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76)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75화(76/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75화
이민성은 여왕벌 아르샤에게서 가까스로 탈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 후로도 계속 오염된 창기사들의 추격을 받으며 도망쳐 다녀야 했다.
창기사들은 분명 이민성보다 약했지만, 도저히 놈들을 죽이는 것이 불가능했다.
놈들을 죽이려고만 하면 그때마다 이민성의 머릿속에서 강력한 메시지가 쩌렁쩌렁 울려 퍼지면서 엄청난 두통에 시달렸던 것이다.
-여왕에게 복종하라!
-여왕에게 복종하라!
[크악! 닥쳐! 닥치라고!]이민성은 정말이지 돌아 버릴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마음을 놓았다간, 곧장 제 발로 여왕벌에게 돌아가 무릎을 꿇고 충성을 맹세하고 싶은 욕망이 치밀어 올랐다.
-여왕에게 복종하라!
[그만! 그만! 내 머릿속에서 제발 꺼지란 말이다!]이민성은 목소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별짓을 다 해 봤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다.
두 귀를 틀어막고, 바닥에 머리를 쾅쾅 내리쳐 봐도 목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당연했다.
애초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다.
여왕벌을 위해 다시 태어난 일벌로서의 본능.
그리고 그것은 항상 남들 위에 군림해 왔던 이민성에겐 굉장히 굴욕적인 감정이었다.
-여왕에게 복종……!
[거절한다! 나는 일벌 따위가 아니야!]그는 이를 악물고 강제로 자신의 본능을 억눌렀다.
그리고 가까스로 창기사들의 추격을 피해서 숨어든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사신 길드의 부사장실이었다.
[후우. 그래, 내가 있을 곳은 바로 여기다. 벌집 따위가 아니란 말이지.]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평소 습관대로 저장고에서 와인을 꺼내 마시려다가, 표정이 와그작 구겨졌다.
[……바로 이것 때문이었구나!]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이 와인이야말로 이 사태의 원흉이었다.
퀸비를 다녀올 때마다 항상 ‘마담’이 선물해 줬던 고급 와인, 로열젤리.
이게 바로 여왕벌의 독이었다니!
[이딴 걸 매일 마셔 댔으니 내가 이런 꼴이……!]확!
이민성은 와인병을 집어 던지기 위해 높이 치켜들었다가 순간 멈칫했다.
[……잠깐.]이 여왕벌의 독을 보자 갑자기 좋은 생각이 들었다.
일벌의 본능을 억누를 방법이 떠오른 것이다.
이걸 이용하면…….
[나만의 군단을 만들 수 있을지도.]이민성은 여왕벌의 로열젤리에 자신의 마력을 쏟아부었다.
그렇게 로열젤리의 속성을 자신의 색깔로 물들였다.
[좋아. 이제 이 독에 중독되면 여왕벌이 아니라 나에게 충성하는 병사로 변하겠지.]이민성은 새롭게 제조한 로열젤리를 자신의 독침에 흡수시켰다.
그리고 곧장 밖으로 나가 하급 헌터들을 습격해 로열젤리를 주입시켜 보았다.
그런데 어째선지 그들은 그 자리에서 바로 죽어 버리고 말았다.
[쯧. 허약한 놈들. 이 정도 독도 못 견디다니.]이민성은 혀를 차곤 더 강한 중급 헌터들을 찾아갔다.
하지만 중급 헌터들도 결과는 마찬가지.
전부 피를 토하며 독에 중독되어 죽어 버린 것이다.
[왜 자꾸 죽는 거지?]이민성은 혼란스러웠다.
혹시 자신의 로열젤리에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
그 이유를 알아낼 때까지 그는 몇 번이고 계속해서 헌터들을 습격해 보았다.
그러다 드디어 성공 사례가 나왔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대상이…… 자신이 속해 있던 사신 길드의 헌터였다.
[……우연인가?]처음엔 그저 우연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몇 번을 거듭 실험해 봐도, 로열젤리에 죽지 않고 버텨 주는 놈들은 죄다 사신 길드의 헌터들뿐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그러다 결국 이민성은 그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설마 원래부터 나를 따르던 놈들이라 그런 건가?]애초에 로열젤리는 일벌을 만드는 독이었다.
그 충성의 대상은 당연히 여왕벌이었고.
[하지만 나는 여왕이 아니다.]기껏해야 똑같은 일벌에 불과한 이민성에게 충성하라고 강요한들, 충성을 바칠 일벌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원래부터 자신의 부하들이었던 사신 길드원들만은 예외였다.
그들의 머릿속엔 기본적으로 ‘이민성 부사장’에 대한 충성심이 새겨져 있었다.
그 충성심의 이유가 고작해야 연봉과 직급으로 묶여 있는 얄팍한 주종 관계에 불과했지만, 얄궂게도 인간들 사이에선 그게 가장 단단히 결속된 주종 관계였던 것이다.
그 원리를 깨닫자 이민성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내 마력이 깃든 로열젤리는 사신 길드원들에게만 먹힌단 말인가? 크흐흐. 재밌군. 정말 재밌어.]어쩐지 자신의 로열젤리로 만들어 낸 노예들의 모습이 병정벌을 닮은 ‘창기사’들과는 많이 다르다 싶었다.
이민성의 노예들은 벌보단 인간의 모습에 가까운 ‘오염된 구울’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흐흐. 이 또한 운명일지도.]차라리 잘됐다.
이 능력을 이용하면, 임태규 그 재수 없는 자식의 모든 것을 빼앗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아니, 처음부터 그런 놈에게 길드장이라는 위치는 어울리지도 않았다.
[역시 임태규는 내 운전기사였을 때가 더 잘 어울렸다니까? 내친김에 그놈도 중독시켜서 내 노예로 만들어야겠다.]S급에게도 자신의 로열젤리가 먹힐지는 모르겠지만, 성공만 한다면 대박이었다.
그 자식도 한때는 자신의 말에 복종하던 운전기사였으니, 충분히 가능성이 높았다.
임태규를 노예로 부릴 생각을 하자 기분이 좋아진 이민성이었다.
사실 일벌로 다시 태어나면서 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여왕벌에게 충성하려는 본능만 빼면, 오히려 좋은 점이 훨씬 많았다.
여왕벌은 인간으로서의 이민성을 전부 녹이고 압축시켜서, 고도로 진화된 형태의 전투 종족으로 자신을 재창조했다.
그 바람에 인간이었을 때의 스킬들이 전부 사라진 건 조금 아쉽지만, 결국 스킬이라는 건 전투를 위한 것 아니겠나.
그 모든 힘을 압축시켜 전투에 특화된 초월적인 육체를 얻게 되었으니, 오히려 이득이 컸다.
어쩌면 지금의 자신이라면 임태규도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흐흐. 사실 말이 S급이지, 임태규 그 자식은 뒤에서 활이나 쏴 대는 활쟁이에 불과하지. 먼저 중독을 시킨 뒤에 무기를 못 쓰게 하면 충분히 승산이…….]……그렇게 이민성은 여기까지 왔다.
그의 모든 계획은 지금까지 전부 성공적이었고, 그 결과 지금 임태규는 지친 몰골로 자신 앞에 서 있었다.
‘지금이라면 이길 수 있다!’
이민성은 자신 있었다.
그 꼴 보기 싫던 임태규를 자신의 손으로 때려눕히고 그 면상을 짓밟고 침을 뱉어 줄 것이다.
그리고 대격변 전처럼 자신의 노예로 만들어 평생을 부려 먹을 계획이었는데…….
‘옆에 저 인간은 대체 뭐지?’
이민성은 임태규 옆에 있는 수호를 보며 불길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마치 여왕벌을 앞에 둔 것 같은…….
아니, 여왕벌이었다면 차라리 충성심을 강요하는 감정이 치밀었을 텐데, 수호에게선 전혀 상반된 기분이 느껴졌다.
공포.
마치 천적을 마주한 듯한 순수한 두려움이 치밀어 오른 것이다.
‘왜지? 별로 강해 보이지도 않는데?’
일벌이 된 후로 이민성은 상대의 수준을 가늠하는 감각이 극도로 발달했다.
현재 수호에게서 느껴지는 마력을 가늠해 볼 때, 그는 C급 헌터가 분명했다.
아무리 잘 쳐줘도 B급 수준에 불과할 것이다.
사실 그보다 더 위협적인 존재는 그 옆에 있는 A급 헌터 백미호였다.
그런데 대체 왜일까?
왜 당장이라도 여기서 도망치고 싶은 걸까?
어째서 자신은 지금 뱀 앞에 선 개구리처럼 몸이 뻣뻣하게 굳어 버린 것인가.
‘벌레들의 천적’
이 꺼림칙한 기분이 이민성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기분 나쁜 놈이구나.]이민성은 애써 자신이 느낀 불안감을 떨쳐 내고 전력을 드러냈다.
콰오오오!
이민성에게서 엄청난 기운이 휘몰아쳤다.
반면 수호는 이민성과 정반대의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분명 나보다 강한데, 도저히 질 것 같지 않단 말이지.’
수호는 곧장 상점창부터 열었다.
짤그락.
[‘아이템 : 화살통(100)’을 구매했습니다.] [‘아이템 : 화살통(100)’을 구매했습니다.]순간 묵직한 화살통 2개가 수호의 손에 들려졌다.
“자, 마력 화살 못 쓰시면 대신 이거라도 쓰세요.”
“……!”
갑자기 화살통을 건네받게 된 임태규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수호를 쳐다봤다.
“아니, 이런 걸 어디서 갑자기……?!”
“저 소환술사잖아요.”
변명을 대충 넘기며 어깨를 으쓱하는 수호였다.
“당연히 공짜는 아닙니다? 나중에 다 청구할 거니까 아끼지 말고 팍팍 쓰세요. 다 쓰면 또 드릴 테니까.”
“그, 그러지! 고맙네!”
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임태규.
이젠 수호가 힐러든, 소환술사든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러한 고민은 나중에 해도 될 터.
이내 적들을 향해 고개를 돌린 임태규의 표정이 싸악 돌변했다.
‘사신의 활’은 평범한 화살로도 마수들을 격살시킬 수 있는 S급 무기였고.
그것이 화살과 함께 한국에서 가장 강한 S급 활잡이의 손에 들려진 순간.
그는 그야말로 헌터가 되었다.
슈슈슈슈슈슉-!
임태규의 화살이 사방에서 덤벼드는 구울들의 머리와 심장을 꿰뚫었다.
“견제는 전부 나에게 맡기고, 너희는 이민성 한 놈만 잡아라!”
마음 같아서는 직접 이민성을 때려눕히고 싶었지만, 마력이 없는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하다는 걸 이미 확인해 본 뒤였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의 욕심으로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었다.
임태규의 외침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
“갑시다!”
“네, 넵!”
수호와 백미호가 이민성을 향해 튀어 나갔다.
[키리릭!]그 순간 수호와 백미호의 등 뒤로 그림자 창기사의 날개가 돋아났다.
쐐애액-!
그들은 엄청난 속도로 이민성을 향해 날아가 맹공을 펼쳤다.
슈왁! 쾅! 투쾅!
[느리군.]하지만 이민성은 그들을 비웃으며 그 공격들을 여유롭게 피해 냈다.
‘어떻게 이런 속도가?!’
이민성의 움직임에 백미호는 다급히 수호를 향해 경고를 주었다.
“수호 씨, 조심하십시오! 속도만 보면 A급을 아득히 초월한 상태입니다!”
그 말이 듣기 좋았던 걸까.
이민성은 더없이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크흐흐! 그렇다! 나는 이미 인간을 초월했지. 네놈들의 느려 터진 공격 따위는 내 몸에 스치지도 못한단 말이다!]“아아, 그래?”
움찔.
수호의 별거 아닌 대꾸에 이민성의 심기가 순식간에 불편해졌다.
아무리 무시하려 해도 수호의 존재 자체가 계속 눈에 밟히는 것이다.
[……안 되겠군. 먼저 네놈부터 죽여 주마!]사나운 기세를 폭발시키며 수호를 향해 직선으로 날아가는 이민성.
그리고 그의 손에 달린 날카로운 창이 수호의 심장을 꿰뚫으려는 찰나.
히죽.
수호는 웃었다.
‘이때만을 기다렸다.’
수호가 두 눈을 번뜩이며 외쳤다.
“나와라!”
……!
슈와아아아악-!
갑자기 수호의 몸에서 수많은 검은 빛줄기가 한꺼번에 뻗어 나와, 이민성을 향해 동시에 쇄도했다.
[이, 이건……?!]그 순간 이민성의 눈이 휘둥그레 커지며 당혹스런 감정이 떠올랐다.
인간을 초월한 일벌의 시야에는 보였던 것이다.
그 빛줄기들의 정체가.
창기사.
그토록 집요하게 자신을 추격해 왔던 여왕벌의 창기사들이 나타난 것이다!
[이건 말도 안…….]이민성은 기겁하며 수호를 공격하기 직전에 급하게 방향을 틀었다.
어차피 놈들보단 자신의 속도가 훨씬 빨랐다.
너무 가깝긴 해도 충분히 도망칠 수 있……!
턱.
“……!”
갑자기 수호가 자신의 심장을 찌르려던 이민성의 창끝을 손으로 강하게 붙들었다.
“잡았다, 요놈.”
[놔라!]소스라치게 놀라며 전력을 다해 수호를 뿌리치려는 이민성.
하지만 이미 늦었다.
“죽여.”
[키리릭!] [키히이잇-!]사방에서 날아온 그림자 창기사들의 창이 이민성의 몸을 무참히 난도질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