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juk battlefield's non-mortgage loan specialist RAW novel - Chapter 175
174화
휘오오오-
메마른 바람이 끝없이 펼쳐진 모래사막을 휘감았다.
“퉤, 퉤!”
두 사내는 신경질적으로 입을 털어냈다. 둘 다 산발이 된 머리, 덥수룩한 수염, 깡마른 몸. 아직 형형한 안광이 아니었다면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몰골들이었다.
프스스-
바람에 모래 알갱이들이 쓸려갔다.
스스슥-
그리고 그 아래, 조금 다른 움직임이 있었다. 겉보기로 무심한 척하는 사내의 시선이 움직임을 주시했다.
“크와앙.”
별안간 모래가 부서지며 시커먼 괴생명체가 튀어나왔다. 흡사 토룡 같은 모습인데 크기가 사람만큼 컸고, 아가리에 수백 개의 날카로운 이빨이 번들거렸다.
번쩍-
오색찬란한 검이 토룡을 동강 냈다. 사내, 사마룡의 검은 더이 예리할 수 없었다.
짝짝짝-
나머지 사내가 진심으로 감탄했다.
사마룡은 인상을 찌푸렸다. 벌써 몇 주야가 지났는지 모르겠다.
“시팔.”
사마룡은 드물게 욕지거리를 뱉었다.
북해와 금정문의 여인마저 돌을 갖고 떠났고, 남은 이는 모동파와 유호준, 그리고 만금의 무인 셋이 남았다.
맘 같아선 사마룡도 나가 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유가양과의 약조도 있었고, 무엇보다 오행신군의 화신이 만들어낸 돌멩이가 바닥났다. 정말 고약하기 짝이 없었다. 남아 마음 급했던 무인 하나가 돌멩이 없이 불구멍으로 향했고, 비명 소리와 함께 한 줌 잿더미로 변했다. 애당초 돌멩이는 모자라게 만들어졌고, 돌멩이가 없이는 여길 빠져나갈 수 없었던 터다. 선착순이었다.
“큭큭큭.”
맹충, 오행신군이 기분 나쁜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볼 일을 다 마쳤단 듯 휘적휘적 뒤로 걸어갔다.
털썩-
맹충의 육신이 널브러졌다. 감당하기 어려운 격을 담았던 육신이 넝마처럼 변했다.
“죽었습니다.”
하나가 비통한 듯 말했다. 사마룡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아무렴 공자께서 있어 다행이외다.”
유호준은 그나마 사마룡이란 존재에 위안 삼는 모양이었다.
사마룡은 기묘한 색으로 일렁이는 불 구덩이를 노려봤다.
낄낄낄-
얄궂게 일렁이는 모양이 작은 악마들이 모이어 웃는 꼴 같았다.
“돌아갈 곳은 없다.”
모동파가 말했다. 그랬다. 늪지는 어느새 괴랄한 호숫물이 그득 차 돌아갈 길이 없었다.
“가자.”
모동파가 또 가장 먼저 길을 열었다.
꿀렁-
진세가 또 한 번 크게 바뀌었다.
황량한 사막. 한서불침의 경지에 다다른 사마룡도 가슴이 콱 막히는 그런 광경이었다.
“흩어지면 죽는다.”
다섯 명은 똘똘 뭉쳐 길을 걸었다. 그리고 사흘째 되는 밤이었다.
휘오오오-
본 적 없는 강력한 모래 폭풍이 일었다.
“젠장, 일어나!”
일행들은 놀라 일어나 달리기 시작했다.
“파파! 룡 공자!”
제아무리 구대문파 공동전인도 성난 자연 앞에선 한낱 미물에 불과했다. 유호준은 몰아친 바람에 휘말려버렸고, 모동파는 그를 구하고자 폭풍 안으로 몸을 던졌다. 아무리 그녀도 어쩔 수 없었다.
사마룡은 만금의 무인 둘만 폭풍에서 살아남았다.
“물, 물이다! 물이 보인다!”
그러나 그나마도 하나는 헛것을 보더니 살을 찢는 모래 폭풍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공교롭게도 살아남은 하나는 죽기 직전까지 밧줄을 메고 있던 미련한 치였다. 이름은 금풍(金風). 다시 보니 앳된 그는 어린 나이에 꽤나 대단한 임무를 맡았다.
“오늘도 살았습니다.”
사마룡은 회상에서 돌아왔다. 그는 저도 모르게 또 대단한 거리를 걸었다.
금풍은 낮 동안 달궈진 돌멩이들로 구덩이를 메꿨다. 밤이 되면 몹시도 추운 사막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생존법이었다.
“우린 곧 관문을 통과할 수 있을 겁니다. 힘내시죠.”
사마룡은 그의 긍정에 헛웃음이 나왔다.
“구대문파 공동전인보다 낫소.”
“유 공자께서도 반드시 살아 돌아오실 겁니다.”
그가 이번 임무에 차출된 연유를 알만했다.
“어련하시겠소.”
사마룡은 그냥 넘겼지만 금풍의 긍정에는 굉장한 힘이 작용했다. 다음 날.
“헉, 헉 문입니다!”
금풍은 숨넘어가기 직전, 해가 기운 남쪽에서 신기루처럼 존재하는 다음 문을 발견했다.
진짜 문이다. 사마룡의 경지면 겨우 사막의 헛것에 흔들리지 않았다. 보이는 건 진짜 문이었고,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사막에서 벗어날 것처럼 보였다.
둘은 순식간에 문 앞까지 달려갔다.
사마룡은 문, 사목문(四木門)에 손을 갖다 댔다. 그는 네 번째 문이 나무의 문인데 크게 안도했다. 그는 다행히 목속성의 무공을 지니고 있었다. 규수공. 언제 꿈에 종학이란 도인이 일러준 호신공이었다.
“잠, 잠깐만!”
사마룡이 규수공을 운용하려던 순간이었다. 금풍이 그의 어깰 붙잡아 방해했다.
“뭣 하는 짓이오?”
사마룡이 날카롭게 반응했다.
“헉, 헉. 잠시만, 공자님. 우리, 조금만 모 파와 유 공자를 기다릴 수 없겠소?”
사마룡은 어이없다 그를 봤다. 금풍은 숨이 얕은 게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아 보였다.
“이보시오. 그들이 살아오는 게 가능하다 보시오? 기다리다 그대가 먼저 죽을 지경으로 보이는데?”
사마룡은 기약 없는 모래사막을 가리켰다.
“저는 아직 괜찮습니다. 우리, 그간 정을 생각해서 조금만 기다려주길 바라외다.”
금풍은 어려운 와중에 포권을 했다.
“하아.”
사마룡은 머리를 짚었다. 그러나 쉽사리 거절하기도 힘들었다.
“하루만 더 기다려주겠오.”
“고맙습니다.”
그리 둘은 다시 칼날 같은 밤을 지샜다.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저기, 누가 옵니다!”
금풍의 말처럼 모동파와 유호준이 멀리서 다가오는 게 보였다. 정말 그들이 오다니. 사마룡은 금풍을 달리 봤다. 이제 범상치 않더라.
“룡 공자아아!”
유호준이 사마룡을 불렀다. 가만 보니 유호준은 모동파를 부축해 오고 있었고, 모동파는 겨우 숨만 붙은 듯 축 늘어져 있었다.
“나를 구하려다가….”
유호준이 자책했다.
사마룡은 그를 대신 모동파를 부축했다. 사마룡은 모동파에 진기를 흘러 넣었다. 잠깐 그녀에게 생기가 돌았다.
“목문(木門)이군.”
“파파!”
유호준이 거의 울 듯 소리쳤다.
“시끄럽다. 고작 이런 데 마음이 흔들려서야.”
모동파는 유호준을 따끔하게 질책했다.
“고맙다. 우릴 기다려줘서.”
그녀는 이어 사마룡과 금풍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의외였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이번 문은 본 노가 열 것이다. 여기 호준을 잘 부탁한다.”
“파파! 내가 화산의 무공으로 문을 열겠소이다. 파파는 물러나….”
“갈!”
유호준의 말은 모동파의 일갈에 잘렸다.
“본 노의 몸 상태는 본 노가 가장 잘 안다. 어린 아해마냥 떼 쓴다 돌아올 게 아니다. 내 역할은 여기까지다. 아직 두 개의 관문이 남았으니 부디 너는 원하는 바를 이루라.”
유호준은 눈물이 그렁거렸다. 사마룡도 모동파가 마뜩진 않았지만 막상 그 모습을 보니 연민이 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웅-
모동파가 남은 기운을 짜냈다. 석문이 순식간에 아름드리 꽃과 줄기로 뒤덮였다. 사마룡은 처음 보는 기화요초에 관심이 가면서도 모동파가 저런 정순한 목기를 지니고 있음에 감탄했다.
“쿨럭.”
모동파가 결국 피를 토했다. 그녀가 내뱉은 피가 하나의 꽃에 튀었고, 꽃이 순식간에 부풀어 큰 것으로 변했다. 절로 두려움이 일었다.
“안 돼!”
모동파가 소리쳤다.
펑-
별안간 붉은 꽃이 터졌고, 꽃가루가 산개했다.
후욱-
모두의 정신이 몽롱해졌고, 진세가 다시금 크게 바뀌었다.
네 번째 관문의 시작이었다.
“끄으응.”
사마룡이 가장 먼저 정신을 차렸다.
우르르 쾅쾅-
거긴 천 길 낭떠러지를 두고 좁은 잔도가 길게 뻗어 있었다.
후우웅-
또한 폭풍을 연상케 하는 바람이 계속 불었고, 쉴 새 없이 벼락이 내리쳤다. 사마룡은 나머지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기다렸다. 모동파는 결국에 눈을 뜨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