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66)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65화(66/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65화
오늘 내내.
백미호는 길드에 머무르면서 주기적으로 길드원들의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도심에 위치한 필드형 던전들 중에는 핸드폰이 터지는 곳이 은근히 많다.
물론 푸른 안개가 짙게 고인 곳에서는 신호가 안 잡히는 경우가 허다했지만, 오늘 C급 헌터들에게 공유해 준 필드들은 그런 곳들을 최대한 피했다.
“부사장님! 타임스퀘어 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이민성입니까?”
“그건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합니다! 다만 길드 데이터에 없던 현상들이…….”
“데이터에 없는?”
직원의 보고에 백미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백호 길드가 가진 정보력은 상당하다.
특히 오늘 C급 헌터들에게 공유해 준 필드들은 여러 차례 검증이 끝난 곳들뿐이었다.
그런데 데이터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하필 빌런이 날뛰고 있는 이때에?
백미호의 눈이 예리하게 번뜩였다.
“어떤 현상이죠?”
“그게…… 독안개와 벌들이…….”
벌?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CCTV 영상 속 이민성의 모습은 마치 ‘벌’과 비슷한 형태로 변해 있었으니까.
그게 스킬이든 뭐든, 갑자기 필드에 벌이 나타났다면 어떤 식으로든 그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타임스퀘어로 출발합시다.”
백미호의 명령에 대기 중이던 길드원들이 일제히 몸을 일으켰다.
그렇게 곧장 타임스퀘어에 도착한 백미호는 필드에 들어선 순간 숨을 참았다.
“흡.”
독안개가 자욱한 가시 미궁.
‘독이 이 정도로 지독할 줄이야.’
당연히 헌터들은 독에 대한 저항력이 일반인보다 훨씬 좋은 편이다.
어지간한 독은 애당초 통하지 않기도 했다.
설령 중독이 되더라도 힐러들에게 치료를 받으면 되기에, 독으로 위험에 처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필드 전체에 독안개가 자욱하게 가득 채워져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다.
힐러들의 마력이 유한한 이상, 결국 해독 스킬을 쓸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두 방독면을 쓰세요.”
처처척.
백미호의 지시에 부하 헌터들이 미리 챙겨 온 방독면을 얼굴에 썼다.
백미호 자신도 방독면을 얼굴에 쓰는 순간.
웨에에엥-
샤샥!
백미호의 손이 빠르게 무언가를 낚아챘다.
그 정체는 독안개에 숨어서 암살자처럼 다가온 오염된 말벌.
백미호는 말벌의 꽁무니, 독침 끝에 맺혀 있는 독방울을 보고 표정을 굳혔다.
마력이 깃든 곤충형 마수.
그것도 이런 지독한 독안개 속에서도 멀쩡하게 날아다닐 정도의 독충이라니.
앞서 들어간 헌터들의 안위가 걱정됐다.
“부사장님…….”
백호 길드원들이 흐린 표정으로 백미호를 쳐다봤다.
“생존자를…… 최대한 찾아봅시다.”
백미호는 이를 악물고 독안개로 자욱한 가시 미궁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
‘어떻게든 구해야 한다.’
모든 선의가 매번 좋은 결과로 돌아오는 건 아니다.
그들을 이곳으로 내몬 건 바로 백미호 자신.
누군가 죽기라도 한다면 그것은 온전히 자신의 책임이었다.
‘부디…… 너무 늦지 않았기를.’
그런데.
“어?”
“아!”
생각보다 너무 빨리 찾았다.
“백미호 부사장님?!”
“살았다! 지원이 왔다!”
“……!”
백미호는 한곳에 모여 쉬고 있는 헌터들을 발견하고 조금 얼떨떨했다.
우려와는 달리 너무도 무사한 모습.
물론 행색 자체는 꾀죄죄한 게 상당히 고생한 티는 났다.
하지만 딸려 보낸 힐러 덕분에 부상은 전부 치료된 상태였고.
무엇보다 백미호가 놀란 건 그들이 쓰고 있는 방독면이었다.
“어떻게 방독면을……?”
이 던전에 독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었다.
구태여 짐만 될 뿐인 방독면을 챙겨 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저들은 방독면을 전원 착용하고 있었다.
“아, 이거요? 갑자기 성수호 헌터가 어디서 구했는지 가져와서…….”
“성수호……?”
그 말에 백미호의 시선이 수호를 찾아 움직였다.
하지만 없었다.
이곳에 들여보낸 공격대 10명 중 9명.
전부 무사한데, 성수호라는 C급 헌터 한 명만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성수호 헌터는 어디 있죠? 설마 죽…….”
“아, 아뇨! 성수호 헌터는 무사합니다! 아니, 무사할 겁니다!”
혹시 죽었냐는 백미호의 물음에 헌터들이 다급히 대답했다.
그런데 그 표정들이 저마다 조금씩 이상했다.
그 낌새를 눈치챈 백미호가 표정을 굳히고, 함께 투입시켰던 백호 길드원들을 쳐다봤다.
“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부사장님, 그게…….”
“성수호 헌터가 저희를 구해 줬습니다.”
“……예? 구해 줬다고요? 누가 누굴 말입니까?”
저게 대체 무슨 말인가.
B급 헌터가 3명이나 포함된 공격대를 C급 헌터가 구해 줬다니?
하지만 재차 물어봐도 대답은 변함없었다.
“성수호 헌터가 저희들을 구해 주고는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어디서 났는지 이 방독면까지 주고 가더군요.”
바로 조금 전까지도 이곳에 모인 헌터들은 거의 죽기 직전까지 몰려 있었다.
필드 전체에 뿌려진 독안개로 몸은 점점 굳어 가고.
사방에선 여전히 가시넝쿨 허수아비 우드바인이 계속 몰려오고.
그 와중에 허점만 보이면 소리 없이 나타난 오염된 말벌들이 벌침을 쏘았던 것이다.
어느 것 하나 무시할 만한 적들이 아니었지만, 가장 무서운 건 역시 말벌의 독침이었다.
팔다리 어디에 쏘여도 순식간에 그 독이 온몸을 잠식해 썩게 만들었다.
치료 방법은 오직 하나.
수호가 구동재에게 했던 것처럼 중독된 부위를 최대한 빨리 잘라 내는 것.
그 직후 힐러가 잘라 낸 부위를 다시 재생시키는 방법뿐이었다.
그런데 그런 치료법은 힐러의 마력을 너무 많이 잡아먹어서, 연달아 쓰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솟구친 가시벽 탓에 떨어져 있던 수호가 되돌아온 것은.
그런데 문제는 돌아온 수호의 모습이…….
“머리가 탈색되어 있었다고요?”
“예. 은회색으로…….”
설명을 듣고 있던 백미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알려진 바로는 머리색이 갑자기 변하는 스킬은 별로 없다.
그중 제일 유명한 것을 논하자면 당연히 야수화 스킬이었다.
야수화 스킬을 쓰면 몸의 일부, 혹은 그 이상까지도 변화하는 것이 가능했다.
‘설마 성수호라는 헌터도 야수화 스킬을? 아! 그러고 보니 그때도……!’
어째서 지금 생각난 걸까.
백미호는 불현듯 얼마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어째 낯이 익다 싶더니, 생각해 보니 자신이 성수호 헌터를 본 건 오늘이 처음이 아니었다.
‘마곡 필드.’
수도권에 있던 거의 모든 야수화 헌터들이 모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마곡 필드.
짐승들의 왕을 뽑는다던 그 이상한 던전.
‘성수호 헌터도 그곳에 있었다!’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묘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던, 그래서 유독 눈이 갔던 그 헌터가 바로 성수호 헌터였던 것이다!
‘그곳엔 야수화 헌터들만 모인 곳이었으니, 당연히 그 사람도…….’
아무래도 성수호 헌터에게 야수화 스킬이 있는 건 확실한 것 같았다.
……그런데 왜일까?
어째선지 백미호의 머릿속에선 또 하나의 생각이 떠오르고 있었다.
마침 자신과 자신의 아버지 외에도, 은회색의 머리로 유명한 사람이 한 명 더 있지 않은가.
요즘 한창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정체불명의 헌터.
‘야수왕 크로우.’
뭔 사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나 가면으로 얼굴을 감추고 다니는 그 사람 또한……!
‘아차.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고민에 빠져 있던 백미호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자신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는 길드원들에게 물었다.
“그래서 그 헌터가 다시 사라졌다는 건 또 뭡니까. 어디로 갔다는 말이죠?”
“여왕벌이 있는 곳으로 간다고 했습니다.”
“여왕벌?”
뭔가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계획에 없던 사태가 벌어졌는데, 그 원인이 A급 빌런 이민성이 아니라 여왕벌이라니.
애초에 이 던전은 보스몹이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새로운 보스몹이라도 생긴 걸까?
‘혹시 이민성이?’
CCTV로 확인된 이민성의 등에는 곤충의 날개 같은 것이 붙어 있었다.
그게 무슨 능력인지는 별개로, 이 모든 게 이민성이 벌인 짓이라면 앞뒤가 들어맞았다.
백미호와 대화를 하던 헌터는 한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곳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일단 성수호 헌터는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그 여왕벌이란 놈이 지하에 있다는 말이군요.”
백미호는 무서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뭔 상황인지는 지하로 내려가 봐야 확실해질 것 같았다.
백미호는 자신이 끌고 온 지원 병력을 돌아보며 명령했다.
“몇 명은 이분들을 밖으로 대피시켜 주시고, 나머지는 저와 함께 여왕벌을 잡으러 갑시다.”
* * *
그 시각, 계단을 따라 타임스퀘어 지하층으로 내려간 수호는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너냐?”
서늘한 그 한 마디에 일대의 공기가 멈춘 기분이 들었다.
그 순간, 수호의 그림자에서 20마리의 검은 창기사들이 일제히 몸을 일으켰다.
[키리리릭!]이제는 수호를 지키는 든든한 창기사로 변한 그림자 창기사들이 당장이라도 앞으로 돌격할 것 같은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그런 흉흉한 광경에도 ‘그녀’는 여유로움을 잃지 않았다.
호로록.
그녀는 가시넝쿨에 휘감긴 카페의 테이블 앞에 다리를 꼬고 앉아 느긋하게 찻잔을 기울였다.
“잠시 앉을래요?”
맑고 차분한 음성이 수호에게 비어 있는 앞자리를 건넸다.
“그러지.”
수호는 그 앞자리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이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그들 주변만 공간이 분리된 것처럼 고요해졌다.
“차 한잔하시겠어요? 달콤한 꿀을 넣은 차인데. 그것도 제가 직접 만든 특별한 꿀을 넣은 차죠.”
[키에에엑! 감히 날벌레 따위가 어디서 수작질이냐!]그 말에 베르가 불쑥 얼굴을 들이밀며 사납게 포효했다.
비록 덩치는 여전히 주먹만 했지만 그 기세에 여인은 진심으로 놀란 눈치였다.
“어머나. 이제 보니 대단한 호위병을 두셨네요?”
[크흠. 내가 대단하긴 하지.]그 말에 한껏 우쭐거리는 표정으로 팔짱을 끼는 베르.
여인은 그런 베르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전신이 검은 증기로 이글거리는 주먹만 한 크기의 개미.
하지만 벌레들의 힘은 크기와 무관하다.
오히려 작고 약해 보일수록 무시하면 안 되는 것이 벌레들의 세계였다.
‘이런 존재감을 가진 벌레는 퀘레샤 님 이후로 처음인데…….’
여인은 혼란스러웠다.
베르의 상태가 굉장히 이상했기 때문이다.
분명 존재감은 어마어마한데, 흘러나오는 기운에서 불안정함이 느껴졌다.
“니들 뭐하냐? 소개팅?”
묘한 눈빛으로 서로를 주시하는 둘을 보며, 옆에서 수호가 짜게 식은 표정으로 이죽거렸다.
그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린 여인이 수호를 향해 정중하게 인사했다.
“아, 죄송합니다. 제 이름은 아르샤라고 합니다. 손님의 성함을 여쭤도 될까요?”
“성수호.”
“그럼 수호 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님?”
“예. 괜히 건방지게 굴었다간 이 개미님께 혼날 것 같아서요.”
[케헴. 벌 주제에 눈치가 좋군.]베르가 더없이 사악한 표정으로 우쭐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