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ern Celestials Beat the Yankees RAW novel - Chapter (204)
204화. 협상
– 1862년 9월 2일. 백악관, 워싱턴 D.C.
백악관. 미합중국의 중심되는 곳인 이곳에 딕시 깃발이 게양될 줄 누가 알았으랴. 남부연합 협상단이 도착한 이래, 백악관에는 두 깃발이 나부낀다.
“저게 다 뭐야..?”
“뭐긴 뭐야. 반역자 놈들이지.”
협상단의 호위를 담당한 샤프슈터들의 딕시 깃발이 길거리를 수놓는 가운데, 시민들은 우리를 보고 수군거린다. 아무래도 전쟁에서 패배했다는 게 직접적으로 와닿아서 그런 것이겠지.
“분위기가 썩 좋진 않네, 패트릭.”
“좋을 리가 있겠나.”
잠시 밖에서 기다리자, 연방 측 보좌관들이 나타나 우리를 어디론가로 안내한다. 그들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자, 예상대로 중절모를 푹 눌러쓴 에이브러햄 링컨이 모습을 드러낸다.
“반갑습니다, 남부연합 협상단 여러분. 저는 미합중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입니다. 그리고 제 옆에 있는 사람은 조지 매클래런 중장으로, 연방군 총사령관이십니다.”
“저 또한 반갑습니다. 남부연합 대통령 제퍼슨 데이비스입니다. 이쪽은 총사령관 패트릭 머레이 대장이고, 이 옆은 외무장관 알렉산더 머레이입니다. 일단 자리에 앉아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가벼운 인사가 오가고 난 후, 우리는 마련된 소파에 조심스레 앉았다. 오묘한 분위기가 잠시 흐른 것도 잠시, 나는 의아한 점을 하나 발견하고 링컨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윈필드 스콧 장군이 보이지 않는군요. 그러고 보니 조지 매클래런 중장이 총사령관이라고 소개받은 것 같습니다만, 스콧 장군은 어디 가신 겁니까?”
“자세한 사항은 말씀드리기 어려우나, 사정이 있어 매클래런 중장이 총사령관직을 맡고 있습니다. 우선 협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럽시다. 우선 남부연합이 북부연방에 요구하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퍼슨 데이비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나는 가죽 가방에서 협상문을 꺼내다 탁자 위에 펼쳐 보였다. 링컨은 이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이내 그것을 들어 올리곤 차근차근 살폈다.
“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보셔도 좋습니다. 어차피 연방 측에서 전부 수용해야 할 사항들입니다.”
“이것들 전부… 말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이것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휴전은 없던 일이 될 겁니다.”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알렉스가 목을 가다듬더니, 요구 조건을 하나하나 읊기 시작했다.
“첫째. 남부연합에 가맹한 모든 주가 연방에서 탈퇴하고 독자적인 연합 국가를 형성하는 것을 용인할 것. 둘째, 남부연합을 공식적인 국가로 인정하고 외교관계를 수립할 것. 셋째, 남부연합에게 5천만 달러의 전쟁 배상금을 외교 창구를 통해 전달할 것. 이 세 가지가 우리의 주된 요구사항입니다.”
“요구사항은 잘 알겠습니다만, 우리 연방 역시 남부연합 측에 요청할 사항이 있습니다. 들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예, 말씀해 보시지요.”
에이브러햄 링컨은 조심스레 ‘접경주’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일부 접경주에 한해서 연방 잔류 여부를 다시 한번 투표로 부치는 건 안 되겠냐며, 이 조항을 승낙해 준다면 남부연합의 탈퇴를 용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접경주라면 어느 곳을 말하는 겁니까?”
“미주리와 켄터키, 캔자스. 이렇게 세 곳을 의미합니다. 이곳에서 투표를 진행하여, 투표 결과에 따라 연방 탈퇴 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겁니다. 만약 이게 마음에 들지 않으신다면, 매클래런 중장께서 제안할 또 다른 안건 역시 존재합니다.”
“뜸 들이지 말고 말씀해 주시지요.”
알렉스가 손짓하자, 조지 매클래런이 모자를 쓱 한 번 만지곤 입을 열었다. 나름대로 자신감에 찬 듯한 표정을 한 채로.
“미주리와 켄터키. 이 두 접경주 지역을 중립주로 지정하는 방안입니다. 북부와 남부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자유주로서 말입니다. 이렇게 하면 차후 발생할지도 모르는 추가 충돌을 예방할 수 있을 겁니다.”
“우선 연방 측 입장은 잘 알겠습니다. 다만, 우리는 남부연합에 자발적으로 가맹한 주들의 선택을 번복할 생각이 없습니다. 이는 주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므로 절대 양보할 수 없습니다.”
당연하지만 제퍼슨 데이비스는 이를 완고하게 거절했다. 이미 전쟁에서 이긴 마당에 한 치라도 양보해 줄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그는 도리어 연방 측 논리대로라면 메릴랜드와 델라웨어의 연방 탈퇴 의사 역시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받아쳤고, 이에 링컨은 입술을 꽉 깨물고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알겠습니다… 남부연합의 첫 번째 조건을 승낙하겠습니다. 다만, 두 번째 조건은 연방 국회의 승인이 있어야 하는 부분인지라, 제가 아무리 연방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여기서 확답드릴 순 없군요.”
“좋습니다. 그 부분은 참작하겠습니다. 그러면 이제 세 번째 조건으로 들어갑시다.”
배상금 5천만 달러. 절대 작은 돈이 아닌 만큼, 연방 놈들은 절대 토해 내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남부연합으로선 그 돈이 꽤 절실하다. 전후 복구를 위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쟁배상금은 5천만 달러로 합니다. 단, 지급에 있어 신용화폐 사용은 불가합니다. 대금은 오로지 금과 은으로 받겠습니다.”
“그건… 불가능합니다. 연방 은행의 재정 상태상 그렇게나 많은 금은을 인출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전쟁 배상금은 도리어 우리 쪽에서 요구하려던 사항입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지요?”
링컨은 전쟁 배상금 문제에서만큼은 물러나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남부연합에 공식적으로 1억 달러 상당의 전쟁배상금을 요구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십시오. 우리가 요구한 금액의 2배이거니와, 배상금을 지불해야 하는 건 연방 측입니다.”
“아니요, 배상금은 남부연합 측에서 지불해야 합니다. 남부연합의 연방 탈퇴 과정에서 발생한 연방 물자 파괴 행각에 대한 배상책임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지급하지 않는다면 오늘의 협상은 물 건너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제퍼슨 데이비스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 링컨은 어떻게든 1억 달러를 받아 내려는 듯한 태도로 계속 일관했고, 수십 분 동안 이야기가 오갔음에도 합의점은 도출되지 못했다.
‘이거 링컨의 속셈을 알겠군. 전쟁에서 졌지만 복구 비용만큼은 받아 내겠다는 것… 어떻게든 자신의 전후 입지를 다져놓으려고 하는 거다.’
어차피 남부연합이 전쟁에서 이긴 건 명백한 상황이다. 남부연합의 독립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는 건 오히려 정치적으로 리스크를 떠안는 행위겠지. 그러나, 배상금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남부연합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고 이쯤 되면 전쟁을 끝내고 독립을 이루자는 여론이 강세이기에, 휴전 협상이 결렬된다면 그 파장은 꽤 강력할 것이다. 그래, 링컨은 바로 이 점을 노린 것이다.
물론 우리 측은 이를 수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 오히려 배상금을 받아 냈으면 받아 냈지, 토해 낼 이유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링컨을 구워삶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하시지요. 만약 이 조건에 동의하신다면 북부연방 측에 1억 달러 상당의 배상금을 지급하겠습니다.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60일 동안 남부연합 육군이 점령한 북부연방 영토에서의 약탈을 허용하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그,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들으신 그대로입니다. 1억 달러 배상금은 일리노이와 인디애나, 2개 주의 경제력과 동등한 가치를 가지는 겁니다. 선택은 각하의 몫입니다.”
내 말을 들은 링컨은 이마를 짚더니, 드디어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듯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곤 5천만 달러는 너무 많다며 좀 줄여 줄 수 없겠냐고 물었다.
“그럼 4천만 달러로 하시죠.”
“4천만 달러는 너무 많소. 2천만 달러 정도 합시다.”
“4천만 달러. 이 이하는 안 됩니다.”
“돌겠군. 2,500만 달러! 우리도 이 이상은 양보 못 합니다.”
역시나 링컨은 완고하게 나오며 최대한 금액을 줄이려고 했다. 그러나 나 역시 완고한 건 마찬가지였다. 나는 우직하게 4천만 달러를 외쳤고, 결국 링컨은 이에 승복할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4천만 달러로 합시다. 단, 신용화폐로의 지급을 허용해 주시지요.”
“4천만 달러 중 1천만 달러 분량을 신용화폐로 받도록 하겠습니다. 이 정도면 만족하십니까?”
“예, 그렇게 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3천만 달러 상당의 은화와 1천만 달러어치의 국채를 배상금으로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언제까지 전달하면 되겠습니까?”
“올해 안으로 전달해 주시지요. 만약 배상금이 지급되지 않을 경우, 우리는 즉시 워싱턴 D.C.로 진격할 겁니다. 그러니, 시간은 철저히 지켜 주셨으면 하는군요.”
대부분 사항이 합의된 가운데, 협상은 점차 막바지로 향했다. 양측 대통령은 마침내 최종 종전 협상 문서에 서명했고, 내일인 9월 3일 새벽 02시를 기하여 전쟁이 종료되는 걸로 합의했다.
“이제 내전은 끝난 거로군요. 앞으로… 어떻게 세상이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르는 노릇이겠지요.”
“링컨 각하, 이제는 내전이 아닙니다. 남부 독립 전쟁이지요. 아무튼 언젠가 또다시 뵙기를 기대합니다.”
협상이 끝난 직후, 나를 포함한 남부연합 협상단 일행은 마차에 올라탔다. 백악관에 잠시 게양되었던 딕시 깃발도 우리가 떠남과 함께 서서히 내려갔으며, 샤프슈터들 역시 깃발을 다시 들어 올리고 남쪽으로 향했다.
‘전쟁이 끝났군. 전쟁이 끝났다고. 남부연합이 이겼다.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이 승리로 매듭지어졌다!’
후우, 드디어 내 1차 목표가 완성되었다. 절대 이길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되었던 남부의 승리. 마침내 그것을 완성시키고 만 것이다.
그래, 나는 남부연합의 영웅이 되었다. 그리고 이젠 마르크스를 이용하여 남부연합의 유일무이한 ‘대통령’이 되기 위한 길을 걸을 것이다. 그것을 위해 나는 여태껏 싸워 왔기에.
‘후우, 리치먼드로 돌아가면 할 일이 꽤 많겠군. 전후 처리도 해야 되고, 전역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제퍼슨 데이비스를 확실히 견제할 수단을 갈고닦아야겠지. 가능하다면 헌법을 손봐서 대통령의 임기를 6년에서 4년으로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해야겠고 말이지…’
제퍼슨 데이비스의 임기는 1867년에 종료된다. 그때까지 기다린다는 건 너무나 비효율적이기에. 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퍼슨 데이비스를 권좌에서 끌어내릴 것이다. 그리고 그 권좌에 오르는 순간. 목화의 땅을 붉게 물들일 것이다.
그래, 내 꿈이 실현될 날이 머지않았다. 나, 패트릭 머레이는 이제 최종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간다. 떠오르는 딕시. 그리고 그 위에 서 있을 사람은 바로 나. 남부의 운명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제 고작 독립을 이뤘을 뿐이니깐. 앞으로 갈 길은 멀고도 험할 것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