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88)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87화(88/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87화
평택의 제3던전은 이미 기괴한 풍경의 정글로 변해 있었다.
침식이 완벽히 끝난 필드형 던전은 지구의 생태계와 완전히 별개의 세상이 되어 버린다.
하지만 이곳이 괜히 D급으로 규정된 것이 아니었다.
돌아다니는 마수들의 수준도 약하고, 숫자도 적었다.
하지만 대신 까다로운 건 이 정글 자체였다.
[곳곳에 함정이 가득합니다, 마스터.]“히익!”
수호의 그림자에서 퀘이가 모습을 드러내자, 임도균은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 속도가 상당히 빨랐지만, 그 와중에 멀리 떨어졌다간 함정에 걸릴까 봐 다시 빠른 속도로 돌아와 수호의 등 뒤로 숨었다.
“에실도 나와.”
수호가 그림자 던전의 문을 열어 주자, 밑에서 기다리고 있던 에실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엔 여기야?”
감각을 돋구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에실의 모습에 임도균은 새삼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수호의 그림자를 쳐다봤다.
“수호야. 아니, 길드장님. 나도 이 안에 들어갈 수 있나요?”
“들어갈 수야 있죠. 다만.”
[이 그림자 속은 죽음의 세계다. 생명이 있는 자가 함부로 발을 들였다간, 그대로 생기를 뺏겨 망자가 되어 구천을 떠돌 수도 있지.]“헉. 지, 진짜요?”
[물론 농담이다.]“…….”
짜게 식은 임도균의 표정을 보며 베르가 낄낄거렸다.
[하지만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평범한 인간에게는 건강에 그리 좋진 않을 것이야. 여러모로.]“아.”
그 순간 무언가를 깨달은 임도균은 몸을 오소소 떨었다.
‘에실도 사람처럼 보이긴 하지만, 결국 소환수고…….’
임도균은 에실을 수호가 소환하는 악마 소환수로만 알고 있었다.
그러면 결국…….
여기서 평범한 사람은 자신 혼자뿐 아닌가.
물론 수호도 인간이긴 했지만, 이 이상한 녀석들을 그림자에서 쑥쑥 꺼내는 것부터가 이미 평범하진 않았다.
“크흠. 나는 그럼 하던 대로 잘 도망 다니고 있을게…….”
임도균의 포지션은 채굴꾼 겸 수거꾼.
하지만 정작 그런 일이 필요할 때는 수호가 그림자 미라들을 불러내서 일을 시켰기에, 임도균이 사실상 하는 일은 그동안의 던전 경력으로 아는 정보들을 수호에게 알려 주는 가이드 역할이었다.
“길드장님! 이런 던전에서는 길을 잃지만 않으면 크게 어려울 것 없습니다. 보통 이런 곳에선 바닥에 돌멩이를 틈틈이 떨어뜨려 놓는 방식으로 길을 표시하는…….”
“그건 저번에도 말했잖아요, 형.”
“…….”
슬슬 밑천도 떨어져 가는 추세였다.
‘길드 설립되면 사무직으로 돌려 달라 해야겠다.’
본격적으로 마수 사냥이 시작되자, 임도균의 할 일은 더더욱 없어졌다.
그냥 험악한 그림자 병사들의 전투에 방해되지 않게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것뿐.
그런데 그때였다.
뭔가를 발견한 임도균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수호야, 여기 좀 봐 봐.”
“뭔데요 형?”
“……사람 시체다.”
던전 바닥에 사람 시체들이 발견되는 건 흔한 일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형태였다.
“미스트 번으로 변해서 죽은 시체야.”
새까맣게 타 버린 시체들.
미스트 번은 주로 마력 적응력이 낮은 민간인들이 마력에 오래 노출되면 변하는 현상이었다.
그리고 폭주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연료가 다 타 버리면 이렇게 쓰러져 죽는 것이다.
“그런데 이거…….”
“확실히 이상하군요.”
수호도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잿더미로 변한 시체들이 한곳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마치 누군가 이 시체들을 이곳에 가져와 한꺼번에 버린 것처럼.
순간 수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하나였다.
“설마 이거…….”
“그러게. 맞는 것 같은데.”
수호의 말에 대꾸한 건 다름 아닌 에실이었다.
“아무래도 악마들이 여기에 둥지를 틀었나 본데.”
팩토리.
이 버려진 시체들은 악마들이 별가루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들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자 에실의 눈빛이 고요하게 타올랐다.
악마들에 의해 철저히 몰락해 버린 라디르 가문의 장녀 에실.
그녀의 전신에서 새어 나오는 농밀한 살기에 임도균은 빠르게 뒤로 도망쳤다.
* * *
이영호 과장은 이를 갈았다.
“감히 현무를 무시해?”
어처구니가 없었다.
“설마 눈치가 더럽게 없는 놈인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협박했는데도 그냥 냉큼 안으로 들어가 버릴 줄은 설마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목숨이 아깝지도 않나?’
이영호 과장은 잠시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굴려 봤다.
어쨌거나 성수호는 유진호 대표의 친척이었다.
여기서 성수호가 ‘실종’이라도 되면, 유진호 대표는 순식간에 자신들이 한 짓이라는 것 눈치챌 것이었다.
‘그랬을 때 우리에게 해가 될 일이 있나?’
없지.
이미 현무 길드와 아진 소프트와의 비즈니스는 저번 일로 완전히 끝나 버렸다.
게다가 아진 소프트가 아무리 유명한 회사라고 해 봤자, 거긴 그냥 게임이나 만드는 곳 아니던가.
헌터 게임 관련 비즈니스만 아니라면, 애초에 헌터 길드 입장에서 그 회사와 척을 져 봤자 손해를 볼 일이 전혀 없는 것이다.
‘오히려 밤길을 조심해야 하는 건 그쪽이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헌터들은 괴력을 지닌 무력 단체였다.
특히 요즘 같은 시국에는 헌터들과 척을 지면 목숨이 위험하다.
언제 어디서 게이트가 열리고 마수들이 쳐들어올지 모르고, 돈만 많은 재벌들의 자산이 한순간에 초토화되는 일도 허다했다.
그래서 요즘 점점 대기업들마다 헌터 길드를 세우고 싶어서 애를 쓰는 것 아니겠는가.
‘이번에 유진호 대표도 성수호를 앞세워서 길드를 세우려고 했고 말이지.’
계산이 끝났다.
이영호 과장의 눈에 살기가 감돌았다.
‘성수호. 오늘이 네 제삿날이다.’
그의 시선이 평택 던전을 담당하는 공무원에게로 향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안 되겠습니다.”
“예, 예? 무슨 말씀이신지…….”
당황하는 공무원을 향해 이영호 과장이 진심으로 걱정스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먼저 들어간 후배들이 너무 걱정이 되는군요. 그렇잖습니까. 괜히 젊은 치기에 고작 두 명이서 던전에 들어가는 게 말이나 됩니까?”
“그건 그렇긴 한데…….”
이영호 과장의 말에 공무원도 먼저 들어간 헌터들이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애초에 여기가 필드형 던전이라서 헌터 두 명이라도 입장이 가능한 것이었지, 일반적인 게이트였으면 최소 10명 이상만 입장이 가능했다.
그리고 또 하나.
“어차피 필드형 던전은 여러 공격대가 동시에 공략해도 되는 거 아닙니까. 그 후배들이 걱정되니까 우리도 바로 따라 들어가겠습니다. 이건 규정상 가능하죠?”
이 던전을 가장 먼저 입찰한 수호의 공격대가 먼저 들어갔으니, 후발대가 들어가는 건 크게 문제는 안 됐다.
“저기, 그래도 바로 따라 들어가시는 건 규정상…….”
“어허! 이 융통성 없는 사람을 봤나! 고작 둘이서 들어갔는데 걱정도 안 됩니까? 이러는 사이에도 그 친구들 벌써 마수 밥이 됐으면 댁이 책임질 겁니까?! 심지어 방금 나랑 대화하던 그 청년이 누군지나 알아요?”
“예? 누, 누군데요?”
“아진 소프트 유진호 대표님의 아주 가까운 친척이란 말입니다! 바로 구하러 들어가지 않으면 그 철딱서니 없는 도련님은 벌써 죽었을지도 모른다고요!”
“헉.”
이영호 과장의 말에 공무원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자신은 말단 공무원에 불과했다.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책임을 져야 하는……!
“지, 지금 바로 입장 허가증을 써 드리겠습니다!”
서둘러 파일철을 넘기는 공무원의 행동에 이영호 과장은 히죽 미소를 지었다.
“가자, 애들아.”
감히 우리 비즈니스를 망친 대가는 직접 받아 내야지.
그의 미소가 더없이 잔혹했다.
* * *
“이쪽이야.”
앞장서서 악마의 기척을 탐색하며 걷고 있는 에실.
수호는 마수들을 사냥하며 그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애초에 이곳은 D급 던전이라 마수들 수준도 낮았다.
그러다 보니 돈도 안 돼서 헌터들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났고, 그래서 민간인들의 접근도 통제되는 지역.
‘팩토리를 몰래 만들기 딱 좋은 지역이긴 하군.’
사실 그동안 수호가 경력을 쌓기 위해 돌았던 던전들이 다 이런 식이긴 했다.
하지만 악마들의 흔적이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수호는 ‘볼칸의 뿔’을 든 손에 힘을 쥐었다.
[아이템 : 볼칸의 뿔]입수 난이도 : ??
종류 : 검
공격력 +40
탐욕스런 악마 볼칸의 뿔로 만든 검입니다.
볼칸의 권능이 깃들어 더 많은 피해를 입힙니다.
-효과 ‘파괴 욕구’ : 물리 데미지를 [40%] 증가시킵니다.
-효과 ‘악마 포식자’ : 악마의 영혼을 포식할수록 볼칸의 권능이 점점 강해집니다.
[포식한 악마의 영혼 : 10]볼칸의 뿔은 악마의 영혼을 흡수할수록 점점 공격력이 증폭된다.
‘이번 팩토리에서는 부디 악마들이 많았으면 좋겠는데.’
수호는 슬며시 입맛을 다시며 주변을 탐색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쐐애애액-!
갑자기 뒤에서 엄청난 속도로 날아온 화살이 수호의 등을 노렸다.
기척을 감지한 수호가 뒤를 돌아보려는 찰나.
[누가 감히……!]콰직!
퀘이가 먼저 나타나 화살을 잡아 부러뜨렸다.
그리고 화살이 날아온 쪽으로 눈을 부라렸다.
[마스터의 뒤를 노리느냐!]“뭐야, 소환수인가?”
저 멀리 나무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들은 다름 아닌 현무 길드였다.
“소환술사라더니, 제법 그럴싸한 놈을 소환하는 놈이었잖아? 우리 쪽으로 왔으면 꽤 이쁨 좀 받았겠어.”
그들의 맨 뒤에서 느긋하게 팔짱을 끼고 수호를 평가질하는 이영호 과장.
수호의 입매가 올라가며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기어코 선을 넘는군.”
“선? 어린놈의 새끼가 그걸 말이라고. 선은 네가 먼저 넘었지.”
던전에 들어온 순간부터 이영호 과장은 사회적인 가식을 다 걷어 낸 뒤였다.
그는 더없이 잔혹한 미소를 지으며 수호를 노려봤다.
“애송아, 그거 아냐? 이 안에선 힘센 놈이 법이야. 약육강식이라고, 알아?”
“약육강식이라…….”
익숙한 말이네.
[짐승들의 군주, 송곳니 군주가 뭘 좀 아는 놈이라며 이를 드러냅니다.]그때였다.
띠링.
[긴급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이영호 과장의 저 살기가 진심이라는 증거가 수호의 앞에 도착한 것이다.
[긴급 퀘스트 : 적들을 처치하라!]‘플레이어’에게 살의를 가진 이들이 주위에 있습니다. 이들을 모두 처치하여 안전을 확보하십시오.
처치해야 할 적의 숫자 : 10명
처치한 적의 숫자 : 0명
“너희들의 진심, 확인했다.”
수호가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그의 눈빛이 돌변했다.
오싹.
그 눈빛에 이영호 과장은 문득 자신이 긴장했다는 사실을 깨닫곤 자존심이 상했다.
‘고작 C급 유망주를 상대로 내가 뭔…….’
요즘 던전 사냥을 등한시하고 영업만 뛴 탓이라며 애써 불길한 기분을 떨쳐 내는 그였다.
“눈깔 봐라. 하여튼 요즘 것들은…….”
그가 본격적으로 길드원들에게 수호를 공격하라고 명령하려던 순간이었다.
크워어어!
“……!”
갑자기 사방에서 엄청난 살기가 쏟아지며 수많은 괴성이 터져 나왔다.
“뭐, 뭐야, 이건?!”
당황하며 주위를 경계하는 현무 길드의 헌터들.
그리고 때마침 정글에서 쏟아져 나온 악마들의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수호는 다른 의미로 눈이 커졌다.
‘찾았다! 악마들이다!’
역시 이 근처에 팩토리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이영호 과장은 갑자기 덮쳐 오는 악마들과 맞서 싸우며 수호를 향해 이를 갈았다.
“너 이 새끼 설마! 이놈들도 네가 소환한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