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125
SSS급 재벌 헌터 125화
기자들은 돌아갔다.
이한진의 어깨는 축 처져 있었다.
“왜 그러세요?”
“한국은 안전하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이제 그렇지 않게 되었군요.”
“사령관님, 이번 2차 웨이브를 막아 낼 수 있겠지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나는 그렇게밖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확실하게 막아 낼 수 있다고 말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차라리 궁극의 탑에 올라가지 않았다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궁극의 탑에서 여신 비비안과 싸웠다.
전생에서의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면 죽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확신할 수 없었다.
“막을 수 없을 공산도 있습니까?”
“네.”
“그런…….”
이한진은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그는 언제나 내가 무적이라고 생각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자신 없이 말을 하자 할 말을 잃은 것이다.
“궁극의 탑에서 여신을 만났습니다.”
“여신이라니요?”
“카렌 대륙의 여신인 비비안이 보스 몬스터였습니다.”
“허어!”
“정말 간신히 이겼습니다. 잘못하면 몰살을 당할 뻔했지요. 그런 존재가 지휘하지 않으리라고는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이건 정말 심각한 일이었다.
여신 비비안을 뛰어넘는 가디언이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확신을 할 수 없는 상태다. 가능하면 더 성장을 한 후에 2차 웨이브가 터졌으면 좋겠지만,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최대한 멀리 대피를 시키겠습니다.”
“그렇게 해 주세요. 여차하면 대피소로 대피를 해도 몰살당할 염려가 있으니까요.”
“그러죠.”
오늘 실시간 검색과 저녁 뉴스는 예약이 되어 있었다.
대충 [한국에 이계의 균열!] 정도가 실검 1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뉴스에서는 또 얼마나 떠들어 댈 것인가.
나는 차에 올라탔다.
“어디를 가십니까?”
“통탄의 탑에 갑니다.”
“인천 통탄의 탑에요?”
“네.”
“그곳에는 어떤 이유로?”
“수련이죠.”
실상은 여신의 날개가 어떤 효과가 있는지 확인을 하기 위함이었다.
인천 계양구에 위치하고 있는 통탄의 탑.
이곳의 보스는 SS+급의 아틸라다.
최상급 마족이었으며 준마왕에 근접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상대하기에는 약했다.
이곳에 온 이유는 그저 날개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나는 5대 신기를 착용했다.
아직 날개까지 착용을 하여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가 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헌터들은 폭발적인 관심을 드러냈다.
“이현빈 총장이다!”
“정말 이현빈이네?”
웅성웅성!
곳곳에서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 달라고 하는 등, 난리가 났다.
여기에 하필이면 이소희 기자가 취재를 나와 있었다.
“어라? 총장님?”
“이 기자님도 계셨군요.”
“이곳 통탄의 탑이 비교적 만만하니까요. 저 정도도 취재를 할 수 있고요.”
“그렇군요.”
“총장님은 어쩐 일로 오셨나요?”
“수련을 위해 왔습니다.”
“혹시 취재를 해도……?”
“하지 말라고 해도 하실 거잖아요?”
“그야 그렇지만요.”
이소희는 귀엽게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귀엽게 웃어도 나는 감흥이 없었다. 조금 예쁘기는 해도 세실리아만큼은 아니었다.
“그럼 올라가 봅시다.”
통탄의 탑은 총 15층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10층까지는 초보 헌터들도 판을 쳤기에 별다른 무리 없이 11층까지 올라왔다.
이제야 초보 헌터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게 되었지만, 여전히 헌터들이 판을 친다.
“경쟁이 있네요.”
“통탄의 탑이 만만하기 때문이겠지요.”
“수련은 어디서 하시나요?”
“13층 이상이요.”
13층부터는 헌터들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예상대로 13층으로 올라오자 헌터들은 현저하게 줄었다. A+급 이상의 고위 헌터들이 무리지어 사냥하는 모습이 보일 뿐이다.
이쯤이라면 충분히 실험을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곳은 S급 몬스터들이 활개를 쳤다.
그나마 이소희가 이곳에서 버틸 수 있는 것은 몬스터가 느릿느릿했기 때문이다.
거대한 망치를 가지고 걸어 다니는 이놈들은 ‘워 해머’라고 불린다.
죄수복을 입고 거대한 망치를 휘두르는 놈들. 물론 느리게 움직인다고 방심할 수는 없었다. 이소희 정도라면 한 방 맞으면 즉사였기 때문이다.
나는 여기서 날개를 착용했다.
아니, 이미 착용은 하고 있었다. 날개는 내 의지에 따라서 사라지게도, 나타나게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펄럭!
“와아!”
이소희는 물론이고 근처에서 힐끔힐끔 나를 바라보고 있던 헌터들까지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백색의 날개를 펄럭이고 있는 모습은 마치 게임을 연상케 하였다. 하기야, 카이너스의 의도 자체가 게임이 배경이었다.
게임과 같은 모습이 나타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몰랐다.
“천사의 날개라니…….”
“정말로 신의 아들이 아닐까?”
“실은 전 세계를 착취하려는 음모를 꾸민다고 하던데?”
웅성웅성!
여러 가지 말들이 이어진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물론 그럴 필요가 없기도 했다.
목적은 날개에 어떤 옵션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군.’
마치 내 몸의 일부인 것처럼 날개를 사용할 수 있었다. 새롭게 신체기관이 생긴 것처럼 말이다.
워 해머가 거대한 망치를 휘둘렀다.
나는 날개로 몸을 감싸 보았다.
팅!
“음?”
아무리 놈이 S급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망치가 튕겨져 나갈 줄은 몰랐다.
몸에는 아무런 충격이 없었다.
‘대단하구나!’
놈은 계속해서 날개를 공격하였다.
날개에는 흠집 하나도 나지 않았는데, 과연 이걸로 공격도 가능할까.
날개를 휘둘러 보았다.
서걱서걱!
-꾸에에엑!
워 해머는 그대로 몸이 잘려 죽었다.
날개를 날카롭게 하자 그걸 검처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짝짝짝짝!
취재를 하던 이소희가 손뼉을 쳤다.
헌터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날개가 거의 만능으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상대해야 할 적들은 실로 어마어마한 힘을 갖춘 괴물들이었다.
이번에 카이너스가 넘어오지 않는다고 해도 여신에 준하는 괴물이 지휘를 할 것이 뻔했다. 그러니 이런 싸구려 칭찬에 좋아할 것은 없었다.
최소한 보스의 공격도 모조리 무효화시키는지 확인을 해 보아야 할 것 같다.
***
15층에 도착하였다.
통탄의 탑 15층은 SS급의 마족 아틸라다.
최상급 마족이었고 바람의 창을 구현하는 것으로도 유명하였다.
종종 레이드가 되었었고 정보도 많았다.
SS급 정도라면 S급 헌터들이 모이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여성체의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마족이 머리를 휘날리며 다가왔다. 머리칼만이 미친 듯이 날리는 것을 보면 그 자체만으로도 압도적이기는 했다.
“콘셉트가 미친년인가?”
-감히 인간 따위가 그런 언사를! 죽여 주마!
“조심하세요!”
이소희가 소리쳤다.
나는 그대로 날개를 뒤집어썼다.
그야말로 뒤집어썼다는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 거대한 날개는 온몸을 가리고도 남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 한 명 정도는 함께 보호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쩌저저정!
그 유명한 바람의 창이 날아와 꽂혔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날개를 펼쳤는데, 여기에는 가벼운 마찰음만 났다.
팅!
“음?”
“허어!”
“저럴 수가!”
이소희를 따라서 아래층에서 사냥을 하던 헌터들이 구경을 왔다.
나와 함께 있으니 최소한 죽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다행히 아틸라는 다른 헌터들은 공격하지 않았다.
거대한 날개 때문에 어그로를 끈 탓이다.
혹시 날개로 막으면서 공격도 할 수 있을까.
한번 시도를 해 보기로 했다.
만약 한쪽 날개로 공격을 막으면서 동시에 공격을 할 수 있다면 탱커의 역할과 딜러의 역할을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날개 하나만으로도 실로 어마어마한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생각보다 더 대박을 터뜨린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미안한 일이지만 아틸라를 가지고 놀며 실험을 계속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이소희는 직접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하고 있었다.
사실, 탑에 헌터가 아닌 일반인이 들어와 취재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아무리 명예와 돈이 좋아도 목숨과 바꿀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카메라맨은 함께 올라오지 않았다.
이곳은 꼭대기 층이었고 보스가 출몰했다.
바람의 창으로 유명한 아틸라였고 실제로 보니 소름이 끼칠 정도로 마기를 펄럭거렸다.
고위 헌터들도 그저 구경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여기서 이현빈은 뭔가 실험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팅팅!
“날개로 막아 내고 있잖아?”
“지금까지 날개는 없었던 것 같은데?”
“그럼 혹시 날개를 실험하는 건가?”
“설마?”
“지금 이현빈 총장을 봐 봐. 날개로 막기만 하고 있잖아? 가끔 날개를 휘둘러도 치명상은 입히지 않는 것 같고.”
“와아! 아틸라를 상대로 실험을 하다니?”
“잠깐만요.”
이소희는 카메라를 이현빈에게 고정시켜 놓고 캠코더를 들었다.
지금 이 순간, 헌터들이 느끼는 감정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이현빈 총장님이 실험을 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인가요? 저도 그렇게 느끼기는 했는데 확실하지가 않아서요.”
“확실해요.”
“근거는요?”
“아틸라를 보세요. 굉장히 화가 나 있죠. 단숨에 죽일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리하지 않는 거예요.”
“대단하네요.”
“확실히 대단하죠. 세계 최정상의 헌터가 싸우는 장면을 이렇게 구경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 그게 실험이라고는 해도.”
“그렇군요.”
이소희는 취재 도중에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막기만 하던 이현빈은 이리저리 아틸라를 베어 나가고 있었다. 죽이는 것은 아니었고 그냥 실험적으로 상처를 입히는 단계에 있는 것이다.
“와아. 이건 정말.”
“맞아요. 실로 어마어마한 실력이죠.”
모두가 동의했다.
슬슬 이현빈도 실험을 끝내 가려고 하는 중인 것 같았다.
나는 마지막 실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 정도 했으면 아틸라도 최후의 공격을 해야 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제대로 된 공격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좀 강한 걸로.”
-이이이익!
아틸라 역시 그걸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이대로라면 자신도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쿠구구구구!
탑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나는 아틸라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 마력을 모으는 시간을 주어 모든 힘을 쏟아부을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스아아아!
마나가 휘몰아쳤다.
아틸라의 눈동자가 변했다.
-어리석은 인간! 이 순간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광역 마법이다.
나는 주변을 빙 둘러보았다. 헌터들은 물론이고 이소희 기자도 당황하는 것 같았다. 설마하니 광역 마법으로 다른 사람들을 몰살시킬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나는 날개를 펼쳤고 동시에 날개로 광역 실드가 가능한지 확인해 보았다.
스아아아!
날개에서 엄청난 신성력이 뿜어져 나왔다.
신성력은 내 주변은 물론 사람들의 주변을 촘촘하게 감쌌다.
바람의 칼날들이 사방을 쓸어 내렸다.
칼날 하나하나에 엄청난 힘이 담겨 있었다. 어떤 물체라도 찢어 버릴 것처럼 강렬한 파동이 주변을 휩쓴다.
그러나 우리들에게는 어떤 피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