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1
SSS급 재벌 헌터 001화
프롤로그
나는 한국인이다. 아니, 한국인이었다.
비록 천애고아였고, 가족 하나 없이 고아원에서 살았지만, 그럭저럭 꿈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역사상 최악의 광룡이라 불리는 카이너스에 의해 이계로 소환되기 천 년 전까지는.
지금 돌이켜보면 새삼스럽기까지 하지만 학교에 갔다가 고아원으로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빛에 휩싸여 이곳에 이른 것이 기억난다.
어둑어둑한 동굴은 인위적으로 깎아 놓은 것 같았고 천장 곳곳에 빛이 나는 구체들이 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연예인이 초라해 보일 정도로 잘생긴 미남자가 키득거리며 웃고 있었다.
나는 황당해서 물을 수밖에 없었다.
“당신 누구야? 나를 어떻게 한 거지? 당장 나를 돌려보내! 서, 설마 납치를 한 거냐!?”
“이 새끼가 아직 사태파악을 못했군. 저놈을 적당히 손보고 데려와라!”
-예, 주인님.
갑자기 어둠 속에서 뼈다귀만 남은 해골 하나가 나왔는데 순간적으로 흠칫 떨 수밖에 없었다.
그때에는 해골이 움직이니 놀라기만 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놈은 카이너스의 가디언인 리치였다. 이곳은 영화나 소설에서 보던 괴물들이 버젓이 활보하는 세상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뒤로 시작된 고문이었다.
5공화국 시절, 안기부에서 했었다는 고문은 고문의 축에도 끼지 못할 정도로 혹독하게 고문이 이어졌다.
그것도 무려 1년 동안이나 말이다!
물고문, 물곤장, 살을 회로 떠서 소금을 뿌리거나 카이엔 고추를 콧구멍에 쑤셔 넣는다든지 온몸에 화상 자국을 낸다든지 해서 넝마가 되면 치료를 하고 다시 고문을 하는 나날이 반복되었다.
처음 한 달은 뭐 이런 새끼가 있나 싶었고, 그 다음 한 달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욕을 했고, 그 다음 한 달은 제발 살려 달라고 빌었다. 그리고 나머지 9달은 죽여 달라고 애원하는 나날이 이어졌다.
정신까지 피폐해지고 육체와 정신을 단절하는 데 몰두하게 될 때가 되어서야 나는 카이너스 앞에 놓여졌다.
카이너스가 나를 소환한 것은 순전히 장난 때문이라고 한다. 그 말을 들었을 때의 충격이란 그 어떤 단어로도 표현할 길이 없었다. 아직도 생각해 보면 뒤통수가 얼얼한 일이니까.
놈은 역사상 최악의 광룡이라고 불리는 미친놈답게 무언가 ‘죽이는 것’을 좋아했다. 늘 새로운 것을 탐구했고 그건 광기의 형태로 변했다.
동족들을 죽이고 인간들을 몰살하기를 즐겼다. 그런 가운데 더 이상은 재미있는 것을 찾지 못해서 이계인을 소환하였다는 것이다.
놈은 나를 소환하자마자 머릿속을 이 잡듯이 뒤졌다. 기억이 통째로 빨려 나가는 느낌과 함께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 이후에 카이너스는 내 기억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스템을 하나 창안했다.
이계로 소환되기 전, 나는 게임광이었다. 특히나 아x온, 테x, 리x지 같은 MMORPG 게임들을 섭렵했고 그 정보는 고스란히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었다.
드래곤이 창안한 시스템은 오직 나만을 위한 것으로, 놈은 이걸 두고 ‘레벨 업 시스템’이라고 불렀다. 허약한 인간을 재련하기 위한 방책이라고 지껄이며 굉장히 자랑스러워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게임에나 적용될 법한 시스템을 나에게 적용시키고는 온갖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밀림에 처넣었다.
정말 10년 이상을 개같이 살았다. 살아남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했다.
독에 내성을 키운다고 독충과 독초를 씹어 먹었고 배가 고파서 몬스터고기도 서슴없이 먹었다. 밀림의 썩은 물을 마시다가 배탈에 시달리는 것은 예삿일이었다.
레벨 업 시스템을 구현하고 그걸 내게 주입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카이너스라는 새끼는 난이도를 극악으로 설정해 두었다.
레벨 업을 하며 강해져야 밀림에서 살아남을 것이지만 워낙에 업을 위한 경험치가 높았다. 레벨 1에서 2로 올라가기 위해 코볼트를 수천 마리 잡았고, 3으로 올라가기 위해 고블린을 1만 마리나 잡아야 했다.
살아남기 위하여 발버둥을 쳤지만, 나는 레벨 10을 채우지 못하고 죽었다.
고블린도 간신히 잡는 나였다. 그런데 오크전사를 어떻게 잡으란 말인가! 그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 그렇게 죽는 것이 정말 다행이다. 이런 게임을 빙자한 미친 고문을 받느니 그냥 죽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그렇게 삶을 포기하는 순간, 부활했다.
물론 드래곤도 신이 아닌 이상은 죽은 사람을 살릴 수는 없었기에 나를 리치로 부활을 시켰다. 라이프베슬은 드래곤 레어 깊은 곳에 처박아 두고는 레벨 업을 할 때까지 밀림에서 구르게 했다.
리치가 되고 나서 백 년이 지났을 때의 일이었다.
겨우 백 년 정도는 드래곤에게 아무것도 아니었을 거다. 하지만 나에게는 정말 긴 고행의 시간이었다. 그렇게 올린 레벨이 100이다.
1년에 1업씩하며 지옥의 끝에서 기어 올라왔다.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었고 계속 부활하다보니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반드시 드래곤을 뛰어넘어 놈의 심장을 씹어 먹고 말겠다고 말이다. 죽이기 전에는 온갖 고문을 하여 내가 맞은 고통을 모조리 돌려주고 말겠다고 몇 번을 다짐했는지 모른다.
그날, 나를 레어로 소환한 드래곤은 한마디로 지금까지의 노력을 평가했다.
“약해. 약해도 너무 약해! 여기에 아이템 레벨 업 시스템을 도입해야겠다.”
나는 어떤 항변도 할 수 없었다. 광룡의 성격을 알게 된 이상 반항한다는 것은 1년이 아니라 100년 이상의 고문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아이템 레벨 업 시스템이라니?
그 이후 1년 동안 밀림을 구르다가 알아낸 사실은 기본적으로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에 다른 아이템을 흡수시키면 강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한정 강해지는 것은 아니었고 몇 가지 제약이 있기는 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아이템에 다른 아이템을 흡수시키면 기본적으로 레벨 업을 할 수 있다. 아이템에도 경험치 바가 있었고 경험치 바가 모두 채워지면 업을 하는 시스템이다. 레벨이 오르면 아이템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추가 스탯이나 스킬이 강해진다. 그리고 레벨과는 별개로 일정 확률로 재료로 사용된 아이템이 가지고 있던 추가 스탯과 옵션이 붙었다. 이건 실패할 수도 있었고, 성공할 수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도박적인 요소를 추가한 것이었는데, 계속해서 아이템을 강화하다 보면 추후 말도 되지 않는 템이 탄생할 수도 있다. 이른바 ‘템발’이 가능했던 것이다.
아이템 강화 시스템을 얻어 낸 후에 처음으로 빌어먹을 도마뱀 새끼를 찬양했다.
그렇게 레벨 업을 해 나갔고 아이템 레벨500, 본체 레벨500 정도가 되었을 때, 어디서 잡아 왔는지 지옥의 마물들을 밀림에 쑤셔 박기 시작했다.
서큐버스와 지옥의 수문장 켈베로스, 암흑의 킹버그베어, 심지어는 발록까지. 나중에는 발록이 시시하다고 느껴질 때까지 계속해서 난이도를 높여 갔다.
놈들에게 치여서 죽고 살아나기를 수만 번.
나는 레벨999를 달성하였고 지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레어로 돌아온 나는 드래곤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는 의아해했다.
언제나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미친 짓을 해도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은 레어로 돌아오는 카이너스였다.
그런데 카이너스가 보이지 않는다.
“이 새끼가 드디어 뒤졌나?”
그래 준다면 정말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거대한 공동에 드래곤이 웅크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동면에 들어간 것이다.
순간적으로 머리가 이상한 쪽으로 회전했다.
저 새끼를 죽이고 광명을 찾아야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제정신을 차려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지금의 힘으로는 드래곤을 죽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역사상 최악의 광룡이라 불리는 카이너스는 지독한 명성답게 마계의 마왕도 어쩌지 못하는 존재였다. 그런 카이너스에게 덤벼 보았자 한 줌의 먼지로 사라질 것이 뻔했다.
나는 광룡을 죽이는 대신에 차라리 도망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잡히면 뼈도 추리지 못하겠지만, 이미 죽는 것에는 면역이 되어 있었다. 지금까지도 충분히 고통을 받아 왔는데 잡힌다고 해 봤자 다시 밀림에 쑤셔 박기밖에 더하겠는가.
아마 대륙 어디로 튀어도 카이너스는 나를 찾아낼 거다. 이계에서 온 인간은 지구상에 나밖에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그렇다면 내가 왔던 지구로 돌아가는 것이 어떨까.
차원을 뛰어넘는 마법은 구현하자면 못할 것도 없었다. 이계로 소환되어 천 년 동안 단순히 싸움질만 하며 굴러먹었던 것은 아니다.
드래곤은 나를 강화시키며 마치 자신이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즐겼다. 즉, 나는 게임 속 캐릭터고 드래곤은 유저로서 내가 강해지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 때문에 마법학과 생물학, 약초학, 검술, 정령술 등등 이 세상에 존재하는 지식이란 지식들을 머릿속에 전부 주입시켜 주었다. 여기에 초반 페널티를 완화시키기 위해 4단계 마법까지는 영혼에 각인을 시켜 마나만 충분하다면 아무런 제약도 없이 사용하게끔 해 주었다. 이건 검술의 기술서도 마찬가지였다.
검술의 기술서는 말 그대로 검술에 사용되는 스킬 정도로 이해하면 되었다. 5단계부터는 몬스터로부터 마법서나 기술서, 정령의 수정 등을 파밍하거나 직접 제작한 후, 정해진 장소에서 태우면 배울 수 있었다.
레벨 999가 된 지금은 대마도사의 경지에 이르러 있었고 그랜드 마스터로서 거산을 쪼개 버릴 수 있었으며 정령왕을 소환할 수도 있었다. 이 정도가 아니라면 마계의 고위 마족들이 판을 치는 밀림에서 절대 살아남지 못했을 거다.
차원 이동 마법진을 사용하면 지구로 넘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티끌만큼은 존재했기에 시도를 해 보기로 했다.
물론 지금은 리치지만 영혼이 인간인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본체가 아닌 영혼을 지구로 날려 버리는 것이다.
다만 영혼을 날려 보내기 전에 몇 가지 보상은 받고 넘어가야겠다.
나는 레어를 어디라도 돌아다닐 수 있는 출입증이 있다. 카이너스가 백 년에 한 번 정도는 레어로 소환해서 무구나 마법서 등을 챙겨 주었기에 가능한 특혜였다. 그런 특혜 때문인지 처음 1년 동안 나를 고문했던 가디언은 멀뚱멀뚱 지켜보고만 있었다.
무구가 쌓여 있는 창고로 들어가 카이너스가 가장 아끼는 5대 신기들을 꺼내 왔다.
자신의 뼈와 비늘을 떼어 만든 검과 방어구들이었는데, 나열해 보자면 이렇다.
[드래곤 본 블레이드(LV.999) SSS+랭크]추가 스탯: 힘 99999, 체력 99999, 민첩 99999, 지혜 99999 증가.
용언각인으로 시동어로 마법을 시전할 수 있음.
999레벨의 기가 라이트닝 볼트.
999레벨의 메테오 스톰.
999레벨의 파이어 레인.
…….
[드래곤 스케일 아머(LV.999) SSS+랭크] [드래곤 스케일 건틀렛 (LV. 999) SSS+랭크] [드래곤 스케일 각반(LV. 999) SSS+랭크] [드래곤 스케일 투구(LV. 999) SSS+랭크]검에도 엄청난 능력치와 스킬들이 붙어 있지만, 그건 나머지 신기들도 그렇다. 모두 레벨은 999였고 말도 안 되는 스탯이 추가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