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60)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59화(60/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59화
그때 불쑥 베르가 수호의 그림자 속에서 빼꼼 얼굴을 내밀고 말을 걸자, 그 모습에 헌터들은 동시에 혀를 차며 수호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아, 뭐야. 소환술사였어?”
“소환술사였네.”
“소환술사였어.”
“……?”
수호는 졸지에 고백도 안 했는데 차인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그런 수호의 속도 모르고 베르가 뾰로롱 날아와 수호의 어깨를 토닥였다.
[괜찮습니다. 소군주님께는 제가 있지 않습니까.]“너 때문이라고, 인마.”
이제 수호는 소환술 외에도 다른 전투 스킬들이 많이 생겨 있었다.
하지만 베르의 등장 탓에 바로 첫인상이 소환술사로 찍혀 버린 이상, 다른 헌터들의 호감도가 바닥으로 떨어져 버린 것이다.
아무리 C급 헌터가 됐어도 소환술사는 여전히 비주류였으니까.
수호는 나직하게 한숨을 쉬며 다른 헌터들을 돌아봤다.
그런 수호의 시선을 철저히 외면하는 헌터들.
‘못 보던 얼굴인 거 보니 신참 같은데, 소환술사라고?’
‘소환수도 겁나 약해 보이네.’
‘괜히 파티에 소환술사가 끼면 1인분도 못하면서 돈만 받아 갈 거 아냐?’
행여나 파티원으로 껴 달라고 할까 봐 그들은 최선을 다해 수호와 눈이 마주치지 않으려 애썼다.
그렇게 다른 헌터들의 외면을 받는 이들은 수호 외에도 군데군데 존재했다.
대부분 아직 경력이 증명되지 않은 신참들이었고, 혹은 스킬들이 형편없어서 제 몫을 하지 못하는 걸로 헌터 업계에 익히 알려진 이들이었다.
그런 이들만 파티에 끼지 못하고 엉거주춤하게 서 있는 모습에, 그것을 지켜보던 백호 길드원들이 슬쩍 백미호를 쳐다보며 물었다.
“부사장님, 저들은 어떡할까요?”
참으로 곤란한 상황이었다.
저 소외된 헌터들을 억지로라도 여기저기에 끼워 넣자니 당연히 반발이 우려됐다.
던전 공략은 목숨이 걸린 일이다 보니, 마음에 안 드는 헌터를 동료로 받아들이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
“흠.”
백미호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저 남은 사람들끼리 파티를 짜게 하죠.”
“예? 그건 너무 위험…….”
“대신, 저 파티에는 B급 헌터 3명을 포함시키겠습니다.”
“아! 그러면 되겠군요. 어차피 빌런이 잡힐 때까지만 유지하면 되니까…….”
백미호의 결정에 백호 길드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백호 길드가 C급 프리랜서들을 이렇게 모은 건 단순히 보호의 목적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처럼 A급 빌런이 언제 어디서 출몰할지 모르는 상황은 헌터들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너무나 위험한 상황이었다.
심지어 이곳은 복잡한 서울 한복판 아닌가.
‘어차피 빌런이 헌터들을 사냥하고 다닌다면, 그 사냥감들 옆에 딱 붙어서 기다리는 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지.’
사실 여기 모인 C급 헌터들도 자신들이 미끼가 되는 셈이라는 것쯤은 납득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언제 습격당할지도 모르는 판국에 보호를 받는 미끼가 되는 편이 차라리 안전했다.
게다가…….
“차라리 빌런이 우리 쪽에 나타나 주면 좋겠는데.”
“뭐? 미쳤냐?”
“왜? 이 정도 전력이면 어차피 나타나더라도 도망치면 그만이고, 빌런의 위치만 협회에 알려 줘도 보상금 탈 수 있잖아.”
“너…… A급 헌터 만난 적 한 번도 없지? 우리 같은 C급이 A급에게서 무사히 도망치는 게 가능할 것 같아?”
“아니, 그래도 B급 헌터 둘이면…….”
“무조건 안 만나는 게 상책이라니까.”
저마다 아는 사람들끼리 파티를 짠 헌터들이 왈가왈부하며 웅성거렸다.
그사이에 수호는 백호 길드원들의 안내에 따라 마지막까지 팀을 못 이루고 소외된 헌터들끼리 모이게 되었다.
[크흐흑! 우리 소군주님이 이런 굴욕적인 취급을 받게 되다니. 소인은 너무 분하나이다!]“아니, 너 때문이라고.”
가만 보면 베르는 매우 충직한 말투로 약을 올린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수호는 순순히 백호 길드의 보호를 받기로 결정했다.
‘다른 헌터들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는데 잘됐네.’
돌이켜보면 수호는 각성을 한 지 고작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 동안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고, 심지어 죽은 군주들의 흔적을 둘이나 만나게 되었다.
짐승들의 왕, 송곳니 군주 라칸.
요인들의 왕, 강체의 군주 타르나크.
그가 걷고 있는 길이 다른 평범한 헌터들과는 다름은 명확했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과연 지금의 자신이 다른 헌터들과는 얼마나 다른지.
다른 헌터들을 바라보는 수호의 눈이 가늘게 호선을 그렸다.
* * *
백호 길드는 친절하게도 C급 헌터들에게 길드에서 미리 선점해 둔 던전들을 개방해 주었다.
어차피 백호 길드원들도 함께 공략하니까 수익을 분배받겠지만, 그래도 꽤 큰 손실일 터였다.
‘괜히 백호 길드가 명성이 높은 게 아니구나. 그야말로 노블리스 오블리주네.’
수호는 백호 길드의 배려에 감탄하며, 임시로 맺어진 자신의 파티원들과 함께 바로 그 던전으로 이동했다.
문제는 그 파티원들이 진짜 비주류라는 것이었다.
[진짜 어설픈 놈들만 모였군요.]베르의 평가는 냉정했다.
파티원은 총 10명.
백호 길드의 B급 헌터 3명과 수호를 포함한 7명의 C급 헌터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중 5명은 수호처럼 각성한 지 얼마 안 된 신참이었고, 나머지 경력직 헌터 둘은 소환술사였다.
파티원에 소환술사의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공격대는 안 좋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실질적으로 전투에 가담하는 인원이 그만큼 적어진다는 말이었으니까.
“……이 공격대 진짜 괜찮나?”
오죽하면 이들을 보호하는 백호 길드원조차 우려가 섞인 말을 중얼거릴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그런데 문제는 또 있었다.
헌터들이 파티원을 모을 때 기피하던 조건이 또 하나 있지 않은가.
바로 성격.
초면에 얼굴만 보고 성격을 어떻게 아냐고?
간단하다.
이번에 막 각성한 신참들은 대부분 성격이 안 좋다.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초인적인 힘을 각성했고, 그 힘의 대가는 아무것도 없이 순전히 로또에 당첨된 것이었다.
실제로 그 힘을 이용해서 앞으로 돈을 어마어마하게 벌 수 있게 될 테니 그야말로 로또 아닌가.
딱 그 순간의 헌터들은 졸부 근성이 생겨 버린다.
쉽게 말해 허세와 가오.
“참나. 내가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 거야!”
백호 길드가 마련해 준 던전으로 이동하던 중에 신참 헌터 구동재가 갑자기 껄렁한 표정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10명 중 가장 덩치가 큰 헌터였는데, 심지어 B급인 백호 길드원들보다도 덩치가 컸다.
딱 봐도 힘 좋은 탱커.
구동재는 각성한 지 고작 일주일밖에 안 된 따끈따끈한 각성자였고, 갑자기 생긴 자신의 초인적인 힘에 자신감이 한창 넘칠 시기였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의 능력은 경력만 뒷받침되면 높은 평가를 받을 만했다.
몇 번의 던전 경험만 쌓이면 나중에는 좋은 길드에서 스카웃도 받을 수 있는 수준.
‘하지만 문제는 지금 이 시기가 제일 폭탄이지.’
자신의 힘에 한껏 취해서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애송이.
백호 길드원들은 구동재를 보자마자 딱 그렇게 정의 내렸다.
“저기요. 백호 형님들 빼면 딱 봐도 내가 제일 강한 것 같으니까 내가 공격대장을 맡겠습니다. 괜찮죠?”
“네? 누구 맘대로요?”
구동재가 갑자기 어깃장을 놓자, 당연히 헌터들은 당황했다.
“구동재 당신, 각성한 지 고작 일주일밖에 안 됐다면서요? 그런데 뭘 안다고 파티장을 맡아요?”
“그러는 당신도 마찬가지잖아? 어차피 여기 전부 한 달도 안 된 초짜들만 모였는데, 그나마 제일 몸 튼튼한 사람이 리더를 맡는 게 안전하게 않겠어?”
“그래도 우리보단 차라리 백호 길드원분들이…….”
“백호 형님들은 처음부터 파티 운영에 신경 끄신다는 말씀 못 들었어?”
“은근슬쩍 말을 놓네? 당신 나이가 몇이야?”
“뭐. 어쩌라고.”
훅.
덩치 큰 구동재가 한 발 앞으로 다가오자, 그에게 따지고 들던 헌터는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가까이 다가서니 그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었던 것이다.
온몸에 꽉 찬 저 근육들은 결코 헬스장에서 만든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저 우락부락한 덩치 자체가 그의 스킬이 아닐까?
한편 멀리 떨어져서 그들의 실랑이를 그냥 구경만 하고 있던 수호의 어깨에서 베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소군주님, 그냥 제일 강한 놈들이 리더를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베르가 가리킨 건 백호 길드원들이었다.
수호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꾸했다.
“그러면 모양새가 조금 안 좋거든.”
[모양새라니요?]사실 경력으로 보나 등급으로 보나, 당연히 이런 상황에선 백호 길드원들이 공격대를 이끄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위급 상황이라며 프리랜서 헌터들을 잔뜩 불러 모으더니, 백호 길드가 떡하니 리더 자리를 꿰찬다면?
“그건 그야말로 대형 길드의 폭정이 되어 버리는 거지. 반강제로 프리랜서들을 규합한 꼴이 되니까. 게다가…….”
수호가 힐끔 백호 길드원들을 쳐다봤다.
아까부터 그들의 관심은 오로지 외부의 기척을 감지하는 데만 쏠려 있었다.
언제 갑자기 A급 빌런이 출몰할지도 모르는 판국에, C급들끼리 누가 리더를 맡을지 투덕거리는 모습에 신경 쓰는 건 진짜 쓸데없는 심력 낭비였던 것이다.
그때 수호와 베르의 대화 소리가 거슬렸는지, 구동재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수호 쪽을 쳐다봤다.
“왜? 댁들도 리더 해 보시게?”
“아, 아뇨. 저희는 소환술사들이라 리더를 하기엔 조금 포지션이…….”
냉큼 대답을 하며 뒤로 물러선 건 수호가 아니라 다른 소환술사들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수호를 제외한 소환술사 2명은 경력이 1년이 넘는 헌터계 선배들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그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잘 알고 있었다.
공격대장에는 두 가지 타입이 있다.
앞장서서 공격대를 이끄는 돌격대장 타입.
아니면 반대로 뒤에서 파티 전체의 체력을 조절해 주는 밸런스 타입의 리더.
후자는 당연히 힐러만 가능한 포지션이었다.
그리고 소환술사는 둘 다 불가능했다.
소환술사들이 군소리 없이 한발 물러서자 구동재는 흡족한 표정이 되었다.
‘좋군. 흐름이 완전히 내 쪽으로 넘어왔다.’
공격대장은 수익 분배에 우선권을 갖는다.
분배 비율도 조금 높지만, 무엇보다 던전에서 좋은 아이템을 획득할 경우 공격대장에게 우선권이 생기는 것이다.
게다가 한번 이렇게 공격대장으로서의 경력이 생기면, 앞으로 헌터 일을 하는 내내 공격대장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
‘그런데 저놈은 뭐야?’
3명의 소환사술 중 멀뚱히 그 자리에 남아 있는 소환술사를 보고 구동재가 눈을 험악하게 부라렸다.
바로 수호.
그는 구동재는 신경도 쓰지 않고, 베르와 수다를 떨고 있었다.
성큼.
그런 수호의 앞에 구동재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왜? 댁도 리더 자리에 관심이 있어?”
“아뇨. 저는 관심 없습니다. 하고 싶으시면 하세요.”
“하하. 그렇지?”
수호의 대답에 구동재의 인상이 활짝 펴졌다.
그가 솥뚜껑만 한 손바닥으로 수호의 등을 팡팡 치며 껄껄 웃었다.
“하기야 댁도 나처럼 각성한 지 얼마 안 됐다며? 그런데 하필이면 소환술사라니 상심이 크겠어. 걱정 말라고. 나만 믿고 내 뒤만 졸졸 따라…….”
순간 구동재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리고 자신의 얼얼해진 손바닥을 쳐다봤다.
뭔가 이상했다.
자신이 누군가의 등을 두드리면, 보통 그 반응은 ‘억억!’ 하며 앞으로 튕겨 나가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수호는 달랐다.
아무리 가볍게 쳤다고 한들, 수호의 가냘픈(?) 몸이 한 치도 밀려남 없이 자신의 힘을 거뜬히 버텨 낸 것이다.
심지어 그 감각이 마치 단단한 거목을 때린 것 같은…….
“단.”
그때였다.
수호가 말을 덧붙인 건.
“저는 따로 싸우겠습니다.”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