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Class Chaebol Hunter RAW novel - Chapter 151
SSS급 재벌 헌터 151화
제84장 각성의 조건
“계부가 죽었으면 좋겠어요.”
“……!”
생각지도 못하였던 이야기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우리는 화이란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단순히 장애인이었기에 걷고 싶은 욕망이 있고, 그걸 파고들면 충분히 각성시킬 수 있으리라고 여겼다.
하지만 화이란이 내뱉은 말은 의외였다.
“음…….”
대충만 유추를 해 보아도 그 안에 들어 있는 내용은 심상치가 않아 보였다. 복잡한 가정사가 짐작된다.
“대체 계부가 어쨌기에?”
“우리 가족을 너무 괴롭혔으니까요!”
화이란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당장이라도 눈앞에 계부가 존재한다면 때려죽일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여기서 더 묻는다면 어찌 될까.
아무래도 오늘은 무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화이란의 가정사를 파고드는 것보다는 적절하게 조사를 하고 난 후에 움직이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어쨌든 열쇠를 얻었다는 것이 중요했다.
“그 분노로 각성을 하는 거야.”
“어떻게요? 칼로 찌르면 되나요?”
“그건.”
생각보다 엄청난 분노였다.
화이란은 수줍음을 많이 타는 내성적인 성격이었는데, 계부를 때려죽이느니 마느니 하는 말들을 들으니 그 안에 들어 있는 분노가 상상 이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여기서 바로 각성을 시킬 수 있을지도 몰랐지만 그건 내일로 미루기로 했다.
“내가 방법을 찾아볼게. 일단 극단적인 일은 행하지 말고 있어.”
“모르겠어요. 내일까지라도 참을 수 있을지는.”
“충분히 알아들었어.”
화이란과의 대화는 이쯤하기로 하였다.
오늘은 그녀를 그냥 돌려보낸다.
잠재 능력자를 각성시킨다는 건 상당한 노력을 요하는 일이었기에 정확한 분석이 필요했다.
하교를 한 후에 우리들은 한국 대사관을 찾아갔다.
전 세계 어디를 가나 한국의 국정원 요원들이 있었고, 그들을 호출한다면 하루 만에 정보를 얻어 내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우리들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이준철 대사가 뛰어나왔다.
“어서 오십시오, 수상 각하!”
“이 대사님, 오랜만입니다.”
“예. 한국에서 한 번 뵈었었죠.”
이준철은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한국연합의 수장이었고 강철수는 4성 장군이다.
인류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이때에 4성 장군이라면 막강한 파워를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실제로 이번에 중국 총독으로 양슬하가 가느냐, 강철수가 가느냐가 논의되었다. 양슬하나 강철수나 권력에 있어서는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국정원 요원을 호출해 주십시오.”
“대만지사 책임자를 불러오겠습니다!”
“그러시죠.”
이준철은 곧바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동안에 우리는 대사관으로 들어왔는데, 그 앞을 지키는 군인들이 부동자세를 취하며 경례를 했다.
“충성!”
“고생한다.”
나는 대충 손을 흔들어 주었다.
대사관 안을 둘러보았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오갔는데, 대만의 권력자들이 주를 이룬다. 그만큼이나 대한연합의 위상이 높다는 뜻이었다.
웅성웅성!
“이현빈 수상이다!”
“정말 이 수상이잖아?”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었지만, 우리들은 군인들을 동원하여 그들을 막았다.
지금은 국가사를 논할 때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다른 곳에 생각을 집중해야만 했다.
곧 대사관이 실내로 들어왔다.
“연락되었습니다. 안쪽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러시죠.”
이준철 대사의 집무실에 이르자 강철수가 자연스럽게 앉았다.
“선배, 의자가 꽤 편하군요.”
“그러냐?”
“우리도 이거 하나씩 사죠?”
“하하하! 보는 안목이 있으시군요. 남미산 물소가죽으로 만들었습니다. 바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강철수는 책상에 발까지 올려놓았다.
담배까지 물자 영락없이 양슬하의 현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나쁜 건 다 물려받았네?”
“이래야 무시를 안 당한다고 하던데요.”
“푸흐흐. 그건 그래.”
나 역시도 편하게 소파에 앉아 담배를 하나 물었다.
이준철 대사는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기야, 전 세계를 실질적으로 통치하는 사람들이 왔으니 그럴 만도 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헬기가 날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헐레벌떡 뛰어왔는데, 그가 바로 국정원 대만 지사 책임자인 유달수 과장이다.
그는 부동자세를 취하며 인사를 했다.
“수장 각하를 뵙습니다!”
“유 과장님, 한 가지 부탁이 있어서 불렀습니다.”
“말씀 편하게 하십시오! 게다가 부탁이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그냥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무엇이라도 수행하겠습니다!”
유달수 과장은 내게 잘 보여야 출셋길이 보장된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지. 내가 여기 왜 왔는지는 알고 있나?”
“화이란 헌터 예정자 때문에 왔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그녀는 SSS급 잠재 능력자거든. 곧 있으면 러시아의 탑을 공략해야 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인재야. 이쯤 되면 무얼 요구하는지 알겠지?”
“그렇지 않아도 조사에 착수하고 있었습니다. 내일까지 보고서를 올리겠습니다!”
“오호, 그런가?”
“예! 그녀에 대한 신상 정보부터 가족력까지, 모조리 조사하고 있는 중입니다.”
“하하하하! 역시 우리나라 국정원은 유능해.”
“과찬이십니다.”
굳이 여기까지 찾아올 필요가 있었나 싶다.
유 과장은 충분히 유능하다.
“조사를 했으니 알겠네. 그녀에게 계부가 하나 있다는 것 말이야.”
“그렇지 않아도 과거를 캐고 있습니다.”
“좋아. 그와 관련되어 있는 모든 정보를 원한다. 이번에 잘하면 자네를 한국 본사로 발령 내 주지.”
“옛!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나는 일어나서 손을 흔들었다.
“철수야, 가자.”
“예, 선배.”
우리들은 타워 펠리스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현빈 총장과 강철수 장군이 나간 자리.
국정원 유달수 과장과 대만 대사 이준철은 동시에 소파에 주저앉아 버렸다.
“후우!”
“하아!”
그리고 터지는 안도의 한숨.
그들에게 있어 이현빈 수상은 신이나 다름없었다. 그의 말 한마디에 출세를 할지, 낙오를 할지 결정되는 것이다.
지금은 좋은 방향으로 눈도장을 찍은 것 같다.
이준철 대사가 말했다.
“유 과장, 각하께 잘 보인 모양이로군.”
“그야 대사께서 저를 불러 주셨기 때문이지요.”
“후후. 그럼 우리는 윈윈한 건가?”
“물론입니다. 제가 본사로 올라가면 상부에 잘 보고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된다면 대사님의 경력에도 보탬이 되겠지요.”
“그래. 그렇게 서로 도우면서 살자고.”
그들은 담배를 하나씩 나누었다.
의학기술이 발달하고 사람들이 건강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졌지만, 몬스터 웨이브가 터지면서 흡연율이 급증하였다.
연간 소주 판매량도 나날이 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그보다 대만 쪽은 어떻습니까? 차밍 총통이 전혀 움직이지 않습니까?”
“지독한 인간이지. 이쯤 되면 대만을 넘길 때도 되었는데 말이야.”
“혹시라도 4차 웨이브가 대만에 터지면 볼만하겠습니다.”
“그때에는 대만도 우리 손에 넘어오는 거지.”
한국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었다.
덩치가 커지는 만큼이나 기존의 관료들은 초고속으로 승진을 하는 중이었다. 어떤 공이라도 하나 세운다면 한자리 꿰어 차는 것은 문제도 아니었다.
이제 세상이 바뀌고 있었다.
“언젠가는 전 세계가 하나가 될지도 몰라. 대한연합국은 곧 인류연합으로 발돋움할지도 모르지.”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들은 그렇게 점치고 있었다.
인류가 하나가 될 날이 머지않았고 그 중심에 한국이 있을 것이라고. 그리된다면 한국의 실질적인 지배자인 이현빈의 권한은 더욱 막강하고 권고해질 것이 분명하였다.
늦은 저녁 우리는 베란다에서 맥주 한 잔을 했다.
강철수는 오늘 낮의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정말 놀랐습니다. 계부를 죽이고 싶다고 말할 줄은…….”
“나도 놀랐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각자의 사정이 있다.
고통스러운 것이 삶이고 걱정 하나쯤 짊어지고 살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국정원에서 어떤 조사가 나올지 궁금합니다.”
“뭐, 뻔한 스토리겠지. 우리들은 그저 신중을 기하자는 거야.”
“선배의 말씀이 맞습니다.”
어떻게 하면 적절하게 사건을 터뜨릴 수 있는지 정보가 필요한 것이었다.
특히나 강철수는 화이란과 같은 잠재적 각성자에서 각성을 한 케이스였으므로 더욱 그 말에 공감을 했다.
“내일 아침이면 다 알 수 있는 일이다.”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맥주 한 캔씩을 비우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나와 강철수는 돌아가지 못했다.
“저도 그 자리에 낄 수 있을까요?”
“아니, 비비안 님이 여긴 어쩐 일입니까?”
뜻밖의 존재가 등장했다.
“우리들의 동맹이 되어 줄 수 있는 종족을 찾은 것 같아서요.”
***
“그때 하셨던 말이 진심이셨군요.”
“네, 맞아요.”
비비안은 얼마 전에 타차원의 존재들과도 손을 잡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나는 그 말이 지당하다고 여겼다.
카이너스는 범우주적인 존재였기에 생존을 위해서라면 다 함께 싸워야만 했다. 인간이 아닌 여신이 나와 손을 잡은 것만 해도 놈이 얼마나 대단한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보다 맥주는 안 주실 건가요?”
“철수야, 뭐하냐? 여신님 맥주 드려야지.”
“아, 예!”
강철수는 아예 넋이 나가 있었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는 인간이 아닌 여신이다. 인간의 미의 기준이 딱 그녀에게 맞춰졌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으며 그녀에게는 흔한 성형 미인과는 궤를 달리 하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강철수가 얼굴을 붉히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물론 비비안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촤악!
시원한 맥주가 살짝 거품을 냈다.
비비안은 거품을 급하게 머금었는데, 입가에 묻히고 말았다.
“저기…….”
“네?”
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무리 전지전능한 여신이라고 해도 자신의 얼굴은 못 보는 걸까.
나는 물수건으로 입가에 묻은 맥주를 닦아 주었다.
“고마워요.”
“워워. 선배 지금 여신님께 작업을 하시는 겁니까?”
“아니. 이건 그냥 매너지.”
“후후. 저는 현빈 님이 작업을 해도 상관없는데요?”
“…….”
분위기가 살짝 이상하게 흘러가려 하였다.
여신에게 작업이라니?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다.
나는 재빠르게 화제를 전환했다.
“그보다 동맹이라니, 인간 족 이외의 동맹을 말하는 건가요?”
“네. D-231차원이라고 불리는 곳에 가젠 대륙이라고 있어요. 그곳의 엘프들이 카이너스의 군대에 저항을 있다고 해요.”
“엘프족이라고요?”
“네.”
지구에서야 엘프족이 신기하겠지만 나는 카렌 대륙에서 충분히 그들과 교류를 했었다. 여담이지만 엘프 여성과 결혼을 하기도 했었다. 그곳에서 한 번 죽고 리치가 된 이후에는 그저 교류만 했을 뿐이지만.
카렌 대륙에는 아직도 나를 추종하는 엘프들이 남아 있을 정도였다.
강철수가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진짜 엘프들이 있었구나.”
“원래 엘프족은 흔한 종족이야. 신들이 자신의 형상을 따서 만들었거든. 신들과 차별을 두기 위해 귀를 뾰족하게 만든 것이고.”
“잘 아시네요.”
비비안이 상큼하게 웃었다.
나는 이래봬도 천지창조에 대한 꽤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 그건 엘프 탄생 설화도 마찬가지였다.
“카렌 대륙의 엘프족도 제가 창조를 했어요. 다른 차원의 신들도 마찬가지였죠. 자신의 형상으로 엘프를 창조했고 많은 관심을 주었어요.”
“엘프족이 죽는 걸 보고 가슴이 많이 아프셨겠습니다.”
“그렇죠.”
이번에는 그녀 역시 슬픈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절로 보호 본능을 자극한다고 할까.
강철수는 역시나 비비안의 모습을 보고 반쯤 맛이 가 있었다.