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85)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84화(85/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84화
수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2명이 더 필요하겠군요.”
“그래. 아마 찾기가 좀 까다로울 거다. 형님도 그랬었거든. 실제 헌터 활동은 하지 않으면서 머릿수만 채워 줄 헌터를 찾아야 할 테니까.”
유진호는 이 대화가 무척이나 그리운 눈치였다.
‘이 녀석도 어차피 형님처럼 그림자 병사들만 데리고 혼자 던전을 돌 생각이겠지.’
“마음 같아선 이 고모부가 들어가 주고 싶다만, 내가 꼈다간 기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거다.”
일단은 유진호 본인도 D급으로 각성한 헌터긴 했다.
물론 각성하고 나서 던전에 한번 들어가 보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가 임직원들에게 수차례 잔소리를 듣고 좌절당하긴 했찌만.
어쩌면 그 억눌린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신작 게임에 헌터들을 등장시키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문득 수호의 머릿속에 적당한 인물이 떠올랐다.
“일단 한 명은 있습니다.”
“누구지?”
“에실이라는 악마입니다.”
“악마 같은 녀석이라고?”
“아뇨. 진짜 악마.”
“……그거 믿을 수 있는 악마냐?”
수호의 대답에 잠시 주춤하는 유진호.
그 말에 대답한 이는 베르였다.
[그건 내가 보증하지. 에실은 주군께서 달고 다니시던 졸개 2호였다. 바로 네놈처럼.]“그럴 리 없다.”
유진호는 더없이 진중한 눈빛으로 반박했다.
“형님께 나 같은 동생이 또 있을 리 없어.”
[……그런 걸로 경쟁하지 마라.]아무튼 에실은 송곳니 군주의 후예 그레이와는 다르게 시스템에 묶여 있지 않은 자유로운 존재였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그림자 군주를 두려워하는 존재이기도 했다.
성진우가 에실의 가문을 제외한 모든 악마들을 철저히 멸절시키는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목격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에실 본인이 여태껏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도 일찌감치 악마계를 배신하고 성진우의 편에 섰기 때문 아니던가.
“아무튼 인간이 아니라면, 헌터 등록을 하기 전에 먼저 신분증부터 만들어야겠군. 필요한 작업은 내가 해 놓으마.”
유진호는 메모장에 ‘외국인 노동자’라는 메모를 적고 동그라미를 쳤다.
그리고 다시 수호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럼 나머지 한 명은?”
때마침 수호의 핸드폰이 울렸다.
우우웅.
뉴스에 얼굴 한 번 비쳤다고 왜들 이렇게 연락을 많이 하는지 아까부터 난리다.
그런데 문득 발신자의 이름을 확인한 수호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나머지 한 명도 찾은 것 같습니다.”
[임 조교님]한국대 회화과 조교 임도균.
그는 본업인 학교 조교일을 하면서, 주말에는 부업으로 채굴꾼 용역을 병행하는 프리랜서 E급 헌터였다.
-여, 여보세요? 수호야! 너 괜찮냐? 살아 있는 거 맞지?!
수호가 통화 버튼을 누르자마자 핸드폰 너머로 따발총 같은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지금 뉴스 봤는데, 아니 이게 대체 뭔 일이냐? 너는 또 어쩌다 그런 위험한 데까지 따라갔어? 내가 누누이 말했지? 헌터는 모름지기 가늘고 길게 살아야……!
임 조교에게서 자신을 걱정하는 잔소리가 끝도 없이 이어지자, 수호는 피식 웃고 말았다.
‘정작 위험할 땐 제일 먼저 도망치는 사람이, 일 끝나고 나면 꼭 걱정은 제일 많이 해 준단 말이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임 조교는 그저 지독한 겁쟁이일 뿐이었다.
자신의 죽음에도, 타인의 죽음에도.
오히려 이런 성격이기 때문에 E급 헌터면서도 아직까지 몸 성하게 헌터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얼마나 도망치는 데 진심이면 E급 헌터인데도 수준급의 달리기 스킬까지 가지고 있겠는가.
‘그러니까 더 좋지.’
지금 수호에겐 동료가 필요한 게 아니라 발 빠른 짐꾼이 필요했다.
그러다 막상 전투가 시작되면, 괜히 앞에서 걸리적거리지 않게 최대한 빨리 뒤로 빠지는 능력 또한.
-아무튼 그래서 말인데.
한바탕 잔소리를 퍼붓던 임 조교가 본론을 꺼냈다.
-너 이번 일로 몸값이 많이 올랐을 거야. 길드들한테 계약 제의도 많이 올걸?
“네. 안 그래도 오늘 아침부터 난리더라고요.”
-뭐? 벌써? 너 절대 무턱대고 아무데나 계약하면 안 된다?
잔소리가 끝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너 길드 한번 잘못 들어갔다가 두고두고 애먹는 헌터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지? 너 무조건 연락 온 길드들 이름이랑 계약 조건 쫙 뽑아서 형한테 먼저 검사받고 계약해! 알았어?
“…….”
잔소리를 듣고 있는데 수호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하여튼 누가 학교 선배 아니랄까 봐, 쏟아지는 잔소리 속에 자신에 대한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그리고 혹시 이상한 놈들만 꼬였으면 전부 거절해 버려! 내가 더 좋은 길드 알아봐 줄 테니까. 나도 요즘 길드 들어가려고 엄청 명함 받아 놨거든.
“어? 조교님도 길드 들어가게요?”
-응. 이번 사건도 그렇고, 이래저래 프리랜서는 도저히 위험해서 안 되겠더라고. 게다가 요즘 추세가 슬슬 길드들에서 나 같은 E급 헌터들도 정규직으로 뽑으려고 하더라.
“…….”
임 조교의 말을 들으며 수호는 문득 묘한 기분이 들었다.
우연치곤 참으로 공교롭지 않은가.
저 추세는 분명 최근에 자신이 겪은 사건들 때문에 생겨난 경향일 것이다.
요즘 들어 자꾸 헌터들이 턱턱 죽어 나가니까, 길드들 입장에선 갑작스런 인력의 공백이 생겼고, 그러다 아예 본격적으로 하급 헌터들까지 직접 관리하려는 분위기가 생긴 것일 터.
-아무튼 그래서 나도 요즘 길드를 알아보는 중인데, 제일 조건 좋은 길드 찾으면 너한테 알려 줄…….
“조교님, 그건 됐고요.”
수호는 그의 말을 중간에 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여기 더 좋은 길드 있으니까 지금 이쪽으로 오실래요?”
-……뭐? 어딘데 거기가?
* * *
“헉……!”
잠시 후 아진 소프트에 도착한 임 조교는 숨이 턱 막혀 버렸다.
“유, 유, 유진호 대표님?!”
“허허. 반갑네.”
마, 마, 마, 맙소사.
갑자기 이게 뭔 상황이란 말인가!
인자한 미소로 자신에게 악수를 건네는 유진호의 모습에 임 조교는 고장난 장난감처럼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평소에 게임 뉴스에서나 볼 수 있었던 아진 소프트의 대표가 지금 자신과 악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 안녕하십니까! 저, 저는……!”
“이미 수호한테 대충 얘기는 들었네. 우리 수호와 친한 사이라지?”
“헉.”
우리 수호, 라고 했다.
“나는 지금 아진 소프트의 대표가 아니라, 그냥 수호의 고모부로서 동석하고 있는 거니까 너무 긴장하지 말게나.”
“……!”
긴장하지 말래도 임 조교는 더더욱 얼어붙었다.
여기까지 오는 길에 이미 수호에게 대충 언질을 받아 두긴 했지만, 아무래도 직접 이렇게 유진호 대표가 본인 입으로 그 사실을 확인시켜 주자 충격이 배가된 것이다.
그런 임 조교에게 수호가 계약서를 건넸다.
“오시는 동안 계약서 만들어 놨어요.”
정확히는 수호가 아니라 유진호의 비서가 만든 계약서였다.
수호가 계약서를 펼치자, 유진호가 직접 계약서 내용을 설명해 주었다.
“오면서 들었겠지만, 자네가 계약하게 될 길드는 우리 아진 소프트와는 전혀 무관한 길드로, 철저히 내 개인 사비로만 후원하는 길드가 될 거라네. 참고로 자네 몸값은 E급 헌터들 중 업계 최고로 책정해 놨으니 걱정 말고.”
“흐억?! 감사합니다!”
그 말에 바로 90도로 허리를 굽히는 임 조교였다.
유진호는 손사래를 쳤다.
“감사는 나 말고 수호에게 하게나. 수호가 자네를 정말 좋게 생각하나 보더군.”
“크흑. 수호야……!”
그 말에 크게 감격한 표정으로 수호를 쳐다보는 임 조교.
유진호는 그를 향해 설명을 계속했다.
“그렇다고 너무 큰 기대는 말게. 나도 세금 문제 때문에 너무 큰돈을 펑펑 쓸 수 있는 처지는 아니야. 그냥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딱 길드 사무실로 쓸 작은 건물 하나만 무상으로 임대해 줄 생각이라네.”
“건물을 무상으로요?!”
그 말에 또 한 번 임 조교의 눈이 뒤집어졌다.
“허허. 옛날 같아서는 그냥 건물을 줘 버렸을 텐데. 하필 수호가 내 친족이라서 그랬다간 상속이니 뭐니 여러 가지로 곤란해지거든. 그래서 철저히 합법적인 선에서만 도와주려니까 이게 한계더군.”
더 도와주지 못해 아쉽다며 입맛을 다시는 유진호였다.
그런데 문득.
‘응? 잠깐. 수호가 친족이라서 건물을 못 준다고? 이건 무슨…….’
임 조교는 유진호의 말 중에 불현듯 이상한 부분을 감지하고, 불안한 시선으로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옆에서 덤덤한 얼굴로 커피를 마시고 있는 수호를 한 번 쳐다보고, 다시 시선을 돌려 앞에 있는 유진호 대표를 쳐다보며 물었다.
“저, 대표님. 혹시 이번에 만드실 길드의 길드장이 설마…….”
“아, 그건 아직 못 들은 건가? 그야 당연히…….”
[우리 소군주님이시지.]불쑥!
그때 갑자기 얼굴을 들이밀며 의미심장하게 웃는 베르의 모습에 임 조교는 돌처럼 굳어 버렸다.
‘아, 어쩐지 조건이 너무 좋다 싶더라니.’
연락받고 급하게 오느라, 정작 가장 중요한 부분을 지금에서야 들어 버린 임 조교였다.
각성한 지 고작 한 달도 안 된 수호가 길드장이라면 대체 길드원들은 누구란 말인가.
아무리 유진호 대표가 후원하는 길드라고 해도 이것만큼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았다.
“수호야, 계약 전에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뭔데요?”
“혹시 다른 길드원들은 얼마나…….”
“길드원이요? 많죠.”
“오! 많아?”
그 말에 순식간에 얼굴이 화색이 된 임 조교였다.
하지만 그 얼굴색이 잿빛으로 변하는 것도 한순간이었다.
“일어나라.”
“……?!”
슈와아아아악!
난데없이 바닥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솟구쳐 올라와 임 조교를 둘러쌌다.
[키햐아악!] [끼히이이아!]“…….”
검은 증기가 넘실거리는 블랙 미라들.
그 흉악한 그림자 마수들이 임 조교를 둘러싸고 반갑다며 괴성을 질러 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녀석들은 고작 하루짜리 알바생에 불과했고, 그 한가운데 유일한 정규직인 ‘퀘이’가 임 조교를 향해 흉악한 얼굴을 들이밀고 엄포를 놓았다.
[항상 명심해라. 마스터의 첫 번째 부하는 나다. 너는 두 번째고.]“…….”
아니, 그런 걸로 경쟁하지 마…….
어느새 임 조교는 앉은 채로 죽어 버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가 간신히 힘을 쥐어짜 수호에게 물어봤다.
“이런 것들 말고, 혹시 인간은 없니?”
“아, 인간은 우리 둘뿐이에요. 앞으로도 쭉.”
“……그래. 그렇구나. 그랬던 거구나.”
허탈한 표정으로 수호의 대답을 곱씹어 보는 임 조교였다.
하지만 이 상황이 다소 당황스럽긴 해도, 그는 이미 수호가 전투하는 모습을 직접 본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오히려 더 좋을 수도 있었다.
사무실 유지비도 안 드는데, 인건비까지 아낄 수 있다는 말이었으니까.
“그래, 뭐. 협회에서도 소환수의 숫자를 공격대 최소 인원으로 인정해 준다곤 하더라. 그런데 수호야, 길드를 창설하려면 인간이 최소 3명은 있어야 되는 거 알지?”
“네. 알죠.”
그 말에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대답하는 수호였다.
“그래서 인간처럼 생긴 녀석 한 명을 섭외해 놨어요.”
“인간처럼 생겨……?”
불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