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juk battlefield's non-mortgage loan specialist RAW novel - Chapter 174
173화
이금문(二金門). 석문의 이름이었다.
“이제 네 차례다.”
모동파가 금정문의 여인을 불렀다.
긴장한 감도 없이 금정문의 여인이 나섰다. 그녀는 석문에 손을 갖다 댔다. 쩌저적 소리와 함께 석문이 가엣부터 금색으로 물들었다.
무척이나 농밀한 금기. 금정문의 금기는 마름의 속성을 가졌다. 석문 때문에 사위의 기운이 모두 증발하는 기분이었다.
푸스스-
마른 흙이 휘날렸다.
“괴랄한 힘이야.”
맹충이 투덜거렸다.
쩌저적-
여인은 순식간에 석문을 금덩이로 만들었다. 금정문 여인은 머리칼이 은은한 금빛으로 물들었다.
덜덜-
몸은 조금 떨렸지만 북해의 여인처럼 피를 뿜거나 쓰러지진 않았다.
“왜 아무런 일도 없지?”
쿠구궁-
입이 방정이라고, 입을 떼자마자 지축이 크게 흔들렸다. 금정문의 여인이 휘청거리다 넘어졌다.
푸스스스-
석문 아래쪽이 무너지며 가파른 경사가 펼쳐졌다.
“으아악!”
“무, 무슨!”
일부는 휩쓸려 내려갔고, 일부는 악착같이 버텼다. 사마룡은 쓰러지는 금정문의 여인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는 정신을 잃은 여인을 붙잡고 추이를 지켜봤다.
우르르-
재차 굉음이 터졌다.
“둑이 무너졌다!”
누군가 소리쳤다. 그들로 위로 문제의 호수가 쏟아졌다.
콸콸콸-
흡사 재해의 현장 같았다.
“젠장.”
상황이 달라졌다. 버티던 이들은 도망치기 시작했고, 선두엔 모동파와 유호준이 있었다. 사마룡은 금정문의 여인을 둘러업었다. 그들은 비탈을 산양마냥 뛰어 내려갔다.
후욱-
그러다 진세가 크게 바뀌었다. 그들은 메마른 산비탈을 달리고 있었고, 주변엔 시커멓게 말라 죽은 고목들이 을씨년스러웠다.
우르르-
호숫물은 여전히 그들을 집어삼키려 달려들었다. 일행들은 필사적으로 내달았다.
“저게 뭐야?”
맹충이 가장 먼저 시커먼 대지를 가리켰다. 비탈진 땅 아래는 난생 처음 보는 광활한 늪지대가 펼쳐져 있었다.
쏴아-
호숫물이 먼저 휩쓸려 나갔던 이들을 덮쳤다. 그들 대부분은 이미 목이 꺾여 죽어 있었지만, 숨이 붙어 있던 일부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나머지는 안타깝게도 돌아볼 여력이 없이 내달렸다.
철퍽-
늪지에 가장 먼저 다다른 모동파가 소리쳤다.
“조심해라, 여타의 늪이랑은 차원이 다르다. 붙잡히면 죽음뿐이니라.”
그녀는 물 위를 뛰는 도마뱀처럼 신비한 경신법으로 늪지대를 박차고 나갔다.
“윽!”
맹충은 종아리까지 다리가 빠졌다.
파닥파닥-
맹충은 갯벌에 물고기처럼 파닥거려 겨우 개흙을 빠져나왔다. 그가 있는 남만에는 늪지가 흔한 지형이었다. 남만에는 늪지전을 치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존재했고, 무공도 마찬가지였다.
“이게 무슨 늪이야!”
맹충이 흡사 저들을 빨아들이는 듯한 지형에 두려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투덜거리긴 했지만 늪지 말곤 달리 표현할 말이 없었다.
푸욱-
늪지를 처음 밟은 사마룡도 인상을 찌푸렸다. 가뜩이나 금정문의 여인까지 업고 있으니 부담이 수 배로 느껴졌다.
쏴아아-
죽음을 닮은 대지 뒤엔 죽음을 닮은 호숫물이 쏟아져 내려왔다.
“빨리, 서둘러!”
푸욱, 푸욱-
만금의 무인들은 늪에 빠져 거북이걸음을 했다. 다른 이가 비범한 거였지, 보통의 이들은 제대로 걷기조차 힘든 것이었다.
“으아악!”
뒤쳐진 하나가 호숫물에 닿았다.
부들부들-
그가 경련을 일으키다 개흙 속으로 사라졌다. 무인들의 얼굴에 두려움이 맺혔다. 이러다간 저들은 죽음을 면치 못할 거였다.
“줄을 던져라!”
펄떡펄떡, 앞서가던 맹충이 망어(䰶魚: 망둥어)마냥 돌아와 소리쳤다.
“네, 넵!”
이에 줄을 메고 있던 무인이 줄을 던졌다. 무게가 상당했을 텐데, 아직 버리지 않은 게 대견할 정도였다.
펄떡펄떡-
맹충이 괴랄한 움직임으로 나무 근처로 갔다.
펄떡펄떡-
그는 줄이 허락하는 만큼 나무들을 연결해 감았다.
“줄을 잡고 빠져나오라!”
쾅-
맹충은 줄이 모자라면 장풍을 날려 고목들을 쓰러뜨렸다.
쏴아아-
쏟아지던 물은 다행히 늪지를 만나고 속도가 많이 줄었다. 작은 희망이 보였다.
쾅, 쾅-
전방에도 모동파와 유호준이 나무를 쓰러뜨렸다. 첨엔 저만 살자고 내달리더니, 맹충의 의협심에 찔리는 게 있었나 보다. 어쨌든 덕분에 나머지는 주춤거릴지언정 더 이상의 희생을 막을 수 있었다.
“문이다!”
하나가 감격하여 소리쳤다.
정말 멀지 않은 곳에 또 다른 석문이 보였다.
삼화문(三火門).
“불의 문인가!”
맹충이 의기양양해져 말했다.
“맹충 대협, 대협 덕분에 무사히 건널 수 있었나이다.”
“맹충 대협,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을 것이옵니다.”
만금의 무인들이 너도나도 칭송하며 감사를 보냈다.
“으음.”
금정문의 여인은 마침 정신을 차렸다.
“일어났소?”
그녀는 등에서 조용히 내려왔다.
“고맙….”
그녀는 들릴 듯 말 듯 말하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사마룡은 그것도 의외라고 여겼다.
“그럼 자네가 나서게.”
모동파가 언짢은 투로 말했다. 하찮은 공으로 맹충이 대단해진 게 불만인 터였다.
“큼큼, 킁킁, 흠흠!”
맹충이 온갖 요란한 소리로 생색을 내고 나섰다.
“뜨거울 테니 조심하시오.”
그는 되지도 않는 경고를 했다.
“무양신공(舞陽神功), 하압!”
맹충은 석문에 손을 갖다 댔다.
화륵-
놀라운 건 진실로 굉장한 불길이 치솟은 건데, 사마룡의 예리한 눈에는 맹충도 몹시 놀란 표정이었다.
화륵-
맹충의 머리칼이 붉게 물들었다. 그는 영웅건이 다 타버리며 머리칼이 불꽃처럼 휘날렸다.
화륵, 화륵-
거차 불길이 석문을 휘감았다.
“호오.”
저런 무공이 가능하다니. 사마룡의 입에서도 경탄의 소리가 새어 나왔다.
“하핫, 하하하!”
맹충이 놀람을 숨기고 광기 어린 웃음을 토해냈다.
“무양신공, 열와광무(熱渦狂舞)!”
그는 더이 신나 기운을 북돋웠다.
화륵-
이번에는 불길이 용이 된 듯 사방을 노닐었다.
“으악!”
가까이 있던 무인들이 화들짝 놀라 물러났다.
“끄응.”
모동파는 그게 또 마뜩지 않은 모양이었다.
화륵, 화륵, 화륵-
맹충은 기어코 불의 신이 된 듯 대단했다.
화르륵-
석문이 새까맣게 다 탔다.
쩌쩍, 쩌적-
석문에 위험한 금이 갔다.
팡-
불덩이가 사방으로 튀었다.
“으악!”
한차례 소동이 일었다.
“저게 뭐지?”
석문이 있던 자리에 두 개의 큰 불의 원이 만들어졌다. 하나는 푸른 불꽃의 문이었고, 하나는 지옥같이 시커먼 불꽃의 문이었다.
“크으윽!”
동시에 맹충이 비틀거렸다. 그의 검은 눈동자가 지워지고, 타오르는 붉은 눈동자가 그를 지배했다. 맹충이 오롯이 바로 섰다.
“들어라.”
쿠궁-
맹충이 말을 뱉었지만, 본래 그에겐 없던 굉장한 위엄이 흘렀다.
“오행신군!”
여기 아무도 그를 본 적 없지만, 단번에 목소리의 주인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이미 천신에 버금가는 격을 지녔던가.
덜덜덜-
만금의 무인들은 두려움에 절어 절로 무릎을 꿇었다.
“등용에 눈이 멀어 수차례 고비를 넘겼을 테나, 앞으로의 관문은 신인에 미치지 못하면 결코 나아가지 못할지어다.”
화륵-
맹충에게서 작은 불꽃이 갈래로 나뉘었다. 그것들은 대강 인원수에 맞게 결정으로 변해 바닥에 떨어졌다.
“이건, 여기까지 온 보상이다. 본좌의 작은 깨달음과 더불어 마지막 살아갈 기회를 주고자 하니, 두려움이 앞선다면 이를 갖고 청화의 문으로 나가라.”
술렁술렁-
만금의 무인들에게서 작은 동요가 일었다.
“이놈들!”
모동파가 역정을 냈다.
“나가겠습니다!”
무인들 중 하나가 벌떡 일어났다.
“감히!”
모동파가 기운을 끌어올렸다.
“케엑!”
그러나 신음성은 그녀에게서 났다.
“파파!”
유호준이 깜짝 놀라 모동파를 살폈다. 그녀는 모종의 힘에 죄는 듯 목을 부여잡고 얼굴이 빨개졌다. 맹충이 멀리서 손을 뻗고 있었다.
“맹충!”
유호준이 버럭 소리쳤다.
“선택은 오롯이 본인의 몫이렷다.”
맹충, 아니 오행신군의 소리에는 절대적 신용이 있었다.
“헥헥.”
모동파가 가쁜 숨을 내뱉으며 쓰러졌다.
“크흡.”
유호준은 감히 더 하기를 포기했다.
“나도 나가겠소!”
그러자 만금의 무인들이 너도나도 일어났다. 아무렴 보물보다 내 목숨이 중요했다. 게다가 이번 두 번의 시련 속에 모동파와 유호준은 저희들을 죽음 앞에 내몰고 저들 살기만 급급했다. 신의를 저버렸다.
만금의 무인들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작은 불꽃이 일렁이는 보석들을 갖고 불구멍을 통과했다.
화륵, 화륵-
불길은 무인들을 집어삼키는 듯했고, 정말로 바깥으로 나간 건진 모르겠으나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