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78)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77화(78/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77화
“후.”
수호가 공격을 멈추자, 무거운 정적이 찾아왔다.
그 지독히도 질겼던 이민성의 목숨이 끊어지자, 주변의 오염된 구울들이 실 끊어진 꼭두각시 인형처럼 일시에 무너져 내렸고.
불길한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던 오염된 말벌들 또한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세상에…….’
수호를 돕기 위해 달려오던 백미호는 그 자리에 멍하니 수호를 쳐다보고 서 있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
아무리 옆에서 자신들이 함께 싸우긴 했다지만, C급 헌터가 A급 빌런을 힘으로 압살해 버린 것이다.
‘역시 저 사람은…….’
속으로 수호의 정체에 대해 나름대로 추측해 보는 백미호였다.
한편 이 숨 막히는 정적 속에서, 정작 수호 본인은 시끄럽게 쏟아지는 시스템 메시지를 읽느라 정신없었다.
띠링. 띠링. 띠링.
[여왕의 창기사를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대박이다.’
단번에 3레벨이나 오르다니,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이제 수호의 레벨은 32.
그런데 놀랍게도 메시지는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띠링.
[플레이어가 요구 레벨에 도달했습니다.] [‘시크릿 퀘스트 : 군단장의 자격’의 완료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읽지 않은 메시지가 있습니다.]‘요구 레벨? 군단장의 자격?’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메시지를 확인하려던 수호의 몸이 갑자기 휘청였다.
쿠구궁!
“……!”
갑자기 바닥이 무너질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니, 이 공간 자체가 무너지려 하고 있었다.
[소군주님! 여기서 당장 빠져나가셔야 합니다!]베르가 다급히 수호를 재촉했다.
쩌적! 쩌저적!
때마침 하늘도 갈래갈래 찢겨 나가고 있었다.
[자칫 늦었다간 이곳에 영원히 갇힐 수도 있나이다!]이민성은 수많은 제물을 바쳐서 이 불완전한 던전, 벌레들의 성역을 강제로 지구에 끌어온 것이었다.
본인은 인지했는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여왕벌 아르샤가 그에게 원했던 제사장의 역할이었다.
그런데 이민성의 죽음과 동시에 그 강제력은 사라지고, 성역은 다시 원래 있던 차원의 틈새로 돌아가려 하고 있었다.
“자, 여기서 나갑시다.”
수호는 일단 메시지 확인을 미루고 백미호와 임태규를 돌아봤다.
그 말에 죽은 이민성의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던 임태규는 이내 눈을 질끈 감고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 복잡한 시선으로 수호를 흘낏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물어볼 것이 한가득이지만, 일단 여길 빠져나간 뒤에 얘기하지.”
“저도요.”
백미호도 할 말이 많은 표정이었다.
그렇게 셋은 서둘러 벌레들의 성역에서 탈출했다.
다만 수호는 성역에서 빠져나가기 직전, 문득 멈춰 서서 뒤를 힐끔 돌아봤다.
‘고생해서 잡았는데 버리고 가긴 아깝지.’
그리고 그곳에 덩그러니 쓰러져 있는 이민성의 시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지배자의 권능.’
슈우욱.
보이지 않는 손이 수호가 잘라 냈던 이민성의 팔 한쪽을 들어 올렸다.
이미 사람의 팔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는 기형적인 형태.
손 대신 기다란 창이 달려 있는 창기사의 팔이 자석처럼 수호를 향해 빨려 들어왔다.
직후 수호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성역 밖으로 탈출했다.
* * *
사후 처리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모든 원흉이었던 이민성이 죽는 순간.
도시에서 난동을 부리던 모든 구울들이 일제히 움직임을 정지했고, 이 모든 참사는 일시에 종결되었다.
이건 그들의 몸을 잠식했던 이민성의 오염된 로열젤리가 힘을 잃어버린 결과였다.
이후 임태규도 곧장 해독 전문 힐러를 불러 치료를 받았고, 간신히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아. 이번엔 진짜 죽을 뻔했네. 앞으로는 무슨 기미상궁이라도 둬야 하나. 이제 내 비서는 무조건 해독 전문 힐러로 뽑아야지.”
기진맥진한 표정으로 다짐을 거듭하는 임태규.
그사이 백미호는 백호 길드의 인력들을 전부 동원해서 사상자와 실종자 확보에 앞장섰다.
반면에 사신 길드는 그럴 형편이 못 됐다.
사건은 어찌어찌 해결됐다지만, 사신 길드는 이번 일로 너무나 많은 것을 잃고 만 것이다.
천만다행히 B급 이상의 정예들은 대부분 건재했지만, C급 이하의 헌터들을 대부분 잃은 것이 타격이 컸다.
물론 사람이야 새로 뽑으면 된다지만…….
‘이제 누가 우리 길드에 들어오려고 하겠어. 있던 놈들도 나갈까 봐 걱정인데. 후우.’
임태규는 고개를 치켜들고 멍하니 이민성의 벌집이 존재하던 하늘 위를 쳐다봤다.
어쩐지 저 하늘 위에서 죽은 이민성이 자신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들고 있는 환상이 보였다.
‘망할 놈.’
이래서 엄마가 친구를 잘 사귀랬나 보다.
“……아, 맞다. 오 비서!”
임태규는 문득 처음에 자신을 배신하고 독침을 찌른 오 비서를 떠올리고 다급히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오 비서는 이미 행방이 묘연해진 상태였다.
‘뒷맛이 영 찝찝한데.’
기분이 이상했다.
오 비서는 자신이 직접 뽑은 비서였다.
성격도 적당히 싹싹하고 일도 잘하는 녀석이었는데.
그는 대체 언제부터 배신자였던 걸까?
아니, 애초에 그는 사람이 맞긴 했던 걸까?
* * *
그리고 그 시각.
‘오 비서’는 수많은 인파에 섞여서 무표정한 얼굴로 그 모든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가 현장에서 벗어나며 등을 돌린 순간.
웨에엥-
벌들의 날갯짓 소리가 들리면서, 아무도 모르게 그 얼굴이 여왕벌 아르샤의 모습으로 변해 버렸다.
그런데 드러난 아르샤의 표정은 임태규보다도 더 허탈해 보였다.
“……허무하군.”
제사장도 죽었고, 제사도 망했다.
그동안 자신이 준비한 모든 계획들이 하루아침에 무너진 것이다.
“계획은 완벽했는데.”
그렇다.
돌이켜봐도 자신의 계획은 완벽했다.
음지에 숨어서 아지트를 만들고.
그곳에서 차근차근 일벌을 늘리고.
심혈을 기울여 제사장을 만들고.
제물을 바쳐 죽은 퀘레샤를 위한 제사를 드리는 것.
중간에 제사장이 멋대로 가출하는 일이 생기긴 했지만, 고작 그 정도 오차는 큰 문제도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의 계획을 앞당겨 주는 기폭제 역할을 해 주었을 뿐이었다.
다만 딱 하나의 패인은…….
‘저 인간을 놓친 것.’
아르샤는 멀리 보이는 수호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역시 처음 봤을 때부터 불길하다 싶었다.
역시 아까 어떻게든 그를 죽였어야 했는데, 오히려 그랬다가 자신의 일벌들만 그에게 전부 빼앗기고 말았다.
복수…… 를 논하기엔 지금은 당장 자신이 살아남기에도 급급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것이 바로 계승자의 힘인가.”
수호를 보는 아르샤의 눈에 강한 욕망이 담겼다.
그래. 인정할 건 인정하자.
애초에 저 인간과 엮인 순간부터 자신에겐 승산이 없었다.
저 인간은…….
“라칸의 후계자니까.”
역시 짐승들의 왕, 송곳니 군주의 후계자다웠다.
아직 군주도 되지 못한 자신의 힘으로는 상대할 수가 없는 것이 당연했다.
그래서 더욱 갖고 싶었다.
“나도 군주가 되면, 저런 힘을 갖게 되겠지.”
천만다행히도 오늘 이곳에서 벌레들의 군주가 계승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 가장 중요한 사실을 눈으로 확인했으니.
“오늘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야수왕 크로우여.”
하지만 언젠간 반드시…….
뒷말을 삼키며 아르샤의 몸이 그 자리에서 흩어졌다.
* * *
집으로 돌아온 수호의 손에는 명함 2장이 들려 있었다.
그 명함의 주인은 바로 백미호와 임태규.
한국의 헌터들이라면 누구나 들어가고 싶어서 안달을 내는 대형 길드의 사장, 부사장의 명함을 동시에 받아 버린 것이다.
-오늘은 바빠서 그냥 보내지만!
-내일 꼭 연락하세요! 꼭입니다!
그 둘은 사후 처리를 하느라 몰려드는 기자들의 질문 세례를 받느라 정신없는 와중에도, 수호의 손에 명함을 강제로 쥐여 주었다.
그러고도 안심이 안 되는지 수호의 전화번호까지 받아 간 것이다.
“뭔가 길거리 캐스팅을 당한 기분이네.”
[틀린 말은 아니지요.]희번덕!
베르가 더없이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수호의 말에 대꾸했다.
[외모가 너무 출중하면 길에서 번호를 따이듯, 소군주님도 전투력이 매우 출중하시나이다! 크흑. 언제 이렇게 훌륭하게 크셨을꼬…….]“오버는.”
감동의 눈물을 줄줄 흘리는 베르를 내버려 두고, 수호는 명함을 대충 책상 위에 던져 두었다.
‘대형 길드에 들어가는 것도 좋긴 하지.’
괜히 대기업, 대기업 하는 게 아니었다.
굳이 높은 연봉이 아니더라도, 대형 길드의 복지는 진짜 어마어마했다.
등급이나 경력에 따라 값비싼 양질의 장비를 덥석덥석 빌려주기도 하고.
마력을 마음껏 분출시켜도 무너지지 않는 넓고 튼튼한 훈련소도 갖추고 있었다.
다른 헌터들이 수호처럼 레벨업으로 성장하진 않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더욱 많은 훈련이 필요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힘을 더욱 효율적이고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나한텐 이미 그것들이 다 있단 말이지.”
문제는 바로 그것이었다.
좋은 무기? 수호에겐 상점창이 있었다.
골드가 허용하는 한에서 얼마든지 원하는 장비를 구매할 수 있었다.
넓은 훈련소?
수호만큼 크고 넓은 개인 훈련장을 갖고 있는 헌터가 이 세상에 또 있을까?
수호는 곧장 자신의 그림자에 열쇠를 꽂아 넣었다.
[바로 들어가십니까?]“응. 확인할 게 있어서.”
철커덕.
[그림자 던전에 입장하시겠습니까?](Y/N)
“들어간다.”
[그림자 던전에 입장합니다.]슈와아아악!
순식간에 수호의 시야가 흑백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어느새 그가 서 있는 곳은 그림자 던전의 강체술 훈련소, 암무트의 피라미드였다.
그곳에서 수호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암무트가 흉악한 미소를 지으며 거대한 몸을 일으켰다.
[드디어 왔구나. 훈련을 시작하자.]고오오오!
“자, 잠깐! 아직 아니야!”
수호는 자신을 보자마자 다짜고짜 강체술 훈련을 시작하려고 드는 암무트를 다급히 말렸다.
암무트는 영체화를 하려다 말고 인상을 찌푸렸다.
[뭔가 다른 할 일이라도 있느냐.]“응. 있지. 중요한 할 일.”
수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까부터 눈앞에 아른거리는 메시지를 확인했다.
[‘시크릿 퀘스트 : 군단장의 자격’의 완료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읽지 않은 메시지가 있습니다.]수호는 짧게 심호흡을 한 뒤에 바로 메시지를 확인해 보았다.
[시크릿 퀘스트 : 군단장의 자격]플레이어 가 요구 레벨에 도달해 스스로의 자격을 증명했습니다.
그림자 군단장이 되어 자신만의 군대를 양성하십시오.
“이건 설마…….”
수호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그리고 그 순간.
슈와아악!
수호의 발밑에서 그림자가 멋대로 끓어오르며 소리 없는 괴성을 마구 질러 대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마치 전쟁터를 나가는 용맹한 군사들의 군가처럼 웅장했으며, 혹은 장엄한 레퀴엠처럼 기괴했다.
띠링.
[‘스킬 : 그림자 저장’을 배웠습니다.]“그림자 저장?”
[키에에에에에엑?!]수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베르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괴성을 질렀다.
[세상에! 드디어 소군주님께서 주군께 인정을 받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