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ern Celestials Beat the Yankees RAW novel - Chapter (205)
남부 천조국이 양키를 꺾음 205화 (완결)
205화. 종전
– 1862년 9월 3일. 리치먼드, 버지니아.
리치먼드에 도착한 협상단은 시민들의 엄청난 환영을 받았다. 사람들은 딕시 깃발을 이리저리 흔들며 ‘승전’에 대한 기쁨을 만끽했고, 가도 행진하는 군인들은 이에 손짓하여 반갑게 맞아 준다.
“패트릭, 이제 모든 게 다 끝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
“그렇지 않아, 알렉스. 나로선 이제 시작이라고. 네게 말했잖나. 나는 목표가 대단히 크다고. 뭐, 그래도 잠깐 쉴 정도는 되겠지.”
정말이지 먼 길을 걸어왔다. 이제는 잠시 그 짐을 내려놓고 내가 이룩한 것들을 바라보아도 될 터겠지. 순간 어깨가 가벼워짐을 느낌과 동시에, 내 눈에 저 멀리 펄럭이고 있는 딕시 깃발이 눈에 띄었다.
‘저 악마 같은 깃발이 제자리에 서게 하기까지 몇 년이 걸린 걸까…’
온갖 생각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것도 잠시, 며칠이 지나 나는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위치한 내 가족 농장으로 돌아왔다. 흑인 노예들은 전부 팔아치운 덕에 농작물 하나 없는 황량한 땅만이 나를 반겨주고 있지만, 뭐 까짓거 알 바인가. 새로운 세상이 열렸는데 말이지.
“몇 년만에 집에 온 걸까요, 알렉산더?”
“그러게 말이에요, 여보. 고작해야 1~2년일 텐데 말이죠.”
감격스러워하는 두 부부를 뒤로하고, 나는 조심스레 내 자택 안으로 들어섰고, 잠시 후 오랜만에 침대에 누워 생각에 잠겼다.
‘우선 제퍼슨 데이비스의 임기를 단축할 방안을 고민해 보자고…’
지금의 헌법대로라면 제퍼슨 데이비스의 임기는 6년. 그러나 나는 그걸 전부 기다려 줄 생각이 없다. 그러므로 머지않아 노동가치당에 입당한 후, 정치 활동을 통해 대통령 임기를 단축시키거나, 또는 제퍼슨 데이비스를 ‘탄핵’해 버릴 생각이다.
그래, 종전은 또 다른 시작이다. ‘스톤월’의 명성을 이용한다면 정계에서 한자리 잡는 것 정도야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며, 여기에 미리 마르크스를 통해 만들어 둔 노동가치당의 완력이 더해진다면 한자리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내년에는 정치 활동을 시작해야겠군. 당장은 처리해야 할 일이 좀 많으니까 말이야. 흐흐, 이거 기대되는군…’
군대를 해산시키고 정상화하는 것도 총사령관으로서의 일이다. 그러니 몇 개월 동안은 군대에 남아서 잡무를 처리해야 한다. 즉, 아직 골치 아픈 일이 많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잠깐의 휴가를 좀 즐겨 보자고. 9월 15일까지는 리치먼드로 돌아가야 하니깐.
– 1862년 9월 17일. 리치먼드, 버지니아.
협상안에 따라 남부연합과 북부연방 각 측은 평시 정규군 규모를 최대 3만 명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이게 언제까지 지켜질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10년 동안은 유효할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자원병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보기 좋군요. 안 그렇습니까, 스톤월 대장?”
“안 그래도 그 말을 하려고 했습니다, 롱스트리트 대장. 저 또한 몇 달 내로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갈 생각인지라…”
“역시나 정계에 입문하시려는 거군요?”
“예, 그렇습니다. 롱스트리트 대장은 어쩌실 생각입니까? 제가 일전에 했던 제안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롱스트리트는 잠시 고민하는 듯한 투를 보이더니, 자신은 아무래도 군에 남아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언제 또 양키가 다시 쳐들어올지 모른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긴, 한 명 정도는 군에 남아 있어 줘야겠지요. 미리 말해서 뭐 하지만,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임기 동안은 장군을 총사령관으로 두고 싶은 마음이군요. 아 참, 제가 전역하는 동시에 대장께서 총사령관이 되는 걸로 이야기는 끝났습니다.”
“예? 그게 정말입니까?”
“물론이지요. 그만큼 수고했잖습니까. 리 장군은 벌써 전역했고, 존스턴 대장과 보우리가드 대장도 다음 달이면 전역합니다. 남은 건 사실상 롱스트리트 대장, 당신뿐입니다.”
내 말을 들은 롱스트리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나는 이 정도야 별것 아니라는 듯한 얼굴로 그에게 경례한 뒤 휴게실을 빠져나왔다.
“여기 계셨군요, 패트릭 씨. 안 그래도 찾고 있었습니다.”
“아, 드레이튼 씨로군요. 어제부로 전역했다고 들었습니다만, 무슨 일이십니까?”
“뭐긴요, 이야기 좀 나누려고 왔지요. 제가 철도 사업에 다시 뛰어들 예정이라는 건 잘 알고 계시잖습니까?”
토마스 드레이튼은 예전과 같이 철도회사 사장을 하려는 듯한 눈치였다. 전과 다른 게 있다면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커졌다는 것 정도랄까.
‘플로리다에서 텍사스까지 연결한다라… 나중에 지원 좀 팍팍 해 줘야겠군.’
드레이튼은 함께 일하고 싸울 수 있어서 영광이고 고마웠다는 말을 전하면서, 자신은 철도 사업 때문에 당분간 텍사스에 가 있을 거라고 했다.
“편지 자주 하겠습니다. 텍사스 가서도 몸조심하시고, 인삼은 꼭 챙겨 드세요. 건강에 좋습니다.”
“예, 패트릭 씨. 나중에 또 봅시다!”
드레이튼을 떠나보낸 뒤, 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한 후 장군들이 모여 있는 약속 장소로 향했다. 그곳에는 내 초청을 받고 기다리고 있던 로버트 리와 웨이드 햄프턴 3세, 보우리가드와 조지프 존스턴이 카드를 열심히 쳐 대고 있었다.
“저 왔습니다, 여러분. 카드게임은 잘돼 가십니까?”
“말도 말게, 패트릭. 리 대장께서 다 쓸어 갔다고. 벌써 500달러나 잃었어!”
“참 크게 노시는군요… 아무튼 이 자리에 모인 이유를 다들 아실 거라고 믿습니다. 그나저나 마르크스 씨는 어디 계시지요?”
“잠시 술을 가지러 간다고 했습니다. 아, 때마침 들어오는군요.”
고개를 돌리자, 맥주병을 들고 있는 카를 마르크스의 모습이 내 눈에 아른거렸다.
“에이, 위스키로 가져오시지…”
“그러려고 했는데, 동생분께서 맥주로 하자고 하시더군요. 이런 자리엔 위스키보다 맥주가 낫다고 하시면서요.”
“알렉스, 이 좋은 날에 위스키를 먹어야지 맥주가 뭐야? 위스키 정도는 대접해야 예의에 맞는 거라고.”
“미안해, 패트릭. 너무 취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말이지. 어쨌든 자리에 앉자고. 사람들은 다 모인 것 맞지?”
나는 고개를 끄덕인 후 일단 자리에 앉자고 손짓했다. 그렇게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시답잖은 대화를 잠시 나누며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했고, 주변 공기가 나름 뜨뜻해진 그 순간. 나는 ‘노동권리당’을 입 밖으로 꺼냈다.
“다들 잘 알고 계시다시피, 우리가 오늘 여기에 모인 건 노동권리당에 입당하고, 그 당을 남부연합 최고의 정당으로 만들기 위함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여기 계신 카를 마르크스 당수께서 설명해 주시겠습니다.”
“이제 제 차례군요. 아무튼 제가 바다를 건너온 이래 열심히 집필한 책이 한 권 있습니다. 남부의 해방이라는 책인데, 10월 중으로 출판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 책은 우리의 절대적인 성경 같은 책이 되어 줄 겁니다.”
“성경이라… 그 한 권이 전부입니까?”
로버트 리가 질문하자, 마르크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책 한 권을 가방에서 꺼내 탁자 위에 올려 보였다. 그 책에는 영어로 ‘자본론’이라 적혀 있었다.
“물론 아니지요. 남부의 해방이 성경이라면, 이 책 자본론은 예수 그 자체일 겁니다. 새로운 세계인 공산주의에 관한 내용이 가득 담겨 있지요. 이 두 책이 우리의 성경이 되어 줄 겁니다.”
“아무튼, 우리가 앞으로 뭘 하면 되는 겁니까?”
“간단합니다. 원래라면 1864년에 열릴 중간선거를 대비하여 정치 세력을 확장하는 겁니다. 그리고 국회를 장악하면 헌법을 개정하여 패트릭 머레이 씨를 위한 길을 열어 줄 겁니다. 물론, 이 헌법 개정에는 공산주의 이념도 들어갈 거고요. 자세한 설명은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마르크스는 몇 시간 동안이나 앞으로의 계획과 공산주의 이념에 관해 설명했다. 그의 말은 해가 수평선에 거의 걸린 듯한 시간이 되어서야 끝났고, 참가한 사람들은 그제야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흩어졌다.
“이제 정말로 시작인 거군, 패트릭… 정말로 시작인 거야.”
“그렇지요. 이제 남은 건 대통령이 되는 일, 그것뿐입니다. 아, 전역식도 있군요. 아마 11월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11월 16일이네.”
– 1862년 11월 16일. 남부연합 대통령궁.
“지금부터 패트릭 로렌스 머레이 대장은 위와 같은 훈장들을 수훈함과 동시에 남부연합 육군에서 전역하게 됨을 선언합니다.”
– 쾅. 콰광. 쾅. 콰광.
“스톤월 총사령관 만세! 딕시랜드의 수호자 만세! 남부의 영광은 절대 꺾어지지 않으리!”
축포 소리를 뒤로하고, 박수갈채가 여기저기서 쏟아져나온다. 나는 뒤로 돌아선 다음 나의 전역을 축하해 주러 온 시민들에게 마지막 경례를 해 보였다. 이로써 나는 남부연합에 대한 의무를 다했다.
“축하해, 패트릭. 이제 네가 정말로 원하던 걸 실행에 옮길 수 있겠군 그래.”
“그러게 말이야. 뭐, 앞으로 할 일이 많지. 사업도 다시 안정화해 두어야 하고, 종잣돈도 좀 더 모아야 할 것 같더군. 그래도 전쟁에서 이기는 것보단 쉽지 않겠어?”
“그러니까 말이야. 아 참, 오늘 리치먼드로 이사한다고 했지?”
정계에 입문하려면 아무래도 리치먼드에 있는 게 유리하다. 그런고로 나는 나름 정든 사우스 캐롤라이나 집을 알렉스에게 맡기고, 리치먼드에 새집을 마련했다.
“맞아, 오늘이지. 내일 집들이 올 거지, 알렉스?”
“물론이지. 갈 때 좋은 위스키 하나 사 갈게.”
전역식을 뒤로하고, 나는 이삿짐을 한창 옮기고 있는 새집으로 향했다. 3층 높이에 달하는 으리으리한 저택. 십만 달러 넘는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화려한 이 집은 이제 나의 새로운 보금자리 겸 일터가 되어 줄 것이다.
‘일단 짐 정리나 좀 해 볼까…’
집 안으로 들어서자 인부들이 반갑게 나를 맞이해 준다. 나는 우선 내 방이 될 공간부터 둘러보기로 했고, 인부들은 나를 3층 한쪽의 작은 방으로 안내했다.
“처가 안 계신 부분을 고려하여 침실은 작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나중을 대비한 큰 침실도 따로 갖춰 두었습니다.”
“좋습니다. 그전에 책을 정리할까 하는데, 제 책은 전부 어디 있을까요? 당장 읽어볼 것들이 몇 개 있어서 말입니다.”
“아, 저쪽에 있습니다.”
인부의 손짓을 따라간 곳엔 수백 권에 달하는 책이 보따리에 담겨 있었다. 여태까지의 여정들이 이 보따리 안에 담겨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나를 감싸는 가운데, 나는 보따리 안의 책들을 일일이 꺼내 든 뒤 나름대로 분류하여 쌓아 올렸다. 그리고 그 순간.
“이, 이건…”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표지부터 19세기 물건이 아닌 책. 그러면서도 한번 본 적이 있는 책.
‘남부가 승리하는 방법’
그것은 분명… 틀림없이 아직 죽기 전, 리인액트를 하는 주인장이 운영하는 서점에 가서 받았던 바로 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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