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weapon for super planet destruction RAW novel - Chapter 233
=> 233
“으음…으으읏…”
얼마나 잤을까. 숙취로 인한 두통때문에 머리가 깨질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설아는 신음소리와 함께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일어나자마자 시계를 보았다. 어느새 시각은 정오를 넘어가 있었다.
설아는 덮고 있던 이불을 치우고 자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아직도 가슴이 간질거리는 듯한 느낌이 남아 있었고, 그것이 분명 밤중에 일어났던 일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이상은 없었다는걸 설아는 알았다. 자신의 몸에 찬혁의 검은색 아디다스 티셔츠가 입혀져 있었고, 입고 있는 티셔츠를 살짝 들춰보니 신고 있는 스타킹은 조금도 찢어진 흔적이 없이 멀쩡했으며 다리 사이가 얼얼하다거나 아프다거나 하는 느낌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분명 찬혁이 자신의 다리며 은밀한 그곳을 손으로 만지고 핥았던 것은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로는 기억이 없었다. 아마도 한창 찬혁의 혀와 손길에 기분이 좋아서 몸이 마구 달아 올랐던듯 싶은데, 그때문에 아무래도 술기운이 확 오르며 그대로 정신을 잃어 버린듯 하다고 그녀는 생각하게 되었다.
“찬혁이는…역시 날 상대로 끝까지 가지 않았어.”
설아가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을 내뱉았다. 그녀는 확신했다. 찬혁이 자신에게 했던 모든 행동들. 그 모든것이 실제로는 자신을 향한 아무런 애정조차 없는, 그저 철저하게 계산된 행동이라는 것을 말이었다.
어지간한 사내라면 거기서 멈출리가 없었다. 만약에 찬혁이 자신에 애정이 있었다면, 아니 애정을 떠나서 여자로 봐주기라도 했다면, 그 상황에서 그렇게 물러설리가 없었다.
결국엔 자신이 모든걸 리드했기에 찬혁이 그냥 그걸 받아준 것일뿐, 실제로 찬혁은 조금도 그럴 마음이 없었다는걸 깨달은 설아였다.
힘없이 방을 나선 설아는 찬혁이 부엌에서 음식을 하는걸 보게 되었다.
“어. 일어났구먼. 언넝 씻구 밥묵어. 니 지금 숙취땜시 머리통이 뱅글뱅글 돌지 않남? 시원한 콩나물 국 끓였응게 샤워허구 묵어라. 글구 가글도 좀 혀서 입안 좀 부셔내. 스타킹은 찝찝하믄 벗어서 새숫대야에 놔둬. 내가 빨아서 건조대에 올려 놓으믄 금방 마를테니께 말여. 내가 그거 니가 또 저번마냥 사오라구 헐까봐 어떻게든 안 찢었다. 니가 그렇게 찢어달라구 난리였는데두 말여.”
밤중에 그런일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찬혁은 정말로 너무나도 태연하게, 얼굴색 하나 바뀌지 않고 평소마냥 말을 하고 있었다. 역시 찬혁에겐 밤중에 자신과 있었던 일따위는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었다는걸 설아는 지금의 찬혁의 행동을 통해 절실히 느꼈다.
“역시…밤에는 그저 나만 신났던 거였구나.”
“뭐가 말여.”
식탁에 반찬을 올려놓던 찬혁이 설아를 보며 물었다. 설아는 화가 잔뜩 난 얼굴이 되어 인상을 팍 쓰며 찬혁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밤중에 네가 나에게 했던 모든 행동들. 그 모든 행동들도 전부 계산된 행동이었지? 왠지 모르게 너라면 그럴거란 생각이 들어. 내 몸을 그정도까지 달아오르게 했을 경우, 술이 올라서 정신을 잃게 되지 않을까. 그런걸 전부 계산하고 행동을 했을거란 생각이 든단 말이야. 지나칠 정도로 냉철하고 계산적인 너라면 말이지. 그러니 그 시점에서 더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물러난거 아니야?”
“알고 있구먼.”
찬혁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을 하고 있었다. 확 쏘아붙이듯 말을 하던 설아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며 쓴웃음을 짓더니 말을 이었다.
“후후. 역시 그랬구나. 그저 나만 신나서 달아올랐던 거였어. 어떻게든 용기를 내려고 술도 마시고 바니걸 슈트도 사고 속옷도 안 입고 밤중에 보디가드와 메이드들 몰래 호텔을 빠져나와서는, 날 덮치려던 치한도 물리치고 도중에 술이 깨서 자신감이 사라질까봐 구멍가게에서 어떻게든 소주도 한병 사서 더 마셨어.
그러한 행동이 모두 물거품이었구나. 하긴…이건 내가 잘못한거겠지. 날 구해준 기사인 널 즐겁게 해준답시고 결론적으로는 나만 좋았으니 이건 내가 잘못한 행동이야.”
“아니 뭐…나도 뭐 좋기는 했지만…역시 안되는건 안되는거여. 여하튼 언넝 씻구 와서 밥이나 드셔. 콩나물 국으로 해장 좀 혀.”
“씻으러 가기전에 한가지만 물어봐도 돼?”
“뭔디 그려?”
“내가 괜찮다고 해도 나와 끝까지 가지 않은 이유. 그건 역시 민아 양이 결정적인 이유야?”
“아니.”
설아는 찬혁의 대답을 듣고 크게 놀랐다. 자신에게 지나칠 정도로 계산적이었던 이유가 민아때문이 아니었다니…
민아때문에 자신에게 계산적인 모습을 보여 정이 떨어지게 하려는게 아닌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었다.
때문에 설아는 혹시 자신에게 아직 기회가 있지 않은가 싶어서 괜시리 마음이 들떴다.
그러나 그 이후에 나온 찬혁의 말은 그녀의 마음속에 있던 일말의 기대마저도 지워버렸다.
“민아헌티두 야그혔지만, 니헌테두 야그혀야것다. 나는 이제 여기 다 정리허고 산으로 혼자 들어갈거여. 고생도 헐만치 혔고, 이제는 조용히 살라구 생각중이여.
그러니 니두 그렇구 민아두 그렇지만, 다들 자신의 지위와 미모. 능력에 걸맞게 멋진 삶을 살믄서 좋은 남자 만나서 결혼허고 행복허게 살어라. 나는 아무도 찾지 못하는 산속으로 들어가 남은 여생을 자연과 함께 살거여.”
“잠깐만…너는 그걸로 정말 만족하는거니?”
찬혁이 모든걸 다 버리고 홀로 산으로 떠나겠다는 마음에 애가 탄 설아가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말을 하고 있었지만 찬혁은 조금의 망설임이나 흔들림도 없이 말을 하고 있었다.
“어. 엄청나게 만족허는디? 그러니 자꾸 이상한 소리 할거믄 그냥 호텔로 가셔. 언넝 씻구 밥이나 잡수지. 자꾸 쓰잘데기 읎는 소리만 혀.
글구 나는 쌍놈이구 니는 공주여. 사실 밤에 일어났던 그런 상황자체가 일어났다는게 옛날 조선시대 같았으믄 나는 사형감이여. 쌍놈이 공주님 가슴 핥았다구 말이지. 아무리 니가 원해서 그랬다구 혀두 말이지. 왕족이랑 하찮은 쌍놈이 한자리에서 뒹구는걸 어떤놈이 그냥 놔둬.
현실이 그러허니 현실에 순응허믄서 살자. 나는 그냥 산속에 들가서 풀뿌리 캐묵으믄서 살구, 니는 한나라의 여왕이 되든 뭐가 되든 혀서 훌륭한 사람이 되셔. 지금 일시적인 소녀소녀 감성에 빠져서 돌이킬수 읎는 짓거리 헐라구 들지 말구.”
“하…하지만…”
“어이. 바깥에 보디가드랑 메이드 양반들 있는거 다 알고 있소. 언넝 와서 댁들 공주님 좀 데려가소. 문 열려 있으니께.”
찬혁이 큰소리로 문쪽을 향해 외쳤다.
그러자 정말로 문이 열리며 검은 양복의 사내들과 허리춤에 칼을 찬 하녀복 차림의 여성들이 꾸역꾸역 안으로 들어왔다.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찬혁님. 찬혁님이 허락하지 않는 이상 들어올 생각은 없었습니다만, 찬혁님의 허락으로 인해 이렇게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있을거라는건 알고 계셨던겁니까?”
갈색 머리를 한갈래로 묶고 검은색 안경을 쓴, 정숙해 보이며 단정한 외모의 메이드 여성이 찬혁을 보며 말했다.
그러자 찬혁이 입을 열었다.
“뭐 당연히 댁들도 주인이 읎어진걸 알았을테구, 그 주인이 어디로 갔는지 행선지도 짐작하구 있었을거 아니것수? 그러니 대충 주변에서 별일이 읎나 지키고 있었을거라 확신혔수.
어제 댁들 주인에게 내가 약간 몹쓸짓을 할뻔 혔지만, 아직은 멀쩡허니께 조심히 데려가슈. 돌이킬수 읎는 일은 저지르지 않았수다.”
“감사합니다. 찬혁님.”
정숙한 외모의 메이드 여성이 고개를 숙여보이며 감사를 표했다.
설아는 자신을 데리러 온 메이드들과 경호원들에 의해 끌려 나가는 신세가 되었다.
“미안혀. 니가 자꾸 이상한 소리만 할라구 허길래 말여. 밥 못 먹여 보내는건 미안허구만.”
“두고봐아아앗!! 내가 이대로 물러날줄 알아? 내가 공주 자리를 내놓는 한이 있어도 어떻게든 너랑 같이 산속으로 들어갈테니까아아!!”
“어서 가시죠. 공주님. 국왕폐하와 왕비님께서도 공주님의 단독 행동을 잘 감시하라고 명령 하셨습니다.”
“공주 때려 칠거야. 네가 민아 양을 아내로 받아들이면 나는 둘째 아내로라도 들어갈테다아앗!!”
원래부터 약간 억세고 제멋대로 공주님이긴 했지만, 한동안 찬혁에게 잘 보이겠다고 그런 성격을 죽이고 있었는데 지금 끌려나가는 신세가 되니 다시금 마구 성질을 내며 악을 쓰는 설아의 모습이었다.
경호원들과 메이드들이 설아를 끌고 나가고, 다시금 잠잠해진 집안을 보며 찬혁은 털썩 식탁 의자에 앉았다.
“밥이나 묵자. 아니 나같은 쌍놈이 뭐 좋다구. 어차피 다 한순간이지. 그냥 내가 위기에서 구해줬응게 아주 잠깐 그렇고 그런 마음이 드는거 아녀.
이제 시간 좀만 지나봐. 언제 그랬냐는듯이 날 쌍놈 취급헐테니께. 사람은 원래 망각의 동물이라 자신이 도움받고 했던 일들 빠르게 잊고 서로 자신의 지위와 상황에 맞는 생활을 해 나가는거여.”
민아와의 만남때는 4년을 약속했고, 유우나는 자신과 오랫동안 함께 했던 오빠. 렌지와 결혼하기로 했으며 설아는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상당한 소동을 일으켰었다.
그리고 1주일 동안 아무일도 없이, 아무런 만남도 없이 그냥 평안한 나날이 흐르고, 어느새 토요일이 되어 민아의 생일이 되었다.
========== 작품 후기 ==========
이제 정말 10편 남짓 남았습니다. 3부같은건 생각도 하지 말아야것습니다. 너무 오래 썻습니다.
그럼 이만 물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