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113
SSS급 재벌 헌터 113화
종례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누군가가 옆구리를 쿡쿡 쑤시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잠에서 깨어난다.
“그만 하교하도록 하자.”
세실리아였다.
내가 등교를 하자 세실리아는 귀신같이 알아내고 함께 등교했다. 평소에는 학교에 잘 나오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곧 있으면 겨울 방학이 시작될 것이고 개학하자마자 곧 졸업식이다. 그건 고교 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으하하하함!”
“잘 잤느냐?”
“강철수는 어떻게 하고 있어?”
“아직도 수련을 하는 모양이다.”
지금쯤이면 뭔가 깨달음을 얻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것을 확인해 보기 위해 옥상으로 향하려 했다.
정신을 차리고 나자 머릿속에 수많은 알람음이 울리는 것이 느껴졌다.
띠링!
[증오 포인트가 0.005 증가하였습니다!] [증오 포인트가 자동으로 마기로 전환되었습니다!]…….
띠링!
[증오 포인트가 0.004 증가하였습니다!] [증오 포인트가 자동으로 마기로 전환되었습니다!]띠리리링!
[마기 5만을 달성하였습니다!] [하급 악마를 소환할 수 있습니다!]***
“오호!”
“왜 그러느냐?”
“악마를 소환할 수 있게 됐다.”
“정말이냐?”
세실리아는 내가 하급 악마를 소환하기 위해 수련(?)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물론 그 수련이라는 것이 욕을 처먹고 증오 포인트를 쌓아야 하는 것이었지만, 그녀는 충분히 이해를 했다.
“마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그렇게 됐어.”
“축하한다. 과연 이 사실을 마르엔이나 교황이 알게 된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참으로 궁금하구나.”
세실리아는 유쾌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교황청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은 나를 철석같이 신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 믿음에 대해서는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그런 가운데 내가 악마까지 소환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렇다고 이런 기술을 감추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그들은 동료들이었고 레이드를 함께 하다 보면 당연히 악마 소환술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그들을 만나면 알아서 밝히는 것이 좋았다.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옥상으로 가자.”
“그렇게 하자.”
옥상에는 아직까지도 정좌를 하고 있는 강철수의 모습이 보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마나가 표출되지 않아 매우 평범해 보인다.
“강철수.”
강철수가 눈을 떴다.
“서, 선배.”
“수련은 잘 되어 가냐?”
“죄송합니다. 뭔가 잡힐 것 같은데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후우. 아무래도 수련이 더 필요하거나 뭔가 계기가 필요한 것 같다.”
“쯧쯧. 버리는 패가 되는 것이 아니겠느냐?”
세실리아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금 바로 각성을 하여 전력이 된다고 해도 부족할 판국이었다. 하지만 강철수는 아직까지 각성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다른 SSS급 헌터를 끌어들이는 것이 낫다고 세실리아는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너도 함께 가자.”
“어디를 말입니까?”
“궁극의 탑.”
“허억! 지금 제정신이냐!?”
세실리아가 격렬하게 반발했다.
궁극의 탑은 미국에 존재하는 곳으로, 최악의 난이도를 자랑하였다.
50층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그곳에 도전했다가 살아남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곳에 이런 각성도 하지 않은 초보자를 데려가자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다.
그래도 내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나보다는 강철수의 의지에 따른 문제다.
“어떻게 할래?”
“저는…….”
“이 새끼야, 남자답게 말해. 갈 거면 간다, 안 갈 거면 안 간다. 그렇게 말을 못하냐? 가기 싫으면 그냥 여기 있어. 그렇게 평생 패배자로 살아.”
으드드득!
강철수는 의지를 드러냈다.
조금만 자존심을 건드려 주어도 강철수는 민감하게 반응하였다.
“가겠습니다.”
“잘 생각했다.”
“후우. 나도 모르겠다. 그대의 결정에는 항상 따라왔지만 이것이 잘하는 짓인지는. 강철수, 탑에 올라가면 죽을 수도 있다. 그걸 알고서도 간다고 하는 것이냐?”
“네. 이제 이렇게 살아가는 것도 지쳤습니다.”
강철수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나는 흡족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가자. 드림팀의 팀원들에게 네놈을 소개시켜 주겠다.”
요즘 드림팀은 내 회사에서 모임을 가졌다.
하루가 멀다 하고 호출을 하는 통에 이한결은 상당한 반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전혀 반발하지 않았다.
지금 상황이 꽤나 심각하다는 것을 모두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양슬하가 나에게 달려왔다.
“스승님!!”
그녀는 폴짝 뛰어서 안겼다.
나 역시 양슬하를 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양슬하가 여동생처럼 느껴졌다. 그만큼 나이 차이가 나기도 했고 말이다.
한참 내게 재롱(?)을 부리던 양슬하는 뻣뻣한 자세로 서 있는 강철수를 바라보며 인상을 확 썼다.
“스승님, 이 병신은 누구예요?”
“이 병신? 새로운 동료.”
“뭐라고요!?”
웅성웅성!
주변이 술렁거렸다.
물론 이렇게 소심한 성격을 가진 동료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대표적으로는 이한별이 있다.
그녀는 엄청난 힘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소심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는 것은 몬스터 앞에서는 당당하게 무력을 뽐냈기 때문이다. 강철수처럼 마나 한 점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모두가 의아함을 드러내고 있을 때, 요한 6세가 웃으면서 그를 반겼다.
“이분이 잠재력이 대단하다는 헌터군요.”
“맞습니다.”
“저는…….”
“와, 답답해 죽겠네. 네가 우리 동료가 된다고 해도 별칭은 병신으로 통일이야. 알간?”
양슬하가 그렇게 말했다.
동료들은 가볍게 고개까지 끄덕이고 있었다.
워낙에 병신같이 행동을 하기에 그럴 자격(?)이 있다고 본 것이다.
나는 주변을 진정시켰다.
오늘은 단순히 강철수를 소개하기 위해 동료들을 불러 모은 것은 아니었다.
“내일, 궁극의 탑에 간다.”
“궁극의 탑이라!”
“드디어 정해진 겁니까?”
“정해졌습니다.”
이번에도 카이너스는 장난질을 쳤다.
두 번이나 장난을 쳤으니 세 번째에는 반드시 2차 웨이브가 터질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내일이 될 수도 있는 문제.
하지만 카이너스는 분명히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은 줄 것이다. 재미있는 게임을 위해서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다.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반드시 드래곤 본 헬멧을 손에 넣는 것이다. 그것이 있다면 5대 신기는 세트 효과를 발휘한다.
드래곤 본 헬멧을 강화시켜 착용하면 SSS+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그 비슷한 힘을 상시적으로 낼 수 있었다.
그걸 위해서라도 반드시 궁극의 탑은 정복해야 한다.
“정복까지 며칠이 걸릴까요?”
“일주일은 잡아야겠지.”
궁극의 탑 내부는 엄청나게 넓었다. 게다가 30층 이상부터는 말도 안 되는 고급 몬스터들이 판을 친다.
그러니 일주일을 잡는 것이었다.
세실리아가 말했다.
“카이너스라는 드래곤이 그 정도 시간을 주겠느냐?”
“줄 거야.”
“어째서 그리 장담하느냐?”
“원래 그런 놈이니까.”
이건 직감이었다.
직감이라는데 다른 이유는 필요 없었다.
우리들은 헤어져 내일 삼척에서 만나기로 했다.
일주일이나 걸리는 레이드라면 준비할 것도 많았다. 무엇보다 탑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했고 옷도 갈아입어야 했으므로 여자들은 더욱 준비할 것이 많을 거다.
하지만 남자들이야 대충만 챙겨도 충분했다.
그래서인지 시간이 널널하게 남았고 오늘은 강철수를 동료로 받아들인 기념으로 함께 술을 마시고자 했다.
강철수는 나를 쫓아 포장마차에 들어왔다.
한 번도 포장마차에는 와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아니, 술 자체를 처음 마셔 보는 것 같았다.
놈은 소주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술 처음이냐?”
“예, 선배.”
“후우. 여기 양슬하가 있었다면 한창 뭐라고 했겠네.”
강철수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그가 볼 때 양슬하는 실로 대항마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이나 두려운 존재일 것이다. 주로 강철수는 양슬하와 같은 존재들에게 괴롭힘을 당해 왔다.
쪼르르륵!
강철수의 잔을 채워 주었다.
“마시자.”
강철수는 눈을 질끈 감고 술을 넘겼다.
“쿨럭! 쿨럭! 이거, 독 아닙니까?”
“독 맞지. 원래 술은 독이야. 몰랐냐?”
“그런데 왜 이런 걸 마시는 겁니까?”
“마시다 보면 알아.”
주거니 받거니 술을 마신다.
오늘 강철수를 이곳에 데려 온 것은 의지를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 또한 놈의 속마음을 알고 싶기도 했다.
“거기 가면 죽을 공산이 크다.”
“알고 있습니다.”
“각성을 하면 크게 성공할 수 있겠지. 하지만 각성하지 못하면 목숨을 잃어. 죽는 것이 두렵지 않냐?”
“두렵지 않습니다.”
“대단한 의지로군.”
“다시는 병신같이 살고 싶지 않습니다. 양슬하가 저를 제대로 봤습니다. 저는 어디를 가나 병신 소리를 듣는 루저일 뿐이었죠.”
강철수는 술을 채워주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소주잔을 채워 마셨다.
기침도 사라졌다.
의외로 강철수는 술을 잘 마시는 체질인지도 모르겠다.
“제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궁금하십니까?”
“그래.”
“어릴 때부터 너무 가난했습니다. 그게 문제의 근원이었습니다.”
“가난이 근원이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가난한 걸로 따지면 소녀 가장인 양슬하만 한 청소년이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슬하는 씩씩하게 행동했다. 아니, 씩씩하다 못해서 과도하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좀처럼 이해를 하지 못하자 강철수는 과거사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어릴 적의 가난.
무능한 아버지는 매일 술에 취해 살았다. 어머니는 강철수를 낳다가 돌아가셨다.
준비물을 살 돈도 없었기에 매일 놀림을 당했다. 그것이 너무 어릴 적부터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었다.
그리고 시작된 가정 폭력.
학교에서도 움츠렸고, 집에서도 움츠렸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는 간암으로 돌아가셨다. 그 뒤로 고아원에서 살게 되었는데, 워낙에 어릴 적에 못 먹고 큰 탓인지 키가 자라지 않았고 왜소한 체격에 소심한 성격으로 고아원 안에서도 왕따를 당했다.
그 삶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
“준비물을 살 돈이 없었던 것이 계기가 된 거냐?”
“어떻게 보면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작은 트라우마 하나가 한 사람을 규정하기도 하니까요.”
“그럴 수도 있겠군.”
나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어린 시절 트라우마가 어떻게 작용을 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그걸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람마다 두려워하는 부분이 달랐다. 어떤 사람은 사소한 일에도 두려워하고, 어떤 이는 집 밖에 나가는 것조차 두려워하기도 했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수많은 사연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렇게 사는 것에 질렸습니다.”
“그래서 결심을 한 거냐?”
“누구보다 강해지고 싶습니다.”
취중진담이라.
놈은 그렇게 결심하고 있었다.
매일같이 소심하게 몸을 움츠리며 살았지만, 마음속에는 누구보다 달라지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
하지만 그럴 계기가 없어 웅크리고 있었을 뿐이다.
자신에게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앞으로 나아갈 의지가 있었기에 강철수는 충분히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었다.
“언제는 나처럼 미인들을 거느리고 싶다면서?”
“그건 부가옵션입니다.”
“부가옵션?”
“자연스럽게 따라 오는 일이라고 할까요.”
“과연 어떨지?”
자신감과 여자문제는 완전히 달랐다.
하지만 나는 이 어린 꿈나무의 희망을 굳이 꺾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