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8)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7화(8/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7화
베르는 기대했다.
그림자 군주의 진정한 능력인 ‘그림자 추출’을 받게 된 수호의 반응을.
-어머나, 대박!
-이런 엄청난 능력을 보상으로 준다고?
-저번 퀘스트에선 보상으로 스탯 포인트를 주더니, 이번엔 스킬을 배울 수 있는 룬석을 준다고?!
-와우! 이렇게 막 퍼 줘도 되는 건가!
그러면 베르는 이렇게 말할 생각이었다.
‘케헴. 그래서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나이까. 이 그림자 던전엔 소군주님을 위한 모든 것들이 들어 있다고!’
베르는 입꼬리를 씰룩거리며 한껏 거들먹거리는 표정으로 말했다.
[크흠! 애초에 이 레벨업 시스템은 소군주님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보조 장치이옵니다. 옛날에 주군께서 쓰시던 시스템을 개량한 건데, 인간의 나약한 몸뚱이 안에 위대한 군주의 권능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한…….]수호는 그 말을 끊어 먹으며 입을 열었다.
“에이, 뭐야. 소환 스킬이잖아?”
[……!]수호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은 명백한 실망이었다.
베르는 깜짝 놀랐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반응이란 말인가!
[무,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이런 엄청난 권능을 받고도 그런 반응이시라니!]“아니, 하지만 소환 스킬은…….”
수호는 설명했다.
요즘 헌터들 사이에서 소환 스킬이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
게이트 너머 던전이라는 곳은 정말 살벌한 곳이었다.
조금만 방심해도 마수들의 발톱이 헌터들의 목을 찢어발겼고.
발밑과 천장에는 위험한 함정들이 가득했다.
그런 곳에서 자신의 목숨은 누구도 책임져 줄 수 없었다.
전투계 헌터들이야 몸이 튼튼하니까 상관없지만, 마법계 헌터들은 육체적인 능력이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그중에서도 소환 스킬을 가진 마법계 헌터들은 더욱 취약했다.
소환수들에게 모든 전투를 일임하는 만큼 정작 본인들은 그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무력한 짐짝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야. 마력 소모도 심하고, 쓸 만한 소환수를 구하는 것도 힘들뿐더러, 그렇게 해서 기껏 구해 봤자 생각보다 강하지도 않단 말이지.”
[아니이-!]베르는 너무 분하고 서러운 표정으로 발을 동동 굴렀다.
여태껏 수호의 약해 빠진 전투력을 조롱하던 모습은 어디 가고, 이제는 본인이 더 약이 바짝 올랐다.
그 모습에 수호는 조금 미안해졌다.
“음. 미안하지만 그게 현실인 걸 어떡해. 뭐, 하지만 스킬이 생겼다는 것 자체는 분명 좋은 일이니까.”
[아니이-! 그렇게 배려하는 척 위로하지 마시라고요! 이거 진짜 좋은 거라니까요?]“어? 너 말투 좀 바뀐 듯?”
[쒸익쒸익.]내내 사극톤이었던 베르의 컨셉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알았어, 알았어. 아무튼 보상 수락.”
수호의 손에 룬석이 나타났다.
룬석을 부수면 스킬이 흡수됩니다.
수호는 주저 없이 룬석을 부쉈다.
[‘스킬 : 그림자 추출’을 배웠습니다.]슈와아악!
그 순간 수호의 발밑에서 그림자가 솟구쳐 올라오더니, 수호의 전신을 한번 휘감고 사라졌다.
파앗!
눈앞에 스킬창이 펼쳐졌다.
[스킬 : 그림자 추출 Lv.1]그림자 권능.
필요 마나 없음.
생명이 다한 신체에서 마나를 뽑아내어 그림자 병사로 만듭니다.
대상이 가진 능력치, 대상의 사망 경과 시간에 비례하여 추출 실패 확률이 올라갑니다.
추출 가능한 그림자 수 : 0 / 3
“……그림자 병사를 만든다?”
그 내용을 확인한 수호의 시선이 자연히 베르에게로 향했다.
전신에 검은 증기가 이글이글 끓어오르는 그림자 마수.
[맞습니다.]베르의 입이 길게 찢어졌다.
[바로 저와 같은 병사를 만드는 스킬입니다. 그림자 추출이야말로 지금의 그림자 군주 성진우 님을 있게 해 준 권능의 정수이지요.]그 순간 수호는 깨달았다.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고블린 사체.
지난 4시간 동안 자신의 손에 죽임을 당한 사체들에게서 검은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림자 추출이 가능한 대상입니다.] [그림자 추출이 가능한 대상입니다.] [그림자 추출이 가능한 대상입니다.]그 검은 연기를 쳐다볼 때마다 같은 내용의 메시지들이 반복해서 떠올랐다.
‘그림자 병사라…… 일종의 네크로맨서 같은 건가?’
시체로 병사를 만들어 낸다는 개념은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네크로맨서와 비슷했다.
‘역시 별로인 것 같은데.’
예전에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다.
소환 스킬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자연에서 정령을 소환해 길들인다거나.
살아 있는 짐승을 길들여 부린다거나.
그중에서도 제일 별로였던 직업이 바로 네크로맨서였다.
‘제약이 많으니까.’
일단 시체가 있어야 한다는 부분이 가장 문제였다.
‘그 시체를 지금처럼 내가 먼저 사냥해야 하니까. 나보다 무조건 약한 놈만 조종할 수 있단 말이지.’
일단 정확히 알기 위해선 직접 써 봐야 할 것 같았다.
“그림자 추출.”
수호의 말에 다음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림자 추출 스킬의 명령어를 지정하십시오.]“스킬에 명령어를 따로 지정해야 하는 건가? 음…….”
수호는 잠시 고민했다.
그런데 옆에서 베르가 눈을 번뜩이며 몸을 배배 꼬는 것이 아닌가.
[크흠. 크흐흠.]“왜? 뭐 할 말 있어?”
수호가 쳐다보자 베르가 딴청을 피웠다.
[아, 흠흠. 아닙니다. 쿨럭! 쿨러나라! 쿨러나라쿨럭쿨럭!]“……?”
왜 갑자기 기침을 저렇게 하는 거지?
수호가 눈을 게슴츠레 떴다.
뭔 소린지 모르겠지만, 고민 없이 한 마디를 내뱉었다.
명령어라면 직관적인 게 좋겠지.
“일어나라.”
[끼헤에에엣!]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주먹을 불끈 쥐며 ‘역시 이거지!’라는 이상한 소리를 하는 베르.
그리고.
이변이 일어났다.
키히히히-!
갑자기 허공에서 고블린들의 웃음소리가 메아리치듯 울려 퍼졌다.
그와 함께 바닥에 떨어져 있던 고블린들의 사체에서 그림자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맙소사.’
수호의 눈이 휘둥그레 커지며 주변을 돌아봤다.
키힛! 케륵 케르륵-!
사방에서 비열한 악동 같은 웃음소리들이 끊이지 않으며 그림자에서 새까만 손들이 뻗어 나오고 있었다.
그 손들이 땅을 짚고 그림자 밖으로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악마들처럼.
[그림자 추출에 성공했습니다.]촤악! 촤아악!
[케륵!] [케르륵!]그렇게 3마리.
전신이 끓어오르는 검은 증기로 이루어진 검은 고블린들이 수호의 앞에 나타났다.
[그림자 고블린 Lv.1]일반 등급
3마리의 그림자 고블린들이 도열한 채 수호의 명령을 기다리는 그 모습은…….
“역시 별로 안 강해 보이는데?”
[…….]이쯤 되니 베르도 슬슬 눈치챌 수 있었다.
같은 그림자 권능이라도, 그림자 군주 성진우가 썼을 때와는 수준 차이가 너무 극심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성진우가 그림자 권능을 처음 얻었을 때는 50레벨이었고, 지금 수호는 고작 7레벨.
아무리 같은 스킬이라도 플레이어의 레벨이 낮으면 성능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 원래…… 이제 막 그림자를 추출한 병사들은 생전보다 조금 약한 편이긴 하나이다.]“크기도 좀 더 작아지고?”
[그, 그렇…….]“당연히 힘도 약해지고?”
[아주 살짝?]“속도도…….”
[…….]베르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그래.”
수호는 자신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는 그림자 고블린들을 둘러봤다.
그리고 바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아닛! 지금 분위기는 명령할 분위기 아니었나이까?!]화들짝 놀라는 베르.
그 순간 수호의 배 속에서 엄청난 소리가 흘러나왔다.
꼬르르르륵-!
“……나 이틀을 굶었다고.”
수호는 진지하게 말했다.
그 엄숙한 기세에 베르는 그만 압도되었다.
[그, 그렇지요.]헌터든 그림자 군주든,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었다.
[어차피 그림자 던전의 열쇠를 사용하면 언제든 이곳으로 들어오실 수 있나이다. 일단 조금 쉬시지요.]베르의 말에 수호는 들어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림자 던전의 열쇠를 꺼내 자신의 그림자에 쑤셔 넣었다.
[그림자 던전에서 퇴장하시겠습니까?] (Y/N)“퇴장하겠다.”
딸깍.
열쇠를 돌린 순간 그림자가 수호를 집어삼켰다.
슈와아악!
[그림자 던전에서 퇴장했습니다.]* * *
수호는 현실의 병원으로 돌아오자마자 침대 위로 쓰러졌다.
푹신.
‘하아. 진짜 고생했다.’
오랜만에 침대에 드러누워 깊은 한숨을 내쉬는 수호.
실제로는 고작 4시간이었는데도 꼬박 4일은 흐른 기분이었다.
레벨업과 동시에 모든 체력이 돌아오긴 했지만, 정신적으로는 완전히 진이 빠져 버린 것이다.
그때 병실 문이 열리며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들어왔다.
“실례합니다. 여기가 성수호 씨가 입원하신 병실 맞습니까?”
‘음?’
수호는 그들의 정체가 누군지 바로 눈치챘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자신을 찾아올 사람들은 하나뿐이었으니까.
“헌터 협회에서 나왔습니다.”
역시.
수호의 앞에 정장 입은 사람들이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성수호 씨, 먼저 감사하단 말씀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네? 제가 무슨 감사할 일을 했다고……?”
수호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수호 씨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구했습니다. 그분들을 대표해서 감사를 드립니다.”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니었는데요.”
“대단한 일 맞습니다.”
불쑥!
‘어우, 깜짝이야.’
가장 직급이 높아 보이는 아저씨가 부담스러운 얼굴을 수호에게 들이밀었다.
그러곤 입가에 푸근한 미소를 한껏 지어 보였다.
“성수호 씨, 정말 대견하십니다. 요즘 같은 각박한 세상에 목숨을 걸어 가며 사람들을 구하는 청년이라니! 커흐흑!”
“어, 아, 아니…… 저기요?”
어찌나 감격했는지 덩치 큰 아저씨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크흠.”
옆에 있던 직원이 익숙하다는 듯 그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팀장님, 그만 울고 이제 일하셔야죠.”
“아, 그렇지. 하하. 이거 요즘 나이가 드니까 눈물만 많아져서는. 성수호 씨, 저는 헌터 협회의 한재혁 팀장입니다. 저희가 온 목적은…….”
척.
한재혁 팀장은 가지고 온 두툼한 마력 측정기를 앞으로 내밀며 히죽 웃었다.
“수호 씨의 마력을 측정하기 위해섭니다.”
수호가 각성했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필드형 던전이 되어 버린 한국대 미술관에서 기절한 채 발견되었으니까.
심지어 그 주변에는 마수였던 것으로 확인되는 사체 조각들도 낭자해 있었다.
“기자들도 기사 쓰겠다고 계속 정보를 요구하고 있어서요.”
한재혁은 눈을 찡긋거리며 말을 보탰다.
“아, 예.”
순순히 마나 측정기 위로 손을 올리는 수호.
그러자 그 중심에 박혀 있는 마정석이 은은한 빛을 뿜어냈다.
잠시 기다리자 측정 결과가 나왔다.
“흐음. 호오, 이거…….”
결과를 확인한 한재혁 팀장은 뜻밖이라는 듯 턱을 쓸었다.
하지만 수호는 그 결과가 전혀 궁금하지도 않은지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당연했다. 자신의 마력에 대해서는 이미 눈앞의 상태창이 말해 주고 있었으니까.
“마력 수치 46. E급 각성자가 되셨군요.”
이 결과에 옆에 있던 직원들은 내색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실망하고 있었다.
막 각성하자마자 이번처럼 활약한 헌터라면 당연히 상당히 높은 등급일 것이라 기대했던 것이다.
그런데 고작 E급이라니?
하지만 한재혁 팀장은 달랐다.
‘헌터의 가치는 등급이 아니지. 오히려 E급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목숨 걸고 구했다면 그게 더 대단한 일.’
한재혁 팀장은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수호의 어깨를 두툼한 손으로 토닥여 주었다.
“성수호 씨, 그럼 앞으로 좋은 활약 기대하겠습니다.”
“아, 예.”
드르륵.
그렇게 볼일을 마친 협회 직원들은 가볍게 인사하고 병실을 떠났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수호의 그림자 속에서 베르가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자! 그럼 이제 제가 설명을 드리겠나이다. 앞으로의 일에 대해…….]드르륵!
“수호야!”
그때 다시 병실문이 열렸다.
베르는 시무룩 그림자 속으로 다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