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65)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64화(65/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64화
쐐애애액-!
수십 마리의 오염된 창기사는 바로 공격을 감행했다.
“키리릭! 쳐라! 숫자는 우리가 많다!”
“감히 여왕을 배신한 놈들을 살려 두지 마라!”
최초로 수호의 손에 죽임당했던 창기사들이야 수호를 과소평가하고 방심을 했었다지만,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달랐다.
[그림자 창기사]일반 등급
그림자 창기사로 다시 태어난 검은 창기사들.
색깔만 다르고 자신들과 똑같이 생긴 창기사들 다섯 마리가 수호의 편으로 돌아섰으니, 도저히 방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얼마든지 발버둥 쳐 봐라.”
그들의 중심에서 수호의 눈빛이 강렬하게 빛났다.
“너희도 곧 여왕을 배신하게 해 줄 테니.”
[키리릭!]새로운 왕을 섬기게 된 검은 창기사들이 두 자루의 창을 교차하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쐐애액- 콰장창!
투콰콰콰쾅!
미궁의 끝에서 격돌하는 수호의 군단과 오염된 창기사들.
그 어마어마한 속도감에 소름 끼치는 충격파가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비슷한 음성의 끔찍한 괴성들이 허공에 쩌렁쩌렁 메아리쳤다.
그 여파에 휘말린 가시벽들이 수도 없이 무너지고 세워지기를 반복했으며.
새로운 가시넝쿨들이 계속해서 수호의 군대를 에워쌌다.
서로 비슷한 힘을 가진 존재들이 격돌하자, 그 광경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고 처절했다.
“키르르륵……!”
[끼리리릭!]오로지 공격만을 위해 태어난 창기사들에겐 애초에 방어라는 개념이 없었다.
그들은 곧 한 자루의 창.
아니, 두 자루의 창으로서 적들을 무참히 찌르고 도륙했다.
상대보다 빠르면 죽일 것이고, 뒤처지는 순간 목숨을 잃는 창 그 자체였던 것이다.
하지만.
달랐다.
오직 공격만을 위한 극단적인 형태로 진화한 창기사들은 수호에게 왔을 때 비로소 완전해진 것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그들은 이제 얼마든지 부러져도 다시 복구되는 무한의 창이 되었다.
수호의 마나가 뒷받침되는 한.
그들은 죽어도 죽지 않는 불사의 창이 되었으니까!
슈와아아악!
창에 꿰뚫린 구멍이 검은 그림자로 메워지고, 떨어져 나간 머리통이 연기처럼 다시 날아와 도로 붙는다.
전투가 계속될수록 오염된 창기사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이게 대체……!”
이 타임스퀘어 필드 위를 떠돌고 있는 오염된 말벌들은, 서로의 긴밀한 신호를 통해 이곳에 들어오는 헌터들의 모든 말과 행동들을 창기사들에게 전달한다.
그 덕분에 창기사들은 수호에 대해 미리 파악할 수 있었다.
아니,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다소 특이한 소환수를 다루며 실력은 제법 있었으나, 그래 봤자 각성한 지 고작 한 달도 안 된 초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던져지면 금방 경험 부족으로 인한 한계를 드러내고, 그 목을 내놓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분명 그랬는데…….
“키리릭!”
오늘 내내 각성한 지 고작 한 달도 안 된 초짜라는 말만 들어온 수호.
하지만 정작 그는 누구보다 많은 실전을 겪어 왔고, 그 결과 자신의 스킬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전략은 지극히 간단했다.
무조건 일점사.
‘한 놈만 팬다.’
처음 다섯 마리가 적 한 놈에게 동시에 달려들어 창을 쑤신다.
푸푸푸푹!
방어를 포기한 공격이었기에, 수호의 창기사도 물론 무사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대신에 얻는 건 컸다.
[오염된 창기사를 처치했습니다.]“일어나라.”
슈와아아악!
[그림자 추출에 성공했습니다.]여섯 번째 병사가 탄생해 수호의 앞에 몸을 일으켰다.
“이제 여섯.”
그렇게 여섯 마리로 늘어난 그림자 병사들이 또다시 새로운 사냥감을 찾아 일제히 공격을 감행했다.
“키리릭……!”
[오염된 창기사를 처치했습니다.] [그림자 추출에 성공했습니다.]그렇게 또 한 마리.
“일곱.”
또 한 마리.
“여덟.”
[오염된 창기사를 처치했습니다.] [그림자 추출에 성공했습니다.] [오염된 창기사를 처치했습니다.] [그림자 추출에 성공했습니다.]…….
“키릭! 그, 그만 좀 일어나란 말이다!”
피식.
그렇게 하나씩 늘려 가다 보니, 어느새 수호가 부리는 그림자 창기사의 숫자는…….
“열다섯.”
“키리릭?!”
창기사들은 주변을 돌아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느덧 자신들을 둘러싼 검은 창기사들의 숫자가 자신들의 숫자와 대등해진 것이다.
오염된 창기사들을 이끌고 있던 가장 크고 강력한 기사가 수호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키릭! 이상한 스킬을 쓰는 놈이구나.”
그런데 그 의미가 처음과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이렇게 쉽게 벌레들을 부릴 수 있다니. 설마 네놈도 유물을 노리고 찾아온 놈이었나?”
“유물?”
“키리릭! 가증스럽구나! 감히 의뭉을 떠느냐!”
“……?”
수호는 진심으로 어리둥절했다.
‘유물이라니? 무슨 유물? 아, 설마…….’
그 순간 불현듯 베르에게 들었던 이름이 떠올랐다.
벌레들의 왕, 역병의 군주 퀘레샤.
“설마 퀘레샤의 유물인가.”
“키리릭! 그 이름까지 알고 있다니, 역시 모든 걸 다 알고 찾아온 게로구나! 설마 네놈도 여왕벌이 되고 싶은 건가!”
“아니, 내가 왜 여왕이…….”
그냥 때려 맞춘 건데, 조금 억울한 감이 있었다.
게다가 여왕이라니?
애초에 자신은 어딜 봐도 수컷 아닌가.
아무튼 알아서 넘겨짚어 준다면 오히려 이용하기엔 좋았다.
“여왕이든 뭐든 그렇다 치고 퀘레샤의 유물은 어디에 있지? 설마 너희 여왕이 갖고 있어?”
“키리릭! 당연하지!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 우리 여왕님 외에 대체 누가 감히 퀘레샤의 유지를 잇겠냐는 말이냐!”
[거, 사랑꾼 납셨군.]베르가 킬킬댔다.
대부분의 곤충들이 그렇겠지만, 벌과 개미는 닮은 구석이 많다.
여왕을 중심으로 구성된 사회라든가.
그 여왕의 명령에 죽음조차 불사하며 먹이를 모아 오는 충성된 일꾼들이라든가.
하지만 베르에게 여왕의 존재는 조금 의미가 달랐다.
베르는 비록 여왕개미에게서 태어났지만, 처음부터 일꾼이 아닌 왕으로서 탄생된 존재였다.
여왕에게 충성하는 하찮은 일꾼들 중 하나가 아닌, 여왕을 초월해 오롯이 우뚝 설 수 있는 진정한 개미들의 왕이었던 것이다.
물론 지금은 비록 더욱 위대하고 존귀하신 왕, 성진우를 섬기게 되었을지라도.
베르는 여전히 자신이 개미들의 왕이라는 사실을 뚜렷이 자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고작 여왕벌을 위해 충성하는 일벌들이 하찮게 느껴질 수밖에…….
그래서였을까?
고작 손바닥만 한 크기의 베르는 전투 시작 전부터 줄곧 허공에 둥실둥실 떠서 구경만 하고 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무방비하고 약해 빠진 베르 근처에, 오염된 창기사들 중 어느 누구도 감히 접근하려 하지 않았다.
벌레들 특유의 생존 본능이, 베르를 괜히 건드렸다간 뭔가 불길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든 것이다.
[소군주님.]그런 베르가 수호의 앞에 다가오자, 갑자기 모든 창기사들이 흠칫 떨며 그 자리에서 우뚝 멈췄다.
아까부터 베르는 더듬이를 까딱거리며 근처를 돌아다니는 말벌들에게서 정보를 훔쳐 듣고 있었다.
[아무래도 다른 쪽에 있는 헌터들이 위험해진 것 같습니다.]현재 수호가 추출 가능한 병사들의 최대 숫자는 총 20마리.
그중 절반은 아까부터 헌터들 곁을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수호가 이쪽에서 새로운 병사들을 추출하면서부터, 그만큼 저쪽에 있던 그림자 미라들의 숫자가 하나둘 줄어들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스아아아아.
수호도 조금 전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어느새 이 복잡한 미궁을 이루는 가시넝쿨들에게서 녹색의 안개가 뿌옇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가시넝쿨들의 가시에 깃들어 있던 마비 독.
그 독이 필드 전체에 스며들어 있던 푸른 안개와 융합되어 타임스퀘어 전체에 뿌려지고 있었던 것이다.
스으읍.
그리고 결국 그 녹색의 안개는 수호가 호흡을 함에 따라 수호의 몸도 중독시켜 갔다.
띠링!
그 순간 수호의 앞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
[해로운 성분이 감지되었습니다.] [‘축복 : 무병장수’의 효과로 해독을 시작합니다.] [3, 2, 1…… 해독이 완료되었습니다.]“효과 좋네.”
대주술사 칸디아루에게 감사의 묵념이라도 해야 할 판이었다.
하지만 자신과는 달리 다른 헌터들에겐 이 독안개가 매우 치명적일 것이었다.
‘여왕벌에게 가기 전에 거기부터 잠깐 들러야겠군.’
마침 상점창에 방독면도 팔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대단한 아이템도 아니라서 가격도 쌌다.
골드야 여기 널린 마수의 사체들을 팔면 그만이고.
“키리릭?!”
독안개를 흡입했음에도 수호가 여전히 아무렇지 않게 움직이는 모습에 창기사들은 크게 당황했다.
“네놈은 대체……!”
창기사들은 확신의 눈빛을 담아 수호를 향해 창을 겨누었다.
“역병의 군주 퀘레샤와 어떤 관계냐!”
‘모르는 사이야…….’
실로 머쓱하군.
수호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점점 깊어지는 오해의 골.
사람을 생김새로 판단해서는 안 되겠지만, 애초에 이놈들의 생김새도 지적으로 생긴 놈들이 아니었다.
아니, 이미 사람도 아니구나.
하지만 여기서 베르가 영악하게도 놈들의 오해에 일부러 박차를 가했다.
[키하하하! 관계가 있다면 어쩔 테냐! 우리 소군주님께선 네놈들의 어떤 맹독도 통하지 않지!]“소, 소군주?!”
“네놈 설마…… 또 다른 유물을 손에 넣은 것이냐!”
자신들의 여왕이 손에 넣은 유물 말고도 또 다른 유물이 존재할지도 모른다고는 생각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한낱 인간이 역병의 군주의 유물을 손에 넣었단 말인가?
하지만…… 눈앞의 인간은 이미 상식을 벗어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각성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초짜?
그럴 리가 없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C급, 그것도 소환술사에게 자신들이 이토록 일방적으로 당할 리가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답은 간단했다.
놈은 애당초 정체와 힘을 감추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착각 속에서 결론을 내린 창기사들은 수호를 매섭게 쏘아봤다.
동시에 결사의 표정으로 모든 힘을 전신에 모으기 시작했다.
“키리릭!”
“이렇게 된 이상.”
“우리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네놈은 어떻게든……!”
저 인간이 또 다른 유물을 손에 넣은 자라면, 어떻게든 여기서 죽여야 했다.
놈을 살려 두면 군주가 되길 원하는 자신들의 여왕에게 큰 걸림돌이 될 테니까.
“네놈도! 네놈과 같이 온 헌터들도!”
“전부 죽을 것이다!”
쐐애애애액-!
피부가 따가울 정도로 엄청난 살기.
목숨을 건 창기사들의 공격이 수호를 향해 쏟아졌다.
그리고.
콰아아아앙!
“……!”
창기사들이 눈을 부릅떴다.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한 독안개 너머.
사력을 다한 자신들의 창끝이 단단한 막에 가로막혀 멈춰 버린 것이다.
‘무슨……!’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창기사들의 의식은 뚝 끊겼다.
* * *
한편 수호와 함께 들어온 헌터들은 완벽한 위기에 처해 있었다.
“쿨럭, 쿨럭.”
“몸에 감각이 점점…….”
독안개를 피할 방법은 없었다.
애초에 이곳에 독안개가 존재한다는 정보가 있었더라면, 방독면이라도 챙겨 왔을 텐데.
모든 것이 계산 착오였다.
C급 던전에 B급 헌터가 3명이나 껴 있다는 상황에 너무 방심하고 있었다.
“조금만 버티세요! 이미 길드에 연락은 취해 놨으니까!”
그때였다.
백호 길드의 지원 병력이 타임스퀘어 필드에 도착한 건.
“……여기인가.”
내부의 상황을 살핀 백미호는 심각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