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Leveling: Ragnarok RAW novel - Chapter (97)
나 혼자만 레벨업:라그나로크-96화(97/176)
나 혼자만 레벨업 : 라그나로크 96화
[사육된 미노타우로스]“음무우우우!”
콜로세움의 중심에 두 발로 서서 포효하는 거대한 소.
그리고 그 앞에 작고 여린 외뿔 악마, 수호가 서 있었다.
워낙 거대한 마수를 앞두고 있으니 그 크기가 더욱 초라해 보였다.
[……노역장에서 부리던 마수를 끌고 왔나 본데?]“그러게.”
인간계로 치면 밭을 갈던 소를 끌고 와서 투우를 시키는 상황일 것이다.
다만 그 소가 지금은 어마어마한 근육질에 사람처럼 이족보행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자신을 얽매고 있던 마법 족쇄만 풀리면 당장이라도 수호에게 달려들 기세로 푸르륵, 푸르륵 콧바람을 불고 있었다.
[괜찮겠어?]“누구? 나?”
수호가 피식 웃으며 되묻자, 에실은 우려의 목소리로 거듭 강조했다.
[아무리 사육된 놈이라도 미노타우로스의 힘은 상상 초월이야. 무엇보다 가죽이 두꺼워서 맷집도 어마어마하다고. 여차하면 다 때려치우고 우리도 전부 불러내.]여기서 갑자기 그림자 병사들을 불러낸다면 사실상 이 악마 흉내는 끝이라고 봐야 했다.
그리고 수호가 악마가 아닌 다른 종족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이곳의 모든 악마들이 한꺼번에 수호를 공격할 것이 분명했다.
물론 평소의 수호라면 얼마든지 처치한 적들의 시체에서 전력을 충원하면서 싸울 수 있었다.
하지만 상대가 악마라면 말이 달라졌다.
[마나가 오염되어 추출이 불가능합니다.]악마들은 그림자 병사로 추출할 수 없다.
그 말은 결국 이 많은 악마들의 총공격을 받게 되면 수호는 혈혈단신으로 맞서 싸워야 한다는 말이었다.
에실의 거듭되는 걱정에도 수호는 의미심장하게 웃어 보일 뿐이었다.
“걱정 마. 폭군왕이 기어 나올 때까진 최대한 버텨 볼 테니까.”
제까짓게 힘들어 봐야 설마 암무트의 일일 퀘스트보다 지독하겠는가.
오소소.
여기서 돌아가자마자 또 일일 퀘스트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 수호는 두 팔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 모습이 멀리서 보기엔 어떻게 비친 건지, 악마 간수들은 의미심장하게 웃고 있었다.
“그래, 제까짓 게 악마 귀족의 생존자든 아니든 뭐가 중요한가. 저렇게 약해 빠졌는데.”
“뿔이 하나뿐인 것을 보면 다른 악마들에게 잔뜩 피를 빨렸거나, 혹은 운 좋게 악마 귀족의 피 몇 방울을 먹고 기형적인 변이를 일으킨 놈이 틀림없어.”
하지만 그들의 뒤에서 간수장은 방심이라곤 전혀 없는 눈빛으로 수호를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처음엔 한 마리.”
마침내 그의 명령이 떨어졌다.
“5분 뒤에 두 마리. 그리고 또 5분이 지나면 네 마리를 내보내라.”
“간수장님, 놈이 그때까지 버텨 줄까요?”
“바보 같은 놈들. 그래서 미노타우로스를 쓰는 것 아니냐.”
간수장의 말에 악마 간수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이야 미노타우로스들이 악마들에게 철저히 사육되어 노역장에서 여물을 먹으며 키워지고 있었지만, 놈들이 야생에서 살았을 때는 지금 같은 모습이 아니었다.
“미노타우로스는 본래 지독히도 잔인하고 야만적인 놈들이지. 압도적인 폭력으로 먹잇감의 모든 뼈를 짓뭉개고, 살이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짓이기고 나서야 비로소 먹이를 먹는.”
수호의 정체가 뭐든 간에 자신들은 이 처형식을 가장 길고 참혹하게 연출할 의무가 있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처형식을 재개합니다!”
철커덕!
때마침 사회자의 외침과 함께 미노타우로스를 옥죄고 있던 족쇄가 풀어졌다.
“음무우우우우!”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그 거대한 마수가 수호를 향해 무시무시한 기세로 돌진해 왔다.
쿠구구구구……!
‘빠르다!’
엄청난 모래 먼지가 피어오르며, 순식간에 놈의 우람한 주먹이 수호의 머리 위로 내리꽂혔다.
덩치가 큰 만큼 둔할 것 같다는 상식이 여지없이 빗나갔다.
쿠와앙-!
실로 굉장한 파괴력에 수호가 서 있던 땅이 박살 났다.
그걸 시작으로 미노타우로스의 주먹질이 마구잡이로 휘둘러지기 시작했다.
콰콰콰쾅쾅쾅쾅!
“음무우우우!”
그 어마어마한 광경에 관중석의 노예들도 기가 질려 버렸다.
자신들이 노역장에서 짐수레를 끄는 데 쓰던 멍청한 가축이 원래는 저렇게 무시무시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것이다.
‘그래, 우리가 원하는 게 바로 이런 반응이지.’
만족스러운 노예들의 반응에 악마 간수들의 얼굴에 흡족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런데 그때였다.
“음무어?!”
퍼뜩 뭔가를 눈치챈 미노타우로스가 갑자기 땅속에 주먹을 꽂은 채로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러자 자욱한 모래 먼지 위!
언제 뛰어오른 것인지 하늘 위에서 수호가 검을 내려치고 있었다.
쐐애애애액-!
그 순간 미노타우로스도 수호를 향해 팔을 수직으로 휘둘렀다.
쿠와아앙-!
엄청난 근육으로 만들어 낸 충격파가 바람을 찢어발기며 수호를 노리고 솟구쳤다.
[피해……!]에실의 경고성과 함께 수호는 그대로 허공에서 몸을 뒤틀어, 놈의 주먹을 사뿐히 밟고 다시 높이 뛰어올랐다.
‘반응 속도도 대단하군.’
허공에서 수호의 눈이 번뜩였다.
그런데 그 눈빛이 마치 정육점에서 고기를 고르는 것 같은 건 왜일까.
“오오오오!”
“이야! 저걸 피하다니!”
관중석에서 터져 나오는 함성들.
압도적인 덩치 차이에도 수호가 꽤 분투하고 있자, 노예들은 어느새 수호를 응원하고 있었다.
쐐애액-!
때마침 수호가 미노타우로스의 뒤로 돌아가 놈의 어깨에 검을 쑤셔 박고 있었다.
꾸깃!
그 순간 꼴사납게 구겨지는 지옥철 장검.
“푸하하하! 저것 좀 보라지!”
악마 간수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 낡아 빠진 검으로는 애당초 미노타우로스의 두꺼운 피부를 절대로 뚫을 수 없었다.
애초에 바로 이런 광대놀음을 위해 이런 무기를 쥐여 준 것 아니던가.
이미 이 모든 상황을 예견했던 수호는 침착하게 ㄱ자로 구겨진 검의 방향을 돌려, 바로 옆에 있는 미노타우로스의 눈에 콱! 쑤셔 박았다.
“크우우어어!”
결국 고통 섞인 포효를 토해 내며 몸부림치는 미노타우로스.
쿠쾅쾅쾅!
놈은 수호를 떨쳐 내기 위해 격렬히 몸부림쳤지만, 수호는 놈의 커다란 뿔을 한 손으로 붙잡고 가까스로 매달렸다.
그러고는 다른 쪽 주먹을 치켜들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좀 아플 거다.”
기이이잉-!
[‘칭호 : 늑대 학살자’ 버프가 적용됩니다.]늑대 학살자.
짐승형 몬스터를 상대로 모든 능력치가 40% 상승하는 버프가 주먹에 휘감겼다.
수호는 그 힘을 전력으로 놈의 얼굴에 꽂아 넣었다.
쾅!
“……!”
순간 미노타우로스의 눈앞이 아득해지며 별이 보였다.
그리고 당황스러울 정도로 엄청난 충격이 한발 뒤에 따라왔다.
“무우어?!”
“맷집 좋고!”
미노타우로스가 버텨 주자 수호는 오히려 쾌재를 부르며 다시 주먹을 내리쳤다.
마치 이놈이 어디까지 버텨 줄지 맷집을 가늠하듯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쾅! 쾅! 쾅! 쾅! 쾅!
“무……!”
그렇게 끝도 없이 퍼부어지는 실로 압도적인 폭력!
얼마 지나지 않아 미노타우로스의 얼굴이 무자비하게 함몰되며 서서히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저, 저게 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악마 간수들은 경악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미노타우로스가 비명조차 제대로 토해 내지도 못하고 죽어 가고 있었다!
“빠, 빨리 2마리를 더 내보내라! 아니, 4마리 내보내!”
철컹! 철컹!
당황해서 외치는 간수장의 명령에, 마수들을 가두고 있던 문들이 일제히 개방되었다.
[호오.]그리고 마침 그 모습을 그림자 속에서 바라보는 작은 개미의 눈빛이 그믐달처럼 가늘어지고 있었다.
[이제 보니 아주 기특한 놈들이었구나. 소군주님이 기뻐하시겠어.]베르의 생각은 정확했다.
쿠구구구구구……!
쓰러진 미노타우로스 위에서 아직도 뿔을 잡고 서 있던 수호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
그러곤 이쪽으로 새로이 달려오고 있는 네 마리의 짐승들을 향해서 히죽 웃었다.
“그래. 많을수록 좋지.”
그 순간 수호도 본격적으로 힘을 쓰기 시작했다.
“그레이 강신.”
[‘펫 : 그레이’가 강신합니다.]츄와아아악!
그 순간 은빛으로 변해 가는 수호의 머리칼.
“오오! 외뿔이가……!”
“변신 마족이었어?!”
“머리색만 변하는 재주는 또 처음 보……!”
하지만 관중석에서 일어난 소란은 한순간에 뚝 끊길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수호의 뒤에서 후광처럼 느껴지는 거대한 존재감이 눈을 뜬 것이다.
[짐승들의 왕, 송곳니 군주가 제 발로 뛰어오는 먹잇감들을 보며 군침을 삼킵니다.]오싹!
“음무우우우우?!”
그 정체 모를 시선에 달려오던 미노타우로스들은 본능적인 공포감에 사로잡혔다.
[‘효과 : 공포’가 발동합니다.] [대상들의 모든 능력치가 1분간 50% 감소합니다.]그 순간 미친 듯이 돌진해 오던 미노타우로스들의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야성을 억눌리며 악마들에게 사육당한 탓일까?
“무우우우어어어-!”
미노타우로스들은 자신들이 능력치가 감소했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이 꺼림칙한 기분을 억지로 떨쳐 내기 위해 더더욱 필사적으로 수호를 향해 주먹을 내리쳤다.
쿠콰콰콰콰콰쾅!
무자비한 난동.
두꺼운 근육질의 두 팔을 마구잡이로 내려치면서 생기는 충격파.
그에 따른 뿌연 먼지구름이 콜로세움을 가득 채웠다.
관중석의 열기도 그만큼 뜨거워졌다.
우와아아아아아!
그리고 그때.
[‘스킬 : 강체술’을 사용합니다.]투쾅!
“무웁?!”
뿌연 먼지를 뚫고 갑자기 미노타우로스 한 마리가 뒤로 튕겨 나왔다.
그리고.
쾅!
“……!”
또 한 마리가 튕겨 나와 벽에 처박혔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쾅!
세 번째 미노타우로스도 벽에 처박혀 어질어질한 머리를 흔들었다.
“대체 저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모든 악마들이 눈을 의심하는 가운데.
때마침 모래 먼지가 살짝 가라앉으며 외뿔이, 아니 수호의 거대한 실루엣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저, 저 모습은?!”
그 순간 노예고 간수들이고 할 것 없이, 모든 악마들의 눈이 경악으로 커졌다.
어느새 수호는 ‘스킬 : 거인의 갑옷’까지 사용해 미노타우로스와 비슷한 크기로 커져 있었다.
거기에 검은 기운이 덧씌워진 두 손을 미노타우로스와 맞잡고 대등하게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씨익.
그 치열함 속에서 수호는 미노타우로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너, 힘 좀 쓴다?”
“음무우우!”
“그런데 어쩌지?”
하얗게 이를 드러내며 웃는 수호.
그 순간.
쿠구구구!
“무우억?!”
갑자기 수호의 힘이 더 강해지자, 미노타우로스는 기겁하며 그 자리에서 무릎이 꺾이고 말았다.
“내가 요즘 헬스를 너무 빡세게 했거든.”
그 틈에 수호가 주먹을 치켜들어 놈의 몸을 짓뭉개 버렸다.
콰앙!
“……!”
미노타우로스의 입에서 소리 없는 비명이 터져 나오는 순간.
수호는 그대로 허리를 꺾어 놈을 본격적으로 곤죽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걸 보는 관중석에서는 더 이상 함성이 흘러나오지 않았다.
수호의 압도적이고 전율적인 전투를 보자, 나이가 많은 악마들의 머릿속에서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어떤 존재가 떠오른 것이었다.
“보, 볼칸…….”
누군가의 입에서 툭 튀어나온 작은 목소리.
그 짧은 한 마디는 산불처럼 삽시간에 사방으로 번져 가기 시작했다.
“볼칸 님……?”
“볼칸?”
그리고 뒤늦게 소스라치게 놀라는 악마들의 눈에 경악이 차올랐다.
“으아악! 그, 그러고 보니 저 외뿔……!”
“탐욕의 악마 볼칸의 뿔이랑 똑같이 생겼잖아!”
순간 악마들의 머릿속에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거대한 실루엣이 스쳐 갔다.
위압적인 덩치.
파괴적이고 포악한 힘.
누구보다 탐욕스러웠던 악마 귀족 볼칸!
“마, 맙소사. 진짜다…….”
그 볼칸의 모습을 한 번이라도 본 적 있었던 악마들은 지금 수호의 모습을 보고 충격에 빠져 버렸다.
“볼칸 님이시다! 볼칸 님이 재림하셨다!”
“아냐! 아니라고, 이 머저리들아! 볼칸은 죽었어! 군주 전쟁에서 한참 전에 죽어 버렸다고!”
“하, 하지만……!”
“비슷하지만 달라! 아니, 많이 다르다고! 애초에 저놈은 뿔도 하나고……!”
악마 간수들은 혼란에 빠진 노예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고래고래 윽박질렀다.
그런데 그때.
“맙소사…….”
뒤에 있던 간수장의 입에서 참고 있던 탄식이 터져 나왔다.
“설마 볼칸에게 숨겨 둔 아들이 있었을 줄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