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72)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71화(72/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71화
수호와 백미호, 임태규는 쏟아지는 화살 세례를 뚫고 간신히 벌집 안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바닥에 내려선 순간.
타앗!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수호와 백미호의 신형이 엄청난 속도로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화살을 쏘고 있던 궁수들의 목을 베었다.
촤촤악!
“퀘엑!”
[오염된 구울을 처치했습니다.] [오염된 구울을 처치했습니다.]지상에 있던 뮤턴트들과 같은 놈들이었다.
“젠장. 전부 우리 애들이잖아?”
임태규는 놈들의 얼굴을 알아보고 이를 악물었다. 변이됐어도 생전의 모습들이 조금씩 남아 있었다.
“이놈들이 전부 사신 길드원들이라고요?”
백미호가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어쩐지 다른 헌터들은 전부 죽이고, 사신 길드원들만 납치하더라니……. 설마 이민성은 이런 식으로라도 길드장이 되고 싶었던 걸까요?”
“아무튼 벌집에 들어왔으니 집주인이나 찾아봅시다. 베르, 방향 안내해 줘.”
[넵, 소군주님. 저를 따라오시지요.]수호의 말에 네비게이션, 아니 베르게이션이 더듬이를 까딱이며 앞장을 섰다.
그때였다.
수호의 쌍검 중 하나인 ‘라칸의 송곳니’가 수호에게 말을 걸어왔다.
-조심해라. 이 벌집은 지금 성역화되었다.
“여기가 성역이라고?”
그 말에 수호는 라칸의 송곳니를 쳐다보며 되물었다.
[짐승들의 왕, 송곳니 군주가 자기는 아니라며 어깨를 으쓱거립니다.]“그렇다면 퀘레샤의 성역이겠군.”
-그런 것 같다.
“원래 성역이라는 게 이렇게 아무 데나 막 생기는 거였어?”
-그럴 리가. 성역이란 결국 군주들의 영역을 말한다. 군주들이 전부 죽은 지금 시점에선, 결국 군주들에게 제사를 지내는 장소가 되었지.
성역.
그 말에 수호는 그동안 들어가 봤던 라칸의 성역들을 떠올렸다.
“이 안에 유물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군.”
-그건 알 수 없다. 유물이 있을지 계승자가 있을지, 아니면 제사장이 있을지.
“뭐, 이민성을 만나 보면 알게 되겠지.”
아무튼 밖에서 봤을 땐 벌집이었는데, 막상 안으로 들어와 보니 이곳엔 바깥과 완벽히 분리된 새로운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불길한 하늘.
큰 폭풍이라도 몰아칠 듯 두꺼운 구름이 일렁거렸다.
공포로 얼어붙은 공기엔 시체가 썩는 듯한 음습한 냄새가 진동했다.
“게이트에 들어온 기분이군. 새로운 던전이 생긴 건가.”
주변을 돌아보던 임태규가 중얼거렸다.
그 말에 수호가 대꾸했다.
“던전과는 다른 것 같습니다.”
정확히는 성역이었다.
하지만 수호의 말에 임태규는 심기가 불편한 표정이었다.
“던전과는 다르다고? 자네가 뭘 안다고 그런 말을 하나?”
한창 치밀어 오르는 로열젤리의 독성을 마력으로 억누르고 있던 임태규는 신경이 예민했다.
심지어 사신 길드의 길드장으로서 이 모든 사태를 책임져야 하는 임태규였다.
이미 여론은 사신 길드를 버렸다.
이번에 이 일을 해결하더라도 이 분위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도 막막했다.
대체 이민성이 무슨 짓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사신 길드의 부사장이었던 사람이 도시 한복판에 던전까지 열었다는 사실은 사신 길드에 어마어마한 타격을 줄 것이 분명했다.
당장 오늘 죽은 사람들에 대한 사고 위로금만 해도 어마어마할 테니까.
그런데 딱 봐도 느껴지는 마력이 C급에 불과해 보이는 수호가 갑자기 이상한 말을 하자, 임태규로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C급 헌터가 뭘 안다고 S급 헌터인 자신의 말에 토를 단다는 말인가.
“그럼 이게 던전 아니면 뭔데?”
그때 백미호가 다급히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우리끼리 이러고 있을 틈이 없습니다. 그보다 임태규 길드장님, 지금 혹시 마력을 사용하지 못하십니까?”
“…….”
정곡을 찔리자 움찔하며 입을 다무는 임태규였다.
“……맞네. 몸속에서 지금 독이 퍼져 있어서 마력으로 억누르고 있는 중이지.”
“힐은 안 받으셨고요?”
“힐이 안 통하더군. 나중에 더 상급 힐러에게 받아야 해결될 것 같은데, 당장 근처에서 마땅한 힐러가 없다 보니…….”
“그럼 여긴 왜 따라오신 겁니까?”
“……마력을 쓰지 못하더라도 전력으로는 충분할 거네.”
확실히 마력을 쓰지 못해도, S급 헌터의 뛰어난 육체 능력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아, 방패막이로는 쓸 수 있겠군요. 그건 다행입니다.”
“…….”
[그만해. 애 울겠다.]결국 보다 못한 베르가 나섰다.
애라니?
그 말에 순간 울컥한 임태규.
수호의 곁에 떠 있는 작은 개미 한 마리가 진심으로 자신을 가엾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왜일까?
베르와 눈이 마주친 임태규는 본능적인 거부감이 들었다.
거부감? 아니, 이것은 그보다 더…….
오싹.
‘내가 두려움을 느낀다고? 왜지?’
임태규의 시선에 베르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
[흠. 네놈도 그동안 꽤 늙었군.]“……?”
마치 자신을 아는 듯한 말투에 의아한 기분을 느끼는 임태규였다.
하지만 그런 기분은 오래가지 않았다.
“모두 전투 준비.”
때마침 기감을 넓혀 주변을 살피고 있던 수호가 하늘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쿠르릉!
불길하게 일렁거리는 구름 속에서 새까만 벌 떼가 몰려오고 있었다.
아니, 이제 보니 저건 구름이 아니었다.
“미친.”
임태규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저 구름이 전부 벌 떼였다고?”
구름이라 생각했던 모든 것이 전부 벌이었던 것이다.
[여기가 벌집인 건 맞는 것 같나이다. 많이도 모았군요.]베르가 더듬이를 까딱거렸다.
[가장 큰 기운은 저 구름 너머에서 느껴집니다.]“결국 또 날아가야 한다는 거군.”
화살비를 뚫고 들어왔더니, 이번엔 저 어마어마한 물량의 벌 떼를 뚫고 날아가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때였다.
띠링!
“……!”
수호는 갑자기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이 감각은 ‘그때’와 같았다.
짐승들의 성역에 들어갔을 때와 같은…….
띠링!
[패시브 스킬 ‘(알 수 없음)’이 발동합니다.]슈와아아아악-!
순간 수호의 그림자가 사방으로 펼쳐지며 온 세상을 물들였다.
그리고.
시간이 멈췄다.
아니, 모든 것이 멈췄다.
* * *
‘……또 여긴가?’
수호는 공허한 지평선의 끝자락에 홀로 서 있었다.
완벽한 공백(空白)의 세계.
‘영원한 안식의 영역이군.’
하지만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짐승들의 군주 라칸을 만났을 때와는 전혀 달랐다.
‘벌레인가.’
수호는 자신이 발을 딛고 서 있는 땅을 쳐다봤다.
이 땅 전체가, 아니 이 하얀 세계 전체가 새하얀 벌레들이 득실득실 모여서 만들어져 있었다.
수호의 시선이 고개를 들어 앞으로 향했다.
그러자 공허한 지평선의 끝에 한 여인이 다리를 꼬고 앉아 자신을 도도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수호는 대번에 그 정체를 깨달았다.
‘네가 퀘레샤인가?’
그 물음에 여인의 입꼬리가 사악하게 말려 올라갔다.
[그래, 맞다. 나의 이름은 퀘레샤. 네 아비에게 죽임당한 영원의 망령이다.]그 순간 시스템이 수호의 앞에 다급히 메시지를 띄웠다.
[벌레들의 왕, 역병의 군주 퀘레샤가 당신을 주시합니다.]……!
그 순간 여인의 존재감이 어마어마하게 커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기세만 커진 것이 아니었다.
키릭! 키리릭!
키야아악!
이 땅을 이루고 있던 새하얀 벌레들이 점점 하나로 뭉쳐지며 여인의 크기가 점점 거대하게 변해 가고 있었다.
[……한때는.]그리고 상대적으로 까마득히 작아진 수호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입맛을 다셨다.
[같은 군주의 맛은 어떨지 한번 먹어 보고 싶었지.]거대한 벌레 여왕이 키득거리며 자조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나 결국 먹힌 건 나였다.]그 순간.
수호가 서 있던 땅이 거대한 손으로 변해 수호의 몸을 움켜쥐었다.
고오오오.
그 손이 점점 떠올라 퀘레샤의 얼굴 앞까지 수호를 들어 올렸다.
퀘레샤는 수호의 모습을 천천히 훑어 내리며 당시를 추억했다.
[그거 알아? 네 아비는 내가 만난 어떤 벌레들보다도 더 지독한 독종이었다.]마치 수호의 얼굴에서 자신을 죽인 성진우의 그림자를 찾아내려는 듯이.
[닮았군. 그와 많이.]‘그래? 어머니를 더 닮았다는 사람들도 많던데.’
수호의 대꾸에 퀘레샤의 눈에 순간 장난기가 감돌았다.
[지금 너를 먹으면 그 맛은 어떨까? 네 아비와 비슷하려나?]마치 순수한 어린아이가 작은 벌레들을 손으로 눌러 죽일 때의 표정이 이럴 것 같았다.
다만 지금은 상황이 반대였다.
어마어마하게 큰 벌레들의 여왕 앞에선 수호의 크기가 훨씬 작았으니까.
하지만 수호는 의연했다.
‘이미 한참 전에 죽은 망령 주제에 허세가 심하군.’
[……그 건방진 말버릇도 네 아비를 꼭 빼닮았구나.]퀘레샤는 섬뜩한 눈빛으로 수호를 노려보며 수호의 몸을 땅에 내려 주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나는 이미 죽었지. 하지만…….]띠링!
그 순간 갑자기 수호의 앞에 불길한 시스템 메시지가 알림을 울렸다.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수호가 그 메시지를 미처 확인하기도 전에, 퀘레샤의 미소가 더없이 잔혹한 빛으로 물들었다.
[나는 본디 하나이자 군체.]퀘레샤는 작은 벌레로 태어나, 수많은 벌레를 집어삼키고 성장했던 벌레들의 왕이었다.
자신이 삼킨 모든 벌레들이 전부 퀘레샤의 몸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이 세계에 가득한 벌레들은 전부 퀘레샤의 사체이며 곧 영혼인 셈이었다.
[네가 나의 세계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너는 이미 나에게 삼켜진 것이나 다름없음을.]그 순간 밖에서 느껴졌던 음습한 독기가 순백의 세계에 가득 차올랐다.
아니, 이 세계 전체가 수호를 적대하기 시작했다.
수호의 앞에 퀘스트창이 저절로 펼쳐졌다.
[긴급 퀘스트 : 퀘레샤의 고독(蠱毒)]벌레들의 왕, 역병의 군주 퀘레샤가 당신을 ‘고독(蠱毒)’으로 끌어들였습니다.
퀘레샤를 이루고 있던 모든 벌레들이 당신을 적대합니다.
요구 시간 동안 살아남아 스스로의 자격을 증명하십시오.
요구 시간 : 4시간
남은 시간 : 4시간 0분 0초
저 높은 곳에서 수호를 내려다보는 퀘레샤의 입가에 오만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어디 열심히 발버둥 쳐 봐라. 벌레처럼. 내가 네 아비 앞에서 그랬던 듯이!]그와 동시에 이 세계를 이루고 있던 모든 벌레들이 수호를 향해 덤벼들기 시작했다.
캬아아악!
키야아아아아!
‘…….’
그런데.
퀘레샤는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끝도 없이 몰려드는 벌레들을 보고도 수호의 표정이 당황은커녕 전혀 미동도 없었던 것이다.
심지어 이곳은 안식의 세계여서, 수호의 그림자 병사들도 불러낼 수 없는 곳이었는데도 말이다.
[자, 잠깐.]오히려 당황한 건 퀘레샤였다.
[대체 그 힘은 뭐냐. 설마……]수호의 팔에 점점 불길하게 일렁이는 검은 기운이 휘감기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 기운은 한 가지가 아니었다.
휘오오오!
어딘가에서 신령한 바람이 불어오며 수호의 머리칼이 은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그 기운들의 정체를 익히 알고 있던 퀘레샤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네놈…… 대체 몇 명의 군주들의 힘을 이어받은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