 가까스로 지구에 도착했더니, 정작 이곳에선 성진우의 아내인 차해인의 행방이 묘연하다니.
베르는 큰 충격을 받았다.
[끼에엑! 당장 해인 님을 찾아야 하나이다!]“어디에 있는 줄 알고?”
[이런 짓을 저지를 놈들은 뻔합니다! 이타림! 분명 지구에 있는 이타림의 사도들이 해인 님께 사악한 함정을 판 것이 틀림없나이다!]수호의 어머니 차해인은 그림자 군주의 가호를 받아 어지간한 일로는 위험에 처할 일이 없었다.
그런데도 무슨 일이 일어났다면?
그건 분명 그림자 군주의 힘과 대등한 세력이 관여했을 것이 틀림없었다.
베르는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지만, 수호는 어째서인지 어머니 차해인이 크게 걱정되진 않았다.
물론 실종 당시에는 걱정이 컸지만, 지금 아버지의 정체를 알게 된 충격이 너무 커서 이제는 어머니도 평범한 인간으로는 안 보였다.
“그러고 보니 옛날부터 어머니가 당황하는 모습을 한 번도 못 봤어.”
애초에 아버지의 정체를 옛날부터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결혼하신 분인데 뭔들 놀랍겠는가.
[아니, 그건 육아가 워낙 힘드셔서…….]옆에서 베르가 뭐라 중얼거렸지만 수호는 듣지 못했다.
아무튼 수호가 기억하는 어머니 차해인은 시종일관 여유롭고 흔들림이 없는 단단한 사람이었다.
그래서일까. 막연한 믿음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지만, 자신의 엄마가 누군가에 의해 위험에 빠졌을 거란 상상이 들질 않았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미궁에 빠져 있던 부모님의 실종에 대한 실마리를 알게 되었으니 천만다행이었다.
“베르, 어머니를 찾으려면 내가 뭘 해야 되지?”
수호가 묻는 말에, 베르는 수호의 손에 매달린 채 강하게 외쳤다.
[그야 당연히 최대한 빨리 강해지시는 것이지요!]“강해지라고?”
[예! 주군께서는 전쟁 때문에 한동안 지구에 오실 수가 없나이다. 결국 해인 님을 구하실 분은 소군주님밖에 없는데, 지금 소군주님은 약하다 못해 개미 애벌레보다 못하시지요!]“개, 개미 애벌레라니…….”
수호는 조금 상처받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베르는 허공에 만들어 냈던 그림자 환영들을 전부 없애 버리고, 수호의 손에서 벗어나 하늘 위로 뾰로롱 날아올랐다.
그리고 수호의 발밑을 척,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니까 레벨업을 합시다.]띠링!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그 순간 수호의 눈앞에 메시지창이 나타났다.
[퀘스트 : 그림자의 시련]성수호 당신은 위대한 그림자 군주의 아들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타고난 재능을 전부 봉인을 당한 상황.
그 위대한 힘을 감당하기 위해선 스스로의 자격을 증명해야 할 것입니다.
그림자 던전으로 들어가 자격을 증명하십시오.
“그림자 던전?”
눈앞에 펼쳐진 퀘스트창.
수호는 그것을 보자마자 꿈속에서 베르가 넘겨줬던 ‘그림자 던전의 열쇠’가 떠올랐다.
[그림자 던전이란 소군주님께 주어진 ‘안식의 영역’. 주인의 허락 없이는 산 자가 발을 들일 수 없는 죽은 자들의 땅이옵니다. ‘인벤토리’를 열어 보십시오.]그 말에 수호가 의식을 집중하자, 눈앞에 반투명한 창이 펼쳐졌다.
[인벤토리]그림자 던전의 열쇠 (미확인)
‘인벤토리까지 있어? 이러니까 진짜 게임 같네.’
새삼 신기했다.
사춘기 때의 꿈이 튜토리얼이라더니, 이번엔 진짜 게임 같은 기능들이 전부 추가되어 있었다.
수호는 손을 뻗어 열쇠를 꺼냈다.
그러자 열쇠 위에 정보창이 떠올랐다.
[아이템 : 그림자 던전의 열쇠]입수 난이도 : ??
종류 : 열쇠
그림자 던전으로 이동할 수 있는 열쇠입니다.
성수호의 그림자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내 그림자에 사용할 수 있다?’
그 설명에 따라 수호의 시선이 자신의 발밑으로 내려갔다.
한쪽 무릎을 꿇고 열쇠 끝을 슬쩍 그림자 위로 가져가 보았다.
쑤욱!
그러자 신기하게도 열쇠가 그림자 속으로 들어갔다.
베르가 눈을 번뜩였다.
[자! 어서 들어가셔서 원래 소군주님의 것이었어야 할 모든 힘을 취하십시오.]“잠깐.”
수호는 열쇠를 다시 뽑고, 부랴부랴 옷부터 갈아입었다.
헐렁한 환자복과 슬리퍼를 벗어 버리고, 원래 자신의 옷을 찾아 입은 뒤 신발끈을 질끈 묶었다.
그리고 다시 그림자를 내려다보는 수호의 눈에 결연한 빛이 서렸다.
“좋아. 그럼 가 볼까.”
[끼에엑! 갑시다! 제가 곁에서 보좌하겠나이다! 물론 힘은 다 빠졌지만!]별로 기대는 안 됐다.
수호가 다시 그림자 속으로 열쇠를 쑤셔 넣었다.
딸깍.
[그림자 던전에 입장하시겠습니까?] (Y/N)“……입장하겠다.”
슈와아아악-!
대답과 동시에 수호의 그림자가 온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보이는 모든 걸 닥치는 대로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벽과 천장, 더 나아가서는 병원 건물 전체를.
[그림자 던전에 입장했습니다.]어느덧 수호는 그림자에 덧씌워진 흑백의 세계에 도착해 있었다.
‘여긴?’
모든 인기척이 실종된 고요한 정적.
흑백으로 물든 울창한 숲이 수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숲으로 변해 버린 폐허 도시였다.
높게 솟구친 건물들 외벽에는 온통 이끼와 넝쿨이 뒤덮여 있었다.
수호는 문득 어릴 때 읽었던 책이 떠올랐다.
‘제목이 아마…… 인류가 사라진 지구였던가?’
그 책은 이른바 지구의 자정 작용에 관한 다큐멘터리였다.
내용을 대충 요약하면, 사람의 관리 없이 오랫동안 방치된 도시는 풀과 나무가 자라나 건물들을 전부 허물고 결국엔 숲이 되어 버린다는 것이었다.
바로 이곳처럼.
‘마력에 오염된 필드 느낌도 나네.’
그 조용한 가운데, 수호를 뒤따라 들어온 베르가 뾰로롱 날아올라 척, 하고 경례를 했다.
[그림자 던전에 오신 걸 환영하나이다!]“여기가 그림자 던전이라고?”
주변을 둘러보던 수호는 기이한 느낌을 받았다.
흡사 오래된 공포영화 속으로 들어온 듯한 기분.
‘……그런데 왜 이렇게 친숙하지?’
누구나 그렇듯 갓난아기 때의 기억을 선명하게 간직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 시절에 느꼈던 감정이나 분위기만큼은 어른이 되어도 그 마음속 깊은 곳에는 여전히 남아 있기 마련이었다.
누군가에겐 몹시 불길하게 느껴질 이 흑백의 세계가 수호에겐 더없이 포근한 어머니 품처럼 느껴졌다.
그때였다.
쭈뼛!
‘살기?!’
수호의 감각 스탯이 경고를 보냈다.
후웅-!
그 순간 등 뒤로 날아오는 도끼.
[히익! 시련이 시작됐나이다! 피하십쇼!]베르가 다급히 외치는 소리를 들으며, 수호는 그 즉시 몸을 틀었다.
그리고 그대로 돌려차기 한 방!
퍼억-!
“껙!”
수호의 발차기에 얻어맞고 몬스터 한 마리가 꼴사납게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 머리 위에 베르처럼 이름표가 떠올라 있었다.
[고블린 정찰병]“키킷!”
녹색 피부.
신장이 1미터 정도 되는 흉측한 몬스터였다.
‘정찰병?’
놈의 이름을 확인하자마자 수호는 신경을 곤두세웠다.
‘정찰병이라면 주변에 다른 놈들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
수호는 사춘기 때 꿨던 꿈속에서 이미 수많은 전투를 치러 왔다.
그때 몸에 새겨진 생존 본능이 수호의 몸을 움직였다.
‘다른 동료를 부르기 전에 죽여야 해!’
파앗!
놈이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수호가 먼저 몸을 날렸다.
[끼엑! 맨손으론 위험합니다! 고블린은 약해 빠진 마수지만 지금은 소군주님이 더 약골이라고요!]“나도 알아!”
콱!
베르의 말을 받아치며 수호는 고블린 정찰병의 손등을 내리쳐 손에 들린 도끼를 떨구게 했다.
[캬아! 잘하셨나이다! 아주 잘하셨나이다!]그 위로 날아올라 힘차게 박수를 치는 베르.
‘아오, 시끄럽네.’
덥석!
[‘아이템 : 임프의 돌도끼’를 획득했습니다.]수호는 도끼 손잡이를 움켜쥔 순간 바로 휘둘렀다.
콰득!
[껙!] [고블린 정찰병을 처치했습니다.]단숨에 고블린의 목을 베어 낸 수호.
하지만 숨 돌릴 틈은 없었다.
쉬이익!
등 뒤에서 오싹한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동료가 있었구나!’
바람을 가르고 날아오는 화살!
수호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었다.
‘지배자의 권능!’
콱!
그 순간 수호의 손에서 뻗어 나간 투명한 손길이 날아오는 화살을 붙잡았다.
[끼에에엑! 그 힘은 설마!]허공에 우뚝 멈춘 화살을 보며 베르는 기뻐서 몸 둘 바를 몰랐다.
베르는 떠올렸다.
갓난아기 때 허공을 걷던 수호의 어린 시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