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7)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6화(7/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6화
성수호 1살.
그 귀여웠던 아기가 드디어 첫 걸음마를 뗐던 날.
모든 부모들이 그렇듯 수호의 집은 아주 난리가 났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
-여, 여보! 수호가! 우리 수호가!
-수호가 왜?
수호의 어머니 차해인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
-지금 날아다니고 있어요!
-……뭐?
-수호가 지금 집 안을 날아다니고 있다고요!
첫걸음마를 바닥이 아닌 허공에서 처음 내딛었던 수호.
사실 그 정체는 수호가 아버지 성진우에게 물려받은 특별한 권능 중 하나인 ‘지배자의 권능’이었다.
[……크흑. 그립나이다.]걷기도 전에 먼저 하늘을 나는 법부터 깨우쳤던 1살의 수호.
그 광경은 마치 신화 속 영웅의 비범한 탄생 설화 같았다며, 코를 쓱 훔치는 베르였다.
하지만 당시 지구는 너무도 평화로운 세계였고.
수호가 물려받은 힘은 모든 것을 파멸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평화로운 세계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아니, 쓸모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정상적인 생활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었다.
그에 성진우는 수호가 그 힘을 컨트롤할 수 있을 때까진 그 힘을 봉인시키기로 마음먹었다.
[외신의 사도들이 지구를 침략하고 있는 지금! 지금이야말로 그 봉인되어 있던 소군주님의 힘을 꺼내 쓰실 때가 되었나이다!] [스킬 : 지배자의 권능 Lv.1]액티브 스킬.
필요 마나 없음.
직접 손을 대지 않고도 사물에 물리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베르의 호들갑을 귓등으로 흘리며, 수호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붙잡은 화살을 반대로 날려 보냈다.
“다시 돌려주마.”
쐐액- 푹!
[끄륵!] [고블린 궁수를 처치했습니다.]고블린 궁수가 자신이 쏜 화살을 목에 꽂고 고꾸라졌다.
그러자 그 뒤에 있던 다른 고블린이 깜짝 놀라 등을 돌리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후다닥!
[케륵!]‘도망치게 놔둘 것 같으냐!’
수호도 바로 놈을 쫓아 자리를 박찼다.
그런데, 번쩍!
“어?”
[케륵?!]단 한 번의 도약으로 도망치는 고블린을 앞질러 버린 수호.
순식간에 수호에게 추월당한 고블린.
서로 당황하는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끼헤헷! 근력 스탯이 상승한 만큼 당연히 점프력도 오르신 겁니다! 금방 적응되실 겁니다!]머리 위에서 꺄르륵 웃으며 설명해 주는 베르의 목소리가 왜 이렇게 얄미운지.
수호는 곧장 고블린의 정수리를 도끼로 내리찍었다.
퍽!
[끽!] [고블린 정찰병을 처치했습니다.]순식간에 고블린 2마리를 사냥한 수호.
그는 얼굴에 튄 고블린의 피를 손등으로 닦으며 오연한 시선으로 주변을 돌아봤다.
다짜고짜 전투부터 하느라 여유가 없었는데, 이제야 이 흑백의 세계가 자신에게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폐허 도시 곳곳에서 느껴지는 악의에 가득 찬 시선들.
그들이 뿜어내는 살기가 자신의 감각 스탯을 자극하고 있었다.
“많군.”
[많지요. 매우 많습니다. 이곳은 죽음의 땅. 오랫동안 주인 없이 버려져 있던 세계. 그동안 야생의 마수들이 이 땅에 둥지를 틀었나이다.]히죽 웃으며 설명해 주는 베르의 미소가 참으로 사악했다.
저 귀여운 미니 사이즈만 아니었다면 이곳의 진정한 주인이 베르라고 해도 믿겨질 정도.
[그러나 지금!]촤악!
베르는 짧은 두 팔을 벌리고 장엄한 어조로 선포했다.
[드디어 이 땅의 진정한 주인이 돌아왔으니! 바라건대 부디 쟁취하소서! 저 어리석은 침입자들에게 빼앗긴 땅을 스스로의 힘으로 되찾으소서!]띠링!
그 순간 수호의 앞에 새로운 퀘스트창이 펼쳐졌다.
[퀘스트 : 생존]그림자 던전의 주민들은 약해 빠진 당신을 절대로 이 땅의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요구 시간 동안 살아남아 스스로의 자격을 증명하십시오.
요구 시간 : 4시간
남은 시간 : 4시간 0분 0초
‘생존?’
퀘스트를 읽은 수호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때였다.
뿌우우!
뿌우우우-!
[고블린 십부장이 ‘아이템 : 뿔피리’를 사용해 부하들을 호출합니다.] [고블린 백부장이 ‘아이템 : 뿔피리’를 사용해 부하들을 호출합니다.]끼히힛!
케륵케륵!
바글바글!
왁자지껄한 괴성들과 함께 도시 곳곳에 숨어 있던 고블린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숫자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수호는 질린 표정을 지었다.
“농담이지? 이렇게 4시간을 버티라고?”
[물론 다 죽일 필요는 없나이다. 지금 소군주님은 고작 3레벨. 일단 어떻게든 살아남아 보십시오. 열심히 발버둥 치다 보면 자연히 레벨업도 하고 강해지실 거나이다.]눈을 찡긋거리며 엄지를 척 치켜드는 베르.
그 얼굴에 장성한 아들을 대견하게 바라보는 아빠 미소가 가득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얄밉지?’
하지만 지금은 다른 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다.
케륵케륵!
놈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콱!
수호는 서둘러 방금 죽인 고블린의 손에서 두 번째 도끼를 집어 들었다.
[아이템 : 고블린의 돌도끼]입수 난이도 : E
종류 : 도끼
공격력 +5
고블린이 쓰던 손도끼
도끼 위로 아이템 정보가 떠오른다.
‘이제부턴 양손에 하나씩.’
양손에 돌도끼 두 자루를 나눠 든 수호의 눈빛이 야차처럼 번뜩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불안했다.
저 드글드글 몰려오는 고블린들의 손에도 똑같은 무기가 쥐어져 있었으니까.
수호는 냉큼 상태창을 열고 잔여 스텟 5포인트를 전부 근력에 투자했다.
[근력 : 15 → 20]후욱!
도끼를 쥔 수호의 손에 힘이 불끈 느껴졌다.
근력 스탯은 힘과 속도를 올려 준다.
1레벨 때의 근력 스탯이 10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힘이 무려 2배나 세진 것이었다.
‘이 힘이라면…….’
더욱 빨리 튈 수 있다!
휙!
그 힘을 이용해 수호는 냅다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다수와의 전투에 유리한 지형을 찾아서.
[끼헤헷! 훌륭하십니다! 역시 약자에겐 약자만의 싸움법이 있는 법이지요!]“…….”
[첫 꿈틀을 성공한 개미 애벌레를 보는 것 같나이다!]와, 얄밉다.
수호는 뛰면서 오랜만에 베르를 기억해 내고 반가웠던 감정을 전부 지워 버렸다.
오랫동안 개미 매니아로 살았던 과거도 싹 청산했다.
‘돌아가면 개미 그림들부터 다 불태운다.’
이제부턴 개미핥기나 그려야겠다며 굳게 다짐하는 수호였다.
* * *
근력 스탯의 효과를 여실히 체감했다.
쌍도끼를 든 수호는 그야말로 종횡무진으로 날뛰었다.
후웅- 퍼억!
오른쪽 도끼로 고블린의 도끼를 쳐 내고.
콰직!
왼쪽 도끼로 목을 친다.
부웅, 퍽!
그대로 몸을 돌려 뒤를 덮치는 고블린의 발목을 찍어 버리고.
콰직!
목을 벤다.
[고블린 돌격병을 처치했습니다.] [고블린 창병을 처치했습니다.]“키잇!”
단숨에 두 마리를 죽였지만 그 대가는 참혹했다.
사방에서 수호를 노리고 도끼와 창들이 날아들었다.
절반은 피했지만 절반은 못 피했다.
푸푹! 푹푹!
“큭!”
[HP : 160/190]아프다.
체력 수치가 줄어든 만큼 몸의 상처도 늘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수호는 이를 악물고 다시 놈들에게 달려들었다.
부웅- 콰직!
쾅!
이번엔 3마리를 벴다.
그사이 수호도 4번의 공격을 더 허용했다.
[HP : 118/190]스팟!
또 한 놈의 목을 벴다.
이번엔 3번의 공격을 허용했다.
[HP : 84/190]어느새 반토막이 나 버린 체력 수치.
그만큼 수호의 몸도 피투성이로 변해 갔다.
그런데 그때였다.
띠링!
[‘스킬 : 맷집 Lv.1’을 배웠습니다.]‘스킬이 생겼다고?!’
수호의 눈이 커졌다.
보통 헌터들은 각성과 동시에 주어지는 스킬들만으로 평생을 살아간다.
추가로 새로운 스킬을 얻기 위해선 희귀한 확률로 발견된다는 그 비싼 ‘룬석’이 필요했다.
그 귀하디귀한 스킬을 전투 중에 공짜로 얻게 되다니!
[스킬 : 맷집 Lv.1]패시브 스킬.
필요 마나 없음.
당신은 불굴의 맷집을 가졌습니다.
물리 방어력이 20% 증가합니다.
스킬 설명을 확인하기도 전에 그 효과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몸에 난 상처에서 고통이 경감된 것이다.
[키히엑!]때마침 수호가 만만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고블린들이 괴성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와 동시에 동료들을 더 소집하는 뿔나팔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그 틈에 수호는 기둥 뒤로 숨어 숨을 골랐다.
“와. 아프다.”
그 말에 베르가 뾰로롱 날아와 발을 동동 굴렀다.
[끼에엑! 우리 소군주님 많이 아프시나이까? 그래도 아프니까 청춘입니다. 아픈 만큼 강해지신 겁니다. 열심히 맞아서 맷집 스킬을 얻으시다니, 너무 대견하시나이다!]“…….”
손으로 피가 터져 나오는 상처를 꾹 눌러 지혈하던 수호가 베르를 물끄러미 노려봤다.
[케헷?]그곳엔 속도 모르고 해맑게 웃는 주먹만 한 개미 새끼가 있었다.
“구경만 말고 너도 좀 돕지?”
베르는 그 거대한 늑대도 힘으로 찢어 버리던 강자였다.
그땐 얼마나 든든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몸이 작아지고 나서는 추호도 도와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베르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다.
[저야 물론 그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요. 하지만 저는 주군께서 기다리시는 외우주로 돌아가기 위해 힘을 최대한 비축해야 하나이다.]베르는 돌아갈 때를 대비해 바닥난 힘을 자력으로 회복시키는 중이었다.
마력을 충전시켜 줄 성진우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탓이었다.
[게다가 제가 전투를 참여했다간 소군주님께 가야 할 경험치가 대폭 줄어드나이다. 이럴 시간에 차라리 한 놈이라도 더 죽여서 레벨업을 노리심이 어떠신지요?]베르의 말에 틀린 말은 하나도 없었다.
문제는 너무 얄밉다는 것.
아까부터 계속 머리 위에서 조잘조잘 입만 터는데 너무 약 올랐다.
그렇다고 딱히 이쪽을 일부러 도발하려는 의도는 없어 보였다.
뭐랄까 그냥 인간성이 결여된 순수악이었다.
애초에 인간이 아니라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끼에엑! 소군주님! 또 몰려옵니다! 얼른 일어나 싸우십시오! 레벨업까지 얼마 안 남았나이다!]수호는 이를 악물고 손을 뻗었다.
‘지배자의 권능.’
보이지 않은 손이 앞으로 날아가 고블린들의 사체에서 돌도끼 하나를 두둥실 떠올렸다.
전투 중에 깨달은 사실이지만, 지배자의 권능으로 들 수 있는 무게는 약 10kg 정도인 것 같았다.
막 걸음마를 뗀 아기 정도는 거뜬히 들 수 있는 힘. 당연히 돌도끼도 충분히 가능했다.
어쩌면 어릴 때는 이 능력으로 하늘을 날아다녔을지도 모르겠다.
수호는 허공에 떠올린 돌도끼를 자신의 몸을 중심으로 빙글빙글 공전시켰다.
이러면 최소한의 방어는 해결되리라.
그 모습에 베르가 눈을 반짝였다.
[끼요옷! 지배자의 권능을 이런 식으로 응용하시다니? 역시 궁하면 통하나 봅니다!]……그냥 저 개미 새낀 악마가 틀림없었다.
* * *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시간 참 더럽게 안 간다.
그래도 한참을 피투성이가 되어 발버둥 쳤더니 레벨이 야금야금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레벨업을 하면 고블린들의 도끼에 찍혀 피가 철철 흐르던 상처들이 감쪽같이 아물었다.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 같던 체력도 순식간에 쌩쌩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레벨이 오른 만큼 수호는 점점 더 강해져 갔다.
그러다 드디어…….
[남은 시간 : 0시간 0분 0초]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 : 7]후다닥!
[케르륵!] [케르르륵!]타이머가 끝나자, 지금까지 지독하게 수호를 뒤쫓던 고블린들이 뿔뿔이 흩어져 어둠 속으로 숨어 버렸다.
“……끝난 건가?”
수호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주변을 둘러봤다.
어느덧 그의 곁에는 고블린들의 사체가 가득했다.
그 위로 처음 이곳에 왔을 때처럼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크으! 수고하셨나이다! 정말 대견하시나이다!]짝짝짝짝!
그 정적을 와장창 깨뜨리며 신나게 물개박수를 치는 베르였다.
[드디어 저 간악한 놈들이 소군주님을 인정했나이다! 이제 저들은 소군주님이 보기보다 만만한 놈은 아니라는 것을 뼛속까지 깨우쳤을 겁니다!]보기보다?
“보기에는 어떤데?”
[그야 여전히 툭 치면 죽을 것 같은 개미 애벌레 수준이시지요! 이제 고작 7레벨이시니까요!]“그놈의 애벌레…….”
아직도냐고.
괜히 물어봤다.
그때였다.
띠링!
[퀘스트 완료 보상이 도착하였습니다.] [보상을 확인하시겠습니까?] (Y/N)“……확인.”
수호의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메시지가 펼쳐졌다.
[아래와 같은 보상이 준비되어 있습니다.]보상 : ‘룬석 : 그림자 추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