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80)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79화(80/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79화
현무 길드 제2관리과.
“흐으음. 어디서 봤더라? 분명 어디서 봤는데 내가…….”
현무 길드의 이영호 과장은 이번에 드론에 찍힌 대규모 참사 영상을 보며 아까부터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일시 정지된 영상 속에는 검은 날개를 펼친 채 벌집을 향해 솟구치는 세 명의 헌터가 포착되어 있었다.
그중 두 명은 그 유명한 임태규와 백미호였으니 몰라볼 수가 없었고, 문제는 나머지 한 명이었다.
이 세 번째 헌터의 정체에 대해선 아직까지 알려진 바가 없었다.
“아무래도 백호 길드와 사신 길드 쪽에서 정보를 통제하고 있는 것 같단 말이지.”
“네. 기자들의 요청에도 철저히 묵묵부답으로 대응하고 있다더라고요.”
“그 말은 결국…….”
“그렇죠.”
순간 이영호 과장과 부하 직원이 서로를 확신에 찬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걔네도 아직 이 헌터를 영입하지 못했다는 말인 거지.”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이미 자기네 사람이었으면 굳이 숨길 이유가 없으니까요. 오히려 널리 알려서 길드 홍보에 써먹겠죠.”
“당연하지. 날개 버프는 희귀하니까.”
알려진 바로는 임태규와 백미호에겐 날개가 생기는 스킬 같은 건 없었다.
그렇다면 결론은 결국 이 세 번째 헌터가 버프를 걸어 줬다는 말인데, 다른 사람들에게 비행 능력을 부여해 줄 수 있는 헌터는 등급을 떠나서 전략적 가치가 엄청났다.
아니, 오히려 등급이 낮으면 낮을수록 좋았다.
몸값이 떨어질수록 가성비가 그만큼 좋아질 테니까.
“이런 쓸 만한 놈은 다른 길드가 채 가기 전에 어떻게든 우리가 먼저 영입해야 해. 특히 백호 길드에겐 절대 뺏길 수 없어.”
백호 길드는 야수화 스킬이 있는 헌터만 영입하는 것으로 유명했지만, 힐러나 버프 헌터들은 또 예외였다.
특히 이 헌터는 날개 능력이니까, 야수화 스킬의 응용일 가능성도 높았다.
여러모로 백호 길드가 탐낼 수밖에 없는 상황.
“일단 너는 먼저 계약서부터 만들어 놔. 그동안 내가 어떻게든 정체를 파헤쳐 볼 테니까.”
“몸값 책정은요?”
“선수끼리 왜 이래? 계약금 항목은 일단 비워 둬. 각성한 지 얼마 안 된 애송이면 최대한 후려쳐 봐야지.”
“흐흐. 알겠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정체를 알아내시게요?”
“내 머리로.”
이영호 과장은 초능력이라도 쓰듯이 두 손가락으로 자신의 이마를 꾹꾹 누르며 눈을 번뜩였다.
“그거 알아? 대격변 전에 나는 미용사였어. 그리고 나를 한 번이라도 거쳐 간 손님들의 얼굴과 이름을 전부 기억하고 있었지.”
“……또 시작이시네.”
매번 똑같은 레퍼토리에 부하 직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영호는 자신의 눈썰미를 믿었다.
“분명 봤어. 분명 내 기억 속에 있는 얼굴이란 말이지. 내가 뭘 놓친 걸까…….”
그의 머릿속에서 수많은 헌터의 얼굴이 파노라마처럼 촤라락 펼쳐지기 시작했다.
‘직접 만난 놈은 아니다. 그랬다면 진즉 기억났을 거야. 그럼 헌터넷이나 뉴스에서 봤던 얼굴인가? ……아!’
결국 그는 해내고 말았다.
“새, 생각났다!”
갑자기 핏발 선 눈으로 벼락처럼 자리에서 튕겨 일어나는 이영호 과장이었다.
“그때 그놈이잖아! 감히 우리를 깠던 그 E급 소환술사!”
“예? E급 헌터라고요?”
이영호 과장의 말에 옆에서 계약서를 프린트하고 있던 부하 직원이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그래, 인마! 으하하! 역시 이게 나지! 고작 한 달도 안 된 일인데 내가 까먹을 리가 있나!”
자신만만한 이영호 과장의 말에 직원은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과장님, 확실하세요? 진짜 E급이면, 스킬이야 그렇다치고 어떻게 3명이나 되는 인원을 날게 합니까? 날다가 금방 마나 동나서 뚝 떨어질 텐데?”
“그건 지금부터 네가 알아봐야지.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이놈 신상 탈탈 털어 와! 다른 길드들도 지금 눈에 불을 켜고 있을 테니까 최대한 빨리!”
“오늘도 야근이군요.”
* * *
한편 백호 길드도 한창 수호 때문에 애를 먹고 있었다.
“부사장님, 다른 길드들에서 자꾸 ‘그 헌터’에 대한 정체를 요구해 오는데 어쩌죠?”
“무조건 모른다고 잡아떼세요.”
“그게 좀…… 애매합니다. 이미 얼굴이 대대적으로 알려진 터라……. 저희가 이번에 소집했던 서울권 C급 헌터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면서 그 얼굴을 본 적 있는지 확인하고 있나 봐요.”
“……어떻게든 버텨 보세요. 우리가 먼저 그를 영입할 때까지만.”
아까부터 백미호는 초조한 표정으로 핸드폰만 붙들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수호에게 전화를 해 봐도 도저히 받지를 않았다.
-혹시 자는 중입니까? 이 문자 보는 대로…….
이미 문자도 보내 봤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답장이 절대 안 왔다.
“설마 이상한 번호를 알려 준 건 아니겠지?”
아니, 그랬다면 다른 사람이라도 받았을 것이다.
“아니면 설마…… 나를 차단한 건?”
아니, 그럴 리가!
그건 더더욱 말이 안 됐다.
“그래. 굳이 나를 차단할 이유는 없잖아? 나름 동료로서 같이 싸우기도 했고…… 심지어 내가 업어 주기까지 했는데? 아, 잠깐! 설마 임태규 사장이 벌써 데려간 건 아니겠지?”
임태규를 떠올리자 백미호의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같이 싸운 동료라면 임태규도 마찬가지였다.
가뜩이나 사신 길드는 이번 일로 처참히 나락을 가 버렸고, 재정적으로는 완전히 쫄딱 망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태 수습과 사상자들에게 지급할 보상금만 해도 천문학적인 금액이 나갔을 테니까.
‘하지만 진짜 망하진 않겠지. 임태규 사장 본인이 S급 헌터니까.’
헌터의 진정한 힘은 돈이 아니라 무력에서 비롯된다.
사신 길드의 모든 헌터들이 떠난다 해도, S급 헌터인 임태규가 있는 한 얼마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길드를 재건하든, 아예 새로운 길드를 차리든.
이런 상황에서 임태규는 성수호라는 뛰어난 인재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었다.
“……부사장님?”
아까부터 계속 불안한 표정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백미호의 모습이 백호 길드의 인사과장은 낯설기만 했다.
“이 성수호라는 헌터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습니까? 날개 버프가 희귀하긴 해도 고작 C급 헌터라면서요?”
“고작 C급이 아닙니다.”
백미호는 단호히 말했다.
“헌터 등급이고 날개 버프고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성수호 헌터는…….”
지금 다른 길드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들이 수호에 대해 관심을 쏟는 이유는 고작 날개 버프 때문일 것이다.
혹은 이번 참사를 마무리 지은 세 명 중 유일하게 영입이 가능한 헌터이기 때문일 것이다.
임태규나 자신을 영입할 순 없으니, 나머지 한 명을 데려가서 길드의 홍보 효과로 톡톡히 써먹겠다는 목적.
하지만 백미호는 달랐다.
수호의 전투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본 것이다.
그 피를 끓게 하는 치열한 전투의 현장에서.
“그는…… 누구에게도 뺏길 수 없습니다.”
* * *
[부재중 전화 13통]“뭐가 이렇게 많이 왔어?”
힘겨운 일일 퀘스트를 끝내고 가까스로 그림자 던전에서 빠져나온 수호는 뒤늦게 핸드폰을 확인하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절반은 이번에 명함을 받았던 백미호와 임태규의 번호였고, 나머지 절반은 모르는 번호였다.
[케헤헷! 참으로 멋지십니다! 소군주님의 인기가 경천동지할 지경이나이다!]“진정해. 그 정돈 아니야.”
팔불출 베르가 빙글빙글 돌며 기쁨의 광소를 터뜨리는 사이, 퀘이는 능숙하게 컴퓨터를 켜서 인터넷 뉴스를 수호에게 보여 주었다.
[주인님, 이것 좀 보시겠습니까? 아무래도 이번에 주인님의 얼굴이 여러 매체에 퍼진 것 같습니다.]“흠. 그러네.”
이번에 이민성이 벌인 참사 때문에 인터넷이 한창 뜨겁게 불타고 있었다.
물론 지금까지 수호에 대한 뉴스가 나온 적은 많았지만, 그 대부분은 수호가 까마귀 가면을 쓰고 있었던 덕분에 야수왕 크로우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상황이 많이 달랐다.
하필이면 바로 옆에 그 유명한 백미호와 임태규가 있었던 바람에 덩달아 수호의 얼굴도 대대적으로 알려져 버린 것이다.
옆에서 수호의 반응을 살피던 퀘이가 눈치 빠르게 엎드려 빌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이번에 제가 벌인 일을 처리하시느라 곤란을 겪게 되신 것 같습니다!] [키에에엑! 죄인은 고개를 들라! 그리고 죽어라!]뎅겅.
베르가 이때다 싶어서 퀘이의 목을 베었지만, 금방 도로 붙으며 수호의 마나가 빠져나갔다.
퀘이는 베르를 신경도 쓰지 않고 수호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송구하지만…… 혹시 정체를 숨기시는 중이셨습니까?]“아니, 딱히 그런 건 아닌데?”
[크흠. 지금 소군주님께선 조용히 힘을 기르는 중이시다. 혹시라도 지구에 외우주의 사도들이 암약하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지.]옆에서 베르가 의미심장하게 눈을 번뜩이며 입을 열었다.
[지금 이 순간도 저 멀리 우주에선 우리의 왕께서 외신들과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계시지. 지구에 게이트가 열린 것도 그놈들이 우리의 후방을 노리기 위해 벌인 짓이고.]베르는 신참인 퀘이에게 세계의 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진실에 대해 일장 연설을 했다.
퀘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한 얼굴로 선배의 인수인계를 받았다.
이미 한 번 여왕벌에 의해 마개조가 되면서 본능적으로 군주들에 대한 진실을 어느 정도 깨달은 상태였기에 이해가 빨랐다.
[……그렇군. 그럼 지금 이 근처를 돌아다니는 날벌레들도 혹시 외우주의 사도들인가?] [아니, 그건 진짜 날벌레다.] [그런가.]사실 그림자 던전에서 나온 순간부터 베르와 퀘이의 감각을 거슬리게 하는 존재들이 있었다.
오늘따라 수호의 집 근처에서 낯선 인기척들이 느껴지고 있었던 것이다.
[소군주님, 집 밖에 웬 날벌레들이 얼씬대고 있나이다.]“흠.”
수호는 창문을 슬쩍 열고 바깥의 동향을 살폈다.
골목 곳곳에서 마력이 느껴지는 사람들이 이쪽을 감시하고 있었다.
수호의 눈에 서늘한 빛이 스쳤다.
“헌터들이군.”
[서로를 은근히 경계하는 것을 보니 각자 다른 곳에서 찾아온 놈들 같나이다.] [마스터, 저 중에 제가 아는 얼굴들이 몇 명 있습니다. 아무래도 저놈들은 마스터를 영입하기 위해 찾아온 길드들의 스카우터 같습니다.]“이렇게 빨리 내 신상 정보를 알아냈다고?”
수호는 조금 놀랐다.
사건이 해결된 지 고작 하루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거주지까지 알아내서 찾아올 줄이야.
[그게 저들이 하는 일이니까요. 얼굴이 알려진 이상, 아마 밤새도록 헌터넷이나 협회 정보를 샅샅이 뒤졌을 겁니다.]후웅.
때마침 창밖에서 웬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리 기다려도 수호가 집 밖으로 나오질 않자, 누군가 카메라가 달린 드론을 띄워 올린 것이다.
그러자 다른 쪽에서도 질 수 없다는 듯 앞다투어 드론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수호가 집 안에 있는지 창문 너머로 확인하려는 것 같았다.
“참나. 드론까지?”
수호가 눈살을 찌푸렸다.
“헌터들은 사생활 보호가 아예 안 되나?”
[대격변 후부터 전 세계가 비상사태라는 명분으로 자잘한 법들은 다소 무시하는 편이긴 합니다.] [끼에엑! 소인이 당장 처리하고 오겠나이다!]“하지 마.”
다짜고짜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베르의 더듬이를 수호가 쭈욱 잡아당겼다.
베르가 손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로 볼멘소리를 내었다.
[너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간, 혹시 모를 외신의 사도들에게 소군주님의 존재가 노출될 우려가 있나이다.]“진짜 외신의 사도가 존재한다면 이미 다 노출된 것 같은데. 게다가 어차피 내가 그림자 군주의 아들이라는 것만 알려지지 않으면 되는 거 아냐?”
[물론 그렇긴 합니다만…….]물론 수호도 저들을 그냥 내버려 둘 생각은 없었다.
‘지배자의 권능.’
수호가 손을 뻗자, 보이지 않는 손이 이쪽으로 날아오던 드론들을 전부 허공에서 우그러뜨렸다.
와그작!
퍼퍼펑!
“뭐, 뭐야!”
“갑자기 무슨……!”
자신들의 드론들이 연달아 폭발하자, 골목에 숨어 있던 스카우터들의 입에서 당혹성이 터져 나왔다.
[저 날벌레들은 이걸로 순순히 물러날 놈들이 아닙니다. 한번 본때를 보여 주시는 게.]그때였다.
우우웅-
수호의 핸드폰에 진동이 울렸다.
“또 누가…… 음?”
짜증 섞인 표정으로 핸드폰을 확인한 수호의 눈이 커졌다.
[고모부]“고모부?”
수호의 고모부.
그러니까 아버지의 하나뿐인 여동생의 남편 ‘유진호’에게서 전화가 걸려 온 것이다.
유진호는 수호의 부모님이 실종된 후로 계속 수호를 돌봐 주고 있는 고마운 어른이었다.
“……뉴스를 보셨나 보네.”
수호의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떠올랐다.
또 얼마나 호들갑을 떠실지 벌써부터 걱정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