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79)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78화(79/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78화
수호는 그동안 정말 다양한 그림자 병사들을 추출해서 사용해 왔다.
그들 중엔 꽤 쓸 만한 병사들이 많았지만, 아쉽게도 그들은 하루짜리 용병에 불과했다.
당장 이번만 해도 그렇다.
하늘에서 새까맣게 벌떼가 몰려왔을 때, ‘무덤거미 아라크네’가 있었다면 바로 거미줄을 뿌려 순식간에 벌들을 묶어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아라크네는 이미 무(無)로 돌아간 지 오래였고, 수호는 이번에 결국 그 많은 잡몹들을 일일이 상대해야 했다.
언젠가 베르가 수호에게 했던 말이 있었다.
[오직 군주만이 군단을 거느릴 수 있나이다.]수호가 아버지를 잘 둔 덕분에 그림자 권능을 물려받긴 했어도, 그렇다고 수호 본인이 그림자 군주인 건 아니었다.
모든 군주들이 그렇듯, 군주가 되기 위해선 먼저 현재의 군주가 죽어야만 비로소 공석이 생겼다.
하지만 정작 그림자 군주 성진우는 이미 영원불멸한 존재였으니, 결국 수호는 영원토록 그림자 군주가 될 수 없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때 베르는 분명히 말했다.
-소군주님께서는 ‘아직’ 군단을 유지할 권한이 없나이다.
‘아직’이라고.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이 드디어 수호에게 찾아오고 말았다.
[스킬 : 그림자 저장 lv.1]그림자 권능.
소모 마나 없음.
그림자 병사들을 시전자의 그림자 속에 흡수하여 저장해 둡니다.
저장한 병사들은 시전자가 원하는 때 언제든지 소환이나 재흡수가 가능합니다.
저장해 둔 그림자 수 : 0 / 1
“……대박.”
스킬창을 확인한 수호의 눈이 커졌다.
그 머리 위로 베르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빙글빙글 날아다녔다.
[키에에에엑! 이렇게 감격스러울 수가! 주군께서 드디어 소군주님에게 개인 사병을 허락하셨나이다!]“개인 사병이라…….”
수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결국 레벨 제한이 걸려 있었다는 말이네.”
레벨이란 결국 시스템이 수호의 격을 알아보기 쉽게 보여 주는 지표.
만약 격이 낮은 자에게 이러한 권능이 주어졌다간, 그는 오히려 죽음의 기운에 잡아먹혀 그림자 병사로 전락하고 말 것이었다.
죽음의 병사를 자신의 그림자 속에 저장한다는 말은 곧 죽음이 늘 발밑에서 따라다닌다는 말과 같았으니까.
어쨌든 드디어 개인 사병을 거느릴 수 있는 권한이 생긴 지금.
수호에게 중요한 건 결국 숫자였다.
[저장해 둔 그림자 수 : 0 / 1]“딱 한 마리라…….”
수호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 또한 레벨이 낮기 때문일 터.
“지금은 쪼렙이니까 한 마리씩 늘려 나가란 말씀이시군.”
어차피 이 숫자도 그림자 추출 스킬 때와 마찬가지로 지능 스탯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수호는 문득 어릴 때 아버지와 나란히 앉아서 게임을 했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 아버지는 툭하면 자신에게 ‘그 레벨에 잠이 오냐?’라며 잔소리를 해 댔었다.
‘어쩐지 같은 게임을 해도 유독 레벨업이 빠르시더라니. 레벨업이 본업이셨군.’
[그런데 첫 번째 병사로 어떤 놈을 저장하실 생각이십니까?]베르의 물음에 상념에서 빠져나온 수호가 히죽 웃으며 받아쳤다.
“뭘 물어? 이미 알면서.”
당연히 최근에 가장 애먹은 놈이지.
수호는 이번에 챙겨 온 이민성의 팔 한쪽을 바닥에 내려놨다.
[그림자 추출이 가능한 대상입니다.]그림자 추출은 시체의 일부만 있어도 가능하다.
어차피 시체는 매개체에 불과하니까.
이미 이민성의 팔에서는 검은 기운이 스멀스멀 일렁거리고 있었다.
아아아아아아-!
그 그림자 속에서 불길한 귀곡성이 메아리치고 있었다.
이 지옥에서 자신을 꺼내 달라며 이민성이 울부짖고 있었다.
그 기세가 두려울 정도로 흉악했다.
‘그래. 그토록 원한다면 꺼내 주마.’
수호는 친히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일어나라.”
수호의 명령이 떨어지자 검은 그림자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림자 추출을 시도합니다.] [추출 시도 중…….]크아아아아!
그림자 속에서 이민성의 얼굴이 밖으로 뻗어 나오며 사납게 입을 벌렸다.
그러나.
팅!
금속이 튕기는 소리와 함께 알림이 떴다.
[그림자 추출이 실패했습니다.] [2번의 기회가 더 남아 있습니다.]‘실패인가.’
수호의 눈이 가늘어졌다.
실패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어서 크게 당황스럽진 않았다.
그림자 추출은 대상의 능력치에 비례해 추출 실패 확률이 올라간다.
실제로 이민성은 수호보다 훨씬 많은 마력을 지녔던 A급 헌터였고, 애초에 혼자 싸워 이긴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더 탐나는 놈이란 말이지.’
수호는 떠올렸다.
여왕벌 아르샤가 심혈을 기울여 진화시킨 최강의 창기사 이민성.
그런데도 자신의 욕망을 위해 여왕벌에게서 스스로 벗어났던 그 오만한 녀석을 자신의 병사로 거둘 수만 있다면, 그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남은 기회는 두 번…….’
수호는 심호흡을 한 뒤 차분히 두 번째 추출을 시도했다.
“일어나라.”
팅!
[그림자 추출이 실패했습니다.] [1번의 기회가 더 남아 있습니다.]“…….”
아찔하다.
예상은 했지만 기회가 한 번밖에 남지 않자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크아아아아아아!
정작 이민성은 지금 이 순간에도 검은 연기에서 빠져나오려 기를 쓰고 있었다.
‘너도 나오고 싶은 거냐.’
그의 마음이 느껴졌다.
수호의 눈빛이 진중해졌다.
‘너는 분명 내 그림자 창기사들을 보며 질투했었지.’
그는 자신과 싸울 때 죽어도 죽지 않는 창기사들을 보며 저열한 질투심을 드러냈었다.
-어째서 여왕벌은 나에게 이런 재생 능력을 주지 않았는가! 설마 내가 너무 강해질까 봐 두려웠던 것이냐!
하지만 그는 단단히 착각했다.
애초에 그 힘은 여왕벌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에게 와라. 내가 너를 최강의 창기사가 되게 해 주마.’
수호의 눈빛이 강한 의지를 담고 번뜩였다.
“일어나라!”
그 순간.
크아아아-!
이민성이 포효하며 검은 연기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러자 뒤따라 나온 검은 연기가 줄기줄기 엮이며 미처 완성되지 못한 몸뚱이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그림자 추출에 성공했습니다.]“됐다!”
수호는 환호성을 터뜨렸다.
다만 완전한 형태의 부활은 아닌 것 같았다.
[강한 욕망이 망자의 전의를 이끌어 냈습니다.] [단, 망자의 능력치가 시전자에 비해 너무 높아 그림자 병사의 힘이 약화됩니다.] [그림자의 레벨이 2에서부터 시작됩니다.]‘약화되어서 2레벨?’
수호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원래는 몇 레벨이었다는 걸까.
[?? Lv.2]기사 등급
척.
이윽고 수호의 앞에 검은 증기로 이루어진 창기사가 위엄있게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나의 주인님께 인사드립니다.]“어? 말도 하네?”
[키엑?]수호와 베르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다른 그림자 창기사들은 말을 못 했는데, 이놈만 유독 언어 능력이 남아 있었다.
“설마 기사 등급이라 그런가?”
베르도 당황한 눈치였다.
[으음. 어쩌면 이건 소군주님이 옹알이 때부터 그림자 병사들과 함께 놀아서 그럴 수도…….]결국 재능과 조기 교육의 영향이라는 추측만 해 볼 뿐이었다.
띠링.
[기사급 이상의 병사에게는 이름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부여한 이름은 그림자가 소멸될 때까지 계속해서 유지됩니다.] [병사의 이름을 정해 주십시오.]시스템 메시지의 물음에 수호는 잠깐 고민했다.
‘이름이라…….’
이민성이라는 이름은 너무 악명이 자자해서 그대로 쓰고 싶지 않았다.
‘그래. 퀘레샤의 뒤를 잇고 싶어 했던 이민성이니까…….’
“퀘이.”
[‘퀘이’로 하시겠습니까?]“그래.”
수호가 말을 끝맺자마자, 녀석의 머리 위에 있던 물음표 대신 새로운 이름이 새겨졌다.
[퀘이 Lv.2]기사 등급
[좋은 이름을 주셔서 감사합니다.]퀘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난 이민성이 희미하게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생전엔 양손에 손 대신 기다란 독침이 창처럼 돋아나 있었는데, 다시 태어난 지금은 한쪽에만 독침이 붙어 있고 반대쪽은 평범한 손이 붙어 있었다.
‘한쪽 팔만 잘라 와서 그런가.’
그런 퀘이의 모습을 훑어보는데, 베르가 뾰로롱 날아와 이민성을 조롱했다.
[케헷. 가엾구나. 그토록 강했던 놈이 고작 기사 등급 2레벨이라니.]하지만 퀘이는 그런 베르의 도발에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하. 어처구니가 없군. 네놈이 감히 나를 비웃을 자격이 된다고 생각하나?] [으읏.]정곡을 찔려 움찔하는 베르였다.
[베르 Lv.1]졸병 등급
참고로 현재 미니 베르의 등급은 까마득한 밑이었다.
[이, 이건 내 진짜 모습이 아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현재일 텐데?] [뭐라! 까마득한 후임이 감히 말대꾸를?!] [후임은 무슨. 졸병 주제에.] [……!]진심으로 울컥하는 베르와 무심하게 팔짱을 끼고 그를 쳐다보는 퀘이.
둘 사이에서 피 튀기는 신경전이 오고 가는 가운데, 수호가 한 마디 했다.
“퀘이.”
[예, 주인님. 부르셨습니까.]“머리 박아.”
[옛?!]그 말에 깜짝 놀라 눈을 휘둥그레 뜨는 퀘이.
하지만 몸은 이미 그 명령에 따라 바로 엎드려 머리를 박고 있었다.
[주, 주인님! 어째서 저를……!]“베르는 날 업어 키웠던 삼촌 같은 녀석이야. 까불면 혼난다?”
[소. 군. 주. 니임-! 크허헝!]감동의 눈물을 뿌리며 날아와 수호의 머리에 찰싹 달라붙는 베르였다.
그러면서 곁눈질로 퀘이를 흘겨보며 속 시원하게 킬킬대기 시작했다.
[이제 보니 너는 2인자라서 2레벨이었구나!] [크윽.]그 말이 역린을 건드렸는지, 바닥에 머리를 박은 퀘이의 얼굴이 와그작 구겨졌다.
[……두고 보자, 졸병 놈.]앞으로도 둘의 신경전은 계속될 것 같았다.
* * *
[흐음. 제법 쓸 만해 보이는 병사구나. 어디서 이런 놈을 잡아 온 거지?]수호가 하는 일을 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암무트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퀘이를 훑어보고 있었다.
수호는 오늘 있었던 일들을 다 말해 주었고,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은 암무트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아직 멀었군. 고작 벌레 몇 마리 때문에 고전했단 말이냐?]“고작 몇 마리가 아니었다니까? 스승님이라도 고생했을걸?”
[웃기는 소리. 그깟 벌레들 몇 억 마리가 한꺼번에 몰려온다 해도 나에겐 어떤 피해도 끼칠 수 없다.]과장이 아니었다.
암무트의 두꺼운 피부는 강철로 만든 어떤 전신 갑주 그 자체.
그 단단한 방어력이면 모든 공격을 무시하고 대장에게 성큼성큼 걸어가서 대장을 짓밟아 버렸으리라.
“그보다 궁금한 게 생겼어.”
[뭐지?]수호는 오늘 있었던 마지막 전투 때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직접 보여 주는 게 빠르겠네. 이거 봐.”
우우웅!
[‘스킬 : 강체술’을 사용합니다.]수호가 검을 치켜들고 강체술을 펼쳤다.
그러자 그 검은 기운이 팔과 손목을 타고 흘러나와 칼날에 검기를 뽑아냈다.
그 모습을 본 암무트가 눈을 번뜩였다.
[호오? 제법이구나. 강체술을 무기까지 확장시키다니!]“아, 이거 원래 가능한 거였어?”
[나는 당연히 가능하다. 하지만 타르나크는 못한 일이지.]“강체의 군주도 못했던 일이라고?”
뜻밖의 대답에 수호가 눈을 크게 뜨고 되물었다.
암무트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수호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렇다. 그놈은 태생부터 고블린이었기에 육체를 강화시키는 것이 고작이었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강했지. 하지만 너는 다르다.]수호는 고블린 따위가 아니라 그림자 군주의 아들이었다.
[시작점이 다르면 결과물도 다를 수밖에. 나도 궁금하구나. 네가 강체술을 마스터하게 되면 어떠한 괴물로 변할지!]고오오오오!
그 순간 암무트의 몸이 점점 거대해지며 영체화를 시작했다.
[그러니까 볼일 끝났으면 이제 훈련을 시작하자!]“자, 잠깐! 아직 마음의 준비가……!”
묵직한 중력장이 수호를 내리눌렀다.
퀘레샤와 싸우는 것보다도 힘든 헬스, 아니 일일 퀘스트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