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63)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62화(63/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62화
현재 백호 길드원들은 진심으로 당황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이 공격대에 투입된 건 혹시 모를 이민성의 습격에서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막상 이 필드에 들어와 보니 예상외의 난전이 시작된 것이다.
“뭐야? 여기 C급 필드 아니었어?”
“벌 같은 건 정보에 없었잖아?”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던전에서 정보의 가치는 목숨만큼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헌터들이 대형 길드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 때문 아니던가.
그리고 대표적인 대형 길드 중 하나인 백호 길드도 당연히 미공략된 던전에 대한 데이터를 많이 갖추고 있었다.
특히 게이트 밖에 존재하는 필드형 던전들은 왕래가 자유롭다 보니, 출몰하는 몬스터의 종류나 환경 등 더욱 상세한 정보를 갖출 수 있었다.
그건 바로 이곳, 타임스퀘어 필드도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출몰하는 몬스터가 우드바인이라는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경력직 화염충 소환술사가 2명이나 있는 이 공격대를 여기로 배치한 것이었다.
화염충 자체는 큰 데미지를 주는 소환수가 아니지만, C급 소환술사쯤 되면 소환체의 숫자가 제법 많아서 식물형 몬스터를 상대할 때 큰 효율을 자랑했던 것이다.
거기에 추가로 B급 헌터인 자신들 3명까지 포함된 이상.
고작 C급 필드에서 이렇게 곤란을 겪게 될 거라곤 꿈에도 생각할 수 없었다.
‘미리 알았으면 마법 계열 헌터를 데려왔을 텐데…….’
화염 스킬을 보유한 마법 계열 각성자가 있었다면 저런 말벌 따위에 고역을 겪는 일은 없었을 터였다.
아니면…….
쿠와아아아앙-!
“……저런 스킬도 괜찮고.”
저 앞에선 이미 수호의 쌍검에서 휘몰아치는 칼날 폭풍과 화염충의 연합 공격이 엄청난 시너지를 보여 주고 있었다.
허공의 재가 되어 흩날리는 말벌들의 잔해를 보며 백호 길드원들은 할 말을 잃었다.
“……진짜 저 사람 정체가 뭐지?”
각성한 지 한 달도 안 된 초짜라고 하기엔 전투에 너무 능숙하지 않은가.
자신보다 한참 선배인 소환술사들을 너무 자연스럽게 자기 부하처럼 부려 먹고 있는 수호.
게다가 한술 더 떠서 다른 헌터들에게도 적절한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벌들은 우리한테 맡기고! 나머지는 가시넝쿨들만 맡아요! 탱킹은 내 미라들이 해 줄 테니 딜러들은 공격에만 전념하고, 탱커들은 딜러들 앞에만 딱 붙어 있어요!”
“네, 넵!”
“알겠습니다!”
수호의 명령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헌터들.
잠시 흐트러졌던 전열이 순식간에 다시 체계를 잡아 갔다.
그러자 졸지에 공격대장을 맡고 있던 구동재만 포지션이 어정쩡해졌다.
그를 발견한 수호가 눈에 쌍심지를 켰다.
“아니, 여기서 뭐해요? 거치적거리지 말고 얼른 뒤로 빠져서 팔이나 치료받고 와요!”
“네, 넵!”
수호의 호통에 찔끔하며 힐러를 향해 허겁지겁 뛰어가는 구동재.
백호 길드의 힐러는 자신에게 다가온 구동재에게 힐을 걸어 주며, 묘한 표정으로 수호의 듬직한 뒷모습을 쳐다봤다.
“제일 걱정되는 파티였는데…….”
생각보다 제대로 굴러가고 있지 않은가.
바로 저 성수호라는 이름의 초짜 헌터 한 명 덕분에.
다만 문제는 이 던전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슈와아아악-!
촤촤아악!
갑자기 벽과 바닥에서 가시넝쿨들이 서로 단단하게 엉키며 헌터들을 갈라놓기 시작했다.
이 또한 백호 길드의 정보에는 없었던 현상이었다.
“흩어지면 위험합니다!”
“빨리 이쪽으로 건너오세요!”
갑자기 바닥에서 올라오는 가시벽에 당황하며 허둥지둥 이동하는 헌터들.
문제는 수호였다.
처음부터 워낙 멀리 떨어져 있던 수호의 앞에 가시벽이 휘몰아쳐 돋아나며, 다른 헌터들이 모여 있는 곳과 철저히 공간이 분리되어 버린 것이다.
“안 돼……!”
졸지에 수호와 떨어지게 된 헌터들의 다급한 외침이 점점 멀어져 갔다.
* * *
촤아악!
수호가 쌍검을 휘둘러 가시벽을 무참히 썰어 버렸지만, 그 잘라 낸 틈새를 옆에 있던 넝쿨들이 스멀스멀 기어 와서 순식간에 다시 메워 버렸다.
그 앞에서 수호가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이거 확실히 나만 따돌리려는 것 같지?”
[명백합니다.]“그래서 쟤들은 뭐래?”
수호가 베르를 쳐다보자, 베르는 아까부터 허공을 떠도는 말벌들을 쳐다보며 계속 더듬이를 흔들고 있었다.
까딱?
까딱까딱.
[호오?]까따딱?
까딱까딱!
[호오라?]뭔가를 깨달은 듯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베르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저한테 쌍욕을 하는군요. 죽어 버리랍니다.]“…….”
수호의 표정이 짜게 식자, 베르는 킬킬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자기들끼리 주고받는 말들은 전부 엿들었나이다.]베르의 가늘게 뜬 눈이 어딘가를 지그시 노려봤다.
[저쪽입니다.]“가자.”
주저 없이 방향을 돌리는 수호.
저곳에 어떤 놈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직접 만나 보면 알 것이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수호의 앞으로 가시벽이 촤아악 좌우로 펼쳐지며 없었던 길이 생겨났다.
수호는 피식 웃으며 사납게 이를 드러냈다.
“아무래도 저쪽에서도 나를 기다리고 있나 본데.”
[아주 시건방진 벌레입니다.]베르의 표정은 수호보다 훨씬 살벌했다.
수호는 거침없이 그 길을 따라 앞으로 달려갔다.
그러자 그 끝에는…….
터벅.
“재밌게 생긴 녀석이네?”
수호는 미궁의 끝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마수를 보고 피식 웃었다.
[오염된 창기사]곤충과 사람을 뒤섞어 놓은 듯한 기괴한 형태.
노란색과 검은색으로 이루어진 전신 갑주로 무장한 인간형 마수가 그곳에 서 있었던 것이다.
“창기사라고? 손에 그건 벌침이야?”
녀석의 양손에는 손 대신 길고 뾰족한 창이 뻗어 나와 있었다.
“키리릭! 그렇다. 나는 위대한 여왕을 섬기는 창기사지.”
파라락.
창기사는 자신의 날개를 활짝 펼치며 날아올랐다.
그때 불쑥 옆에서 베르가 흥미롭다는 듯 중얼거렸다.
[신기한 벌레로군요. 사람 말을 하다니.]“……?”
[왜 그렇게 쳐다보십니까, 소군주님?]수호는 잠시 베르를 말없이 쳐다보다가 다시 시선을 거뒀다.
할 말이 많았지만 일단 넘어가기로 하자.
수호는 다시 창기사를 노려보며 물었다.
“그래서 나를 초대한 이유는?”
“키릭. 그저 네놈이 조금 귀찮게 굴어서 따로 가둬 놨을 뿐이다. 영광인 줄 알거라. 여왕의 창기사인 내가 직접 너를 상대하게 됐으니.”
촤촹.
창기사가 자신의 뾰족한 팔, 아니 창을 서로 교차하며 수호를 오만하게 노려보았다.
그 말에 슬며시 웃는 수호.
“가둬 놔? 나를?”
어처구니없다는 듯 수호의 미소가 점점 짙어졌다.
그럴수록 점점 사방으로 퍼져 가는 그의 그림자.
“갇힌 건 너겠지.”
[키히이익!] [캬햐아아악!]어느새 수호의 그림자로 돌아와 있던 그림자 미라들이 동시에 몸을 일으켰다.
미라 10마리는 헌터들이 있는 곳에.
나머지 10마리는 이쪽에.
미궁에 의해 분리된 순간에도 수호는 냉철하게 상황에 따라 병력을 조절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졸지에 그림자 미라들에게 포위당하게 된 창기사는 전혀 당황한 기색이 아니었다.
오히려 가소롭다는 듯 수호를 비웃기까지 했다.
“키리릭. 소환술사 주제에 잘도 나대는구나. 소환술사의 약점은 잘 알고 있다. 나도 한때는 헌터였으니.”
‘한때는?’
마지막 말에 수호가 두 눈이 이채를 떠올린 순간.
파라락!
창기사의 날개가 빠르게 흔들리더니, 그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온다!’
슈슈슈슉!
[키햑……!]빠르다!
창기사는 눈 깜짝할 사이에 그림자 미라들을 뚫고 일직선으로 수호를 향해 돌진해 왔다.
소환술사의 약점은 소환술사 자신.
‘한때 헌터였다라…….’
수호는 그 말을 곱씹으며 몸을 슬쩍 비틀어, 그의 공격을 피해 냈다.
콰앙!
송곳 같은 창이 수호 곁을 간발의 차로 스쳐 지나가, 그 뒤에 있던 가시벽에 커다란 구멍을 뚫었다.
실로 어마어마한 공격.
‘최소 C급. 혹은 그 이상.’
놈에게선 느껴지는 기운은 C급.
하지만 속도만큼은 B급에 준했고, 거기에 일점을 꿰뚫기 위해 진화한 몸뚱이가 더해지자 가히 위력적이었다.
“키리릭! 제법이구나! 어디 계속 발버둥 쳐 보거라!”
슈슈슈슈슈슈슉!
쿠콰쾅!
실로 엄청난 공격 속도.
눈 깜짝할 사이에 수호를 향해 수많은 직선 공격들이 퍼부어졌다.
그 모든 공격이 수호의 사각을 노리고 있었고, 속도가 너무 빨라 수많은 적이 동시에 공격을 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공간 자체가 난도질당하는 것 같은 무한의 지옥.
그 중심에서 수호는 반격을 하기보단 묵묵히 그 공격들을 간발의 차로 피하기만 하고 있었다.
눈으로는 계속 그 움직임을 좇아 가면서.
그러다 문득.
“진짜 재밌는 놈이네. 마수 주제에 잔머리도 굴릴 줄 알고.”
수호가 키득거리며 녀석에게 말을 걸었다.
“한 마리인 척하면 보통 상대들이 방심하다 죽나 보지?”
“키리릭.”
그 말에 우뚝, 허공에서 멈춰 선 창기사.
정곡을 찔린 그의 입가에 잔혹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경력 없는 초짜라더니, 제법 눈치가 빠른 놈이구나.”
정작 그 목소리는 다른 방향에서 들려왔다.
어느새 수호는 다섯 마리의 창기사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저마다 생김새는 조금씩 달라지만, 전부 곤충과 사람을 섞어 놓은 듯한 모습에 전신 갑주와 벌침을 연상시키는 뾰족한 창을 무장하고 있었다.
“어차피 눈치챘어도 달라지는 건 없다.”
그 순간 창기사들이 동시에 날아오르며 수호에게 돌진했다.
하지만 사실 수호도 속도전이라면 꽤 자신 있는 분야였다.
“강신.”
[‘펫 : 그레이’가 강신합니다.]슈와아악!
수호의 머리칼이 은빛으로 변하는 순간.
츄팟!
“……!”
수호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사라지더니, 저만치 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쌍검을 교차한 채.
촤아악-!
그러자 그 뒤에서 뻔한 단말마도 없이 목이 분리되어 서 있는 창기사 한 마리.
툭, 데구루루.
[오염된 창기사를 처치했습니다.]“이제 넷.”
“……!”
허망하게 바닥을 구르는 동료의 머리통을 보며 경악하는 창기사들의 시야에서…….
수호의 모습이 다시 사라졌다.
촤악!
그 순간, 또 한 마리의 목이 바닥을 굴렀다.
[오염된 창기사를 처치했습니다.]“이제 셋.”
“……!”
그제야 시종일관 여유롭던 창기사들의 표정이 급변했다.
공격력을 높이기 위해 몸을 진화시킨 병사라고?
그게 뭐 어쨌단 말인가.
수호 또한 그동안 보상으로 얻은 모든 잔여 스탯을 근력에만 몰빵해 왔다.
그 결과 얻어 낸 힘과 속도, 거기에 강신의 버프까지 더해진 수호의 움직임은 감히 한낱 날벌레들 따위가 견줄 수준이 아니었던 것이다.
“걱정 마.”
그들을 향해 수호는 웃었다.
“한 마리는 살려 줄 테니까.”
벌레들의 왕이든 여왕이든.
한 놈은 그 위치를 불어야 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