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100
SSS급 재벌 헌터 100화
미지의 탑 출구.
성벽 너머에서부터 미지의 탑까지는 금역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음산한 기운이 깔려서 일반인은 그냥 이곳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질식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음산한 기운이 걷혔다.
그 때문인지 탑 출구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와아아아!”
“드림 팀 만세!”
“모스크바를 되찾았다!”
탈로스가 죽은 영향일 것이다.
물론 탈로스는 언젠가 리스폰 한다. 언제 리스폰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되면 다시 음산한 기운이 깔릴 수도 있었다.
기자들이 취재를 하려 했다.
하지만 군인들이 그들을 막고 있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사람들의 틈바구니를 뚫고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저 멀리 고급 리무진이 대기하고 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분명 저 사람은 프틴의 비서실장 코바노프일 것이다.
나는 코바노프 실장과 악수를 했다.
“별말씀을.”
“저희가 귀빈관으로 모셔도 될까요?”
“그럼 좋죠.”
“다들 타시지요.”
우리들은 리무진에 올라탄다.
차량은 모스크바 시내를 가로질러 크레믈린으로 향했다.
몬스터 웨이브가 터진 후에 웬만한 대통령 집무실은 지하로 옮겨졌다. 하지만 러시아만큼은 예외였다.
크레믈린 궁은 상당한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그 때문에 내부로 들어오면 마치 중세시대 러시아의 왕궁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고풍스러운 그림들과 벽화들이 눈에 들어온다.
귀빈관으로 들어가기 전에 프틴 대통령이 우리들과 인사를 했다. 아무래도 드림 팀 대원들과 안면을 트려는 것 같았다.
“어서 오십시오!”
“안녕하세요.”
일행들이 인사를 했다.
다만 양슬하는 이 순간에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세계 유일의 SSS+급 헌터로 알려져 있었기에 프틴도 어쩔 수 없이 웃었다. 기분이야 나쁘겠지만 티는 내지 않았다.
‘역시 슬하는 일부러 저러는 거야.’
예전부터 많이 헷갈렸지만 이제는 확신할 수 있었다.
프틴은 한 사람 한 사람과 인사를 나누었다.
하지만 양슬하는 그의 손을 잡지 않았다.
“험험.”
“모르는 사람과는 악수 안 해요.”
“아, 예.”
프틴은 머쓱하게 웃었다.
원래 고위 헌터치고 제정신인 사람은 별로 없었다. 오만방자한 것은 기본으로 탑재를 하고 있었다.
그런 장면을 많이 보았기에 프틴은 가볍게 웃어 넘겼다.
“그런데 이분은…….”
“이번에 고용한 SSS급 탱커입니다.”
“얼굴에 무슨 문제가 있으십니까?”
“화상이 있습니다.”
요한 6세는 가볍게 말했다.
그렇다고 프틴이 투구를 벗으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어쨌든 미지의 탑을 클리어 하였으니 이들 만으로도 일국을 박살 낼 수 있었다. 그만큼이나 초고위 헌터의 위치는 대단했다.
나는 사람들에게 손짓했다.
“들어가서 쉬고 계세요. 저는 대통령과 할 일이 있어서요.”
“알겠어요.”
“뭐 부족한 것 있으면 달라고 하시고요.”
“네!”
일행들은 귀빈관으로 사라졌다.
프틴이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쉰다.
“까칠한 분들이 많군요.”
“그만한 실력을 가졌으니까요.”
나는 한마디로 일축했다.
우리들은 대통령 집무실로 이동했다.
나 역시 약간은 피로했다. 웬만하면 빠르게 일을 처리한 후에 돌아가서 쉬었으면 했다.
후루룩!
커피를 마시니 피로가 조금은 가시는 것 같다.
그래도 좀 쉬어야 한다.
오늘은 정말 죽을 뻔했다. 육체적인 피로보다는 정신적인 피로를 풀어 주어야 할 것 같았다.
프틴은 생산성 없는 이야기들을 늘어놓았다.
내가 먼저 본론을 꺼냈다.
“계약서 있으시죠?”
“아, 물론입니다.”
“미국에서 판매하였던 것과 비슷한 수준에 판매를 하셨으면 합니다.”
“그렇게 해 주십시오.”
계약은 일사천리였다.
애초에 내가 러시아에게 항공모함을 팔라고 부탁한 것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러시아 측에서 항공모함을 팔고자 했다.
물론 이해는 됐다.
이제 곧 있으면 WN이 발족할 것이고 그 안에서는 원화가 기축통화로 쓰일 예정이었다. 지금 한국에서는 기축통화를 쉴 틈도 없이 찍어 내고 있었다. 어느 정도 돈이 깔려야 WN안에서 사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도 원화를 확보하려는 것 같았다.
뭐, 상관없는 일이다. 기축통화를 찍어서 주면 되는 것이었으니까.
스스스슥!
빠르게 사인을 마쳤다.
구축함까지 모두 사들이는 데 천문학적인 돈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항공모함이 분명히 제 역할을 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
특히나 오늘 레이드에서 SS+급 이상의 코어를 많이 얻었다. 또한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SSS++급 코어도 얻었다.
아마 SSS++급 코어는 기함급에 달릴 것이다.
“거래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래를 마쳤으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틴이 붙잡았다.
“실은 부탁이 있습니다.”
“어떤 부탁이요?”
나는 심드렁하게 물었다.
어려운 부탁이라면 단칼에 거절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프틴의 입에서 나온 말은 폭탄발언이나 마찬가지였다.
“저희 러시아가 제후국이 되면 어떨까 싶습니다.”
“예?”
나는 잘못 들었나 싶었다.
제후국이라니?
제후국이라면 한국의 제후국이 되고 싶다는 걸까.
당최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기에 다시 물을 수밖에 없었다.
“무슨 제후국이요?”
“대한민국의 제후국 말입니다.”
“……!”
잘못 들은 것이 아니었다.
가볍게 충격이 일었다.
대한민국의 제후국이라니! 그렇다면 러시아가 대한민국의 일부가 되겠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었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경제적으로는 몰라도 몬스터 웨이브가 터지기 전 러시아는 군사강국이었다. 한때는 미국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도대체 왜 제후국이라는 말이 프틴의 입에서 나오는 걸까.
“뭔가 실수하신 것 아닙니까?”
“아닙니다.”
“도대체 왜요?”
나는 그렇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프틴의 입이 열렸다.
***
“이제는 대세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대세가 바뀌었다니…….”
“카이너스가 쳐들어온다는 말을 믿습니다.”
“아아, 그건 맞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전 세계를 간접 지배하려는 것이 아닙니까? 카이너스를 막기 위해서요.”
“맞습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대한민국의 일부가 되겠다는 것입니다. 막지 못하면 어차피 세상은 멸망합니다. 그럴 바에는 힘을 합치는 것이 낫습니다. 최소한 카이너스를 막기까지는 인류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프틴의 말에는 힘이 있었다.
사실, 프틴의 말대로 나는 전 세계를 하나로 묶었으면 했다. 전 세계가 하나가 되어도 모자랄 판국이었다.
몬스터 웨이브가 터지면 최소한 균열이 가 있는 남아공이나 영국은 궤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만약 전 세계를 하나의 국가로 묶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카이너스에게 대항할 힘이 생긴다.
“후우.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왜죠?”
“민주주의가 사람들의 인식 뿌리까지 박혀 있기 때문입니다. 절대 불가합니다. 2차 웨이브가 터진 후라면 몰라도요.”
“그래도 합칠 수 있다면 합쳐야 합니다. 저는 동의합니다.”
“국민들이 동의하지는 않을 겁니다.”
“희생을 감수해야지요.”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일단 이 문제는 함부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이야기는 그만했으면 합니다.”
“그래도 고려는 해 주십시오.”
프틴은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 어떤 사람보다 프틴이 현명해 보였다.
그는 미지의 적에게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고 어떻게 해서든 국가를 보존하려 했다. 그 때문에 한때 그들의 힘으로 남북을 분할하였던 한국의 제후국이 되겠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러시아 국민들이 반대할 것이다.
“고려는 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곧바로 귀빈관으로 향했다.
돌아오는 내내 머릿속이 복잡했다.
무려 제후국에 대한 이야기였다. 지금 같은 시국에 그게 가당키나 할까 싶었다.
끼이이익!
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파티까지 준비가 되고 있는 중이다.
“이게 뭡니까?”
“세계 최초로 미지의 탑을 정복한 기념이죠!”
양슬하가 외쳤다.
이예나가 다가왔다.
“오늘 정도는 괜찮잖아?”
“어쩔 수 없죠.”
“와아!”
사람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팡팡!
샴페인이 터졌다.
여기저기서 술판이 벌어지는데 마르엔이 잔을 들고 외쳤다.
“그럼 현빈 님의 말씀이 있겠습니다.”
“예? 저요?”
“현빈 님이 아니었다면 절대 탑은 정복하지 못했어요. 탈로스라는 마왕이 너무 강했거든요. 드림 팀의 리더로서 한 말씀해 주세요.”
“앞으로 열심히 합시다.”
“그게 다인가요?”
“네.”
“하하하! 그 정도면 됐습니다.”
성기사들이 웃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뭐, 이것도 나쁘지 않지.”
거의 세 시간은 파티를 즐긴 것 같았다.
음악을 즐겼고 술을 곁들였다. 배가 터지도록 음식도 먹었다.
이제 슬슬 잘 시간이 되어 간다.
문득 마르엔이 물었다.
“러시아 대통령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나요?”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한별 남매나 강소라 중령은 믿을 수 없지만 그래도 동료가 되었다. 게다가 러시아 대통령과 나누었던 이야기는 한국의 대통령과 상의를 해 보아야 할 것이다.
“제후국이 되고 싶다더군요.”
“……!”
“뭐라고요!?”
“한국의 제후국이 되겠다고 했습니다.”
“허어.”
“그럴 수가…….”
예상대로였다.
엄청난 충격이 장내를 휩쓸었다.
러시아는 대국이다. 인구만 해도 한국의 몇 배인지 일반인들은 잘 알지도 못한다. 국토의 면적은 또 어떠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후국이 되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요?”
“일단은 거절했죠. 러시아 국민들이 반대할 거라고요.”
“아아!”
“안타까운데요?”
양슬하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말했다. 그녀는 그저 지금의 상황이 아까운 것이다. 하지만 나는 프틴의 말을 실행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으음. 어쩌면 프틴 대통령의 말대로 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겠습니다.”
요한 6세의 말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몰린다.
노인네가 또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그냥 현실적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어차피 세상 사람들은 현빈 님이 신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모르니까요. 그렇게 가정을 하여도 한곳을 구심점으로 뭉치는 것이 낫습니다. 카이너스라는 괴물이 지구로 온다면요.”
“오기는 합니다.”
“뭉치는 것이 낫죠? 현빈 님이 생각을 해도요.”
“물론 뭉치는 것이 낫죠.”
“그러니까요.”
하지만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어쨌거나 그건 시기상조였다.
“자자, 오늘은 그만 정리하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괜히 마음만 더 복잡해지는 것 같다.
우리들은 파티를 끝내고 잠들기로 했다.
다음 날 오전에 우리들은 무역선에 올랐다.
무역선 앞까지 프틴 대통령이 마중을 나왔다.
그는 다시 한 번 나를 설득하려 했다.
“어제 제 이야기는 생각해 보셨나요?”
“생각해 봤습니다. 하지만 역시 무리라는 판단입니다.”
“무리는 아닙니다.”
“국민들의 반대가 심합니다. 제후국이 되겠다는 것은 합병을 하겠다는 건데…….”
“영토는 접해 있습니다. 북한만 흡수를 하시면 됩니다.”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만, 어쨌거나 합병은 어려운 일입니다.”
“아마 이한진 대통령은 생각이 다를 겁니다.”
프틴이 옅은 웃음을 보였다.
이한진 대통령은 야심가였다.
권력에 야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어떻게 해서든 세계정상의 자리에 올랐으면 하는 야심이었다.
예전의 국력으로는 어림도 없었지만, 기축통화가 발행되면 충분히 실현이 가능했다. 벌써 한국은 초강대국으로 발돋움을 하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