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93)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92화(93/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92화
얼마 후, 수호의 앞에 크고 웅장한 건축물이 나타났다.
악마인지 해골인지 기괴한 형태의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콜로세움이었다.
“들어가라.”
감독관은 수호를 콜로세움의 간수들에게 떠넘기고 바로 노역장으로 돌아가 버렸다.
철컹!
단단한 철문이 닫히고, 수호는 고개를 들어 새로 만난 악마들을 쳐다봤다.
[악마 간수]‘악마 간수라…….’
수호는 새로 만난 악마를 보자마자 전투력부터 가늠했다.
이름표의 색이 주황색인 것을 보니, 제법 강한 놈들이었지만 막상 싸운다면 승산이 없는 놈들은 아니었다.
그런데 수호를 넘겨받은 악마 간수들도 수호를 가늠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놈들이 수호를 위아래로 훑어 내리며 서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쓸만한 놈이 들어왔군.”
“몸집이 작은 게 좀 아쉽긴 한데.”
“오히려 그래서 더 좋은 거야. 요즘엔 검투사들도 컨셉이 필요한 거 몰라?”
“하긴, 뿔도 특이하게 하나뿐이고, 특색 있어서 좋긴 하네.”
“이놈은 앞으로 외뿔이라고 부르자.”
수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즉석에서 별명이 생겨 버렸다.
[크흡. 외뿔이…….]에실이 웃음을 참는 소리가 들려왔다.
[축하해. 이름이 생겼네. 원래 악마들 중엔 이름 있는 놈들이 드물어.]철컹!
“얌전히 처박혀 있어라.”
“말썽 피웠다간 경기고 뭐고 바로 죽여 버릴 테니까.”
악마 간수들은 수호를 거무튀튀한 철창으로 둘러싸인 독방에 처넣었다.
놈들이 멀어진 순간 베르의 얼굴이 불쑥 튀어나오며 살벌한 눈빛으로 이를 갈았다.
[키에엑! 저 시건방진 놈들이 감히! 소군주님, 명만 내리시면 저놈들을 바로 오체분시하여……!] [나대지 마라, 멍청한 개미.] [뭣이! 미천한 꿀벌 주제에 감히 누구더러 멍청하다는 거냐!] [분위기 파악 좀 하라는 거다. 마스터께는 다 계획이 있으실 거다. 그리고 나는 꿀벌이 아니…….]꾸욱. 꾹꾹.
[꼬로록…….]수호는 발밑에서 서로 얼굴만 내밀고 투덕거리는 베르와 퀘이를 발로 즈려밟고, 감옥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곳에 먼저 갇혀 있던 악마들이 어둠 속에서 이쪽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키힛. 신참인가?”
“더럽게 못생긴 놈이군. 뿔이 하나라니.”
“이번 놈은 얼마나 버틸까?”
수호를 놓고 수군거리는 음산한 목소리들.
정작 수호는 자신을 가두고 있는 거무튀튀한 쇠창살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티잉.
손가락으로 툭 쳤더니 묘한 반탄력이 느껴졌다.
‘평범한 철은 아닌 것 같군.’
[지옥철로 만든 감옥이야. 마기에 물든 단단한 금속이라 주로 악마 죄수들을 가둘 때 쓰여.]‘마기라고?’
에실의 설명에 수호가 묘한 미소를 지었다.
마기라면 악마의 기운 아닌가.
‘그럼 혹시 이런 것도 되려나?’
수호는 지옥철로 만든 철창을 손으로 움켜쥐고 눈을 빛냈다.
그러자.
[‘칭호 : 악마 학살자’ 버프 효과가 발동합니다.]쿠드득.
수호의 손에 잡힌 철창이 강제로 휘어졌다.
악마를 상대로 모든 능력치를 40% 상승시켜 주는 악마 학살자 버프가 마기에 물든 지옥철에도 고스란히 적용된 것이다.
“헉?!”
그 광경을 목격한 다른 독방의 악마들의 눈이 경악으로 휘둥그레 커졌다.
덩치도 작은 외뿔 악마 주제에 상식 밖의 힘을 쓰자 당황한 것이다.
“지옥철을 어떻게 저리 쉽게……!”
“이러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도망칠 수 있다는 말이잖아!”
“이, 이봐! 탈출할 거면 내 철창도 열어 줘!”
갑자기 수호를 보고 있던 악마들이 악다구니를 쓰듯 시끄럽게 소리를 질러 댔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놀라기만 하는 건 아니었다.
“끌끌. 이런 한심한 놈들. 누가 저런 걸 못해서 얌전히 갇혀 있는 줄 알아? 어차피 여길 탈출해 봐야 밖에 있는 간수들에게 잡아먹히기나 할 뿐이지.”
구석에서 누가 혀를 차는 소리에 근처에 있던 악마들이 그쪽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뭐? 지금 누가 한심하다고?”
“다 죽어 가는 영감탱이 주제에 허세만 남아서는!”
“저런 일을 누구나 할 수 있다고? 그럼 나는 네놈의 목을 저렇게 휘어 주마!”
이번엔 갑자기 감옥 안이 욕설로 시끌벅적해졌다.
“다음 경기 때 부디 나를 만나지 않기를 빌어라!”
“저 말만 앞세우는 늙은이를 내 언젠가 씹어 먹고 만다.”
하지만 혀를 찼던 늙은 악마는 자신을 향한 욕 따위는 귀를 한 번 후비는 걸로 털어 버리곤, 느긋하게 등을 돌려 누워 버렸다.
수호는 그런 그를 묘한 눈길로 바라봤다.
‘……설마 나를 위해 조언을 해 준 건가?’
쿠드득.
수호는 구부러진 철창을 다시 원래대로 돌려놨다.
어차피 궁금해서 실험해 본 것일 뿐, 도망칠 생각은 없었으니까.
[뭐야, 너 원래 이렇게 힘이 셌어? 아까 중급 악마와 싸울 때만 해도 이 정도까진 아니었던 것 같은데…….]에실의 놀란 목소리에 수호는 피식 웃을 뿐이었다.
‘칭호 효과는 확인했고.’
그 덕분일까.
수호는 이렇게 홀로 악마들이 득실거리는 소굴에 사로잡혀 왔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긴장한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순순히 노역장에서 감옥으로 넘어온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노역장의 악마들을 다 잡고 왔으면 경험치 좀 됐으려나.’
하지만 아직은 참아야겠지.
거기서 소란을 피웠으면 여기까지 편하게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어차피 노역장의 노예들 수준은 하급 악마 중에서도 처참한 수준이었기에, 열심히 사냥해 봐야 경험치 효율도 별로 안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긴 다르지.’
수호가 이 감옥 안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감각 스탯이 저릿저릿하게 경고를 해 오고 있었다.
지금 근처에서 입으로만 떠드는 놈들 때문이 아니었다.
진짜는 훨씬 멀리 있었다.
‘잔챙이들 몇 백 마리보다 굵직한 놈 하나 잡는 게 이득이지.’
수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감돌았다.
콜로세움이라…… 기대되는군.
그런데 왜일까.
두근두근.
아까부터 심장이 요동치고 있었다.
아니, 헷갈리지 말자.
정확히는 자신의 이마에 붙어 있는 ‘볼칸의 뿔’에서부터 아까부터 묘한 떨림이 느껴지고 있었다.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이건 또 무슨 현상일까.’
여러모로 흥미로운 곳이었다.
* * *
“외뿔이, 나와라.”
간수들이 다시 수호를 찾아왔다.
철창이 열리고, 수호는 순순히 간수들의 뒤를 따라 걸었다.
그런데 아까 수호에게 주의를 줬던 늙은 악마의 독방 앞을 지나쳐 가는 순간.
[……오래 살고 싶다면, 간수들이 주는 음식을 먹지 마라.]‘응?’
갑자기 귓가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수호가 문득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늙은 악마는 여전히 등을 돌리고 누워 있을 뿐이었다.
수호는 늙은 악마의 말을 곱씹었다.
‘음식을 먹지 말라고?’
잠시 후 진짜 그 말대로 간수들이 수호의 앞에 마수의 고기를 구운 음식을 내려놓았다.
“먹어라. 콜로세움의 신참에게만 주는 특식이다.”
“어쩌면 네 최후의 만찬일 수도 있으니까 남기지 말고 먹도록.”
의미심장하게 킬킬거리는 간수들.
수호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마수 고기를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외관은 별론데 냄새는 좋았다.
아마 자신이 평범한 노역장의 노예였다면 이 냄새를 맡자마자 눈이 뒤집혀서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
머나먼 안식의 세계에 잠들어 있던 누군가가 슬며시 눈을 떴다.
[벌레들의 왕, 역병의 군주가 음식에 섞인 광혈독을 보며 입맛을 다십니다.]‘광혈독?’
수호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역병의 군주 퀘레샤가 숨겨진 독을 발견하고 잠에서 깨어난 것이다.
그리고 그 퀘레샤의 독충들을 수도 없이 잡아먹고 역병의 가호를 손에 넣은 수호의 앞으로 정보창이 떠올랐다.
띠링.
[독 : 광혈독]섭취 시 피를 들끓게 해 일시적으로 힘을 증폭시켜 주는 독입니다.
단, 마력을 사용할 때마다 극심한 고통이 동반되며, 피가 소모되어 점점 수명이 줄어드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습니다.
‘광혈독이라……. 그 늙은 악마 경고했던 게 이거였나.’
수호가 마수 고기를 건드리지 않고 쳐다만 보고 있자, 간수들이 그를 재촉하기 시작했다.
“안 먹고 뭐해?”
“몸집이 작아서 식욕도 별로 없는 편인가?”
“지금 먹어 둬야 힘을 쓸 텐데?”
그때 수호의 손이 스윽 움직이며 마수 고기 한 덩이를 덥석 집어 들었다.
그 순간 음험하게 번뜩이는 간수들의 눈빛.
그러거나 말거나 수호는 주저 없이 마수 고기를 씹어 먹기 시작했다.
‘나름 먹을만 한데?’
퀘레샤의 독충들도 먹어 본 수호에게 이 정도 괴식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띠링.
[‘독 : 광혈독’을 섭취했습니다.] [해독을 시작합니다.] [해독 중…….]수호의 몸속에서 피가 갑자기 후끈 뜨거워지다가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해독이 완료되었습니다.] [‘독 : 광혈독’을 획득했습니다.]수호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수 고기를 계속 먹어 치웠다.
콜로세움의 신참에게 이 광혈독을 먹이는 이유야 뻔했다.
‘노예들의 수명이 줄든 말든, 최대한 힘을 쥐어짜서 더 치열하게 싸움을 시키려는 거겠지.’
그런데 문제는 광혈독의 특징이 수호가 익히 아는 무언가와 상당히 비슷하다는 사실이었다.
‘별가루와 비슷하군. 이게 절대…… 우연은 아니겠지.’
악마들이 팩토리에서 개발한 별가루도 일시적으로 힘을 증폭시켜 주는 약이었다.
수호는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퀘레샤를 향해 물음을 던졌다.
‘퀘레샤, 별가루에 대해 알고 있어?’
그 말에 잠시 후 대답이 들려왔다.
[벌레들의 왕, 역병의 군주가 그딴 건 악마들이 개발한 조잡한 독이라며 코웃음을 칩니다.]그리고 정보창 하나가 새롭게 떠올랐다.
[독 : 별가루]광혈독의 단점을 보완한 불완전한 독.
인간의 고통과 죽음을 제물로 바쳐, 광혈독의 모든 부작용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섭취 시 일시적으로 마력을 증폭시켜 주는 건 광혈독과 같지만, 유지력이 짧다는 단점이 있다.
‘이 미친놈들이.’
정보창을 확인한 수호의 표정이 무섭게 굳었다.
별가루의 제조 과정 중 수호가 익히 알고 있는 것은 단 하나였다.
살아 있는 인간을 미스트 번이라는 마력 연료에 불태우는 것.
그때 생지옥을 느끼며 타 죽어 가는 이들의 극심한 고통과 끓어오르는 피를 제물로 바쳐서, 광혈독의 부작용을 미리 해결해 버린 것이 바로 ‘별가루’였던 것이다.
‘지극히 악마적이군.’
힘을 키우기 위해 모든 고통을 인간들에게 전가하다니.
수호의 안에서 고요한 분노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그 심상치 않은 살기를 느낀 악마 간수들의 몸이 움찔 떨렸다.
“뭐, 뭐야? 얘는 왜 이리 약발이 잘 받아?”
“마력을 직접 사용할 때부터 약발이 돌기 시작할 텐데.”
“크흠. 아무튼 다 먹었으면 일어나라.”
그 말에 수호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독 : 광혈독’을 사용합니다.]수호에게서 흘러나온 광혈독이 은밀하게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 무형의 독을 악마 간수들의 몸에 서서히 스며들게 하며, 수호의 눈에 서늘한 살기가 스쳤다.
‘그대로 돌려주마.’
그리고 너희들도 몸속에서부터 피가 타오르는 고통 속에서 죽어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