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juk battlefield's non-mortgage loan specialist RAW novel - Chapter 176
175화
화륵-
아로누운 노파의 시신에 불이 붙었다.
타닥, 타닥-
아무리 대단한 위인도 죽음은 허무하기 짝이 없었다. 특히 무인의 경우 말로는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 대부분 뭐에 맞아 죽기 십상이었고, 차가운 길바닥에서 생을 마감했다. 모동파처럼 저를 위로하는 사람만 있어도 다행이었다.
“파파….”
유호준은 의외로 결연한 표정이었다. 그는 모동파의 희생으로 한층 성숙해진 듯했다.
생을 뒤로한 육신은 덧없는 하얀 재로 변했다.
휘오오-
사마룡과 이들은 굳이 이것을 수습하지 않았다. 미지의 공간, 타고 남은 잔해가 바람에 흩날렸다.
쿠우웅-
하늘만 애꿎게 울었다.
“가시지요.”
전에 모동파의 역할을 유호준이 맡았다.
번쩍-
벼락이 떨어졌다.
오들, 금풍이 몸을 떨었다. 대체 무슨 진법인진 모르겠으나, 정말 하나같이 극한의 시험들이었다.
셋, 유호준과 금풍, 사마룡은 아슬아슬, 좁은 잔도를 걸었다. 그들은 보통 칼날 위도 걸을 만큼 뛰어난 경신법을 지녔으나 문젠 시도 때도 없이 떨어지는 벼락이었다.
콰광-
한 번 벼락이 그들 바로 근처에 떨어졌다. 지나온 잔도가 무너지며 오던 길이 사라져 버렸다.
번쩍-
이번에는 바로 지척에 벼락이 떨어졌다. 옆에 있던 바위가 시커멓게 그을렸다.
번쩍-
금세 벼락이 떨어졌다. 이상한 건 벼락이 점점 더 그들 있는 쪽으로 가까워진단 거였다.
번쩍-
사마룡은 더불어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콰광-
벼락이 떨어질 자리에 찰나 희끄무레한 여광이 비췄고, 여지없이 그곳에는 벼락이 떨어졌다.
번쩍, 번쩍-
벌써 몇 번째가 그랬다. 그리고 지금, 하필 금풍의 정수리에 불운의 여광이 비췄다.
“떨어져!”
무슨 생각이었을까, 사마룡은 몸을 움직였다.
“룡 공자님!”
금풍이 놀라 소리쳤다.
두근-
진신행공, 그는 금풍을 쳐내고 대신 여광의 중심부로 들어갔다.
젠장. 사마룡은 뒤늦게 욕지거릴 뱉었다. 그리고 찰나 본능처럼 그의 눈이 금색으로 변했다.
용린공. 마찬가지로 꿈에 종학이란 선인이 일러준 무공이었다.
콰아앙-
사마룡의 머리 바로 위로 벼락이 떨어졌다.
“크윽.”
순간 눈앞이 하얘졌다. 전신세맥 뜨거운 전류가 흘렀다. 다행인 건 용린공이 주요 장기들을 보호한 거였다.
파지직-
전류는 순식간 땅으로 흩어졌다. 사마룡은 이내 시야가 돌아왔다. 그리고, 찰나지만 잠깐 여기 공간의 진실된 모습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이곳은? 사마룡은 눈을 달리 떴다.
진신안공. 사마룡은 금안, 진안으로 변했다. 쿠구궁, 요란한 소리와 허공에 석문이 나타났다.
오행문(五行門).
진식이 이런 방법으로 깨지기도 이상한 일이나, 다섯 번째 석문이 토문도 아니었다.
“룡 공자 어찌?”
유호준이 놀란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오행문이라니.”
그도 마지막 문이 토문이 아닌 게 의아한 모양이었다.
“룡 공자님, 어찌된 일일까요?”
제게 물은들 알 일이던가.
“모를 일이외다.”
사마룡은 사실대로 답했다.
“합치라는 뜻 아닐까요?”
“뭐?”
금풍이 말했고 유호준이 날카롭게 반응했다.
“모, 모름지기 오행에서 토란 나머지의 중앙에 위치하고 모든 만물을 내어주고, 또 거두어들이는 역할이라 알고 있습니다. 우린 지금까지 수, 화, 금, 목의 관문을 통과했고, 순리대로면 이를 모두 거두어들이는 것이 문을 여는 방법이 아닐까요?”
금풍은 유호준을 두려워하며도 할 말은 다했다.
“좋은 의견이나, 네가 나설 일이 아니다.”
역시 만금의 귀공자, 유호준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 유호준은 그리 말하며도 속으론 금풍의 말을 되뇌는 듯했다.
“흐음.”
사마룡도 마찬가지였다. 금풍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아니, 그간 그의 행적을 보노라면 그의 해석은 이번 문을 여는 열쇠가 될 것이었다.
모든 기운을 거두어 하나되는 기운이라. 고민은 길지 않아다. 사마룡은 다행히도 그런 기운을 하나 알고 있었다.
“스승님들께선 제게 말씀하셨나이다. 우리가 너를 길러내는 이유는 앞으로 오행신군과 같은 중원의 평화를 위협하는 세력에 대항하기 위함이라고.”
유호준은 말했다.
“구대문파는 소림을 중심으로 아홉 문파가 수백 수천 년간 각색의 정심한 무공을 꾸려왔고, 이는 세상 모든 이치나 다름없으니, 이를 하나로 규합할 수 있다면 오행은 차치하고 만인을 발아래로 둘 절대적 힘을 가질 수 있을 거랬습니다.”
사마룡은 표현 방식이 맘에 안 들었지만, 일리가 있었다.
“이제 보니 제가 그걸 완성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행히 이번 고난을 겪으며 작게 깨달은 바가 있으니, 공자께서 도와주시면 대의를 이룰 수 있을 듯하외다.”
유호준은 열망이 그득했다. 다만, 그가 무엇을 깨달았 건 사마룡 보기엔 한참이나 멀었다.
“그럴 필요 없소.”
사마룡은 말했다. 유호준은 의문스러운 얼굴이었다. 사마룡은 대답 않고 문 앞으로 걸어갔다.
두근-
뜸 들일 일 없었다. 중단전이 박동을 가했다. 오랜만에 금후가 잠에서 깼다.
두근-
천도 이파리가 기지개를 키듯 파래졌다. 아름드리 천도가 발그스레 얼굴을 붉혔다. 한 줌 진원이 움직였다.
두근-
사마룡은 석문에 손끝을 톡 댔다. 세상 가장 순수한 기운. 만물의 으뜸되는 기운, 진원이 문에 닿았다.
쩌적, 그그그극-
거짓처럼 오행문이 움직였다. 유호준과 금풍은 입을 쩍 벌리고 그 광경을 지켜봤다.
번쩍-
찬란한 금광이 문 안에서 쏟아져 나왔다. 오행신군은 불현듯 하나의 깨달음으로 수백 가지 기운을 운용했고, 사마룡은 수백 가지 무공으로 일원, 진원을 깨치는 노력을 했다. 오행은 돌고 돌아 시작과 끝이 모호했으나, 결국에는 어떤 대담한 한 가지 기운으로 귀결됐다. 그때였다.
“미안하오!”
별안간 유호준이 움직였다. 그는 사마룡을 팍 밀치고 아직 모두 열리지 않은 문 안으로 뛰쳐들어갔다.
쿠오오오-
굉음이 들리고 문 안이 먹을 푼 듯 시커멓게 변했다. 사마룡은 어이없었으나, 막 화가 나진 않았다.
“크하하하하.”
석문 안에 광오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는 과연 오행신군의 유지를 찾은 걸까?
“안 들어 가십니까?”
금풍이 물었다.
“굳이 저길 들어갈까 싶소.”
사마룡이 답했다. 금풍은 머리를 끄덕였다.
“얼른 돌아갈 일이오.”
전장 일도 그렇고, 할 일이 태산처럼 많았다.
금풍이 희게 웃었다. 사마룡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진원을 움직였다.
번쩍-
사마룡의 눈에서 아까보다 더한 금광이 쏟아졌다.
진신안공. 진실을 보는 눈이었다.
화악-
진세가 다시 크게 바뀌었다.
“호오.”
금풍은 사마룡의 신비에 감탄했다. 진세가 걷힌 이곳은 신비로운 꿈속 진선방의 그 광경이었다. 석문은 없었다. 사마룡은 익숙한 듯 멀리 보이는 동굴을 향해 걸어갔다.
“오호?”
거긴 너구리, 종학 선인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손님이 있을 줄은 예상 못했는데. 풍이 네가 데리고 왔더냐?”
사마룡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래, 그 때 종학이 말했던 풍이란 자가 금풍을 얘기하던 거였나?
“아닙니다. 스승님, 공자께선 본신의 힘으로 여기까지 오셨나이다.”
둘은 사제지간이었다. 종학이 사마룡을 훑었다.
“오호, 너는?”
그는 대번에 사마룡을 알아봤다.
“덕분입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사마룡은 포권했다. 그가 여기까지 오는 데도 종학의 도움이 매우 컸다.
“운은 풍이 녀석이 최고라고 여겼거늘.”
종학이 말했다. 금풍이 뒤에서 큭큭 웃었다.
“그것보다 도인께 여쭙고 싶은 게 있사외다.”
“무어냐?”
사마룡은 물었다.
“이곳을 나가고 싶습니다. 서둘러 가 해야 일이 있사외다.”
종학은 갸웃했다.
“풍아, 여기 오며 아무런 설명도 안했더냐?”
금풍이 웃으며 답했다.
“소인은 말씀드렸다시피 아무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공자께서 여기 온 것은 그저 우리와 공자의 인과가 닿았기 때문입니다.”
“허어.”
종학은 살짝 난감해했다.
휘오오오-
그 순간 동굴이 있는 산봉우리서 범상치 않은 바람이 불었다.
“시작이로군.”
종학은 말했다.
“들어라, 너는 이미 그대가 알던 세계와는 동떨어진 곳에 와 있다. 중간계라, 네가 있던 하계와 진선들이 머무는 선계의 사이, 균열에 있는 곳이니라.”
사마룡은 아미를 찡그렸다.
“다른 곳은 모르겠으나, 이곳은 간계삭풍을 만들기 위해 인위적으로 구축한 세계니라. 애당초 드는 것은 자유로우나 돌아가기는 불가능하다. 이곳에서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는 경우는 세 가지 방법, 간계삭풍을 이용해 선계로 오르거나, 간계삭풍의 힘으로 다른 중간계로 튕겨 나가거나, 간계삭풍에 몸이 갈가리 찢어져 죽는 수밖에 없다.”
사마룡은 낯빛이 잿빛이 됐다.
“소생은 선계고 뭐고 돌아가고 싶나이다. 거긴 제가 해야 할 일들이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사마룡은 지난날의 인연들이 아른거렸다.
쿠오오오-
그동안 바람이 더 없이 강력해졌다. 이는 아까 목 관문서 일던 바람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선택은 자유니라. 여기 망자처럼 머물든가, 같이 간계삭풍 안으로 들든가. 우린 선계로 갈 만발의 준비를 끝냈으니 다른 이 같았으면 천운이라 말할지어다.”
사마룡은 대신 기구한 운명에 한탄했다.
“룡 공자, 선계는 오르기가 무척 힘들지만 반대로 하계로 내려오는 방법이 전혀 없진 않다고 하더이다.”
금풍이 위로랍시고 말했다.
“이놈, 겪지도 못한 일을 진실처럼 말하는구나.”
이도 그냥 하는 말이었나보다. 종학의 꾸짖음에도 금풍은 실실 웃었다. 그러나 금풍 말이라면?
사마룡은 물었다.
“소생이 함께 가도 괜찮을 일이외까?”
“이 모든 건 원시천존의 뜻일지니.”
“부탁드리나이다.”
사마룡은 대례를 치렀다.
콰광-
그날, 용문산 봉우리가 터지며 황색 용이 하늘로 올랐다. 워낙 대단한 승천이라 중원 전역에서도 그 모습이 보였다. 그날, 천자를 비롯해 각국 제후들은 경건한 몸가짐으로 하늘에다 절을 올렸다. 중원에도 다르지 않았다. 정도맹과 천사성은 합동으로 큰 제례를 지냈고, 마교에도 행사가 있었다. 여담으로 천마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고, 제갈리는 두문불출했고, 남궁설은 저도 모르게 눈물을 훔쳤다.
아우우우-
마지막으로 상산 장주봉, 늑대소리가 구슬프게 들렸다.
번외(番外)
진선삼경(眞仙三境) 옥천경(玉淸境)의 작은 전장.
딸랑-
이곳도 처음에는 신비한 종소리가 반겼다.
“달(達) 계장도 이제 후임이 생기는누나.”
꼭 대라신선의 풍모라, 여한 없이 푸근한 상의 노인이 말했다.
“아, 송(松) 지점장님 오셨습니까.”
홀로 전장을 지키던 사내가 일어나 인사했다.
“아직 청문(淸問)도 통과 못 했는데 무슨.”
이를 이어 마냥 심술 궂게 생긴 노인이 들어왔다.
“죽(竹) 부지점장, 꼭 그리 말해야겠는가? 달이도 여기 막내로 있은 지 반백 년이 다 돼 가거늘.”
또 둘이 싸울 요량이자 사내 달이 중재했다.
“죽 부지점장님도 안녕하십니까. 사마에서 진선이 드물었던 건 모두 이 손의 부덕함 때문 아니겠습니까. 어쨌든 그렇다고 혼자 두 분을 모시는 게 싫지만은 않았나이다.”
사내 달은 둘의 비위를 맞추기에 능통했다.
“달, 네가 너무 빠르긴 했지.”
심술쟁이 죽 노인이 자리에 가 앉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더 이르다고?”
송 노인이 물었다.
“막 약관이 지났다더이다.”
사내 달이 재밌단 듯 웃었다.
“약관이라. 그게 가능하던가?”
죽 노인이 흥미롭다 물었다.
“다시 보니 제대로 된 경로는 아닌 듯하나, 그렇다고 부족하다 말하지는 못하겠다더군요.”
“호오라, 청문이 길어지는 이유가 있구나.”
송 노인은 저들 후손을 걱정했다.
“이내 통과하지 않겠습니까. 사마가 어디 만만한 존재던가요.”
사내, 사마달이 확신했다.
“그건 그렇지.”
하계 송죽의 사조, 사마송과 사마죽이 닮은 모양으로 고갤 끄덕였다.
또 다른 송죽전장이었다.
[무공담보대출전문 송죽전장,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