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 Farmer RAW novel - Chapter (246)
건우가 하와를 기억해 내긴 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변한 것은 없었다.
건우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하와를 기억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마치, 처음부터 하와라는 존재가 없었던 것만 같이 굴었다.
그나마 변한 것이 있다면…….
“놀랍군.”
하와를 기억해 낸 건우를 본 신화그룹 조현수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는 것이다.
건우는 그런 그에게 궁금한 점이 많았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어차피 대답해 줄 수 있는 건 없을 테니까.’
건우가 하와에 대해서 기억해 냈을 때, 그는 조현수가 무척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그가 내뱉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것도 덩달아 알게 되었다.
하와에 대해서 말해준 것만 해도, 그는 충분히 무리한 것이다.
그 뒤로, 건우는 재각성이 완료될 때만을 기다리면서 생활을 이어나갔다. 혹시라도…… 재각성이 이뤄지면 하와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기적 같은 일은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현실만 뼈저리게 느꼈지.’
「이건우 – 프로 정령 농사꾼.
힘: 35, 민첩: 27, 체력: 140, 마력: 측정 불가, 정신력: 측정 불가, 친화력: 측정 불가.
정령 농사꾼의 축복: 정령 농사꾼으로서 갖춰야 할 능력을 보정 받는다.
완숙한 정령 농사꾼의 손길: 섬세한 손길로 농산물을 어루만진다.
농작물은 나의 힘!: 농작물 섭취로 인한 이로운 효과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정령에게 부탁해!: 그 어떤 정령에게라도 소환 요청을 할 수 있다.
너, 내 정령이 되어라: 그 어떤 정령이라도 소환되어 있다면 강제할 수 있다. 농사 관련 상황에 한정.
정령 일꾼: 정령을 일꾼으로 영입할 수 있다.
-현재 영입된 정령: 엘. 장군이. 끄뉵이.
…(중략)…
글로벌 던전 농지: 언제, 어디에서든 던전 농지의 출입구를 생성할 수 있다.
초특급 진화! (농작물): 특정 상황에서, 농작물을 임의의 방향으로 진화시킬 수 있다.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니, 주의할 것.
초특급 진화! (정령): 특정 상황에서, 정령을 임의의 방향으로 진화시킬 수 있다.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니, 주의할 것.」
건우가 재각성한 상태창을 보면, 하와가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명백했다.
‘사라진 게 아니야. 내 안에서 같이 살아가는 거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의 가슴에 주먹을 살포시 가져다 댔다.
하와를 기억하게 된 이후, 지난 2년 동안 단 하루도 잊지 않고 행하고 있는 동작이었다.
그가 그렇게 하와를 위한 의식을 치르고 있을 때였다.
-끄뉵! 끄뉵!
크기는 겨우 사람 주먹만 한 주제에, 근육만 무식하게 키운 정령 하나가 건우에게 날아왔다.
녀석은 건우 앞에서 온갖 폼을 다 잡은 후에 용건을 알렸다.
“마을 앞에 기자가 또 나타났다고?”
-끄뉵끄뉵?
근육의 정령인 ‘끄뉵이’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면서, 자신이 혼내줘도 되냐고 물었다.
그 물음에 건우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전부터 뭐라고 했어? 힘이 세다고 그걸 막 휘두르면 되겠어? 안 되겠어?”
그 물음에 끄뉵이가 한 차례 움찔거리더니,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끄뉵.
“그래. 잘 아네. 그러니까, 그 힘으로 농사를 더 열심히 지어. 끄뉵이는 힘이 세서, 도와줄 일이 많으니까.”
-끄뉵!
끄뉵이는 건우의 말에 언제 시무룩했냐는 듯이 기운을 냈다.
건우가 그 모습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참, 단순하다니까.’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끄뉵이를 엘프들이 있는 곳으로 보냈다.
최근 엘프들은 본격적으로 고기 열매 나무를 재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건우의 도움이 절실했다.
참고로, 묵계리 앞에 나타난 기자들도 그런 엘프들을 취재하고 촬영하기 위해서 온 이들이었다.
‘엘프들이 공개된 이후로 동네에 기자들이 마를 날이 없네. 나이트 씨에게 들어보니까, 드워프 쪽은 조용하기만 하다던데…….’
건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대문을 나섰다.
대문 밖에는 엘과 소아가 서로 장난을 치면서 건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앗! 큰아빠님 왔답니다!”
“느림보 아빠!”
건우를 보자마자, 활짝 웃는 두 아이.
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둘의 모습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건우를 향해 뿜뿜 뿜어내는 애정은 훨씬 커져 있었다.
그런 둘의 모습을 확인한 건우는, 자꾸 늘어지는 표정을 막을 수 없었다.
“그래그래. 느림보 아빠 왔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단숨에 안아 드는 건우.
엘과 소아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 건우의 품에 폭! 하고 안겼다.
건우가 등 뒤에서 기습을 당한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갸웅!
커다랗고 묵직한 뭔가가, 건우의 등 뒤로 착 달라붙은 것이다.
건우는 자신도 모르게 휘청거리면서, 고개를 돌렸다.
“가온아! 그러다가, 아빠 깔려 죽겠다.”
갸웅!
건우를 습격(?)한 이의 정체는 바로 가온이었다.
가온은 엘과 소아와는 달리, 2년 사이에 부쩍 자라서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간 어린아이만큼 커져 있었다.
엘보다는 조금 크고, 소아보다는 조금 작은 키였다.
건우는 엘과 소아를 땅바닥에 놔주고, 등 뒤에 달랑달랑 매달려있는 가온을 끌어와서 앞으로 안아 들었다.
“어이구, 우리 가온이. 언제까지 이렇게 어리광을 부릴 건지…….”
갸웅!
“하하. 평생은 참아줘. 나중에는 내가 깔려 버릴 것 같으니까.”
건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가온을 엘과 소아 가운데 내려주었다.
그러자 셋은 서로 몸을 부대끼면서 친근함을 표현했다.
‘참 한결같아.’
건우는 그런 셋의 모습이 보기 좋아서, 한동안 그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2년 전이었다면 포토타임이라면서 사진을 찍었겠지만, 그는 그럴 생각이 조금도 없어 보였다.
‘사진은 의미 없으니까…… 두 눈에 담아 둬야지.’
스마트폰 저장공간이 다 찰 정도로 찍어뒀던 하와의 사진이 단 한 장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뒤로, 건우는 필요할 때가 아니면 사진을 찍지 않았다.
작은 액정화면을 통해서 소중한 모습을 지켜볼 시간에, 두 눈으로 그 모습을 담아내는 것이 낫다고 본 것이다.
그렇게 잠시 후.
장난을 치던 엘이 아차 싶은 표정을 지었다.
“앗! 모자를 놓고 왔답니다. 큰아빠님! 잠깐, 집에 들러야 할 것 같답니다.”
“그래? 그러면 천천히 다녀와.”
“네! 번개처럼 다녀오겠답니다!”
엘은 그렇게 말하면서, 후다닥 집으로 들어갔다.
건우가 그 모습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는 순간이었다.
투다다다다!
헬리콥터 한 대가 빠르게 다가오더니, 건우네 집 상공에 머물렀다.
그곳에서 한 사내가 지체 없이 떨어져 내렸다.
쿵!
한쪽 무릎을 꿇고, 한쪽 손을 바닥에 댄 채로 착지한 사내.
일명 ‘슈퍼히어로 랜딩’이라고 불리는 포즈였다.
소아와 가온이 그 모습을 보면서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100점 만점에 100만점!”
갸웅!
그렇게 점수를 매긴 둘은 무척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멋진 자세를 취하고 있던 사내가 고개를 번쩍 들더니,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아주 정중하고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이건우 님. 폰입니다.”
사내의 정체는 바로 집사 폰이었다.
건우는 그런 폰의 인사를 받으면서 활짝 웃었다.
“어서 오세요. 오늘은 꽤 요란한 등장이었네요?”
“최근에 서린 씨가 슈퍼히어로에 푹 빠져 있어서…… 저도 좀 따라 해 봤습니다.”
“하하. 그래요? 슈퍼히어로라…… 멋있죠.”
건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 폰이 화제를 돌렸다.
“다름이 아니라, 급한 일이 생겼습니다.”
“급한 일이요?”
“네. 아가씨가 진통을 겪고 계십니다. 바로 가시죠.”
그 말에 건우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윤아가요? 정말요?”
“네. 회장님과 사모님도 현재 병원으로 가고 계십니다.”
“아.”
건우는 폰의 말에 마음이 다급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그런 다급한 마음을 최대한 차분하게 가라앉히면서 물었다.
“아버지하고 어머니는요?”
“따로 제 분신을 보냈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으음. 알았어요. 윤아가 힘내고 있는데…… 가서 응원해야죠.”
그렇게 말한 건우는 소아와 가온을 데리고, 폰과 함께 헬리콥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재빨리 신비술사 조윤아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잠시 후.
조용해진 마당으로 엘이 밀짚모자를 들고 나왔다.
“큰아빠님! 모자 찾았답니다!”
그러면서 활짝 웃는 엘.
하지만 그에 화답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 *
건우가 서울에 있는 한 대학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상황은 끝나있었다.
분만이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끝난 것이다.
그 덕에 건우는 도착하자마자, 신화그룹 회장 조현수에게 한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남편이라는 사람이 말이야. 어!? 아내가 애를 다 낳고서야 와? 이게 말이 돼? 어!?”
“죄, 죄송합니다, 장인어른. 최대한 빨리 온다고 온 건데…….”
“그걸 지금 핑계라고 대는 거야? 어!?”
“죄송합니다!”
건우는 조현수의 말에 연신 고개를 조아릴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야 어떻든, 출산하는 아내의 옆을 지키지 못한 것은 건우의 잘못이 맞았으니까.
하지만 건우를 나무라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여보. 그만 하세요. 이 서방이 저희보다 소식을 늦게 들었다잖아요.”
신화그룹의 안주인 강지현이 건우의 편을 들어준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강력한 응원군도 있었다.
“맞아! 외할아버지 나빠!”
갸웅!
바로 소아와 가온이었다.
그 덕분에 상황은 급반전을 이뤘다.
이때다 싶어서, 건우를 밀어붙이던 조현수가 수세에 몰린 것이다. 그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 하지만…….”
“그만 해요. 이 서방도 큰일 하는 사람인데, 이해해줘야죠.”
강지현이 그렇게 말하자, 조현수는 결국 못마땅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을 본 강지현이 못 말리겠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고 나서, 건우를 불렀다.
“이 서방.”
“넵! 장모님.”
군기가 바짝 든 이등병처럼 대답하는 건우.
강지현이 그런 건우에게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윤아하고 아기 좀 보고 나와요. 고생했다고 말해 주고요.”
그 말에, 건우는 언제 시무룩했었냐는 듯이 기운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네, 장모님. 소아야, 가온아. 같이 가자.”
건우는 그러면서, 소아와 가온을 데리고 병실로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강지현이 두 아이를 품에 꼭 안았다.
“아이들은 나중에. 이 서방 먼저 갔다 와요.”
그 말에 건우는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말에서 세세한 배려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그저 유쾌하신 분인 줄만 알았는데…… 이럴 때 보면 확실히 어른이시구나.’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조심스럽게 병실로 향했다.
참고로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는데, 온몸을 살균 처리하고 새하얀 살균복까지 입어야만 했다.
“다 됐습니다. 들어가시지요.”
“감사합니다. 나이트 씨.”
집사 나이트의 깐깐한 살균작업을 통과한 건우.
그가 천천히 병실 문을 열자, 침대에 누워있는 한 여인의 모습이 들어왔다.
아이를 낳느라, 수척해진 신비술사 조윤아였다.
건우는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서, 자세를 낮춰 쪼그려 앉았다.
“고생 많았어. 옆에 있어 주지 못해서 미안해.”
그 말에 조윤아가 괜찮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잖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그래도…… 미안해. 내가 평생 잘할게.”
그 말에 조윤아가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본 건우는, 자신이 조윤아에게 더더욱 빠져드는 것을 느꼈다.
‘이런 사람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고 배기겠어?’
그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조윤아가 안고 있던 아기를 슬쩍 내밀었다.
“우리 아기, 한 번 안아 보세요. 너무 예뻐요.”
그 말을 들은 건우는, 그녀에게서 아기를 건네받았다.
같은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아기.
건우는 아기가 부서지기라도 할까 봐, 노심초사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기의 얼굴을 본 건우는 자기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
세상에서 가장 예쁜 얼굴이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 덕에, 건우는 한동안 아기의 얼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예쁘다. 너무 예뻐. 너무너무 예뻐.’
그러길 한참.
건우의 눈가에 돌연 눈물이 고이더니, 또르르 흘러내렸다.
그 눈물의 종착점은 아기의 볼이었다.
톡!
아기의 탱탱한 볼을 마주하고, 살짝 튀어 오르는 눈물.
그 순간, 눈을 감고 있던 아기가 두 눈을 스르르 떴다.
“하왕?”
“응?”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은 표정을 짓는 건우.
그는 살짝 멍청해 보이는 표정을 지은 채, 아기를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뭐라고?”
그러자 아기가 방긋 웃었다.
“하와!”
오랜만이라는 뜻이었다.
(완)
에필로그
“큰아빠님도, 소아도, 가온도…… 다들 너무 하답니다.”
엘은 마당에 주저앉아서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었다.
연락을 통해서 상황이 얼마나 다급했는지는 들었지만, 자신만 놓고 간 것이 야속했던 것이다.
“조금만 기다려주었으면 됐는데…… 갑자기 뀨뀽이 님하고 장군이 님이 보고 싶답니다.”
엘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지금 당장이라도 던전 농지로 달려갈까 고민해 봤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는 집을 지켜야 한답니다.”
엘은 그러면서 상처받은 마음을 스스로 치유해 나갔다.
그러길 한참.
대문 앞에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한동안 그곳에서 서성거리면서 쭈뼛거렸다.
‘누구시지?’
엘은 처음 보는 사내의 모습을 보면서 살짝 긴장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여차하면, 내가 나서지.
엘의 어깨에는 진흙 찐빵이 올라가 있었던 것이다.
그에 용기를 얻은 엘이, 먼저 사내에게 다가갔다.
“누구신가요?”
조심스럽게 묻는 엘.
사내는 한 차례 움찔거리더니, 자세를 낮춰서 엘과 눈높이를 맞췄다.
“혹시 여기서 사니?”
“네.”
“그래? 그러면 혹시, 이 정자 구자라는 분을 알고 있니?”
“이정자구자? 이름인가요?”
엘은 요상한 이름이라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모습을 본 사내가 피식 웃었다. 묘하게 건우와 닮은 웃음이었다.
“다시 물어볼게. 혹시 이정구라는 분을 아니?”
“으음, 잘 모르겠답니다.”
“그래? 이거 참, 난감하네. 혹시 이사라도 가신 건가?”
사내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엘에게 다시 물었다.
“그러면 혹시, 이건우라는 사람은 알아?”
그 물음에 엘이 반짝 웃었다.
“안답니다!”
“정말? 어딨는지 알려줄 수 있을까?”
“아기가 태어나서, 서울로 잠깐 갔답니다!”
“아, 아기?”
사내는 아기라는 말에 입을 쩍 벌리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고개를 주억이면서, 조그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형이 아기라니…… 하긴 그럴 나이긴 하지.”
그렇게 상황을 이해한 그는 다시 엘을 바라봤다.
“그러면 너는 누구니?”
“저는 엘이랍니다!”
“엘? 독특한 이름이네? 혹시 건우 형 딸이니?”
그 물음에 엘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랍니다! 이건우 님은 제 큰아빠님이랍니다.”
“아아. 큰아빠…… 응?”
사내는 큰아빠라는 말에 묘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불가사의를 마주한 고고학자 같은 표정이었다.
“큰아빠라고?”
“네!”
“그, 그러면 아빠가 누군데?”
“이찬우라고 한답니다!”
엘은 평소 건우에게 교육받은 대로, 아빠를 동생 이찬우라고 소개했다.
그러자 사내가 황당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내가 이찬우인데?”
“네?”
“내 이름이 이찬우라고…… 이건우는 내 형이고.”
그 말에 엘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그리고 둘 사이에는 묘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
그런 침묵을 먼저 깬 것은 엘이었다.
“안, 안녕하세요, 아빠님?”
“어? 어어. 반, 반가워. 인사성이 참 바르구나.”
그렇게 엘과 이찬우……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생판 모르는 딸과 아빠의 어색한 첫 만남이 이뤄졌다.
끝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수생영장입니다.
후기를 따로 작성하는 대신, 작가의 말을 남겨보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정령 농사꾼 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무리로 몇편 남지 않았을 때, 많은 독자님들께 근심걱정우려 등등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스토리 구상은 이미 아주 오래전에 끝내 놓았지만, 마무리에 와서 이상하게 글이 안 써지더군요.
단순히 글을 쓰기 싫다기 보다는…. 이번 작품을 끝내기 싫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떤 이유든, 프로답지 못한 모습 보여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 외에도, 생각해보면 죄송스러운 일이 너무 많습니다.
중간에 힘이 빠진 것도, 몇몇 설정 오류도, 어쩌면 만족스럽지 못할 마무리도….
그저 제 실력이 부족해서 벌어진 일입니다.
만약 운이 하늘에 닿아, 다음 작품에서 다시 한 번 만나뵙게 된다면… 보다 좋은 글로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동안 보내주신 성원과 사랑, 너무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시고, 항상 행복만이 가득한 나날들이 계속 되길 빌겠습니다.
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